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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영상 삼실에 갔다가 J감독님이 인터넷에서 외장하드를 사신단다.

근데 언뜻 보니 10만원대의 하드가 500G 였다. 500G!

 

500G, 여전히 감이 안온다.

 

보통 1G로 5분 정도 캡쳐를 받을 수 있는데

테이프 한개가 60분이니까 60분짜리 테이프 한개를 통으로 캡쳐를 받으면

12G가된다. 그럼 500G면 40개 정도를 캡쳐 받을 수 있는 양이다.

 참말로....

 

처음 영상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편집 컴이 없어서

대학로에 있는 편집카페에 가서 편집을 하곤 했는데

그때 편집카페의 하드용량이 4G였다.

근데 그걸로 20분짜리 영상을 만들었었다. 

한마디로 하드를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했던거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20G, 그러다 50G, 그러다 100G를 컴에 달때의 감회란..

늘상 골목길에서 놀던 애가 여의도 광장에 처음 갔을 때의 그 넓음에 기죽는 그런 느낌. 여튼 나름 충경이었는데 나한테는 4G에서 100G까지의 시간이 매우 길었고 100G에서 500G로 오는 길은 무지 짧았다.

 

알바를 위해서 외장하드를 사야해서 나도 역시 500G 짜리 외장하드를 하나 장만했다. 500G가 생겼다고 하니 문득 테이프를 통으로 캡쳐 받아도 되겠다 싶다.

500G를 사는 날 오전에 다른 영상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테이프를 통으로 캡쳐 받는 것의 생소함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면서 난 테이프를 통으로 캡쳐 받는 것이 영 어색하고 참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고 우겼다. 다들 날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정의내려줬다. 그런데 막상 500G가 생긴다고 하니 통으로 캡쳐 받을 생각이 들더라. 참으로...낯설다.

 

500G, 여전히 낯설다.

그러면서도 그 거대함이 무섭게 다가온다.

모든게 쉬워보이고 그래서 문득 무서움이 느껴졌다.

너무 풍요하단 느낌. 그래서 움추려든다.

세상이참 빨리 변하는 것도 같고...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통으로 캡쳐를 받았는데...

내 작업할 때는 통으로 캡쳐 받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왠지...게으른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내 촬영본에 무책임해지는 것도 같고.

거참 모를 묘한 이질감이 든다.

 

문득 이런 나의 낯설음이, 이질감이...

올드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든 것인가?

테이프를 통으로 캡처 받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나이야...들만큼 들었는데....

그렇다고 뭐...내가 나이값을 하겠다는 것도

생긴대로 사는 나로서는 나이 값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여튼 참 낯설다.

 

저번에 편집 카드가 몇만원짜리로 바뀌었을 때...

120만원 주고 장만한 나의 편집카드가 노후해지는 것을 보면서

마치 내가 퇴물이 된 듯해서 컴에 묘한 감정이입을 하느라 한동안 멍했던 적이 있다.

 

아궁...나 올드해지는 건가??

 

그래서 뭐 별 수 있겠어.

생긴대로 그냥 사는 거지.

몸에 익은 대로 사는 거지.

 

우좌지간 500G야 잘 지내보자. ^^

좀 옹색한가?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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