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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민주주의 증진, ‘친미 정권’ 수립과 ‘전쟁 위기’의 확산
지난 3월 3일, 미국의회는 ‘민주주의 증진법’을 상하원에 동시에 상정했다.
‘민주주의 증진법’은 전 세계 국가들을 ‘완전 민주적’, ‘부분 민주적’, ‘비민주적 국가’ 등 3등급으로 분류하고, 그 중 ‘부분 민주적’, ‘비민주적’ 국가들에 대해 “군사력 이외의 모든 역량을 쏟아 민주화”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부시 정권 2기의 ‘전 세계 자유 및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외교 목표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소위 ‘폭정 종식과 자유 확산’ 독트린을 구체화한 첫 법안이다.
우리가 ‘민주주의’, ‘자유’라는 말 그 자체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실제로 행해왔던 역사적인 사실들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다면, ‘민주주의 증진법’이나 ‘폭정 종식과 자유 확산’ 독트린이 현실에서는 미국의 세계적인 패권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친미정부’를 세워나가겠다는 것이라는 점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군사력 이외의 모든 역량을 쏟겠다”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미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미 정권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예에서 보듯 필요하면 언제든지 군사력도 동원할 것이다.
여기서 ‘민주’란 그 형식에서 ‘선거 절차’에 따른다는 것이고, 내용적으로는 ‘친미 정권’ 수립이다.
그리고 그 현실적인 귀결은 각국에서의 ‘실질적 민주주의의 후퇴’와 ‘군비 경쟁과 전쟁 위기의 확산’이다.
‘민주주의 증진법’에는 명시는 안됐지만 ‘북한’도 최악의 반민주국가로 규정될 것이라고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북한 인권법안’의 통과에 뒤이어 대북 압박과 봉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거세지는 압박과 봉쇄에 대해 북한은 지난 2월 10일 ‘6자회담 불참’과 ‘핵무기 보유 선언’이라는 벼랑끝 전술로 맞서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선언으로 한반도를 둘러 싼 동북아지역의 정치군사적 긴장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잠재적인 적대국으로 판단하여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개방 개혁 이후에 점증하는 사회적 갈등과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족주의적 패권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미-일군사동맹체제의 강화에 바탕하여 국내적으로는 보수 우경화를 국제적으로는 군국주의화를 더욱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동북아지역 패권을 둘러 싼 이러한 정치군사적 긴장과 대립의 정점에 ‘북핵 문제’가 놓여 있고, 그 핵심적인 원인은 ‘민주주의 증진’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미국의 세계적인 패권전략이다.
동북아지역에서의 이러한 정치군사적 긴장과 대립이 더욱 격화될수록, 각 국에서는 정치사회적 우경화, 민족주의적 패권 전략의 강화, 민주주의의 후퇴, 그리고 군비경쟁과 그에 따른 사회복지의 축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한 곳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동북아지역 전체의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주의의 증진’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미국 패권주의의 확산’이 ‘실질적 민주주의의 후퇴’와 ‘전쟁 위기’의 확산으로 귀결되는 이 모순된 현실에 대해 우리 노동자계급도 두 눈을 부릅뜨고 주목해야 한다.
사태의 진전은 어느 한 순간 노동자계급 전체의 운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현장으로부터 ‘반전평화’, ‘반제반세계화’ 투쟁의 주체로 서 나가야 할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점이다.
2005.03.09.
[현자노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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