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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4/23
    모든 건 하나의 우연에서 시작된거야.
    조르바
  2. 2009/04/22
    선생님 나이 많이많이~~(6)
    조르바
  3. 2009/04/13
    오...라일락!(2)
    조르바
  4. 2009/04/11
    한국에서 애 낳고 일도 하겠다.(6)
    조르바
  5. 2009/04/06
    그놈의 휴대폰이 뭐라고...(1)
    조르바

모든 건 하나의 우연에서 시작된거야.

그때가 언제였던가... 작년 1월 세계행동의날 집회 때였지. 나는 돌멩이와 함께 집회 장소로 향했고 풀과 꽃도 거기 있었어. 집회 무리 맨 뒤에 서있던 한 외국 여성에게 돌멩이가 물었지. '너 저 사람이 하는 말 이해하니?' '아니' 나중에 우리쪽으로 온 풀이 그녀에게 물었어. '혹시 우리 만난 적 있지 않니?' 그녀는 '글쎄다.. 없는 거같은데' 그때 다가온 꽃, '허.. 그게 바로 네가 여자들한테 작업 거는 방식이로군'이라며 한껏 비꼬았어. 이에 당황한 풀은 아니라며 변명했지만 그 후로도 얼마간 꽃에게 구박을 받아야했지. 이렇게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나와 이 유러피언 여성 나무는 두달쯤 후부터 더 친해 졌는데 이 친구 학교 얘길 들은 후부터 난 너무 흥분했고 이 학교 사회학&인류학과에 지원해보리라 다짐했지. 생각만 했지 준비는 별로 안했던 나였어. 10월이 되고 11월이 되자 영어셤 점수부터 연구계획서, 이력서, 글 샘플 등등을 준비해야 했지만 난 영어셤 점수부터 낑낑대고 있었지. 에휴..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에라~ 모르겠다 걍 해보자,이런 맘에 계속 가봤는데 다행히 영어 점수도 잘 나왔고 글 쓰는 것도 나무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쳤지. 겨우겨우 해서 3월에 지원했고, 그간 나무가 날 너무 칭찬해줘버려서(네 주제는 거기서 먹힐 수밖에 없다, 그간의 네 경력 너무 훌륭하다 등) 난 좀 기대는 하고있었지. 아~ 떨려 4월이 와버렸잖아...결국 이메일이 온거야. 내가 글자를 잘못 읽어서 full fellowship인 줄 알았는데 full tuition waiver였던거라. full fellowship이면 싹 면제에 용돈까지 나오는건데.. 그래도 이게 어디냐. 그 비싼 등록금 대는 건 상상도 못할 상황인데. 생활비만 대면 돼.. 그래서, 난 헝가리로 간다. 왠 공부? 진짜 공부 하고싶거덩~ 나같이 어중간한 애가 공부나 잘 할 수 있을까? 석사 후엔... 흠~ 계속 공부 하고싶은데... 왜 헝가리? 간지나잖아 ㅋ(이런 말밖에 못해 ㅋ) 내가 이런 시간을 보내는동안 돌멩이는 거북이섬에 다녀오더니 아기가 생겼고 풀과 꽃 역시 거북이섬으로 가더니 결혼을 해버렸네. 아이구머니나. 완전 놀랍게도 우리의 유러피언 나무, 결혼 얘기할때마다 썩소를 날리던 나무가 결혼을 결심해버렸구나! 나무와 나무의 그도 또 하나의 집회에서 만난 거잖아. ㅎ 아 무슨, 한국은 랜드 오브 매리지냐ㅋ 그 하나의 우연이, 우리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는구나. 결혼 축하해, 나무. 우리 부다페스트에서 결혼식 파티 잼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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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나이 많이많이~~

요즘은 센터 한국어교실 때문에 배꼽잡고 웃을 때가 많다. 센터 동료분이 이 분들을 가르치는데 요즘 나이 서른 넘어서 결혼 안했다는 사실로 놀림감이 되어버렸다. ㅋ 베트남 여성들이 가장 많고, 몽골, 중국 여성들 등이 있는데, 이 베트남 여성들이 몇마디 안되는 한국어 어휘 실력으로 아주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여기, 한국온 지 한달 된 탄. 탄: 선생님 남편 있으요? 쌤: 없어요.. 탄: 선생님, 나이 많이많이~. 남편, 빨리빨리~~ 막 이런다. 거기다 문제는 왜 결혼을 안했는지 뭐 그런 상황을 설명하기엔 그 분들 한국어실력이 안따라주기 때문에 그것도 못한다는 것. ㅋ 하긴, 스물두살에 이미 결혼한 탄이 볼 땐 이 언니들 이해 못할 존재들이겠지.ㅡㅡ; 어느날은 한국어 시간에 "돈 빌려주세요"라는 말을 가르쳐줬단다. 이랬더니 다음날 센터에 온 탄이 두둑해진 주머니를 가리키며 "돈 받았으요" 이런다. 남편한테 돈 빌려달라 말하고 받은 것이다. 대단해~! 배운 것을 써먹을 줄 아는 똑똑한 학생이로고. 또, 우리의 빡언니. 모두에게 빡언니라고 불리는 이 분은 성격이 너무너무 좋아서 인기가 참 많으시다. 늘 사뿐사뿐 뛰어다니는 이 언니는 모든 말 앞에 '아~'를 붙이고 '아~ 맛있' '아~ 맛없' 이렇게 말을 끝마친다. 오늘은 새로 온 사람을 사귀느라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서 나오질 않고 그 짧은 한국어로 중국인들과 얘기중이시다. ㅎ 아~ 귀여워... 2탄. 오늘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면서 아주 그냥 저 선생님이랑 나한테 남편 빨리빨리를 연신 외치고 가는 탄. 내가 "나, 남자친구 많아, 남편 없어도 괜찮아" 이랬더니 탄 아주 썩소를 날리며 "남편, 남자친구 노쌤쌤~" 이런다. 뭐, 결혼도 안해본 네가 뭘 알겠냐, 이런 표정이랄까. ㅋ 집에 가는 길에 우리가 "식사 많이 하세요~" 이랬더니 하는 말, "아니아니~ 밥 많이, 배뚱뚱"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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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일락!

바로 너였구나. 밤길 자전거 타고 횡단보도 옆을 지나던 내 발길을 멈춰 그 내음에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결국 한참을 멈춰서게 만다는 것이. 역시나, 봄은 색으로, 바람으로, 내음으로, 너무 많은 방법으로 날 구름 위에 뜨게 만들어버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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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애 낳고 일도 하겠다.

그녀와 만난 지 벌써 4개월이 되었다. 임신하고 직장도 잃고 절망에 빠졌었는데 다행히 체류자격 변경이 승인되었고 이제 행복하게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되었다. 베트남 여성인 T씨,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온 지 1년 반.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일을 하는 베트남 남성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임신을 했다. 헌데 이를 어쩌나, 회사에서 임신 사실을 알고 그녀를 해고시켜버린 것이다. 당시 그녀는 남편과 함께 우리 센터에 찾아왔고 해고를 막아달라고 했다. 그때가 임신 3개월째 되던 때였는데, 우리가 산전휴가를 내줄 수 없는지, 그녀의 고용상태를 지속시켜줄 수 없는지 물었지만 회사에서는 그저 해고 결정을 내려버렸다. 부당해고로 노동부에 진정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래봤자 복직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부당해고에 따른 한달분의 급여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용도 없었다. 여기저기 물어서 임신을 이유로 구직기간 연장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 후 고용지원센터에 전화를 해서 가능한지 물었더니 돌아온 말, "집에 돌아가라 그러세요". 참 나, 그래서 노동부 본부에 연락을 해보았다. 외국인정책과에서 이주노동자가 임신, 질병, 산재 등의 이유로 취업활동을 할 수 없을 때 인도적 차원에서 그들의 구직기간을 연장시켜줄 수 있다는 답변이 왔다. 그래, 이거야! 해고 뒤 구직기간 2개월이 흘렀을 때 고용지원센터에 공문을 써서 그녀에게 들려보냈다. 2개월 더 연장해달라 하고. 바로 전화가 오더라. 처음 전화를 받았던 그사람한테서. 전화통화때와는 달리 꽤나 협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기도 노력을 해보겠으나 출입국쪽과 아무 문제가 없는지 확인이 필요하니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일주일쯤 후 다시 연락을 해보니 이 사람의 (1년마다 갱신하는) 비자가 4월경 만료되기 때문에 고용지원센터에서 구직기간 연장을 해주어도 출입국쪽에서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말을 했다. 그러니 G-1(요양비자)로 체류자격 변경을 했다가 출산 후 다시 E-9(고용허가제)로 바꿔보란다. 후... 정말 쉽지않네. 왜 하필 비자가 이때 만료되냐... 사실 구직기간 때 비자가 만료되면 구직필증을 가지고 출입국에 가서 임시 연장을 받기도 하는데 또 안해줄라고 하네.. 결국 체류자격변경 신청서와 센터 공문을 썼고 이 여성과 센터 베트남출신 동료분이 그걸 가지고 함께 출입국사무소에 갔다. 임신을 이유로 체류자격을 G-1으로 변경해달라고. 또 전화가 온다. 출입국 창구 직원의 말, "지금 임신 7개월이네요. 저희가 9개월정도 됐으면 해드리겠는데 지금은 7개월쯤 됐고 비행기 탈 수 있잖아요. 돌아가도록 말씀해보시죠." 이런다. 그래서 '이 여성은 고용허가제로 온 거고 출산 후 일을 계속 하고싶어하니 변경을 수락해달라'고 말했다. 또 안되나보다하고 체념한 후 다음날 동료분과 얘길 하는데, 나랑 전화통화를 한 후 출입국 직원이 변경해주려고 했단다. 그런데 남편의 등록번호를 물어서 말을 하니 "남편, 불법이네요? 가세요" 이러더란다. ㅡㅜ 황당했다. 남편의 체류자격을 변경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비자가 있는 이 여성의 자격변경을 신청한 것인데 왜 남편 체류상태가 영향을 끼친단말인가! 대표와 상의를 했고 다시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안되면 국민권익위원회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보자고. 비장한 각오로 출입국 과장에게 연락을 해보았더니 또 놀랍게 자기 직원들이 너무 열심히 일을 한다(원칙을 너무 지킨다)며 찾아오라고 한다. 앗싸~! 이번엔 이 여성과 내가 직접 갔다. 담당 실무자중 좀 높은 사람이 과장실로 왔고 우리를 데려갔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기다리는데 결재가 오후에나 나겠다며 돌아가라고 하네. 그리고 몇시간 후 나에게 전화를 해서 결재 났다고, 설명도 듣고 등록증도 받으러 오란다. 됐다, 됐어!!!! 다음날 이 여성은 다시 출입국에 가서 맡겨둔 등록증과 여권을 받아왔고, 등록증 뒷면에 보니 체류자격이 G-1으로 변경되어 7월까지 유효하다고 적혀있었다. 1회에 걸쳐 두달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하니 출산하고 한달쯤 연장하면 되겠구나. 아... 너무 기쁘다 정말. 잘됐다, 잘됐어... 여러가지가 겹쳐서 많이 돌아 목적지에 도착한 느낌이다. 분명 고용지원센터에서 끝낼 수 있었을 문제가 아니었나싶다. 비자를 임시연장하는 선에서 말이다. 이쪽에서 몸을 좀 사린듯한 느낌이다. 아마 두번쯤은 더 해야 할 구직기간 연장이 부담스러웠겠지. 이 여성도 마음 고생 많이 했을거다. 자기 친구도 똑같은 상황에서 연장이 됐다는데 왜 나는 이렇게 잘 안되나... 거기다 어쩜 비자가 또 4월에 만료되냐.. 개인의 임신, 출산 이런 문제마저도 법이라는 제도 때문에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통탄스럽기만 하다. 일하러 온 사람은 임신하면 안된단 말밖에 안되지 않는가! 일 안할거면 니네 집에 가! 이런 식이니... 그리고 여성의 체류 자격 변경신청에 남편의 체류 자격이 영향을 끼치는 것, 이해하기 힘들다. 내 친구들 말대로 "미혼모예요" 혹은 "술 먹고 모르는 남자랑 자서 생겼어요"라고 말해야 한단 말인가? (ㅋ) 암튼 잘 해결되었고 이런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선하고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싶다. 정말 외국인 혼자서 하는 게 불가능할테니. 정말 다행이지. 잘됐다, 정말...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는다. 갈 길이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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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휴대폰이 뭐라고...

부모님 생신잔치를 위해 고창에 다녀왔다.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지금도 배꼽 잡게 만드는 한 가지, 바로 내 큰 조카 이야기다. 큰언니의 큰아들인 이 아이는 운동을 아주 좋아한다. 특히 축구. 이 녀석은 언니가 태교할 때부터 시작해 갓난아기를 거쳐 늘 잠들기 전 책을 읽어주었는데도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공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기는 이 아이. 책은 완전 수면제 노릇만 한 것이었던가?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는 친구들 다 갖고있는 휴대폰이 너무 갖고싶었다. 엄마에게 휴대폰을 사달라고 하자 애 엄마가 조건을 내건다. 4월 중순에 있을 시험에서 95점을 넘을 것. 헉! 만만치 않은 점수의 벽. 그 후로 나름 공부를 해보겠다고 책상 앞에 앉아본다. 헌데 공부는 잘 되질 않고.. 어느날 수학 문제를 풀던 녀석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더란다. 엄마가 왜 우냐고 묻자 "다른 애들은 엄마들이 다 휴대폰 사주는데 난 왜 시험이라는 조건이 붙는거냐고" 하더란다. 엉엉...T.T 문제는 안풀리고 엄마가 원망스럽고 그랬나보다. 또 그러던 어느날. 큰언니가 애 방을 들여다보는데 애가 넙죽 엎드려있더란다. 쟤가 뭐하나.. 감도 못잡고있는데 동생이 "형, 또 저런다, 또 저래" 이러더란다. 뭐하냐고 묻자 침대맡에 있는 세계지도를 향해 기도를 하는 거라고 했단다. 푸하핫 그런데 다음날엔 방법을 조금 바꿔서 완전 '비나이다 비나이다' 버전으로 양손바닥을 비벼대며 절을 하고 있더란다. 완전 옛날 여성들이 물 떠놓고 신께 빌듯이. 아... 얼마나 마음이 급했으면 공부를 포기하고 세계지도에 기도를 올렸을까? 불쌍한 내 조카. 정말 휴대폰이 갖고싶긴 했나보다. 또, 정말 애들은 자기 힘으로 할 게 별로 없으니 엄마에게 처절하게 빌붙는 수밖에 없겠구나...싶기도 하고.. 엄마, 그 엄청난 권력의 이름이여! 사실, 휴대폰이 얼마나 필요할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친구들이랑 매일매일 만나면서. 내가 요즘 초딩들의 일상을 알 길이 없으니 이런 말 하는 거겠지만..;; 큰언니에게 애들한테 공부는 휴대폰 받기 위한 방도가 되어선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는데, 좀 미안하긴 하네.. 그래도 애들 좀 놀게 내버려두지... 산과 들을 뛰놀게 만들어줘야할텐데.. 암튼, 결과가 어찌될지 궁금하긴 하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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