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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어가는 ‘자연그대로농민장터’- 200회 및 2023년 시농제 축문

함께 이어가는 ‘자연그대로농민장터’

- 200회 및 2023년 시농제 축문 -

 

2023년 계묘년(癸卯年) 삼월 스무닷새날,

제주시 월광로 12, 담을텃밭에서,

‘자연그대로 농민장터’에 참여하는 농민들, 셀러들, 소비자들이

제주도 농사의 신(神)이신 백주또 백주할망, 자청비 세경할망님께 고합니다.

 

함께 한 6년입니다.

함께 이어 온 200회 개장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자연그대로농민장터는 열렸습니다.

지난 3년간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19조차도 자연그대로농민장터를 꺽지 못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 농민과 셀러와 소비자들이 만나, 함께 이 직거래 장터를 지켜왔습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6년전, 5개 농민단체가 자연그대로농민장터를 열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얘기를.

“이 ‘자연그대로 농민장터’를 통해,

생산자인 농민이 소비자를 살리고, 소비자인 시민이 농민을 살려, 생산과 소비가 다시 하나로 이어져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농민이 제주의 흙과 자연을 살리고, 그 흙과 자연이 다시 농민과 시민을 되살려, 자연과 인간이 다시 하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농촌이 도시를 살리고, 도시가 농촌을 살려, 농촌과 도시가 하나의 제주공동체로 되살아날 수 있도록!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끝내 함께 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라는 맹세를.

이 다짐과 맹세를 앞으로 6년 더, 200회 더 함께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백주할망 님! 세경할망 님!

 

2023년에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습니다.

산수유, 수선화, 매화, 살구꽃, 앵두꽃에 이어 벚꽃까지, 봄의 전령사들이 손짓하고 있습니다.

달래와 냉이, 땅두릅, 쑥이 겨울땅을 열어젖히며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봄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과 발은 바빠지고, 마음은 설레어집니다.

자청비 세경할망이 가져다주신 오곡씨앗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장터의 농부들이 올해도 건강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

애기 때부터 함께 했던 준영이는 올 봄에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준영이가 농민장터와 함께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굽어살펴 주시길 바랍니다.

녕인이 올해는 꼭 양조장을 복원하여 다시 농민장터를 막걸리장터로 만들 수 있게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볍씨학교의 새로운 친구들이 스스로 농사지은 밀과 템페로 농민장터와 늘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3년 자연그대로농민장터가 매주 아로마소벤오일의 오일향과 장끼마마의 허브향, 그리고 모전자전의 전 내음과 밀랍초의 향으로 은은하게 가득 채워지길 기원합니다.

언니네텃밭 토종씨앗 이음이 어나더페이지를 열고, 그 정성과 열정이 다시 지구별가게와 둥지콜렉션, 꼬달스봄떨이를 지켜나갈 수 있게 힘과 용기를 주시기 바랍니다.

2023년 자연그대로농민장터에 달콤한 바람이 새롭게 불기 시작합니다.

그 부드러운 바람이 지수할망과 지수할아방의 가슴을 다시 설레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2023년 자연그대로농민장터가 농산품과 수공예품을 파는 장소를 뛰어넘어, 친환경 소농과 소농이 만나고, 소농과 수공예업자가 만나고, 또 생태를 고민하는 농민과 소비자가 만나서, 농업의 가치, 노동의 가치, 생태의 가치에 대해 맘껏! 원없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장터가 되길 바랍니다.

농산품과 수공예품을 사고 파는 것을 통해, 그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고 확산해나가는 ‘자연그대로농민장터’가 되길 원합니다.

온라인이 판매가 대세라고 하지만, 우리는 직접 얼굴을 마주할 것입니다.

그 고집이 어리석어 보이고, 초라해 보일지라도, 우리는 직접 만나서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것입니다.

 

백주할망 님! 세경할망 님!

 

200회를 함께 이어 온 자연그대로농민장터에는

준영이가 있고, 볍씨가 있고, 녕인이 있으며, 나루가 있습니다.

이들을 아끼고, 이들을 믿고, 또 함께 하는 많은 농민장터 농민과 수공예업자와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그대로농민장터는 적어도 앞으로 200회는 더 이어갈 것입니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삼월 스무닷새날!

오늘은 다시 그 첫걸음을 내딛는 날입이다.

2023년 농사와 농민장터의 씨앗을 뿌리는 날입니다.

 

2023.3.25.

자연그대로 농민장터 참여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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