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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휴대폰이 뭐라고...

부모님 생신잔치를 위해 고창에 다녀왔다.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지금도 배꼽 잡게 만드는 한 가지, 바로 내 큰 조카 이야기다. 큰언니의 큰아들인 이 아이는 운동을 아주 좋아한다. 특히 축구. 이 녀석은 언니가 태교할 때부터 시작해 갓난아기를 거쳐 늘 잠들기 전 책을 읽어주었는데도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공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기는 이 아이. 책은 완전 수면제 노릇만 한 것이었던가?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는 친구들 다 갖고있는 휴대폰이 너무 갖고싶었다. 엄마에게 휴대폰을 사달라고 하자 애 엄마가 조건을 내건다. 4월 중순에 있을 시험에서 95점을 넘을 것. 헉! 만만치 않은 점수의 벽. 그 후로 나름 공부를 해보겠다고 책상 앞에 앉아본다. 헌데 공부는 잘 되질 않고.. 어느날 수학 문제를 풀던 녀석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더란다. 엄마가 왜 우냐고 묻자 "다른 애들은 엄마들이 다 휴대폰 사주는데 난 왜 시험이라는 조건이 붙는거냐고" 하더란다. 엉엉...T.T 문제는 안풀리고 엄마가 원망스럽고 그랬나보다. 또 그러던 어느날. 큰언니가 애 방을 들여다보는데 애가 넙죽 엎드려있더란다. 쟤가 뭐하나.. 감도 못잡고있는데 동생이 "형, 또 저런다, 또 저래" 이러더란다. 뭐하냐고 묻자 침대맡에 있는 세계지도를 향해 기도를 하는 거라고 했단다. 푸하핫 그런데 다음날엔 방법을 조금 바꿔서 완전 '비나이다 비나이다' 버전으로 양손바닥을 비벼대며 절을 하고 있더란다. 완전 옛날 여성들이 물 떠놓고 신께 빌듯이. 아... 얼마나 마음이 급했으면 공부를 포기하고 세계지도에 기도를 올렸을까? 불쌍한 내 조카. 정말 휴대폰이 갖고싶긴 했나보다. 또, 정말 애들은 자기 힘으로 할 게 별로 없으니 엄마에게 처절하게 빌붙는 수밖에 없겠구나...싶기도 하고.. 엄마, 그 엄청난 권력의 이름이여! 사실, 휴대폰이 얼마나 필요할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친구들이랑 매일매일 만나면서. 내가 요즘 초딩들의 일상을 알 길이 없으니 이런 말 하는 거겠지만..;; 큰언니에게 애들한테 공부는 휴대폰 받기 위한 방도가 되어선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는데, 좀 미안하긴 하네.. 그래도 애들 좀 놀게 내버려두지... 산과 들을 뛰놀게 만들어줘야할텐데.. 암튼, 결과가 어찌될지 궁금하긴 하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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