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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란? 진보란?(펌글)

1. 논쟁에 이기기 위해선 개념의 정의가 명확해야.

그러면 ‘보수’는 무엇이고, 진정한 보수, 현명한 보수는 어떤 것인지 정의를 내려 보셨습니까?
저는 이렇게 봅니다.

2. 보수란? - 서구의 보수주의와 한국의 보수주의


① 서구의 보수주의


㈀ 이데올로기


이데올로기는 어떤 개인과 집단, 계층․계급이 사회와 자연에 대해 품고 있는 체계화되고 일관성 있는 관념형태(이극찬)입니다. 보수주의는 이데올로기 중에서도 통일적이며 체계적인 사회관으로서의 사회사상인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모든 이데올로기는 정치성을 띠고 있습니다.
유럽에서의 보수주의는 Joseph de Maistre 로 대표되는데 독재적․반동적․반개혁적이었습니다(Andrew Heywood). 2가지 큰 갈래의 보수주의는 영․미의 보수주의입니다.

㈁ 영국의 보수주의

전통적 보수주의(Edmund Burke)는 고전적 자유쥬의자들에 의해 촉구되던 급격한 변화들에 대항하여 사회의 전통적 가치와 제도들을 보존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Austin Ranney). 19C에 보수주의는 기존 지배계층에 의존하였고 종교와 직업을 중시하였습니다. 소위 ‘자기 분수를 알며 살라’였습니다. 1970년대엔 이에 대항한 신우파(=신자유쥬의+신보수주의 ; 대처리즘, 미국에서는 레이거니즘)가 출현합니다.

㈂ 미국의 보수주의

이것이 1930년대 이후 특히 1990년대 미국에서 경제적 자유 방임과 전통적인 도덕적․종교적 가치들의 보존이라는 큰 2가지 개념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보수주의나 자유주의 모두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것입니다. 공산주의 국가마저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타이틀로 내결고 있지 않습니까. 보수주의자들도 자기네들이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진보냐 보수냐, 좌익이냐 우익이냐 하는 것은 어느 것이 더 민주적인가의 문제에 다름 아닙니다. 이 즈음에서 민주주의도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만은 이 글의 논지에서 벗어나는 일이므로 ‘보수’에 국한하겠습니다.

㈃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의 요소 비교

보수주의의 요소로는 tradition(전통), pragmatism(실용주의), human imperfection(인간의 불완전성), organism(유기체), hierarchy(위계조직), authority(권위), property right(재산권)를 들 수 있고, 이에 반해 자유주의 요소로는 개인주의, 자유, 이성, 평등, 관용, 동의, 입헌정치 등을 들 수 있습니다(Andrew Heywood).

이를테면, 보수주의는 사회적 권위를 강조(권위에 근거한 불평등 지지)하고 도덕적 가치를 회복시키려 하고(여권운동 반대) 최소한의 국가의 역할을 강조(시장왜곡방지, 자유시장 강화)하고 시민권(T.H.Marshall의 3가지 시민권ㅡcivil right(시민권), political right(정치적 권리), social right(사회적 권리)ㅡ 중 전후 과대하게 커졌다고 본 사회적 권리)을 축소하려 합니다.

② 한국의 보수주의

해방 후 냉전과 반공주의는 어떤 이념성을 수반하는 정치․사회적 조직화를 허용하는 데 적대적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정치세력은 보수주의 세력일 수밖에 없었습니다(최장집). 그리고 구지주계급(한민당의 물질적 기반)을 해체한 토지개혁은 한국의 보수주의의 중심을 지주계급이 아닌 신흥산업엘리트계급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여기서 중랑장님은 예의 그 맥주집 모임에서의 상대방에게 반박할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의 정당은 거의 보수주의 정당입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평민당-민주당-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을 개혁적인 정당으로,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을 보수적인 정당으로 보지만 이념적 스펙트럼 위에서는 한결같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정당간 이념적 차이는 의미가 없습니다(최장집).

한국 정치에서 진보좌파(자유주의?), 보수우파(보수주의?)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만 결국은 모두 보수주의적 행태를 보여왔다는 것이지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이념적 지향은 비교적 분명해 보입니다만, 열린우리당의 그것은 너무 모호합니다. 설문조사 보니까 열린우리당 의원들 스스로 좌파, 중도좌파, 중도우파, 우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고루 분포되어 있던데요. 마음은 진보로 가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는 건지 이념적 측면에서 판단하기 참 어려운 정당입니다.

그러면 한국의 보수와 진보란 어떤 것일까요.
일단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밑바탕에 깔아 두고, 한국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 봅니다. 우익과 좌익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눌 수 있지만 좌파․중도좌파․중도우파․우파 등의 개념은 관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열린우리당이 대표적인데 한나라당이나 민주노동당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에 대한 논의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제가 님과 보수와 진보에 대해 논쟁하는 것이 아니므로 생략하겠습니다.

3. 한국에서의 ‘진정한 보수’와 ‘현명한 보수’

‘진정한 보수’가 되는 길에는 2가지 길이 있습니다.

원래의 본질적인 의미의 보수가 되는 것과 한국적 보수가 되는 것이죠. 님께서는 열린우리당이면서 보수를 지향하시니 원래의 보수를 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원래의 보수의 의미에 통달하셔야겠죠. 기존 연구성과의 도움을 받으시면 되겠네요. 타인과의 논쟁은 사고력에 도움이 되겠구요.

‘현명한 보수’가 되려면 한국적 보수주의를 아셔야 합니다. 한국 땅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기(살아가기) 위한 보수를 말씀하시는 것이죠?

보수 논의는 정치와 무관하게 이루어질 수 없고 정치를 얘기하려면 정당을 알아야 합니다. 정당은 정강과 정책을 통해 이념을 실현하죠. 결국 한국 정당들의 각 정강과 정책을 비교하여 보수주의적 요소를 찾아냅니다. 님께서 지향하시는 보수가 열린우리당에 가깝다면 열린우리당 내에서 보수를 실현시킬 방법을 모색해야겠죠.

진보와 개력, 보수와 반개혁. 이들은 같은 의미로 쓰일 때도 있고 다른 의미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진보와 개혁세력을 자처하나 이념적 스펙트럼 상에선 보수이므로 님께서 현재 당적으로도 보수를 지향하실 수 있으십니다.

‘진정한 보수’는 이론적 측면, ‘현명한 보수’는 현실적 측면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님께서 ‘진정한 보수’와 ‘현명한 보수’를 어떤 생각으로 언급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본래의 보수와 한국적 보수를 모두 아우르시겠다는 큰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진지한 고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는 님이 우격다짐이 아닌 정연한 논리에 기반한 주장을 하실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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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페 '바로잡아야 할 역사' 에서 중*장님의 글에 원*랑님의 댓글임. 일리가 있는 듯해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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