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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살얼음판에 선 남북의 군사적 대치

마침내 총알과 포탄이 등장하는 전쟁위기의 턱 밑까지 와 닿고 말았다. 어제 국방부는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 연천군 증면 지역으로 발사한 것을 탐지장비로 포착했다“고 밝히며 포탄 수십 여발을 대응 사격하였다. 경기 연천군∙파주 일대에 전쟁에 준한 주민대피령이 내려졌고,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 5도에도 대피 준비령이 떨어졌다.

지뢰 폭발로 불거진 남북의 군사적 긴장은 최근 급격히 높아져왔던 터다. 정부와 군당국은 지뢰 폭발을 북의 도발로 규정하며 ‘강력한 대응’ ‘철저한 응징’ ‘혹독한 대가’ 등을 공언하였고 그 일환으로 대북 심리전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다. 북한은 지뢰 폭발을 자신들과 무관한 것이라며, “48시간 이내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철거하지 않을 시 군사행동을 하겠다”는 전통문까지 보내왔다. 이에 군당국은 전군에 가장 높은 단계의 경계태세 지시와 함께 해당 지역에 국지전 대응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북한은 어제 포격 사실을 부인하면서 남측이 오히려 군사도발을 강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와 관련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한다고 밝혔다. 박대통령 역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처음으로 직접 주재하며 “단호한 대응과 만반의 준비태세”를 군에 지시하였다. 남북의 최고 지도자들이 모두 직접 나선 것인 만큼이나 긴장이 극에 달하고 있다.

911테러로 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진 것으로 미국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내었는데 또다시 전쟁위기라니 더 말해 뭐하랴. 끔찍하고 섬뜩하다. 온갖 화력이 집중되어있는 휴전선 인근에서의 총포탄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 전쟁을 막기 위한 선제적, 실질적 행동이 절실한 때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최근의 남북 군사적 대치를 ‘치킨게임’으로 몰아가는 어리석은 시각을 배격해야한다. 서로 마주보며 충돌을 향해 달리는 자동차 경주에서 먼저 방향을 틀면 겁쟁이로 모는 군사적 대결주의 경향은 위기를 증폭시켜 파국을 끌어오기 마련이다. 군당국은 지뢰폭발을 계기로 북을 강력 응징하지 않으면 마치 굴복당하는 것처럼 군사적 대결을 거침없이 공언하였다. 심지어 북한군 GP(비무장지대 소초)를 직접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군 일각에서 제기되었을 정도이니 ‘응징’과 ‘보복’에서 방향전환을 하기 어렵게 상황을 몰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에 상황을 맡길 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정상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북쪽이 청와대에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명의의 서한을 보낸 것도 양면 전술이라고만 폄하할 이유가 없다. 군사적 대치와 긴장을 ‘대화’로 풀자면 모든 모멘텀을 살리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격식과 틀을 벗어나 남북이 대화를 통해 사태를 관리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애초 남과 북 모든 민초들의 생명이 달린 일이니 당국의 체면이나 자존심을 따질 이유조차 없는 일이다. ‘강력한 대응’이니 ‘만반의 준비’니 하는 의례적인 지시만으로 현재의 위기가 극복될 리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지는 대통령은 확고한 평화의지를 천명하고 위기관리의 전면에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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