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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파업...?

 

  "미안하다. 얘기 나왔을때 걍.. 잡으러 가야하는데..갑자기 급한 약속이 생겨서..."

  "아녀유..  그럼.. 담주에 가쥬 뭐..."

  입추가 지나니 신기하게도 찬바람이 불고 연하고 따사로운 가을 햇볕이 느껴집니다.  새뱅이 대신 다른걸루 몸 보신을 해야겠다며 식품매장을 돌고 있는데.. 휴가를 다녀오신 ㅅ조합원님이 계셨습니다.  내심 걱정? 했었는데.. 조끼를 입으시고 매장입구 앞 한복판에서 마이크를 잡고 계셨습니다.

  "복숭아 ㅇㅇ원 깜짝 쎄일중입니다. 네.. 고객님 감사합니다. 복숭아가 ㅇㅇ원....."

  "휴가는 잘 댕겨오셨어유?"

  "그르츄 뭐..  근디.. 트레이 다 떨어져가고 낼 쓸 롤백이 웂어유.  원제 들어오는겨?"

  "아....."

  태업방침 1번 효과가 아무도 눈치채지 않게 성공리에 발휘되고 있었습니다.   본사서 넣어주는 물품은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자세한 설명은 드리지 않았습니다.

  "롤백은 대짜리가 창고에 조금있는데... 좀있다 갈건디 갖다드릴께유.  나머진 지달려 보세유.  본사서 보내주겄쥬 뭐..."

  "아이구.. 그랴주믄 고맙지.. 농산창고 앞에 놔줘유.. 트레이두 급해유."

  "알았어유.."

   이달 쓸 물량은 명절전이라 얼른 신청해야 제때 받을 수 있는데요. 상품을 담을 트레이 그릇이나 비닐봉다리, 계산대 영수증 롤지가 없고.. 인근 점포서도 빌려오지 못한다면.. 사실상 영업이 중단되는 전면파업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음.. 그랬다간 직원들 뿐만아니라 조합원님들에게도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만 같습니다.  어차피 일주일이나 물품 입고가 지연되었으니 태업은 성공한거고.. 요청을 할까? 냅둘까? 고민하던차에 본사, 파트장, SM 한테 갑자기 전화가 쏟아졌습니다. 일단 태업방침3에 의해 속터지게 아무 전화도 받지 않고 휴게실에 있는데.. 헐레벌떡 SM이 찾아왔습니다.

  "본사서 전화두 안받고 재고파악한거 안보냈다고.. 명절때 물건 못받을 수 있다고 연락왔어요!!! 어떡하실거예요?"

  "아..  깜빡했는디.. 어짜피 주말에 업체들 쉬니 낼 보낼께유.. 금방 보내줄거여유."

  "보내고 본사에 전화 꼭 하세요!!!"

  "네네...(ㅋㅋ)"

 

  합법파업이라 하면..  회사대표랑 노동조합대표가 근로조건에 대해 교섭을 하다..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노동부에 조정신청을 하고..  그래도 합의가 않되어 최종결렬되면..  조합원 전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규약에 나온대로의 찬성표가 나왔을때 하는 파업입니다.  그러면 합법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데요..  쟁의행위는 얼른 빨리 교섭을 타결하라는 의미로 합법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단체 행동입니다.  거의 그런 일은 없지만.. 여기서 만약에 반대표가 더 많이 나와 파업이 결렬된다면.. 열심히 교섭하고 있는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므로 지도부가 교체됩니다.

  흔히 말하는 불법파업이란 위에서 얘기한 이런 과정들이 하나라도 생략된 것을 말하는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하는 모든 파업은 '불법'파업으로 부릅니다. 이러한 사회법을 인정하지 않고 언론이든 법의 방맹이든 경찰이든 사회든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사유재산의 보호'에 우선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파업을 하면.. 일을 안해서 월급이 안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반드시 따라오는게 업무방해/손해배상/가압류 등 법의 구속입니다. 월급쟁이 한달 벌이가 없으면 가정이 파탄나기 시작합니다.  법이란 무형의 규칙이란게 사람을 감옥에 가둘 수도 있고.. 돈을 빼앗아버려 가정을 파탄내며 삶을 지탱해 갈수 없게 만들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놈입니다.  돈많은 사람이 그냥 걸면 걸리는게 법이니까요.  이런걸 보면..  아무것도 가진게 없고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때 파업을 힘있게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저는 가진게 너무 많습니다만  가진게 없더라도 지금 같은 손배가압류 제도를 피해서 노조원이 할 수 있는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빌미를 주지 않기위해..  본사에서 넣어주는 품목을 빵꾸내기로 선정한 것이고요..  왜 발주안했어? 하면 그건 본사서 넣어주는거고 다른 자잘한 물건들은 다 발주요청하지 않았니? 내가 의도적으로 일을 안한게 아냐.. 하려는 거였습니다.  혼자서 하는 태업도 이렇게 고민되는데..  다른 비조합원 동료랑 일하는 곳은 동료를 설득하지 않고는..   태업이란 잘못하면 욕만 태배기로 먹고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전면파업을 한다해도 협력업체, 용역직원으로 매장은 잘 돌아가므로..  어찌되었건 매장에서 해결해야되고 매장을 벗어나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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