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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지 마세요

지난주 수요일 아침, 필리핀 노동자 두 사람이 센터에 찾아왔다. 문제는 공장내 폭행. 전날 저녁 술에 취한 공장장이 일하고 있던 두 사람을 때렸다. 괜히 일하는 사람에게 와서 불량 내지 말라며 시비를 걸었던 모양이다. 불량 아니라고 대답하자 이때부터 목을 조르고, 박치기로 눈을 때리고. 옆에서 그러지 말라고 한 사람한테까지 와서 주먹으로 때리고 박치기로 또 머리를 때리고. 이 사람들이 피해서 식당이며 기숙사 방으로 들어왔는데도 계속 쫓아오며 심한 욕설을 해댔단다. 한 사람의 목엔 목이 졸려 손톱 자국이 여러개 남아있었다. 또 박치기로 맞은 눈에는 흉터가 남지 않았다. 또 한 사람은 귀 뒤쪽을 맞았는데 흉터는 없었다. 상담을 한 뒤 사진을 찍어두고 두 사람을 병원으로 보내 진단서를 받아오게 했다. 한 사람은 흉터가 남아 진단서를 받아왔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받아오지 못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사업장 변경. 처음엔 이런 일이 있었는데 바로 사업장 이동 시켜주겠지 했다. 별 이상한 일이 다 생 겨도 사업주의 서명이 없이는 사업장 이동을 할 수 없는것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 고용허가제의 실체이다. 일을 시키지 않는 한이 있어도 사업주가 마음만 먹으면 서명을 하지 않은 채 못나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 피 말리게 하는 이놈의 법. 회사에 전화했더니 과장이란 사람이 전화를 받아서 당시 사건을 설명했다. 그 공장장이란 사람이 아주 만취해서 공장에 들어와 난동을 부렸고 한 사람을 때렸고 본인도 공장장을 말리다가 입술이 찢어졌노라고. 그러나 그것은 어쩌다가 생긴 일일뿐, 특별히 심각한 일이 아니라면서. 그 공장장은 너무 취해서 다음날 아침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두사람이 사업장 변경을 원한다고 했더니 정 그렇다면 옮기게 해줘야겠지만 우선 얘기부터 해보자고 한다. 센터로 오겠다고 해서 같이 만나기로 했다. 처음 두 사람은 회사 사람 어느 누구도 만나고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난 분명 이 둘이 회사 사람들과 얘기해야 할 문제이므로 함께 얘기해보자고 제안했고 결국 그렇게 하기로 했다. 과장 한 사람만 올 줄 알았더니 사장, (문제의) 공장장까지 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려운 발걸음으로 이곳까지 왔는데 기분 풀고 공장으로 돌아가자는 식으로 얘기했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잘해줬냐, 어떨땐 한국 사람보다 외국인들한테 더 잘해줄 때도 많았다며... 사실 공장장은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해서 두 사람의 방으로 가서 사과하려 했으나 두 사람이 전날 밤에 이미 떠나고 없더라고만 얘기했다. 그리고 나중엔 두 사람 표정이 영 누구러들질 않아 화가 났는지 자기가 그동안 쌓인 게 많아서 폭발한 것 같다며 이 두 사람 탓을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굳은 표정에 전혀 변화도 없이 그저 그들과 내 말을 들으며 이 공장에서 일할 생각 없다는 말만 했다. 사장이 그렇다면 5월 말까지만 일해달라고, 안그러면 사업장 변경 신고서에 서명해줄 수 없다는 협상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을 했다. 이렇게 공장에 나오지 않으면 무단이탈로 출입국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며. 헐.. 하루 이틀로는 신고 못하거든요. 대체 대화하러 온 사람들인지 의심스러워... 암튼 뭐, 결국 나는 다시 한번 이들과 얘기해보겠다며 돌아가시라고 해야했다. 두 사람과 나만 얘길 했다. 전혀 생각에 변화 없는 두 사람. 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흉터가 확실하게 있지만 또 다른 한 사람이 문제였다. 이는 내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서 가끔 생기는 문제인데, 나는 불안한 거다. 혹시라도 한 사람만 변경하고 또 한 사람은 못할까 봐. 미안하면서도 그들에게 5월까지만 일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고용지원센터에 사업장 변경을 위한 진정을 냈을 경우 한 사람만 받아들여진다면... 그러나 두 사람은 확고했다. 필리핀에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 공장에서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제발 우리를 도와달라고도 했다. 아....ㅜㅜ 이 둘에게 이 회사에서 일하며 좋았던 적 없었냐고 물었다. 그래도 3년 넘게 일한 회사인데... 그랬더니 단 한 순간도 없었단다. 저렇게 신사적으로 말하는 과장도 공장에서 일할 때에는 항상 입에 욕을 달고다닌다고 했다. 자신들을 그저 일하는 기계 취급밖에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자주 보아온 광경이었다. 회사에서는 몇년 간 같이 일한 이주노동자들이 그 회사를 아주 좋아하고 본인들을 존경할거라 생각하지만, 자신들이 가끔 하는 욕설쯤이야 별것 아닐거라 생각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그런 욕 때문에 가슴에 분노만 쌓아가고 회사 높은 양반들을 아주 경멸한다는 것. 그런데도 회사 사장들은 얘기하지, 이주노동자들이 배신한다고.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다음날 과장이 또 센터에 찾아왔다. 이 사람은 자꾸 나에게 저 이주노동자들 얘기만 듣지말고 정확히 사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듯이 얘기하며 5월 말까지만 일할 수 있게 설득해달라고 한다. 그래, 시도는 해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똑같았다. 결국 나와 이 필리핀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사업장 변경신고서에 서명해주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고용지원센터에 제출할 진정서를 작성했다. 최대한 자세히. 그리고 회사에 전화를 해 두 사람이 공장으로 돌아갈 생각 없으니 사장에게 얘기해달라고 했다. 부디 사업장 변경할 수 있도록 해주십사 하고. 안되면? 바로 고용지원센터로 진정 넣는거다. 대체 사장은 무슨 생각인지 5월 말까지 일하지 않으면 공장장이 경찰에 고소당하는 일이 있어도 사업장 변경은 못시켜주겠다며 똥배짱이다. 아마 이 두 사람이 재고용 되어 돌아온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일이 생겨 회사에 아쉬울 것 없으니 저렇게 나온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 이해가 안된다. 술에 취한 사람이 기계가 돌아가는 공장에 들어온 것 하며, 이렇게 말도 안되는 사람이 그 공장장으로 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괜한 배짱 부리는 것. 그리고 자기 아들이 이렇게 맞았어도 저렇게 별것 아닌 일이라 말할까. 한국 공장에서 일하려면 폭행에도 이렇게 무뎌져야 하는건가? 그것도 나이 드신 어르신이 세상 가르쳐주려는 시도였다고 감사하게 여기며? 여기-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을 모아 만든 스탑크랙다운의 노래. http://blog.naver.com/seefeelthink?Redirect=Log&logNo=40024329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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