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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peace a chance

달군님의 [대추리를 지키기위해 블로거가 할 수 있는 일들] 에 관련된 글.

몇 십년 묵은 저 지루하고 지루한 가사가 아직도 유효하다니....

 

 

아침에 아이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가려고 대문을 열었다가 대문 앞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추리 오늘 병력 투입"이 제목인데, 제목 위 사진에는 한 농민(여자?)의 약간 흔들린 촛불 집회 사진이 있었다. 그 농민의 주름진 이마, 주름진 입가, 두껍고 꺼칠한 손, 흔들리는 촛불이 비친 푹꺼진 눈동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얼굴은 누구나 다 촌스러운 내 엄마같다. 그래서 농사를 짓는 사람 앞에서 나는 항상 객관을 잃는 심정이 되지만, 그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당신 밥 먹지 말고 컴퓨터랑 핸드폰만 먹고 사시오,하고 말하고 싶다.

 

벌컥 눈물이 나왔고, 어이쿠,하는 소리가 나왔다.

규민이가 왜애?하고 물어서, 몇 초간 무어라 말해야하나 유난히 우왕좌왕했다.

결국, 규민이 학교에 많이 늦어서...하고 말았다.

노무현은 두고두고 규민이에게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나중에 규민은 그 이유를 알겠지.

전두환을 그렇게 기억하듯, 노무현을 치욕스럽게 기억할 것이다.

 

 

오늘은 사실, 나의 금쪽같은 휴가 마지막 날이다.

오월 첫 주가 잠깐 방학인데, 말이 좋아 일주일 휴가지, 월요일 노동절, 금요일 어린이날, 규민이 어린이집 안 가는 이틀 빼면 남는 날은 고작 화/수/목 딱 3일. 3일의 금쪽같은 휴가 마지막 날인 것이다.

 

이 3일 동안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무한대천대 (규민이가 가장 많은 것을 표현할 때 쓰는 수) 하고 싶은 게 있었다. 하지만 그 일들을 뒤로 하고 폭탄을 맞고 또 맞고 또 맞아 너덜너덜해진 집을 원상복귀해야하는 의무가 휴가 중에 버티고 있었으니......

그리하여 쓸고, 닦고, 버리고, 다시 닦고,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물건을 이리로 저리로, 설겆이 4번, 빨래 3번, 이불 3장 빨래 하느라 멀미와 진저리를 반복하며 화요일을 보내고,

그동안 엄마 얼굴을 덜 봐, 아침에 눈 뜨자 여전히 자기 옆에 있는 엄마에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기 작전을 피우는 규민에게 나도 못 이기는 척 넘어가 규민과 하루종일 뒹구느라 수요일을 보낸 나는

목요일은! 목요일은! 하고 벼르고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목요일에 나는,

소설을 한 권 봐야하고, 영화 한 편을 봐야하고, 수업준비를 한 달치 해놔야 하고, 밀렸던 교육자료를 훑어야하고, 도서관에 가서 빈둥거려야하고, 꽃과 풀 사이 산길을 거닐어야 하고, 이제 봄이 되어 딱 입기 좋은 때가 된 내가 만들다 만 치마를 완성해야하고, 작년부터 구상만 하던 원피스 하나를 만들었으면 좋겠고, 기타 연습을 해야하고, 짧은 ** **를 하여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이 터진 것이다.

으악 씨발놈(욕은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것이지).... 

 

나는 먼저 열린우리당에 전화를 걸었다.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하고 연신 굽신거리는 민원담당 당직자.

그러면 그 당에 있으면 안되지. 이제 열린우리당은 끝장이오. 2번 잡으면 정권이 넘어간다더니 정말 영락없네. 하긴 열린우리당이 무슨 관련이 있겠오.

 

나는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다.

청와대는 전화도 직접 안 받는다. 어떤 번호를 눌러도 자동응답기가 답한다.

하는 수 없이 민원청구 번호를 누르고 녹음기에 대고 하소연을 했다.

지금 청와대에 전두환이 있는지, 노태우가 있는지, 박정희가 있는지 좀 알려달라, 내 전화번호는 010-****-어쩌구다. 이름은 뭐다. 꼭 전화해라. 딸이 계속 묻는데 무어라고 할 말이 없어 그런다. 딸에게 무어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너무 창피하다.

 

다시 한명숙 국무총리실에 걸었다.

얼마전에 신문에서 장관회의를 열어 대추리 논의를 했다더니 그때 탱크보내자고 결의했소?

자기들은 아는 바 없으니 국방부에 걸어 문의하란다.

아니 국방부 장관보다 국무총리가 하급공무원이란 말이오?

그걸 국무총리실에서 모르고 국방부에 물어보라고 합니까?

모르니까 국방부에 전화걸어보시라니까요. (전화 뚝)

그래, 니들도 쪽팔리니 나한테 화풀이구나....

 

다시 민주노동당에 전화를 걸었다.

(뜬금없이) 평택에 가려면 어떡하지요?

네, 일단 주차장에 모였다가 이동하시구요. 지금 워낙 유동적이라 장소 어디다, 라고 말씀 드릴 수가 없네요. 초등학교에 많이들 계시구요.. 일단 가보시면 판단하실 수 있을거에요.

(정말 뜬금없이) 나는 눈물이 줄줄 나왔다.

제가 너무 슬퍼서 창피하게 이렇게 전화를 하네요. 이해해주세요.

네, 이해해요.

사실 저는 애기엄마라서 평택에 가기 힘들어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민주노동당 밖에 믿을 데가 없네요.(이제 정말 감정적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저희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이 짓 하느라 오전 다 보냄. 금쪽 같은 하루.

다시 어제 먹은 밥 설겆이, 만 이틀 사이에 다시 폭탄 맞은 집 쓸고 닦기, 남은 빨래에 오후 3시간 반을 보냄. 금쪽 같은 하루.

그리고 남은 시간 인터넷에 들어와 여기저기(청와대, 국방부, 총리실, 열린우리당.....) 죄다 돌아다니며 게시판 글 쓰느라 한 시간 여 보냄. 아아, 금쪽 같은 하루.

 

 

그러나 휴가가 무슨 상관이랴,

밤새 내 세금으로 먹고 산 공무원과 군인들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다가왔는데...

  ( 진압작전을 펼치고 있는 경찰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한겨레 신문에서 가져옴)

 

 

제발 평화에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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