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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이정희-01-그대 생각.mp3 (4.37 MB) 다운받기]

 

 

  학생들이 놀러가는걸 MT 간다고도 하지만..   공장에선 메탄올을 MT 라고 부릅니다. 톨루엔은 TOL 이러고요.  에틸렌아세테이트는 EA.  저는 15년전 조그만 본드공장엔 이런 약품들을 큰 솥단지에 넣고 끓여서 본드를 맨들었어요.  수십가지 화학물질을 때려넣고는 촉매를 이용해 엉기게 하는 고분자 중합반응을 시키는 거였죠.  제가 다루었던 기억나는 화학물질은 언제 스쳤는지 물집이 불쑥불쑥 올라왔던 AA (아크릴산), 머리가 묵직해졌던 TOL(톨루엔), 쏟아부을때 엄청난 가루가 날렸던 페놀레진,  고약한 악취가 코를 찔렀던 MA (모노머?).

 

 

  청년 노동자들이 MT를 만지고는 눈이 멀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뉴스에 들려오자  15년전 살기위해 도망치듯 빠져나왔던 본드공장 생각이 났습니다.   만들어낸 본드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들어간 기본 원료들을 짜깁기해 만들었던 일.  우리나라 최대 화학공장에서 제조되는 중간물질의 물질안전보건자료 요청했을때 그들도 역시 외국에서 만들어놓은 기본 화합물에 대한 자료를 대충 짜깁기해  만든다는 걸 알아버렸죠.  그럼 외국 놈들이 만들어 놓은 MT, TOL 등 기초 화합물의 물질안전보건자료 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하루에도 수억만가지의 화합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며 만들어놓은 물질중 한가지인 메탄올에 많이 노출되면 눈이 멀어버린다는 사실을 이사람들은 도데체 어떻게 알고 물질안전보건자료에 기록해놓은 걸까요?  그건 바로.. 그 화학물질에 실제로 수백,수천명의 사람이 똑같이 눈이 멀었기 때문에 알 수 있는거예요. 왜냐면 사람을 상대로 실제로 눈이 머는지 실험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럼 유해하지 않다고 적힌 물질은 안전할까요?   아직까지 그 물질로 인해 수백,수천명이 암이 생기거나 눈이 멀거나 하지 않았을 뿐 안전하지 안전하지 않은지 알 수 없다는 얘기예요.  쏟아지는 화합물들이 안전한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는게 솔직한 얘기죠.  그럼 이런걸 왜자꾸 만드냐고요?  돈이 되니까요.  돈에 되니까 쫓기듯 경쟁하듯 이런걸 자꾸 만드는거예요.  자연이 만들지 않고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화학물질은 모두 해롭습니다. 물론 일부는 사람을 낫게하는 약을 만들기도 하지만요.

 

 

  MT는 경험상 여러 유기용제 중에 그렇게 독한 놈이 아닙니다.   MT는 손에 뭍은 본드가 잘 안지워지므로 주로 EA나 TOL 으로 손을 닦고 MT는 약한 놈 정도를 취급했었죠.  그런데 이놈을 조그만 공간에서 마시게 된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조그만 공간에 MT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곳에서 일을 한다면..  숨쉴때 호흡으로, 피부의 땀구멍으로, 말할때 입으로 눈으로,  소주잔에 담긴 MT를 혀로 핥아 조금씩 조금씩 들이키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됩니다.   한마디로 MT를 그냥 들이키게 되는 거지요.

 

 

  조그만 먼지에도 제품 불량이 나게되는 전자제품 회사의 경우 이러한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이런 꽉 막힌 공간이 얼마나 위험하냐면요.. 물만 가둬놓은 지하저수조에서 물속에서 나오는 조그만 가스를 마시고 죽기도 합니다.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이러한 작업장은 작업자가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먼지를 걸러낸 공기를 층류 형태로 계속해서 흘려줘야 하고, 작업자는 반드시 유기 방독마스크를 착용해야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기시설을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돈만 많이 드는 일이니까요.  조그만 회사는 유기방독마스크도 구경하기 힘들었습니다.  왜냐면..  어디가 뿌러지고 멍든거 같이 갑자기 어떻게 되는 일이 아니라...  서서히 병들어가는 일이라 다들 잘 모르고 그냥 일하거든요.  사람들이 다 도망가서 회사운영이 안된다면 그때서야 그런걸 갖출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돈이 되니까요. 숨막히는 본드 솥 같은데를 들어가서 벽을 긁어낼때는 유기방독마스크를 쓰고는 자바라 송풍기를 토출구를 끌고 들어가서 숨을 쉬죠. 송풍기가 시원한 선풍기도 되고요. 흡입구는 신선한 공기랑 연결해놓습니다. 값이 저렴하지만 무척 효과적이었던 기억입니다. 마치 만화에서 보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호스달린 마스크를 쓰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신선한 공기를 밀폐공간에 계속 넣어주어 숨도쉬고 접촉하는 유독물질의 농도를 낮춰줍니다.

 

 

  먼지 없는 밀폐공간에서 일하게 되는 반도체, 전자제품 등 화합물을 다루는 회사에 대한 특화된 작업장 허가 기준과 이를 어길시 회사가 망할 정도의 아니 회사가 망하게되는 벌금제도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의 눈을 멀게하거나 암걸려 죽게하거나 지금도 진행중인 가습기 살균제 사용 사망사고의 경우 외국같으면 관련된 제조/유통회사 다 문닫게 하고 대통령이 사과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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