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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잔치

말잔치로 끝난 박대통령의 광복 70주년 기념사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 70주년 기념사는 안이한 현실 인식과 대북 의식이 낳은 실패작이다. 임기 절반이 지나도록 아무 업적이 없는 정권이기에 ‘혹시나’ 광복 70주년 기념사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표방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국민들은 ‘역시나’로 쓴 웃음만 짓고 말았다.

‘한강의 기적’ 수준의 미사여구로 일관된 ‘국가 비전’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듯하다. 이번 기념사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지구상에 ‘5030 클럽’(인구 5천만 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인 국가)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5030 클럽에 7번째 국가로 들어갈 것을 확신한다는 박대통령의 신념이 놀랍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7%대의 경제 성장률, 국민 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의 경제 부국을 이루겠다는 ‘747 공약’을 내놓았지만 국가 재정만 파탄내고 퇴임했다. 박대통령도 비슷한 모양새로 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이루겠다는 ‘474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경제 성장률은 제로에 가깝고, 고용은 청년 실업자가 100만에 육박하는 최악의 상태이다. 박대통령은 ‘5030 클럽’ 가입이 아니라 자신이 내놓은 ‘474 공약’에 대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예의다.

박대통령의 국가비전이 허황된 이유는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은 ‘5030 클럽’에 들어가기 위한 방도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제시했다. 아직도 창조경제의 의미를 이해하는 장관이 없는 형편에 창조경제가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니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문화 융성을 통해 경제의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니 ‘K-POP’에 성장 동력을 맡기겠다는 것인지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작년에 46조 원을 풀고 금리를 낮춰 경기 부양을 꾀했지만 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으며,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고용 창출의 방도로 내놓은 것이라곤 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아빠 세대의 임금을 깎아 자식 세대의 고용을 보장하자는 임금 피크제이다. 이로 인해 노동계는 일전불사 직전이다. 국민들 모두가 알고 있는 경제 형편을 대통령만 모른 체 하고 있다. 박대통령의 국가 발전 비전에 국민들은 피곤할 뿐이다.

허망한 기념사의 절정은 대북 제안이다. 70년 전 8월 15일은 일제에게 해방된 날이자 분단이 시작된 날이다. 따라서 광복을 축하하는 만큼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전망을 제시하는 것은 역대 8. 15. 기념사의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분단 70년을 맞아 박대통령이 내놓은 것은 임기 내내 실패한 대북 정책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말잔치였다.

박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요 ‘통일 준비위원회’ 건설이요 요란만 떨었지 남북 관계는 역대 최악 상태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을 통일의 동반자,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적대적 관점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은 기념사에서 6. 15.선언, 10. 4. 선언은 쏙 빼고 자기 아버지의 7. 4. 공동성명만 언급했는데, 7. 4. 공동성명에서 “사상과 이념의 차이를 넘어 하나의 민족으로 통일을 도모”한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박대통령은 이번 기념사에서도 북한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북한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실컷 비난한 후, 이산가족 6만 명 명단을 북측에 전달하겠다고 하는 등 실효성이 전혀 없는 정책들만 내놓았다. 2년 전 드레스덴 선언에서도 굶주린 아이들과 탈북자를 언급한 것에 북한 측이 격렬히 비난하여 드레스덴 선언이 무산된 것에 교훈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격렬한 비난을, 아베 총리의 사과 아닌 사과에 대해서는 면죄부성 발언을, 국민들을 향해서는 허황된 국가 비전과 알맹이 없는 정책을 내놓은 광복 70주년 기념사, 실망 그 자체다. 실패도 자주 하면 습관이 된다는데, 박근혜 정권의 실패는 이제 습관 단계에 들어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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