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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죠선생님이 안갈쳐주는 공부법] 코로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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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신가요? 음..  아저씨가 군인아저씨로 일할때 휴가를 받으면 항상 기차를 타고 집에 왔었어요.  군인아저씨들은 TMO라는 열차를 차는데..  아저씨는 그냥 아무 기차나 타고 돌아다녔죠.  군복을 입으면 아무 기차나 잡아타고는 기차문을 활딱 열어재치고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풍경들을 바라보았죠.  내릴때 화물내리는 곳으로 당당히? 나오곤 했습니다.  그러다 걸리면 휴가받아 집에 왔다고 말씀드리면 군복입은 저를 다들 이해해주는 눈치였었죠.   그때는 기차문을 활딱 열고 앉아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람과 함께 바라보거나..  기차 맨뒷칸에 가면 고리를 달아놓은 줄앞에서 마찬가지로 바람을 맞으며 철길이 도망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대 빨곤 했었습니다. 지금은 기차의 모든 문은 닫혀있고 문을 열면 잡혀가니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습니다. 통일호나 비둘기호 기차도 없어져버렸고요.

 

  젊어서 아저씨는 혼밥을 목적의식적으로 하곤 했습니다. '어짜피 혼자 살다 가는 인생' 이란 모토로 홀로서기 연습이였죠. 혼자서 짜장면 한그릇 뚝딱 비우곤 했습니다.   젊으니 별로 이상할게 없는 일이었습니다.  혼자서 아무데나 들어가 짜장면 한 그릇을 뚝딱 비우는 일이요.  10대후반 군대가서 기차를 타고 집에오거나 짜장면을 뚝딱 비울 당시에 문득문득 40대가 넘어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때는 뭔가 번듯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허름한 모습으로 자장면을 한 그릇 지금처럼 뚝딱 비우고 가게를 나서는 뒷모습이 무지무지 안스러울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죠.   휴가받고 기차를 타고오는 내내 40대 아저씨의 나중 모습이 궁금했었죠. 

 

  아저씨는 40이 넘어 마트 노동자가 되어 경화반점이란 곳엘 가서 혼자서 짜장면을 뚝딱 한 그릇 비웠습니다. 고추가루를 듬뿍 쳐서요. 가끔은 ㅇㅇ슈퍼앞에서 에이스과자에 우유로 허기를 해결했습니다.   그렇게 궁금해하던 아저씨 미래 모습은..  어디가서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노동자로 살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요 아저씨는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한달 노동을 해서 벌어먹지만 언제나 꿈을 잃지 않는 가진건 없지만 내심 당당한 그런 노동자요.  다행히도 모두 정규직입니다.

 

  친구들 작년 가을 축제때 떡복기컵들고 몰려다니며 이반 저반에서 준비된 놀이에 마냥 신났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아요.   친구들 학교엔 천장이나 벽에 선풍기가 달려있죠? 덜덜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지만 내 차례가 돌아오면 시원한 바람을 '잠시' 안겨주는 그런 선풍기요.  아마 친구들 대부분 그런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아저씨네 학교는 오늘 그 선풍기 152대를 철거해버렸어요.  비말전파 최소화의 선제적 대응차원에서 에어컨에 냉방을 일임하기로 건의했고 별다른 이의없이 그렇게 결정해버렸습니다.  앞으로 천장에서, 벽에서 덜덜거리며 시원한 바람을 가끔 쏘여주는 풍경은 이제 볼 수 없을 거예요.  다시 설치할 일은 없을거구요. 선풍기가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린 느낌입니다. 나중에 골동품점0 같은데서나 보게되겠지요.

 

 

 

   아저씨는 올 여름도 건강히 나기 위해 근처 산에서 머위를 뜯어왔습니다.  2개 줄기면 1나를 비고, 3개 줄기면 2개를 쪽가위로 잘라서 자루에 담았습니다. 조그만 머위가 밟히지 않게 조심하였고요.  쌀자루에서 향긋한 머위향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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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산 작은 연못.  갈색 개구리들이 많습니다.  그런 개구리를 잡아먹고 사는 뱀도 많고요.

 

  머위는 산에 연못?같은게 있는 곳에 주로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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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먹는 버섯이라는데..  버섯은 무서워 내비두고 왔습니다. 옆에 청미래덩굴 잎새귀도 보이시죠? 천연방부제로써 머위짱아찌에 넣어줄려고 함께 얻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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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산 핸폰으로 확대해서 찍은 사진인데..  머위 잎새귀에서 약 5 mm 진드기가 붙어왔습니다. 상대적으로 키가 큰 머위잎새귀에 붙어있다가 고라니나 멧돼지 등에 올라타려고 준비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저씨는 쌀자루에 이런걸 뜯어오고는 하는데..  다 뜯고는 쌀자루를 세워놓습니다.  그러면 들어있던 곤충들이 위로 올라오는데..  오늘은 진드기 너덧 마리가 올라와 있어 깜짝놀래서 탁탁 털어 내려놓고 왔습니다. 동물들을 내려놓고 오는게 아저씨가 노력하는 일중 하나입니다. 

 

  요즘은 진드기 물려 돌아가시는 분 들이 참 많아서 집에 돌아와 자루서 조심스레 머위잎을 꺼냈습니다.  진드기가 집에 겨다니는걸 막으려고 머위잎을 털면서 조심조심 다듬었습니다.   한 7마리는 자루서 더 나왔고 옷을 벗으니 한마리가 추가로 떨어졌습니다.  산은 언제나 아저씨에게 위안을 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늘 조심해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산이나 들에 다녀온후 아무 이유없이 열이난다면 진드기를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머위를 뜯어오다 문득 농사지으며 3대가 함께 살던 옛날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지금보다는 100배는 넘게 인간적인 삶의 형태라 생각됩니다.  지금보다는 못살지만 농업을 기반으로 예전 공동체적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처녀 총각은 머리나 치마 색깔로..  나 처녀, 난 총각 하고 표시내고 다니던 것들도요.  당시엔 과년한 처녀총각들 결혼시키는게 국가의 책무였었습니다.

 

  흔히 보아왔지만 앞으로 보게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그러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어요. Critical Point 라고 하죠? 물질의 상이 완전히 변하는 변곡점.  코로나로 세상이 너무나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진드기보다 더 작은 바이러스가 참 많은 걸 바꿔놓고 있습니다.  

 

  그럼.. 친구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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