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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 능선에 서서

* 사노위가 출범(2010.5.)하기 직전인 2010년 2월에 '사노준' 기관지인 [문제는 자본주의다]에 썼던 글입니다.

사노위 출범 때 어떤 고민을 했을까 되새겨 보기 위해 다시 읽어봤습니다.

당시 '사노위' 출범을 "8부 능선에 선" 것으로 판단했네요.

지금도 여전히 8부 능선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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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 능선’에 서서

 

2010.2.23.

 

한 지붕 아래서 결코 같이 지낼 수 없을 것 같던 3개의 사회주의 정파와 무정파 사회주의 활동가들이 공동의 실천을 통해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자며 ‘(가칭)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결성을 결의했다.

‘사노위’가 한국의 사회주의 활동가 전부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아니 의미 있어야 할 첫걸음을 내디디려 하고 있다.

사회주의 ‘써클’운동의 시대를 마감하고 ‘당’운동으로, 반신자유주의/반자본이라는 ‘반反’정립의 정치에서 ‘사회주의’정치로.

 

‘사노위’를 결의하기까지 지난 1년 반 동안 여러 ‘고비’가 있었다.

정치원칙을 둘러싼 이견, 과거의 경험에 대한 평가의 차이와 불신, 강령 수준에서 입장의 차이, 당 건설 경로와 일정에 대한 차이, 다른 언어와 다른 개념, 그리고 조직 운영에서의 경험과 조직문화의 차이에 이르기까지 결코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은, 그래서 때로는 서로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혔던 때도 있었다.

그런 ‘고비’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노위’를 결의했다.

몇 가지 이견에도 주요한 정치원칙에 합의했고, 당 건설 일정과 경로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아직은 ‘역량’보다는 ‘당위’가, ‘가슴 벅찬 설레임과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지만, 그-럼-에-도 그 첫걸음을 내디디려 하고 있다.

 

오직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 사상에 기초한 사회주의 정치운동을 새롭게 복원하고 혁신해 나가야 한다는 ‘의지’만이,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써클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사회주의 정당 운동을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결의’만이 모든 차이와 고비를 인정하고 넘으면서 ‘사노위’에 이르게 했다.

 

물론 아직은 ‘출발’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보다 더 큰 ‘고비’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사노준’으로 결집한 3개 사회주의 정파와 활동가들 간 생각과 활동방식의 차이를 조직 내부에서 토론과 논쟁과 공동 실천을 통해 극복해 나가는 것은 사실 작은 ‘고비’에 불과할 수도 있다.

더욱 큰 ‘고비’는 ‘사노위’의 정치활동을 통해서 지금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 정치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현실에서 입증해 내는 것이다.

‘사회주의 정당’운동이 주저하는 사회주의 활동가들을 결집시켜 내면서 노동자계급과 민중 속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이 그러한 역량과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실천적으로 입증해 내는 것이 더 큰 ‘고비’가 될 것이다.

 

우리끼리 확인한 ‘정치원칙’을 노동자민중들에게 들이대면서 선택과 지지를 강요하는 정치활동이 아니라, 노동자민중들의 현실의 삶과 고통과 분노를 사회주의 정치로 이끌어 내고 바로 그들을 정치의 주체로 세워낼 수 있는 지 여부에 우리의 미래는 달려있다.

내부에 생각과 의견이 차이가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차이를 사회주의 정치의 혁신의 동력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정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지, 그런 조직적인 신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우리의 미래는 달려있다.

 

우리 앞에 높여 있고, 또 넘어가야 할 ‘고비’들은 단지 3개의 조직 사이의 입장의 차이가 아니다.

오히려 지난 20여 년간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단절의 경험, 20c 사회주의 운동의 실패의 경험을 넘어설 수 있느냐가 가장 커다란 ‘고비’가 될 것이다.

‘사노위’의 결성은 숱한 ‘고비’를 눈앞에 둔 ‘8부 능선’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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