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울사무실에서 참석해야 하는  회의가 있어서 서울로 출근하기로 되어 있었다.

어제 서울 사무실에서 한강자전거도로로 가는 길이 쉽고 또 가깝다는 말을 듣고

문득 '자전거로 출근을 해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충동적인 생각이었다.

어제 집에 11시 넘어 도착하여 그 좋아하는 술도 마다하고 짐을 챙겼다.

입을 옷도 꺼내놓고, 한강자전거도로지도도 챙겼다.

음.. 충동적인 생각이었지만 점점 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침 7시. 눈을 떴는데 왠지 몸이 찌뿌둥한 것도 같고,

매우 졸리운 것도 같고, 내가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러나 일어났다. 가다가 정 힘들어서 못가면 중간에 전철역 찾아서

파킹하고라도 갈 생각으로 일어났다.

 

'몇 시간을 가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겠지?'

우선 밥을 두둑하게 먹었다.ㅎㅎ

 

7:50

사뭇 진지하고(^^;) 결연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8:10

구일역 아래 자전거 도로 도착.

약간 가슴이 뛰었다. 몇 번을 다녀본 자전거 도로였지만 오늘따라 달리 보였다.

 

8:50

아침에 몸이 덜 풀린 상태라서 그런지, 아니면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꽥..)

보통 때 놀려고 자전거 탈 때보다 가방이 무거워서인지 너무 힘이 들었다.

지난 주에 할멈을 뒤에 태우고 갈 때보다 다리가 무겁고 자전거가 앞으로

안 나가는 거 같았다.

마음도 급해졌다. 출근시간이 1시간 10분밖에 안 남았지만, 나는 겨우 선유도밑을

지나고 있었다. 아직 반도 가지 않았다.

 

9:30

아마 사람들은 내가 제정신이 아닌 여자라고 생각했을 거 같다.

내리막길에서 속도가 빠르니까 보통 페달을 밟지 않고 내려가는데

나의 자전거는 움직이는 동안 페달을 정지하면 체인이 빠지는 부실한

자전거라 내리막에서도 미친듯이 페달을 밟아야 했다.

그. 러. 다. 가 급경사가 나왔는데 도저히 그 페달 속도에 다리가 쫓아가지

못해서 페달움직임을 정지하는데 체인이 빠지면서 바퀴가 멈추었다.

내리막길이라 앞으로 꼬꾸러질 거 같았는데, 다행히 브레이크를 살살

잡으면서 다리를 땅에 대고 겨우 섰다.

 

휴우.. 진땀이 났다.

체인은 완전히 풀려버렸고, 맨손으로 검은 기름을 묻혀가며 체인을 감으려고

낑낑거렸다.

사람들은 옆으로 쑹쑹 지나갔다. 흑흑..

그러다 한강공원관리하는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멈추시더니

무슨 일이냐고 물으며 오셨다.

가방에서 목장갑을 꺼내어 체인을 감아주시고, 기어를 이리저리 바꾸며

잘 안 빠지는 상태로 잡아주셨다. 고맙게도 또 풀리면 쓰라고 목장갑을

쥐어주고 가셨다. 느무 고마워...

으.. 거의 출근시간에 맞추어서 가는 걸 포기하고 늦는다고 연락을 하였다.

 

동작대교 남단이었으니 반은 더 온 듯 했다.

자전거를 버리고 지하철을 탈까 갈등했지만 기왕 늦는다고 연락도 했으니

끝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10:20

 

내리막길에서 또 체인빠져서 끼우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나는 잠수교를 지나 드디어 한강 북쪽으로 넘어갔다.

거의 힘도 빠지고 다리는 감각이 있는지 없는지 그냥 느리게 계속

움직였다.

 

10:50

 

뚝섬역을 가려면 서울숲을 질러서 가라고 하는데, 막상 서울숲으로

들어가기는 했는데, 어이없게도 나가는 출구를 찾을 수 없어서 거기서 뱅뱅 돌았다.

(ㅋㅋ 지금 생각하니 재밌다. 역시 시련은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겨..)

 

11:10

 

드디어 사무실 도착!

아.. 뿌듯해 하며 사무실로 들어가서

'자전거를 타고 왔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왜 이 모양인가..

'뭐, 선수할거에요?'

위원장님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왜 그랬노...'

'...'

헐...

그래도 뿌듯하다~~~

 

거리는 대략 35~40KM 정도 되는 거 같다.

이 정도면 인천사무실까지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그러나 이 자전거로는 쫌 불안하기도 하다.

 

아무튼,

하루종일 피곤함보다는 뭔가를 해내었다는 생각에 들떠서 돌아다녔다. 히.. ^^*

아직도 그 감동 속에 히죽거리고 있다. 일도 안 하고. 아니 못 하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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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0 20:46 2006/10/2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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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뎡야핑 2006/10/20 2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존이십니다=ㅂ=)d 중간에 아저씨 좋아요~ 멋있다+_+
    근데 너무 먼 거리 가셔서 한동안 힘드시겠어요+_+ 게다가 급경사 얘기 너무 위험한데요!!! 체인 빠지는 자전거라니 헐... 전 체인 낄 줄도 모르는데-ㅁ-

  2. 까치 2006/10/20 2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긁적긁적.. 지존이라니 넘 부끄.. 근데 생각보다 별로 안 먼 거 같아요. 그래도 퇴근까지 하는 건 무리일 거 같아서 퇴근할 땐 전철타고 왔어요. 체인 빠지는 자전거이지만, 그래도 몇 주일을 함께 하고 또 저의 우울함을 달래 준 친구라 버리고 새 자전거를 사는 건 내키지가 않아요.. 근데 쫌 위험하긴 한 거 같아요. ㅋ 그래서 되게 웃겨요. 내리막길에서 다들 쌩쌩 내려가는데, 저는 브레이크 잡아서 페달돌아가는 속도를 늦추고 열심히 그 속도에 맞추어서 페달돌리면서 내려와요. 남들은 왜 그러나 싶을 거에요.ㅋ체인끼우는 거 별루 안 어려워요. 담에 가르쳐드릴께요. ^^

  3. hbmic 2006/10/21 0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체인 빠지는 문제는 손을 좀 보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4. 까치 2006/10/22 16: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요, 체인끼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위험한 게 문제네요.. 흑 이러다 진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겠어요. 3만 5천원짜리 자전거에 벌써 2만원 가까이 돈을 들였으니.. 헐..

  5. wingederos 2006/10/22 2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하심!

  6. 지음 2006/10/22 2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훌륭하시네요. 자전거만 좀 고치고... 길만 헤매지 않았으면 2시간 안쪽으로 갈 수 있게 되는 것도 금방이겠어요.
    체인 문제는 자전거 사신 곳에 가서 말씀하시면 아마도 무료로 고쳐주실겁니다.

  7. 까치 2006/10/23 0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wingereros.. 요즘 운동(?)하는데 맛들였어. 가슴답답하고 그러면 자전거를 타거나 요가를 하거나 아령을 하거나.. 스트레스 받아서 술,담배 많이 하니 몸만 망가지고 또 술은 정말 그 때뿐이어서.. 나름대로 운동으로 스트레스푸는게 몸에 맞는 거 같아서 다행.. 운동 강추!

    지음/ 아.. 단풍놀이 가고 싶어라~~ 자전거를 고쳐도 2시간은 넘어걸릴 거 같아요.. 다리는 구르는데 자전거가 앞으로 잘 안 나가요.. 이건 무슨 문제인지ㅋㅋ 담에 만나면 자전거에 대해 물어볼 게 많아요. 한강 어디쯤에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며!

  8. 까치 2006/10/23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멈 이 또 성의없이 비웃는 덧글은 무엇이냣! 규탄한다! ㅎㅎ

  9. 슈아 2006/10/23 1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