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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天空)의 표주박’, 전시 마감 임박! (2004.08.08.)

[텃밭이야기] ‘천공(天空)의 표주박’, 전시 마감 임박!

 

텃밭에 오거나, 혹은 지나가는 분들이 항상 의아해 하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텃밭 한가운데 초롬이네 밭에 있는 구조물입니다.

정확하게 측정해 본 것은 아니지만 높이가 2.5m 정도되는 각목 구조물에 호박잎 같기도 한 잎들이 현란하게 위로 솟구치는 '무엇'입니다.

 

저는 오늘까지도 그것이 호박인 줄 알았는데, 초롬 아빠가 표주박 2개를 따는 것을 보고서야 그 잎들이 표주박잎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그 구조물이 ‘천공(天空)의 호박’이라는 예술작품인 줄 알았고, 워낙 '묻지마 농장'이라 물어 볼 엄두조차 내고 있지 않았는데, 오늘 초롬 아빠가 표주박 2개를 따내는 것을 보고서야 농사를 짓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저희같이 아둔하거나 굳어있는 머리로는 시도는 커녕 상상조차도 못할 기발한 농법에 감탄 외에 다른 할 말을 잃어 버렸습니다.

다만 그 거대한(?) 구조물에 아직까지는 표주박이 2개만 달랑 달려 있었다는 점만이 아쉬웠을 따름입니다.

이 전무후무한 농법으로 제작된 ‘천공(天空)의 표주박’ 작품이 얼마 안있어 철거됩니다.

8월 중에 텃밭 전체를 갈아 엎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빠들 몇이서 하루종일 텃밭 잡초를 거의 정리했습니다.

몇 주간에 걸친 장마로 키만큼 자란 잡초 때문에 텃밭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오늘 작업으로 이제 안심하시고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상반기 농사의 마지막 수확물들을 빨리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정리되는데로 가능한 8월 중에 밭 전체를 갈아 업겠습니다.

 

거름하고 로타리치려면 비용은 가구당 1~2만원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농사는 대체로 배추나 무우을 심는다고 합니다.

가능한 8월 중에 심어야 배추도 속이 찬다고 합니다.

시금치, 파 등을 심겠다는 분도 계십니다.

서둘러서 텃밭 정리를 마쳐 주시기 바랍니다.

 

참, 그동안 잡초 속에 묻혀 있던 목화가 자태를 드러냈으니, 항아리 선생님도 목화를 어떻게 하실지 빨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가을 농사도 농사지만, 평생에 한번 볼까말까한 ‘천공(天空)의 표주박’이라는 작품 전시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혹시 그간 이 작품을 보지 못했거나, 봤더라도 작품인줄 모르고 지나치셨던 분들은 빨리 텃밭에 와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관람료는 따로 없고, 작품의 예술성에 심취하신 분은 초롬 아빠께 막걸리 한잔이라도 사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표주박이 2개밖에 열리지 않은 점에 대해 위로해 주시는 것도 잊지마시길 바랍니다.

 

이상 '묻지마 농장'에서 알려드렸습니다.

 

2004.08.08.

세곡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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