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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남자

지금 부산에 와있습니다.

부산에 와서 열흘간 수업을 받고 있는 생활을 지금 세번째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멋진 남자를 보았습니다.

 

여기에는 사실 남자가 거의 없습니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성비가 얼마나 불균형한지 알겠습니다. 그러나 남자가 거의 없는 가운데에도 멋진 남자가 하나 있으니 나쁘지는 않군요. 남자가 바글바글한데 죄다 쓸다리 없어보이는 것 보다 백 배 나은 일입니다.

 

이 남자, 처음 보는 순간부터 눈을 반짝 하게 했습니다.

 

엄마는 미국인이고, 아빠는 덴마크인이랍니다.

백인남자인 것입니다. 제가 이 얘길 빠뜨렸군요. 한국남자가 아닙니다.

큰 덩치에 중절모를 쓰고 있는데, 그 모자를 벗으면 더벅머리가 나옵니다.

꼭 드루 베리무어처럼 코 아래에서 입술을 움직입니다. 모았다가 열고 다시 모아서 살짝 비틀고 앙징맞은 혀로 살짝살짝 물었다 놓는 입술. 눈을 떼굴떼굴 굴리며 헤헤 웃었다가 하하 웃었다가 하는 표정 때문에 도대체가 몇 살 쯤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자기 소개를 하면서 영화 <아마데우스>가 자기한테 음악을 하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았다는데, 그 영화를 스무살에 봤다는 겁니다. 음악을 하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았다는 영화가 비디오로 본 영화일 것 같지는 않고, 극장에서 개봉작을 봤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대충 마흔살이 넘었을 거란 계산이.... (<아마데우스> 개봉했던 때가 대충 이십 여 년 전 맞지?)

 

음악 운운했는데, 맞습니다. 그 남자는 음악을 하는 남자입니다.

원래 영국에서 살고 있는데 부산에 온 이유는 부산에 수업 받으러 간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음악 수업을 해주기 위해섭니다. 지금 저의 음악선생님인 것입니다.

 

그의 첫 수업에서, 나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음악을 알게된 것 같았답니다.

 

그의 수업이 어떠하였는지 여기에 글로 옮기는 것은 하지않겠습니다.

아무리 자판을 뒤집어 이리저리 조합하여 찍어봐도 그의 음악 수업을 묘사하기에 적절하지 못하군요. 몇 줄 적어가다가 죄다 지웠습니다.

 

 

음악 수업이란 그렇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다니며 내가 받았던 그 숱한 저주받을 음악수업들이여.

 

그 남자는 마흔두살이랍니다. 우리 나이로 마흔세살이겠습니다.

처음에, 스물아홉이라고 대답했는데, 진짜인 줄 알았습니다.

헤헤 웃으며 마흔둘이라는데, 이게 농담이고 아까 답이 진짜 같았습니다.

청년 같은 이 남자, 그런데 벌써 아이가 셋이랍니다. 큰 아이는 벌써 열다섯이랍니다.

 

 

아이가 잘 때 오음계 음악을 연주해주고, 아이가 넘어져 무릎이 깨지면 천상으로 올라가는 듯한 화음(4도 화음이었나....)을 노래해준다는 (오늘 수업이 화음에 대한 이론이었는데, 그러면서 나온 이야기) 이 남자.

 

어떤 남자가 멋있어보이는 것이 참으로 오래간만이라, 오래도록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즐겁게. 나의 눈을 오랜만에 이토록 즐겁게 해주는 그에게 감사하면서.

서른후반으로 가는 나이에 남자가 멋있게 느껴지는 느낌은 참으로 오래간만이면서 참으로 감사할 일이더군요. 이 남자랑 뭐 어떻게 해보고싶다는 욕망의 느낌이 아니라, 그 상대에게 감사한 느낌.

 

멋있음의 감상, 남자가 멋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 인간이 멋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 인생이 멋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런 것들을 받아서 고맙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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