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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생태·공존의 ‘혼문(魂門)’을 세우며- 제1회 송악산알뜨르 평화축제 ‘평화 기원문’(2025.10.06.)

평화·생태·공존의 ‘혼문(魂門)’을 세우며

- 제1회 송악산알뜨르 평화축제 ‘평화 기원문’, 2025.10.06.-

 

2025년 10월 6일! 오늘!

바로 이곳 ‘알뜨르’에서 ‘우리’는 ‘송악산알뜨르 평화축제’ 첫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100여년 전, 일제가 이곳 알뜨르에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강제로 쫓아냈던 알뜨르 마을 주민들이 ‘우리’입니다.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일제가 강제로 동원했던 대정지역 주민들과 제주도민들이 ‘우리’입니다.

1937년, 이곳 알뜨르에서 발진한 일제 폭격기에 의해 학살된 중국 남경의 30만 주민이 ‘우리’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 직후에 예비검속으로 끌려와 집단학살로 암매장됐던 252명의 영령과 백조일손 후손이 ‘우리’입니다.

한국전쟁 직후 알뜨르 포로수용소에서 갇혀있다가 송환된 15,000명 중공군 포로들이 ‘우리’입니다.

1988년 노태우 정권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확정에 맞서 ‘송악산 군사기지 설치 결사반대’ 투쟁으로 백지화시켰던 대정주민들과 제주도민들이 ‘우리’입니다.

1999년 남제주군과 남제주리조트개발의 호텔 개발 추진에 맞서 개발반대투쟁을 했던 대정주민들이 ‘우리’입니다.

2013년 중국의 신해원 자본에 의한 ‘송악산 뉴오션타운’ 호텔 개발 사업의 추진에 맞서 투쟁하여, 2020년 4월 도의회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2020년 10월 25일 원희룡 도정의 송악선언, 그리고 2022년 12월 송악산 보존(도립공원 확대 방안)을 이끌어낸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와 ‘송악산을사랑하는사람들’, 그리고 ‘송악산알뜨르사람들’이 ‘우리’입니다.

2014년 이후, 난징대폭격으로 희생된 모든 존재들을 추모하고 연대하며, 제주가 다시는 가해의섬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군사화를 반대하고 비무장평화의 섬이 될 수 있도록 매년 12월13일에 난징대학살희생자추모제를 열어왔던 ‘난징대학살을기억하는사람들’이 ‘우리’입니다.

 

100여년에 걸쳐 송악산과 알뜨르를 지켜내려 했던, 모든 ‘우리’가 오늘 이곳 알뜨르에 모여 ‘송악산알뜨르 평화축제’를 열고자 합니다.

강제추방, 폭격에 의한 대량학살과 집단학살에 이은 암매장, 그리고 군사시설로 영구화하려는 시도에 맞서, 전쟁과 폭력의 전초기지인 이곳 알뜨르에서 다시 ‘평화’를 올곧게 되살리고 지켜내고자 ‘평화축제’를 엽니다.

송악산과 알뜨르가 더 이상 군사적으로 이용되지 않고, 한반도·동북아 평화의 교육장이자 거점, 나아가 평화의 전초기지가 되길 기원하는 ‘평화축제’를 엽니다.

송악산과 알뜨르가 더 이상 관광·투기자본의 개발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고, 스포츠타운 같은 어리석고 부끄러은 시도가 되지 않도록, 빼어난 경관과 생태·지질학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가 온전히 보존될 수 있도록 기원하는 ‘평화축제’를 엽니다.

 

그러나 아직 첫걸음을 뿐입니다.

여전히 우리를 둘러싼 군사적 힘은 막강하고, 개발의 유혹과 세뇌는 달콤하며, 우리의 욕망과 처지는 불완전하고, 우리는 갈라져 있습니다.

만약 오늘 ‘제1회 송악산알뜨르 평화축제’를 통해,

우리의 불완전함과 미숙함을 인정하고 지역 주민과 연결해 나갈 유대감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지난 100여년간 우리가 겪은 고통이 우리만의 고통이 아니라 한반도·동북아 민중들이 겪은 고통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닫고 공감할 수 있다면,

개발을 통해 파괴되는 것이 지역공동체만이 아니라 뭇 생명의 생태계라는 것을 느끼고 절감할 수 있다면,

오늘 ‘제1회 송악산알뜨르 평화축제’에서 불려질 노래와 춤과 ‘모든 우리’의 목소리는 하나로 이어져, 마침내 미래 100년의 평화와 생태와 지질학적·역사적 가치를 지켜나갈 ‘혼문(魂門)’이 될 것입니다.

송악산·알뜨르평화대공원은 ‘평화의 혼문’, ‘생태의 혼문’, ‘공존의 혼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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