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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309호에 실린 이원보 칼럼

이 글은 이원보소장이 민주노동당 진보정치309호에 실린글이다.

집에오는 정치신문 정도로 치부하는 내게 이런 글이 실린 것은 의미를 부여 한다. 최소한 노동계의 사정을 잘 알고있는 사람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3자의 입장에서 씌여진 글이라 생각된다.

이 이사장은 한쪽에서는 변절자로 간주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난 아직은 한국의 노동현실과 민주노동이라는 조직에 대한 애정을 가진 한사람의 선배로 대하고 싶다.

이글은 민주노총의 위원장선거를 치루는 시기에 씌여진 글로 시기에 늦다 싶지만 아직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어 스크랩해 본다.

 

 

 

올해 노사관계가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물가상승,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양극화, 대통령선거, 공무원 연금개혁에 산별노조 교섭의 본격화 따위가 그 근거다.
그런 판에 일찌감치 현대자동차 노사분쟁이 터져 불안감이 더해진 듯 하다. 현대차 분쟁에는 노사 당사자에 경제단체, 언론들 만이 아니라 노사 전문가, 활동가라는 사람들 까지 모두 나서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곰곰히 보자. 현대차 분쟁이 그토록 심각한 사건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분쟁은 늘상 일어나는 현상일터, 더욱이 현대차 분쟁은 노사간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익 또는 권리다툼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왜 야단법석들인가? 한국 노동운동 100년사에 이 사회의 노사관계 시각과 인식이 얼마나 비틀려 있는가를 실감케 하는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노사분쟁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 바닥에는 경제살리기를 위해 노동자의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깔려 있고 궁극에는 노동기본권도 유보될 수 있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주로 자본쪽 주장이기는 하나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나타내고 있음은 여러 여론 조사에서 보는 바와 같다.

이런 현상은 수구언론과 막강한 자본력에 의한 여론조작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노동을 천시한 나머지 노동교육을 소외시켜온 역사의 유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동교육은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거의 없었다.

노동은 천한 것, 노동운동은 불온하고 위험한 것일 뿐이었다. 민주화시대라는 지금에도 중고 교과서에는 노동3권은 물론 근로기준법 마저도 아예 없거나 몇줄 밖에 기술되어 있지 않다고 노사정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이런 판에 노동 그 자체가 삶이자 사회이며 역사라는 인식은 그 싹 조차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고 노동에 대한 몰인식은 경제성장론에 의해 더욱 고착되었다. 경제개발시대 내내 많은 국민들은 나라경제를 위해 노동기본권은 억압될 수 있다는 착시현상에 길들여져 왔다. 비틀린 노동 인식은 자본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수구언론에 의해 확대되었다.

노동자의 절박하고 정당한 요구는 그것이 집단적인 투쟁형태를 띄는 한, 경제 사회 혼란의 원흉으로 매도되고 노동기본권은 경제와 안보의 하위개념이라는 착각 속으로 끊임없이 몰아넣어져 온 것이다.
숱한 노동자의 투쟁은 어쩌면 왜곡된 노사관계 시각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특히 1987년 여름 이후 노동자들은 치열한 경제투쟁, 권리투쟁을 통해 노동의 정당성을 확인시키고 사회개혁의 한 중심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노동자들도 당당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노동조합운동은 자신들의 임금인상이나 복지혜택 만을 노리는 집단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을 포용하지 못하여 노동자 내부에서도 질시의 대상이 되었다. 총파업이 매년 되풀이 되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투쟁을 위한 투쟁만 일삼는 싸움꾼으로 매도되었다.


노조의 조직력으로 대응해야 할 일을 분풀이로 대신하거나 정파의 이익을 위해 조직운영을 파행에 빠트리는 미숙한 투쟁방식이 이를 증폭시켰다. 자본, 언론의 공격으로 왜곡된 측면도 많지만 조직 내부의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노동운동이 지닌 ‘정의의 칼’은 무디어 지고 도덕성 순수성은 송두리째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노사관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노동운동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 만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운동 스스로 노동자계급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을 서두르고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당당하고 힘있고 멋있는 투쟁, 체계있고 질서 잡힌 준비된 투쟁으로 노동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며칠후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가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고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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