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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노조의 항변

현대車 노조의 항변…“청사진 제시 못하면 노조는 단기 이익 집착 뿐”

 

현대자동차 노조의 박유기 위원장은 이 회사 역대 노조위원장 가운데 유일하게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일반직)출신이다. 특장차 설계부에 일반직으로 입사해 지금은 품질관리 4부 운영과소속이다. 노조에서도 홍보부장,기획실장,사무국장 등 주로 머리와 입을 쓰는 자리를 맡아 왔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한 언어로 전달하는데 능한 박위원장이지만,두시간동안의 인터뷰내내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매우 신중하게 힘겹게 선택하는 듯했다.

 

△사용자측의 성과급 삭감지급의 배경은 무엇라고 보는가.

=노조길들이기라는 차원은 아니다. 성과급 삭감을 계기로 조합원들은 회사에 대한 불신을 키울 것이고,이는 오히려 강성 집행부 선출을 재촉할 것이기때문이다. 대량징계나 해고를 통해 노조의 기를 꺾겠다는 것도 아닌 것같다. 98년 IMF직후 대량 구조조정이 단행된이후 그런 일은 없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윤여철 사장의 생존비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회사입장에서 볼 때 윤사장은 산별노조의 물꼬를 터 줬고,임금교섭에서 22일의 장기파업을 겪었다. 노조는 제 갈 길을 갔고,윤사장은 한 일이 없다.

윤사장 스스로 지난해 임금교섭 막바지에 “150%를 줄거냐,말거냐 하는데 그것은 주겠다는 뜻이지 안 될 목표를 해서 모양만 갖추고 안 주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대목을 노조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올려 놓았다.회사측이 성과급 지급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하지만,생산목표 미달분 2만5000대(1.75%)는 목표 수정이후 노조의 총파업시간 34시간동안의 생산결손분 1만3750대가 생산됐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1만2000여대가 미달될 수 밖에 없는 수치다. 이렇게 되면 올해 이후 회사측과의 이면합의는 할 수 없다.

 

△현재 쟁의발생 신고 없이 잔업과 특근을 거부중인데 앞으로의 계획은.

=불법이라도 파업 단행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약 7000명을 동원해 10일 서울 양재동 본사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성과급 삭감분의 지급 뿐아니라 정 회장 일가의 황제경영 종식과 몇 라인의 가신그룹들간의 충성경쟁 속에 파행으로 치닫는 노사관계의 개혁을 촉구할 예정이다. 금속노조가 이미 출범했으므로 이제 현대자동차노조는 사라지고,2월초쯤 현대차 지부장 선거와 함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시대가 열린다. 지부장 선거에 출마할 어느 누구라도 삭감된 성과급을 받아내겠다는 공약을 내걸 수밖에 없다.

△전문가집단은 현대차 노조에 대해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대신 임금의 유연성을 사용자측에 허용하라고 요구한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고용과 임금 둘 다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 결국 비정규직과 납품업체 근로자와 같은 취약계층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임금체계나 근무형태로는 앞으로 기업에 닥칠 도전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 8∼9년후면 전체 조합원의 40%에 가까운 1만8000명가량이 50대가 된다. 현재의 노동강도와 일률적 호봉승급제를 그대로 둘 때 빚어질 고비용·저효율의 인력과 임금체계를 회사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노조가 어떻게 이들의 고용을 보호할 것인가. 사용자측이 수량적 고용유연성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하지만,조합원들은 98년의 쓰라린 경험때문에 그 말을 믿지 못한다. 노조는 고용안정과 최소한의 임금을,사용자측은 임금유연성을 각각 취하는 방향으로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10년후의 청사진 제시하지 않으면,노조는 ‘벌 수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받자’는 단기적 이익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박위원장은 산별노조 전환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해서 1년동안 성과는.

=명실상부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출범을 꼽고 싶다.올해부터 현대자동차의 임금교섭은 금속노조교섭위원과 지역단위의 지부집단교섭위원들로 구성된 교섭단이 사용자측과 진행한다. 지금 현대차노조가 지부로 바뀌면서 13명의 전임자와 조합비의 46%가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으로 올라간다.

현대차 노조가 현대자동차 사용자측을 이끌고 비정규직인 사내하청근로자들과 함께 교섭테이블에 앉아 3자교섭을 처음으로 벌였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교섭권과 전임자 선임을 정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노조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위해 규율위원회를 신설해 실질적 활동을 펼쳤다. 장기적 노사관계 청사진 마련을 위해 노와 사가 각각 전문가 5명씩 추천하는 10인위원회를 지난해 11월말 구성했다. 근무형태,임금체계,생산,협력업체(비정규직 포함) 등 4개 분과별로 활동에 들어갈 예정인데 회사측이 본사 기획실과의 마찰로 인해 출범식을 미루고 있다.

 

△뉴라이트계열의 신노동연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간이 지나면 노동운동도 결국 이념을 같이 하는 정당과 연계되게 마련이다. 신노동연합은 한나라당 계열의 노동운동이 생긴 것이라고 본다. 다만 현대차노조내 이들의 존재는 언론을 통해 너무 과대포장돼 있다. 유인물 배포를 위해 사람을 동원하면 현대차 출입문 1개당 두 명을 배치할 때 17개 출입문 가운데 5개 밖에 못 채우는 실정이다.



[현대차 노사 정면 충돌] 배경·전망… 산별노조 출범 앞두고 기싸움



연말 성과급 지급 금액을 둘러싼 현대자동차의 노사 갈등은 올해 새로 출범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와 곧 출범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를 겨냥한 사용자측의 견제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산별교섭이 어긋날 경우 중층교섭과 이중파업을 우려하는 사측이 산별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한 노조의 대오를 흐트러뜨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성과급 사태의 배경과 전망=표면상으로는 성과에 연계된 성과급 지급이라는 원칙을 관철하겠다는 사용자측 의도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올려놓은 윤여철 사장의 지난해 임금교섭 자리에서의 발언을 보면 사뭇 다르다. 윤 사장은 “150%를 줄거냐,말거냐 하는 데 그것은 주겠다는 뜻이지 안 될 목표를 해서 모양만 갖추고 안 주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금년도 시장이 어려워(…) 그런 모양새를 갖추자는 얘기지(…) 안 주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마다 파업을 일찍 끝내기 위해 노조와 이면합의를 적극 활용해온 것은 오히려 회사측이었다. 이면합의를 통해 당장의 지급 부담을 수개월 뒤로 미룰 수 있었다.

회사측은 노조와의 신뢰에 다소 금이 가더라도 정치적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는 강경 대응한다는 선례를 만드는 게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노진석 홍보이사는 “삭감된 성과급 50%는 1인당 100만원으로 가장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노조의 결집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지만 관례란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가야겠다는 의지의 발로”라고 말했다.

박유기 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서로 신뢰가 깨진다면 올해 임단협부터는 이면합의를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은 “사내하청에 대한 합법판결 등 최근 몇 가지 호재를 업은 사용자측이 산별세력을 겨냥한 탐색전을 펴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성과급을 매년 줄다리기로 정하지 말고 미국이나 이탈리아처럼 순이익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4,5년 단위 공식을 정해 이를 따라야 소모적 투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발전위원회 출범=80년대 말 한때 울산시민의 70%가 현대자동차의 파업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은 싸늘하기만 하다. 울산상공회의소 최상윤 조사부장은 “노조가 연말 성과급 50% 삭감 지급에 대해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사태이고 회사의 앞날을 냉철하게 생각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협력업체 이영섭 회장은 “현재의 국내 경제 상황이 크게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잦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해 협력 업체의 매출이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집단은 현대차 노조에 대해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대신 임금의 유연성을 사용자측에 허용하라고 요구한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고용과 임금 둘 다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 결국 비정규직과 납품업체 근로자와 같은 취약계층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박유기 위원장도 이에 대해 “현재의 임금체계나 근무형태로는 앞으로 기업에 닥칠 도전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는 고용안정과 최소한의 임금을,사용자측은 임금 유연성을 각각 취하는 방향으로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10년 후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현대차 노사는 장기적 노사관계 청사진 마련을 위해 노와 사가 각각 전문가 5명씩 추천하는 10인위원회를 지난해 11월 말 구성했다. 두 차례 회의를 가졌고 앞으로 근무형태,임금체계,생산,협력업체(비정규직 포함) 등 4개 분과별로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회사측이 출범식과 대외 공표를 미뤘다. 노 이사는 “실무자들이 의견조율 과정에서 약간의 이견 때문에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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