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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회담의 유일한 피해자

헤이그 핵안보회의 기간 중의 한미일 세 나라 정상회담은 미국의 전략에 따라, 그리고 일본의 필요에 따라 열린다. 이와 달리 우리 정부는 미국한테 등 떠밀려 마지못해 회담에 참가한다. 그런 점에서 이 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의 의도가 관철되고 우리 정부는 들러리를 설 공산이 크다. 미국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영향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방비의 축소가 현실화하면서 ‘돈 안 드는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 수단은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를 용인해주는 대신 일본에게 군사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게는 방위비 분담 명목으로 군사비를 떠넘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미일을 군사적으로 더욱 튼튼하게 묶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세 나라 군사 협력의 강화를 위해 일본과 한국에 대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조속히 매듭지을 것을 다그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군사비를 떠넘기는데 유리한 정치지형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본의 보수화를 암암리에 지원했다. 이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부터 이어진 경제의 부진, 양극화 심화, 그에 따라 생기는 화려했던 과거에 대한 동경,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높아진 불안감 등을 배경으로 보수화의 정치사회적 조건이 마련되어 있기는 했다. 거기에 더해서 오바마 정부가 일본의 보수화를 부추긴 것이 일본 여론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한국의 보수화 흐름에도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아베 정부는 벗바리인 오바마의 지원 속에서 군국주의 부활을 가속화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아베 정부의 신사참배와 과거사 부정으로 이어졌다. 이는 일본정부와 주변국 사이에 갈등을 심화시켰다. 그런데 아베 정부는 일본과 주변국 사이의 관계 경색 책임의 화살이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해서 자기 정책의 정당화를 추구했다. 그러나 북과 중국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마저 국민의 반일감정을 무시할 수 없어 반응이 냉랭할 수밖에 없었다. 아베 정부는 한국을 지렛대 삼아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애썼다. 지난 1년 동안 아베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에 매달린 이유다. 아베 정부로서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요구가 절박했던 셈이다. 한일 양국 사이의 외교적 갈등은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이라는 미국의 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리하여 미국은 한일 사이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다각도의 압력을 동원했다. 미국의 개입으로 아베정부는 고노 담화를 이어간다고 발표했고 극우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는 4월로 한 달 늦췄다. 미국은 이것이 대단한 양보라도 되는 양 과대포장하면서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여 회담으로 이끌었다. 다시 말해서 오바마와 아베가 이미 뜻을 맞춘 다음 박근혜를 회담장에 끌어들인 것이다. 회담의 성격이 이러할진대 한국이 이 회담에서 얻을 것은 없다.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오바마 정부는 바라는 대로 삼각군사동맹을 확고히 다지는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아베 정부는 군국주의 추진의 대외적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치부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오락가락 외교 무능,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는 줏대 없는 태도 만 보여주고 말 것이다. 더욱이 한미일 세 나라가 북핵을 매개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 남북관계는 더욱 얼어붙고 한반도 평화는 불안정해진다. 한미일 동맹 강화는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의 신냉전 구도를 조장하게 되고 한중, 한러 관계도 불편해지게 된다. 한미일 정상회담의 유일한 피해자는 우리나라다. 나아가 한미일 정상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 만 초래할 뿐이다.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저해하는 한미일 군사동맹 참여는 돌이킬 수 없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실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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