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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산 ‘태백산’ 산행

역사와 산 ‘태백산’ 산행

 

2012.6.10. 05:00~12:00

화방재 -> 유일사쉼터 -> 천제단 -> 문수봉 -> 당골

 

초여름 태백산 산행.

날씨도 적당했고, 내 체력에 7시간 산행도 적당했다.

철쭉이 져버려 아쉬웠지만, 천제단에서 문수봉에 이르는 능선길의 아름다움!

집으로 돌아온 뒤 문득 드는 생각.

집에 있는 벽장문을 열면 곧바로 태백산 능선길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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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산'과 함께 무등산둘레길과 망월동묘역 다녀오다.

5.13. 오래간만에 ‘역사와산’과 함께 무등산둘레길과 518망월동묘역에 다녀왔다.

거의 3년만의 산행이었다.

다행히 둘레길이라 낙오 않고 걸을 수 있었다.

5.18.망월동묘역은 25년만이다.

1988년 4월에 동료들과 울산으로 하방하면서 들른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벌써 25년 세월이 흘렀다.

 

조금은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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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구간종주3] '한계령'에서 ‘마등령’거쳐 '백담사'까지

백두대간 구간종주기3(2008.11.02.)

'한계령'에서 ‘마등령’거쳐 '백담사'까지

 

 

<“이래서 ‘설악’이구나!!!”, 사진_반듸불>

 

"무박은 미친 짓이다!"

 

“무박은 미친 짓이다!”

11월 1일 22:00, 범계역에서 일행 분들과 봉고차에 올라,

3번째 구간 종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에 잔뜩 긴장해 있을 때,

어느 분이 한 말이다.

지금까지 설악산 무박 등반을 여섯 차례 했는데,

밤에 산을 타서 한 번도 설악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면서 한 얘기다.

“그래, 미친 짓이지. 근데 왜 또 무박 등반을 할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11월 2일 01:30쯤,

인제 근처에 있는 이름 모를 휴게소에서 간단하고 신속하게 야식을 먹고,

차에 올라 짐을 챙기자마자 02:30에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재빨리 배낭을 짊어지고 차에서 내렸는데,

선두는 벌써 저만큼 올라가고 있다.

숨돌릴 겨를도 없다.

 

 

<이런 휴게소가 있었는지조차 몰랐는데 ---, 사진_수담>

 

거센 바람만이 설악이 거기 있음을 알려주고

 

한계령 휴게소에서 중청(1676m)까지는 대략 7.7km다.

능선따라 오르는데, 바람은 불었지만 생각보다 맵지는 않다.

후미에서 7~8명이 어둠을 가르며 설악을 오른다.

한 30여분쯤 올랐을까, ‘이른 아침’ 왈,

“벌써 후회되지?”

 

<“그래, 첫걸음 떼자마자 후회된다”, 사진_수담>

 

전날 기상 예보에서는 대청봉에 눈이 왔고,

새벽기온이 -2도(체감온도는 -6도)될 거라고 해서 아이젠까지 챙겼는데 ---.

 

몇 시간을 끙끙 오르는데,

설악은 칠흙같은 어둠에 뒤덮혀 있고, 안개마저 산을 감싸고 있다.

어둠과 안개 때문에 숲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오를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모두를 삼킬 듯 부는 바람소리만이 숲이 거기에 있음을 알려준다.

단잠을 깨우는 불청객들에 대한 설악의 분노인가?

새벽이 오면서 깨어나는 설악의 야성인가?

검은 먹구름까지 가세해서 설악은 울부짖는다.

능선을 지날 때면 몸마저 가누기 힘들어진다.

 

새벽 6시쯤 끝청(1604m)에 도착. 3시간 30분만이다.

안개와 먹구름 사이로 멀리 귀떼기청봉(1577m)이 보인다.

 

<끝청에서 ‘청계산기슭’, 힘들어도 사진 찍을 때는 입을 다물어야겠다. 사진_이철호>

<끝청에서 ‘이른 아침’, 저 여유있는 모습. 사진_박성인>

 

‘중청3거리’에서

 

끝청을 지나 소청, 중청을 향하자,

여명과 함께 갑자기 하늘은 맑게 갠다.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멀리 대청봉에서 해가 얼굴을 내민다.

수줍어하지도 않고, 강렬하게.

 

<대청봉에서 구름을 밀어젖히며 떠오르는 해, 사진_생큐>

 

06:50, 중청3거리에 도착.

바로 아래 중청대피소가 있다.

 

 

<중청대피소, 사진_강나루>

 

여기서 대청봉까지 갔다오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후미라고 해야 ‘청계산 기슭’과 ‘이른 아침’, 두 부부, 그리고 후미대장.

아침식사는 희운각대피소에서 하자고 이미 지침이 내려져 있었고,

대청봉 다녀오자는 소리는 입밖에도 내지 못한다.

아니 그럴 자신도 없다.

망설일 틈도 없이 방향을 왼쪽으로 튼다.

 

“이래서 ‘설악’이구나!”

 

 

<설악의 진면목,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다. 사진_이철호>

 

중청3거리에서 마등령 방향으로 틀어 고개 하나를 넘는 순간,

시야가 갑자기 달라진다.

“아! 이래서 ‘설악’이구나!!!”

사방으로 기암절벽과 능선이 겹겹이 쌓여 있다.

 

사실 ‘설악’은 처음이었다.

한라산, 지리산 --- 그리고 2007년 1월에 금강산까지 갔었지만

‘설악’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첫 대면이다.

‘설악’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용아장성능선, 공룡능선, 그리고 멀리 울산바위까지.

 

 

<설악의 능선, 사진_이철호>

 

<설악의 능선, 사진_반듸불>

 

<설악의 능선들, 사진_반듸불>

 

놀란 눈을 거두고,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추스르고,

희운각 대피소(1,050m)를 향한다. 1.3km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무릎은 고통스럽지만, 설악을 바라보는 눈은 즐겁다.

 

<희운각대피소, 사진_박성인>

 

대청봉까지 다녀온 일행과 함께

희운각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자마자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08:05이다.

공룡능선을 거쳐 마등령까지는 5.1km다.

 

공룡의 등에 올라타서 기어서 가기

 

 

<공룡능선, 사진_강나루>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공룡의 등을 타서, 오르내리길 몇 차례 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다.

오를 때는 기었고, 내려갈 때는 주춤했다.

‘이른 아침’도 이 구간은 처음이라고 했다.

공룡능선은, 그 아름다움을 멀리서 보는 것은 허락했지만,

자신의 등을 밟는 것은 쉽게 용납하지 않았다.

후미는 ‘이른 아침’과 ‘청계산기슭’, 둘만 남았다.

날아가도 시원치 않을 판에, 후미대장은 지진아 둘을 챙기느라

걸음은 물론, 마음도 시커멓게 탔을 거다.

 

<공룡능선, 어느 봉우리에서 ‘청계산기슭’, 사진_이철호>

 

<공룡능선, 어느 봉우리에서 ‘이른 아침’, 사진_박성인>

 

나중에 알았지만,

이 코스가 가장 힘든 코스라고 한다.

그래서 후미대장은 헉헉대며 간신히 발걸음을 옮기는 ‘청계산기슭’에게 이렇게 말했다.

“공룡능선을 등반했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다 놀랄거라”고.

그러나 그건 나중의 일.

먼저 놀란 것은 양 무릎.

가끔씩 능선의 봉우리에서 설악 한 번 쳐다보며 ‘탄성’을 지를 뿐,

어떻게든 공룡의 등 아래로 내려가기만을 간절하게 바란다.

 

공룡능선과 나란히, ‘용아장성龍牙長城’이 보인다.

설악에서 가장 위험하고 운치있고 빼어난 암봉을 가진 능선이라고 한다.

용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23개의 암봉들이 연이어 성처럼 길게 둘러쳐있다는 뜻이다.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사이는 ‘가야동계곡’이다.

 

 

<공룡능선보다 더 험하다는 ‘용아장성’, 사진_생큐>

 

간신히, 그야말로 간신히

 

마등령(1,327m) 밑에 도착한 시간,

아니 잠깐 스치고 지나간 시간이 12:10이었다.

오른쪽으로는 세존봉(1,025m)을 거쳐 비선대, 신흥사이고,

왼쪽은 오세암과 영시암을 거쳐 백담사이다.

오세암까지는 1.4km, 영시암까지는 3km, 백담사까지는 7.4km다.

헉, 벌써 12시가 넘었는데

지금 이 상태로 얼마나 걸릴건가.

눈 앞이 캄캄하다.

계속 내리막길이어서 무릎이 견뎌내지 못할 것 같은데 ---

 

<마등령 밑 표지판, 사진_반듸불>

 

오세암까지는

가파른 계곡이다.

후미대장이 앞에서 가다가 기다리다가 하면서 이끈다.

‘이른 아침’은 먼저 갔다. 혼자다.

13시 조금 넘어 오세암에 도착.

 

<오세암, 사진_반듸불>

 

백담사의 부속암자인 오세암五世巖은 643년(선덕여왕 12) 자장율사가 지었고, 다섯살된 아이가 폭설 속에서 부처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는 전설이 있어서 '오세암'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전설을 바탕으로 《샘터》의 편집자이자 동화작가인 故정채봉선생이 1983년에 동화 <오세암>을 썼고, 동화를 원작으로 에니메이션도 만들어졌다.

에니메이션을 언제가 본 적이 있다.

그 오세암을 직접 갔다.

아니 거쳤다.

 

백담사로 내려가는 길

 

다시 14:10에 영시암에 도착.

후미대장에게, “지금 속도라면 2시간도 더 걸릴 것 같은데

기다리는 동료를 생각하면 어떤 조치라도 ----“

후미대장 왈,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 많이 기다릴테니 ---”

다행히 영시암에서 백담사까지 4.1Km는 평지였다.

14:15에 영시암을 출발하여 백담사까지 4.4km를

정신없이 걸어서 15:10에 도착했으니 ---.

오세암과 영시암에서 백담사에 이르는 길을, 계곡을, 단풍을,

그 아름다운 경치들을 채 음미하지도 못하고 뒤로 하다니 ---.

얼핏 스치고 지나쳤던 경치를 사진으로나마 다시 음미할 수밖에.

 

<백담사로 내려가는 길, 사진_반듸불>

 

 

<백담사 가는 길 옆 계곡, 사진_생큐>

 

 

<다람쥐들이 많다. 사진_반듸불>

 

백담사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봐서 영시암이나 오세암에 가는 것 같다.

노부부도 보이고, 아이까지 동반한 일가족도 보인다.

이 길은 설악산에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올라가면서 봐야 제맛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겁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백담사의 단풍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길과 함께 흐르는 계곡이 정겹다. 사진_ 반듸불>

 

 

<후미대장이 ‘아름답다’며 쳐다보라고 한 단풍, 사진_산초>

 

 

<단풍, 단풍, 단풍들---, 사진_산초>

 

15:10, 백담사에 도착.

백담사는 둘러볼 겨를도 없다.

벌써 용대로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행렬이 다리끝까지 이어져 있다.

 

 

<사진으로만 보는 백담사 입구, 사진_아침>

 

기다리던 우리산악회 일행에 새치기로 껴서

15:30에 버스를 탄다.

사실 다행이라는 생각 때문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버스 타고, 계속을 돌고 돌아 6~7km를 내려오니,

마침내 용대리 입구.

16:00가 다됐지만, 어쨌든 도착했다.

 

 

<마침내 도착!!!, 사진_산초>

 

“계속 이런 산행 해야하나” -> “다음 산행은 어떻게 되지?”

 

16:30 버스 출발.

설악에 작별인사도 못하고 정신없이 잠을 자는데,

양쪽 무릎 통증 때문에 별 생각이 다 든다.

출발할 때, 수암대장이 왼쪽 무릎테이핑을 해줘서 그나마 나았는데,

오른쪽 무릎은 말이 아니다.

“계속 이런 산행을 해야 하나 ---.”

중간 휴게소에서 후미대장 왈,

“지금 관두면 안 된다. 최소한 10번 정도는 해야지---”

 

홍대장에게서 진통제 두 알을 받아 먹었더니

무릎통증이 조금 가라앉는다.

그러자 생각이 조금씩 바뀐다.

“다음 산행은 어떻게 되지?”

구룡령에서 쇠나드리까지는 다행히 ‘흙산’이라고 한다.

20km정도인데 무척 지루하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흙산’이어서.

 

그리고 ‘마당쇠’에게 전화를 돌린다.

 

“22:00쯤에 범계역에 도착하는데 한 잔 하셈.”

 

 

<계곡에서 바라본 설악, 사진-이철호>

 

그리고, 마지막 하나 기억하고 싶은 것.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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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구간종주2] '한계령'에서 '옛조침령'까지

백두대간 구간종주기2(2008.10.19.)

'한계령'에서 '옛조침령'까지

 

"산길을 따라 걷는 이 시간 모든 것이 아름답다"

 

 

 <산길을 따라 걷는 이 시간 모든 것이 아름답다. 사진: 수담>

 

산악회 홈페이지 맨 위에 있는 글이다.

이 글은 글 자체로만 해도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두 번째 산행을 해보니 그게 아니다.

산이 누구에게나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 ‘내게는’ 그 뒤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꼴찌를 면할 수 있을 때---.”

이번에는 좀 다를까 했는데, 역시 꼴찌다.

간신히 도착해보서 보니, 선두와는 2~3시간 차이가 났다.

아~ 언제 먼저 도착해서 여유있게, 아니면 “왜 빨리 안와”하면서

일행을 기다려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산악 게릴라처럼---

 

숨 돌릴 틈도 없었다.

01시 50분경, 한계령 어디엔가 도착하자마자

산을 오른다.

첫 번째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출발부터 뒤처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뒤편이다.

다행히 날씨는 맑고, 기온은 가을답게 덥지도 차갑지도 않다.

한 시간 가량, 암릉 구간을 오른다.

사실 이건 차라리 쉽다.

 

 

<암릉을 오르며, 사진:이철호>

 

앞서간 일행들의 헤드랜턴이 별빛처럼 흔들린다.

잠깐 고개를 쳐들면 밤하늘에는 달빛과 몇몇 익숙한 별자리가

무심히 우릴 쳐다보고 있다.

멀리 한계령이 내려다 보이고,

가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날이 밝았으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을 단풍과 암릉과

멀리 있는 산들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

오밤중의 불청객들에게

숙면의 시간을 뺏긴 한계령은

가끔 차가운 한숨을 뱉어낸다.

 

4시 40분경,

망대암산(1236m)에서 짐을 잠깐 풀어

드러누었다.

 

<망대암산 표지, 사진:산초>

 

온갖 잡생각

 

점봉산(1424m)까지는 완만한 능선이다.

새벽 5시 30분 즈음에 점봉산에 도착했다.

아직 동이 트지는 않았지만,

어둠속에나마 멀리 산들의 윤곽이 드러난다.

 

 

<점봉산에서>

 

잠깐 앉았다가

다시 단목령을 향한다.

단목령까지는 6.2Km다.

옛날에는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데 더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힘들었다.

왼쪽 무릎 통증 때문이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왼쪽 무릎이

통증을 호소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걷고 싶지만

통증을 떨쳐버리려

이 생각 저 생각, 온갖 실없는 잡생각을 떠올린다.

“산도 인생처럼 결국 자신의 짐은 자신이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하는 건가?”

“아니, 그래도 ‘우리’라는 게 있는데 ---”

“어디까지 ‘나’이고, 어디까지 ‘우리’인가?”

“혼자 가는 건가? 함께 가는 건가?”

 

이런 잡생각을 비웃는듯

단풍숲 사이로 여명이 조금씩 밝아온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을 따라

아침해도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 한다.

 

<단풍숲 사이로 밝아오는 여명, 사진: 산초>

 

길이 나를 이끈다

 

끝없이 걷고 또 걷는다.

내가 길을 걷는 게 아니다.

길이 나를 이끈다.

내려갈수록 산은 어둠 속에 감춰두었던 단풍을 드러낸다.

온통 빨갛고, 온통 노랗다.

 

<세상 모든 물감을 뿌려놓아도 이 보다 더 붉지는 안을 단풍, 사진: 산초>

 

가끔 단풍숲 사이로

산죽=조릿대도 모습을 내민다.

 

 

<조릿대 사잇길, 사진: 물안개>

 

<점봉산 내려오는 길에서 ‘이른아침’, 사진: 박성인>

 

단목령에서

 

아침 8시 5분경에 간신히 단목령에 도착했다.

 

<단목령에서 ‘청계산기슭, 사진: 이철호>

 

잠깐 숨을 돌리고 있는데

후미대장이 배낭 두 개를 짊어지고 내려온다.

우리보다 뒤쳐진 일행의 배낭이다.

참 대단하다. 아무나 대장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나중에 홈페이지를 보고 알게 된 사실.

선두 그룹은 날도 밝지 않았는데 단목령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마 우리 일행이 점봉산 정상에 있을 때

이미 이곳을 지나간 듯.

 

 

<이해가 안된다. 아직 날도 밝지 않았는데 단목령이라니---, 사진: 수담>

 

근처 개울에서 라면을 끓여 아침을 해먹고

다시 배낭을 짊어진다.

 

“걷다보니 줄어드네”

 

다시 조침령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조침령까지는 9.9Km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직 채 반도 지나지 않았다.

 

길은 오솔길이고, 가파르지 않아

정겨웠지만,

너무 길었다.

이 길이 2~3Km 정도만 됐으면

걸음이 얼마나 가벼울까?

근데 같이 걷던 ‘이른 아침’ 왈, “어, 걷다 보니 줄어드네?”

 

 

<빨강과 노랑과 녹색과 ---모든 색들의 어우러짐. 인간도 그럴 수 있을까? 사진: 불루문,>

 

북암령을 거쳐

걷고, 또 걷고

또 걷고, 또 또 걷고

 

 

 

 

조침령에서 옛조침령까지

 

걷다보니 길은 줄어들어

13시 5분에 조침령 관망대에 도착.

다 와간다고 생각하니 보이지 않던

산도 보이고

 

 

<조침령 근처에서 바라본 단풍산의 절경, 사진: 하나비>

 

조침령 관망대에서

마지막 숨도 고르고

 

 

<조침령 관망대에서 ‘이른 아침’, 사진: 박성인>

 

 

<조침령 관망대에서 ‘청계산 기슭’, 사진: 이철호>

 

그래도 진동계곡 옛조침령까지는

다시 3Km를 더 가야.

길은 다시 우리를 불러 일으키고

 

 

<조침령, 사진: 산초>

 

 

<조침령에서 옛조침령으로 난 길, 사진:물안개>

 

드디어 ‘옛조침령’에 도착하다!

 

다시 정신없이 걷고 또 걸어

어떻게 걸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내려오다 보니

멀리 억새 사이로 옛조침령과 쇠나드리교가 보인다.

 

<억새 사이로 보이는 옛조침령과 쇠나드리교, 사진: 물안개>

 

14시 30분, 마침내 도착했다.

한계령에서 출발한 지 12시간 40분만이다.

족히 25Km는 된다고 했다.

돌아오는 차에서 홍 대장께서,

이 구간이 백두대간 무박코스에서 가장 긴 구간이라고 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신 일행분들에게 미안했지만

그래서 다음에는 꼴찌는 면해야 한다고 거듭 거듭 다짐하면서

염치없이 급히 점심을 먹고, 쇠나드리교 아래 물가에서 간단히 몸을 씻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15시 10분에 출발했고

옛조침령에는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한 채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꿈인지 현실인지, 잠결에 몇 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 ‘이른 아침’이 사진을 조금만 더 잘 찍어 주었으면 좋을텐데, 그리고 사진기도 좋았으면 ---

--- 오늘 다른 일정 때문에 빠진 ‘마당쇠’가 이번에 일정이 바뀌어서 가장 어려운 코스를 등반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기뻐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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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구간종주1] 진부령에서 화엄사까지

백두대간 산행기1(2008.10.04.~05.)

진부령 고개에서 화암사(미시령)까지

 

첫발을 내딛다

<진부령 고개 - 백두대간 출발에 앞서, 사진:이철호>

 

 

<진부령 고개 - 백두대간 출발에 앞서, 사진:이철호>

 

사실 얼떨결에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90년대 초에 백두대간 종주 꿈꿨고, 15년 넘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나이도 있고 해서 더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거듭 다짐하다가

마침내 결심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지다 ‘경기우리산악회’를 만났다.

그렇게 첫걸음을 뗐다.

 

새벽 2시경 인제의 어느 휴게소에서 먹은 시레기국과 김치는

뭐랄까, 무박산행의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면모를 보는 것 같았다.

“바로 이거다.” 무릎을 쳤다.

경험은 복잡할 수 있는 것을 아주 단순하면서도 매끄럽고 부드럽게 한다.

 

무모한 도전?

 

 

<새벽 안개 사이로, 사진: 초록이>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나고 뼈저리게 느끼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벽 3시 진부령 고개에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산에 오르는데

숨은 벅차오르고, 두 발은 점점 무거워지고 ---

아 이런 걸 이른바 ‘사점(死點)’이라고 하는구나.

“너무 준비를 안했구나. 되돌아 갈 수도 없고. 다시 결심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죽자 사자 뒤따라 잡았다.

후미 대장은 그럴 필요없다고 천천히 가라고 하지만

한번 뒤처지면 끝내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새벽에 마산봉을 오르며, 사진: 수담>

 

내려가는 게 더 두려운 ---

 

마산봉으로 올라가는 사방은 칠흙같이 컴컴한데---

해드렌턴이 비친 길만이 새벽 안개를 뚫고 다가온다.

계속 오르길 두시간 반 여만에 드디어 내리막길이다.

그런데 내려가는 게 더 두렵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산은 새벽 안개 속에서 모습을 조금씩 내밀고, 사진: 좋은친구>

 

6시 30분 병풍바위 직전에서 아침식사.

동은 이미 터서 단풍에 물든 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지만

구름에 덮힌 산은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보여주길 꺼려한다.

 

 

<병풍바위 앞에서 아침식사, 사진: 수담>

 

걷고, 또 걷고

 

7시에 다시 출발.

한걸음 한걸음씩 사부작 사부작, 호흡을 가다듬으며.

숨가쁘게 걷다 잠깐 스친 붉고 노란 단풍들이

눈길을 붙잡지만

채 음미할 틈도 없이 걷고 또 걷고 ---

 

 

<그림같은 단풍, 사진: 초록이>

 

7시 50분경에 대간령(큰새이령)을 지나치고 가는데

8시 반쯤 갑자기 비가 내려

비옷을 뒤집은 쓰고

무릎에 쥐가 난 이치열을 뒤로 하고

다시 신선봉을 향해 오른다.

그리고 다시 10시 20분에 상봉(1244m) 도착.

<상봉에서, 사진: 이철호>

 

홀딱 빠지다

 

상봉에서

숨돌릴 틈도 없이 다시 하산하기 시작.

 

<상봉에서, 사진: 하나비>

 

드디어 이제 오를 건 다오르고 내려가는구나. 드디어.

내려가다

너덜바위 근처에서

뒤따라오는 일행과 만났는데

이치열이 발에 난 ‘쥐’ 때문에 초죽음.

 

 

<상봉에서 내려오다가, 사진:하나비>

 

그래도 하산으로 생긴 여유 덕택에

안개인지 구름인지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단풍든 산에 홀딱 빠지기도 하고.

 

 

<빨갛게 물이 오른 단풍, 사진: 산초>

 

꼴찌지만 ‘알탕’도 하고

 

미시령 400여m 못 미쳐

화암사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내려가고 또 내려가도 끝이 없다.

 

간신히 2시쯤에 주암을 거쳐 화암사에 도착. 다시 걸어서 버스까지.

도상으로 14.25Km라고 하지만 18Km는 족히 걸은 듯.

하루동안 이렇게 오래, 길게 등산해 보기는 처음.

 

 

<화암사 근처에 있는 주암, 사진: 산초>

 

일행은 이미 다들 와서 전체 사진까지 찍어 출발준비를 하고 있고,

당연히 지진아 3인은 전체 기념 사진에 끼지도 못하고.

다음번에는 전체기념 사진에 꼭 끼어야 한다고 굳게 다짐도 해본다.

 

<화암사 입구에서 전체 기념사진, 사진: 산초>

 

그래도 서둘러 점심을 먹고

주변 천진천에서 몸을 씻으니(‘알탕’)

몸과 마음이 깨끗하게 씻긴 듯 개운.

바로 이 기분이구나. 이 맛이구나.

11시간 반동안의 힘든 기억도, 피로도

천진천의 차가운 물에 씻겨 가고.

버스에 오르니 오후 3시.

범개역에 도착하니 오후 8시 30분.

 

<하산후 막걸리와 함께 점심식사, 사진: 반디불>

 

“다시 산에 오르다. 살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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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산-'역사와산'과 함께 다녀오다

 

천관산-'역사와산'과 함께 다녀오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역사와 산'(171회)과 함께 전남 장흥에 있는 천관산에 다녀왔습니다.

2008년 10월 11일(토) 밤 10시 30분에 출발,

12일(일) 새벽 6시 30분에 도착 후 11시쯤까지 대략 4~5시간 가볍게 산을 오르내렸습니다.

 

<중턱에서 억새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과 남해, 사진;김기헌>

 

높이가 723m 정도되는 아담하고 이쁜 산입니다.

이런 산이 동네에 있다면 매일이라도 올랐을 겁니다.

능선으로 오를 때 눈앞에 남해 바다가 훤하게 보이고, 산등성이에는 한참 억새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정원암에서 바라본 천관산, 사진;김기헌>

 

1시간쯤 오르다 정원암 조금 못미쳐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사실 오래간만이라 아침식사를 싸와야 한다는 걸 몰라서

빌붙어 먹었습니다.

산에서 먹는 밥은 진짜 꿀맛입니다.

그것도 빌붙어 먹는 밥은 더욱 꿀맛입니다.

 

 

<중턱에서의 아침식사, 사진;김기헌>

 

연대봉에 서면, 멀리 소록도도 보이고, 두륜산과 주작산도 보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라도의 정감어린 산의 풍취를 보여준다”고.

 

 

 

<연대봉에서, 사진;김기헌>

 

천관산 가을 억새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만 때쯤, 억새를 보러 천관산으로 많이 온다고 합니다.

사실 그랬습니다.

내려올 때,

산을 오르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산등성이에 있는 억새들>

 

억새풀 사이의 산등성이길을

둘째 현이와 함께 걸으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현이가 히말라야 등반을 꿈꾸고 있고, 암벽 등반을 원한다는 것을.

그것도 한방에 하고 싶다는 것을.

현이에게 얘기했습니다.

“세상에 한 방은 없다. 세상은 준비한 사람에게만 기다려 준다”고.

현이가 이 말뜻을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함께 산을 오르고, 함께 얘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즐겁습니다.

 

 

<산등성이 억새길을 현이와 함께 걸으며, 사진;김기헌>

 

환희대는 연대봉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산아래를 내려다 보면

왜 이름이 환희대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면, 멀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습니다.

 

 

 <환희대에서 마당쇠와 함께, 사진;김기헌>

 

<환희대에서 김기헌, 사진;박성인>

 

무릎이 아프긴 해도

내려오는 길은 한결 가볍습니다.

오늘 다시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마음을 가볍게 합니다.

끙끙대며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웬지 뿌듯해집니다.

다 내려온 다음

다시 올려다보는 산은

마음을 더욱 뿌듯하게 합니다.

 

 

<환희대에서 내려다본 능선, 사진;김기헌>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24시간 여 함께한 '역사와산' 분들이

마치 1~2년 함께 지낸 벗들처럼 정겨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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