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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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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별님..  안녕하세요?

 

  얼마전 저희 학교에 교실 옆에 뱀이 나와서 119아저씨들이 오셔서 잡아가셨습니다. 1m가량의 뱀이었는데..  햇볕을 쪼이고 있었습니다. 얼핏보니 검은 무늬가 선명한게.. 살모사보다 더 무서운 놈인거 같았어요.  그래서 푯말을 맨들어 코팅해서 하나 달아놨습니다. 뱀이 너무 귀엽게 생겼다는 고민을 잠시 하였습니다.  뱀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라는 메세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뱀이 숨지 못하게 낙엽을 치워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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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갑자기 찾아와서는 수줍은 듯 머뭇거리다가..  편지를 하나 주고는 휭하니 사라졌습니다.

  "이거..  제가 쓴 편지인데..."

  "응..?  이 편지를 나한테 준다고요?"

 

  마트서 15년 일한 저는 아이들에게도 존칭을 사용하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는데..  학교내 아무도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이는 없습니다.  이런게 학생들에게..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준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일까요?  그럼..  학생들 수학여행 버스떠날때 정문에 서서 묵묵히 손흔들어 배웅해주시는 선생님들께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을까요?  도대체 모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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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엔 일관되게..  주무관 이란 호칭이 적혀있었습니다.  가끔 저에게 선생님~하는 학생이 있으면.. 

  "아저씬..  선생님이 아니고 주무관이여 주무관.  시설관리 주무관."

  "주무관이요? 그게 뭐예요?  그럼 선생님은 뭐고요?"

  "선생님은 말그대로 공부 갤켜주시는 분이시고..  아저씨는 잘 배우고 잘 갤켜주실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인거여.  앞으로 아저씨한테는 주무관이라고 불러야혀. 주무관"

  "예..^^ 주무관님~"

  했던게 생각났습니다. 

 

  지금 전교조, 전공노에서는 이런 시설관리 정규직 주무관을 없애고 외주화하는 것을 전재로 행정실 법제화라는 토론을 폼나게 하고 있답니다.  같은 노동자로서 다른 노동자의 일자리를 없애고 용역, 외주화 하자는 토론을요.  더군다나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하신다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저와 같은 학교내 스텝 노동자의 외주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 없습니다.  학교안에서는 본의 아니게? 교육아닌게 없는데..  외주,용역노동자를 보며 자란 아이들에게 비정규노동이 어떤 준거로 자리잡게 될까요? 나만 아니면 괜찮다 생각하게될까요?  전교조, 전공노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닙니다.  학교내 비정규노동자가 늘어간다는 것은 본인들과 특히 학생들에게 해롭다는 사실을 이들은 정말로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외주화를 전제로 토론들을 하는 걸까요?  화가나기 이전에.. 참담합니다.

 

 

 

  뭔 편지를 다주나.. 수줍은 편지를 열어보고는 갑자기 멍해졌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2학년7반에 뭘 해줬었지?  떠올려봤습니다.   저는 평소 별 말도 없었고 2학년 7반에는 벽에 깨진 긴거울 2군데 없애고 뺑끼 칠해놓은거..  씽크대 배관서 오수관 타고 시궁창 냄새 올라오는거..  교실바닥에 배깔고 업드려.. 씽크대 호스 S트랩 맨들어주고 배관구녁 실리콘으로 막아서 냄새 없애준거 밖에 기억나는게 없었습니다.  천정 선풍기는 작년에 1학년6반에 고장난거 갈아줬었고요.  게다가 거울은 봄방학때 한거라 학생들이 알 수도 없는 일이었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이런 과분한 편지를 받을 만한 일을 한게 없습니다.  그리고 평소 학생들과 별대화를 나누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저..  인사하면  "예" 혹은 "안녕히가세요" 하는게 전부니까요. 

 

  한번은 인상 팍팍스며.. 출장? 심부름! 나갔다가 터덜터덜 학교로 돌아오고 있는데..  삼삼오오 집에가던 학생이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

  "예에..."

  그러자 조그만 소리로 지들끼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웃으시면 좋겠는데...ㅋㅋ" 

  순간 화들짝 놀래서 반쯤 찌푸린채로  애들을 바라보며 "   " 표정을 지었더니

  "와~~악~~~ㅋㅋㅋ"  신이 나서 집에 돌아간적이 있었습니다만 보잘것 없고 형편없는 저에게 학생이 이런 편지를 써서 주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 편지는 한 평생 보관하려 합니다.  컬러복사해서 하나 코팅해서 제 책상앞에 붙여놓고요.  왜냐면.. 보잘것 없는 저에 대한 격려와 이끔이라 느껴지기 때문이예요.  이 친구들은 단 한 번밖에 격을 수 없는 소중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거고..  그러고보면 저도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네요.  이 친구 얼굴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감사의 뜻을 아래 책을 2권 주문해서 저도 읽고 한 권 선물하려합니다. 2학년 7반에는 학급문고가 없어요.  뭔가 해줄 수 있는게 없는지 다시 한번 둘러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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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일상의 모습들만으로도 서로를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마치 아침일찍 어머니 밥짓는 달그락 소리에 행복을 느끼 듯이요.

 

  학생 편지 한 통에 삶을 배웠습니다.  성공이 있다면 이런게 성공이라 생각되고요..   한평생 잊지 않고.. 나도 누군가의 모습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노력을 할께요.  그러다보면 저도 누군가의 일상 모습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있겠지요?

   

  그럼..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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