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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공유합니다 - 6

봄입니다.

어수선한 봄이기는 하지만, 언제는 어수선하지 않은 적이 있었을까요.

이 봄에 한 권의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아울러 내 자신과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미완의 시대 (민음사, 2007년판) :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자서전입니다.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던 1917년에 태어난 홉스봄은 어린 시설 베를린에서 나치즘의 성장을 목격하고, 2차대전을 경험하면서 반파시즘투쟁과 함께 공산주의자가 됩니다. 이후 스탈린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속에서 다양한 사상가 및 실천가들과 교류합니다. 아흔을 넘긴 역사학자가 2002년에 내놓은 이 자서전은 20세기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역사학자가 경험한 역사는 어떤 힘으로 다가오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2004년판) : 1930년대 중반 파시즘에 맞서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해 전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스페인으로 향했습니다. 조지 오웰 역시 스페인으로 달려가 총을 들고 싸웠습니다. 하지만 자유와 열정이 넘쳐흘렀던 그곳에서는 파시즘의 광폭함 못지않은 반파시즘 세력들 간의 권력투쟁이 있었습니다. 결국 스페인 내전은 파시즘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소설이기 보다는 생생한 르뽀에 가깝습니다. 그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타인의 고통 (이후, 2004년판) : 미국의 실천적 문화평론가인 수잔 손택이 2003년에 출판한 책을 번역했습니다. 전쟁과 학살을 통해 드러나는 고통의 이미지들이 어떻게 현실의 이미지와 다르게 포장되는지를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던 시점에 나온 이 책은 그 자체로 훌륭한 반전 서적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인터넷과 사진과 영상 등을 통해 다양한 타인의 고통을 지켜봅니다. 나는 그 고통을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들은 자유를 위해 버스를 타지 않았다 (책으로여는세상, 2008년판) : 195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버스에 흑인좌석과 백인좌석이 구분돼 있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세계에 수출하고 있던 그 시점에 말입니다. 미국 몽고메리의 흑인들은 이 웃기는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서 1년 넘게 버스를 타지 않았습니다. 그냥 버스를 타지 않았을 뿐인데 백인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이 투쟁은 혁명적 투쟁 못지않게 많은 상상력을 안겨줍니다. 이 책을 쓴 러셀 프리드먼이라는 사람은 기자 출신의 논픽션 작가인데, 그 투쟁의 흐름을 다큐멘타리처럼 풀어갑니다. 너무 사건 중심으로 개괄적으로 다루는 바람에 대중의 생생함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불멸의 신성가족 (창비, 2009년판) :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는 정의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중들은 그들을 결코 정의의 상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감사 출신의 법대 교수인 김두식 교수가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이라는 부제로 이 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들만의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는지 비밀의 커튼이 살짝 젖혀집니다. 문제가 생기면 법의 심판을 요구하면서도 법의 심판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 법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사회적 하나님 (청림출판, 2009년판) : 영국 성공회 사제인 케네스 리치가 얘기하는 유물론적 신학이라는 관점은 독특하고 새로운 세계관이었습니다. 자신의 내적 영성을 추구하는 신앙이 아니라 세상과 호흡하면서 자기 자신과 세상을 함께 바꿔나가는 신앙이 사회주의자들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대중적 개설서가 아닌 신학자들을 위한 강연을 중심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개념이나 신학자들의 이름들이 낮설기는 하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골리앗이 울고 있다 (노동자의 힘, 2002년판) : 현대중공업 노동자인 안윤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입니다. 민주노조가 무너진 거대한 조선소에서 오십을 넘긴 늙은 노동자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요? 안윤길은 “생활이 절박할수록, 투쟁이 치열할수록 가슴에 와 닿는 시가 나오더라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한때 유행처럼 나타났다가 조용히 잊혀져갔던 노동자시인들은 아직도 시를 통해 투쟁과 희망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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