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매체가 던지는 '일방적' 소통이라는 폭력


요즘 한참동안 진지하게 하게 된 고민,
아마도 모난라디오를 하면서 더 크게 다가온 부분이었던 거 같은데 내가 라디오를 하면서 의욕을 잃고, 문제에 부딪히고, 성의 없이 방송을 했던 일에 대해 요즘 생각하다가 내가 이래서 이런 거 같아! 라는 무언가가 나왔다.

  '난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는 걸 무서워하기 때문인 것 같다' 고.

난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늘 글이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원고를 쓰던 블로그에 쓰던 간에 나의 생각, 감정, 느낌이 어떻게 전해질 건지 감이 안 잡혀서 그랬을 거야 아마. 난 분명 A라는 생각과 A라는 감정과 A라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글을 썼는데 그것을 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게 너무 두려웠어. 어쩌면 이건 내가 예전에 강하게 키워두던 착한사람 콤플렉스가 아직 잔향이 남아있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하하.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하고 소통을 한다는 것은 그냥 뜻을 전하는 것만이 아닌 것 같아.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 사람의 상태에서 느껴지는 감정변화를 느끼고 감정을 받아오고, 느낌을 받는 거고. 목소리를 전해 들으면서 느낌과 감정을 또 받아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었거든.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랑 하는 전화 통화도 익숙하지 않았고, 문자로 이야기하는 것도 별로였어(그냥 노가리 까는 정도는 뭐 소소한 즐거움이지만-). 특히나 댓글 같은 경우에는 절대 쓰고 싶지 않아하는 것 중에 한가지인데 논리만으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그게 싫어.

그냥 그렇게 불특정 다수가 볼 것 같은 이야기를 글이던 방송이던 할 때 불편하다. 힘들다. 어쨌든 이렇게 생각했던 것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이것들이 '폭력'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여러 가지의 모습들이 나한테 뿅뿅 다가왔어.

우선 대표적으로는 문학, 그리고 영상같은 것들?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던져버려.

 

그냥 던져버려.

 

얼마전에 어떤 청소년이 만들었다는 단편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느껴지는 그 영화를 많이 봤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만들어지는 어느정도의 오만에서 나오는 불친절함이 보였을 때 그냥 기분이 참 별로였어. '영상이라는 것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도구로 사용하는 매개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하지 않고 불친절하게 '니가 알아서 해석해보던지?' 라는 느낌의 영상과 글은 (사실 뭐 예를 들어 김기덕?)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과 위험하다는 생각이 막 들었어.

 

내가 생각해도 참 친절하다 싶은 봉준호의 영화도 정말 잘 만든다 싶지만서도 그가 던지는 메세지가 참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찝찝한 기분에 젖을 때가 한두번이 아닌데 흐암,

 

여튼 잘 모르겠지만 어떤 문화적 매체로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겠구나 싶어졌어. 그냥 말을 던지고 질문을 던지는 거야 쉽지만 '어떻게 소통할 것이냐' 는 문제는 앞으로 모난라디오 시즌2를 시작하는 나의 고민일 것이고, 심지어 영화로 방송하기로 한 엠건과 나의 큰 과제가 될 것같아 걱정도 되지만 꽤나 기대된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