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반짝이는 시간.

1. 만 두돌

지난 토욜 미루가 만 두돌이 됐다. 2년. 꼬박 그 시간을 살았다니 미루나 상구백 그리고 나한테는 참 묘한 시간이었다. 덕분에 많이 자라고...

 

미루는 이제 꽉찬 두돌이 되었다.

나이를 물어보는 사람들한테 매번 두돌이 안되었단 이야기를 하면 다들 놀랬는데...아이가 등치도 크고 말도 많아서 다들 네살은 족히 보았기 때문이다. 뭘 먹고 그리 자라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오늘 아침에 보니 또 많이 자란 것도 같고.

 

여튼 미루 생일날은 전날 우울한 것을 모두 날리고 오전에 미루 생일 선물로 소방차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급 돗자리도 사고 해서 소풍을 갔더랬다. 날도 따땃하고 좋았지. 그리고는 다 저녁에 미국산소고기 수입반대 집회에도 갔는데 나름 즐거웠다. 이사갈 동네 사람들이랑 갔는데 역시 선배맘파들이라 여유롭고 같이 아기도 보니 여유롭고 올만의 집회라 은근 짠한 맘도 있고 했드랬다. 글고 미루한테는 집회에 대한 설명을 하다 그냥 "니 생일 축하하러 사람들이 모였어." 해버렸다. ㅋㅋ 뭔소린지.

 

요즘은 이사 갈 동네에서 아이들 같이 키울 사람들이랑 주말을 보내고 있는데 다들 체력이 장난이 아니다. 아이랑 함께 주말을 꽉 채워서 노는데 미루는 아직 어려서 낮잠 시간을 꼭 챙겨야 하는데 이 아이들은 이미 다들 커서 대충 대충 알아서 낮잠을 챙긴다. 이동하는 중에도 쉽게 잠을 자고...기본적으로 기질이 미루랑 달라서 이 아이들은 놀랍도록 잠을 잘 자는 친구들이다. 그저 부러울 따름. 그래도 6살, 5살 먹은 녀석들이 미루를 챙기는데, 아이들을 모아 놓으니 역시 좀 수월하게 아이를 볼 수 있어서 좀 여유롭다. 그 모습을 이모조모 구경할 수 있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식이다. 어른 여섯, 보통은 다 안모이고 넷이나 셋이서 아이 셋을 보게 된다. 게다가 윗 아이들 둘이 미루를 데리고 놀면서 같이 다니고....그러다 내가 앉아 있는데 미루가 어딜 가려고 하면 다른 어른이 서 있다 따라가는 식....여튼 많이 여유로워졌다. 아이들 끼리 모아 놓으면 역시나 분쟁은 피할 수 없지만 큰 아이가 조정을 하기도 하고 어른들이 능숙한 솜씨로 조정을 하기도 하고...나는 아이들에 대해 배우게 된다. 고마운 일이지.

 

2. '빈집' 방문

지난 주에는 이것 저것 복잡하고 욱하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렇구나 싶다. 나이 먹는 거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고...지난 주를 보냈는데 그래도 지난 주 끝에 '빈집'에 놀러가 구경하면서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얻고 용기를 내기로 했다.

 

새로 이사 가는 집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집이다. 엄마아빠 사는 집 보다도 크다. 첨엔 넘 부답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문득 공간을 주변 사람들과 나눠쓰자는 맘이 생기면서 좀 편해졌다. 그래도 공간을 나눠 쓴다는 것이 막막하기만 했는데 이전에도 여럿이 한공간에서 같이 산 적이 있는데 다 좋았는데 개인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거든...여튼 '빈집'에 미루랑 힘겹게 가서 이것 저것 둘러 보았는데...

 

첨엔 미루가 완전 얼음이 되서 나한테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글렀구나 그냥 언능 돌아가야지했는데 다행이 그곳에 미루가 반한 남자 어른이 있어서(미루는 정말 남자어른을 좋아한다. 아빠 또래 되는 남자어른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급 상냥해지면서 아주 웃긴다. ) 그리고 기타가 있어서 그 공간에 적응을 하고 덕분에 지음이랑 아규랑 빈집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새로 이사 가는 집은 아이들의 놀이터와 어른들이 모임 장소로 공유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빈집'처럼 전면적이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장소를 공유할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갈 수 있을 듯. 아직 상은 명확하진 않지만 그래도 용기는 얻은 듯. 고마워요. 아규, 지음.

 

글고 겸사겸사해서 친환경페인트에 대한 교육도 받았는데 것도 여러가지 실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희망적. 우선 '빈집' 식구들과 이야기를 해서 함 페인트 칠을 시도해보련다.

 

3.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아직 진행중이라 낭중에. ^^

 

4.

반짝이는 시간들.

미루를 데려다 주는 길에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지나쳐 간다.

얼마전에는 예전에 늘상 다니던 골목을 보게 됐는데...(이제사 운전할 때 조금씩 주변을 볼 수 있게 됐다.) 그 골목에 작은 가구점이 있는데 예전에 거기서 몇만원에 책상이며 사랍장을 산 적이 있다. 그때는...막 카메라를 구하고 작업을 시작할 즈음이어서 무엇도 명확한 것이 없었다. 주변에서 말리는데도 다큐 작업을 시작한다고 마음에 아무것도 안보이던 시기였다. 그러면서도 진짜 다큐 작업을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던 시기였지. 미묘한 시기였는데 약간 암울하기도 하고 약간 우울하기도 하고 약간 희망적이기도 한 묘한 시간이었다. 근데 문득 그 시간이 참 반짝이는 시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런 시간들이 참 멋지단 생각이 들고.

고루하긴 하지만 지금도 어쩜 그런 멋진 시간이구나 싶어 기분이 샤방해졌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