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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내 제주위원회’가 지난 2월 19일에 창립총회를 열고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아니 ‘첫 물길’을 열었습니다. 노동자민중 역사의 ‘한내’로 이르는.
<한내 제주위원회 운영규칙>을 만들었고, 위원장에 고대언(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장), 부위원장에 전우홍(진보신당 전 제주위원장), 사무국장에 김해옥, 그리고 7명이 선출직 운영위원이 선출됐습니다.
3~4월경에 공개적인 출범식을 갖기로 했고,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그 때까지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회원도 적극 조직하기로 했습니다.
‘한내 제주위원회’의 별칭으로 ‘아람수꽈’가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제주의 역사를 노동자 민중의 눈으로, 노동자 민중 자신의 손과 발로 기록하고, 그래서 노동자 민중을 역사 발전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세워내고자 하는 바람과 열망을 모아 이제 그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무엇보다 “역사는 기억과 기록을 둘러싼 투쟁”이기 때문입니다.
휴지처럼 버려지는 노동자 민중의 역사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전산화해서 노동자 민중운동의 소중한 자양분으로 재탄생시킬 것입니다.
모든 기록물을 공개하고, 제주도내만이 아니라 전국의 노동자 민중들과 함께 공유해 나갈 것입니다.
제주도의 노동자 민중의 역사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고 교육해 나갈 것입니다.
노동자 민중 열사들의 정신을 계승해 나갈 것입니다.
그만큼 제주도의 역사를 노동자 민중의 역사로 바꿔나갈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한내’라는 물줄기를 통해 노동자 민중의 역사로 이어질 것입니다. ‘한내’는 제주도 노동자 민중들의 삶과 투쟁과 문화와 --- 이 모든 것의 곁에서 함께 새로운 역사의 물줄기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주도는 ‘자연’이 ‘역사’를 압도하고, 그 자연을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땅”이라는.
제주도를 돌아보면 누구도 아름다운 자연경관 때문에 4.3.이라는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쉽게 떠올리지 못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 자연경관 가운데 많은 부분을 ‘자본’이 지배하고 있고, 그 지배를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4.3.은 제주도민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그나마 ‘인권과 평화’라는 수준에서 한 매듭을 지었습니다. ‘4.3.평화공원’이 그 매듭의 표현입니다.
그러나 ‘4.3.’은 ‘피해자’로서의 모습만 부각되어 매듭지어졌지, 당시 제주의 노동자와 민중들이 무엇을 꿈꾸었고 어떻게 싸웠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4.3.’의 진정한 실체는 노동자 민중운동의 진전만큼 앞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한내 제주위원회’가 해야 하고 있어야 할 이유입니다.
국제자유도시, 비영리병원, 국제학교--- 제주도는 점점 ‘자본의 천국’이 될 것입니다.
그것도 제주도‘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도의 민중들은 그 자본의 지배 밑에서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지 못한 자로 점점 더 편제되어 갈 것입니다.
이미 제주도민 55만 가운데 20만이 임금노동자입니다.
제주 사회의 ‘발전’은 이 20만 임금노동자가 어떻게 역사와 사회의 주체로 서나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역사의 주체로 서려는 자는 조직이든 의식이든 문화든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역사적 정체성’을 바로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노동자와 민중은 자신의 시각으로, 자신의 손길로 역사를 기록하고, 자신의 발길로 역사를 발굴해야 합니다.
잊혀지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만이 아니라, 현실도 버려지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한내 제주위원회’가 제주의 노동자 민중들과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한”, 힘들고 기나긴 여정에 나섰습니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기에 바로 우리가 나섰습니다.
역사는 기다려주지 않기에 지금 나섰습니다.
‘한내 제주위원회’, 이제 막 그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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