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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보고서만 작성하고 살 수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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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사이에 프로젝트 보고서만 작성한 것 같다.
하나는 최종보고서 발표회를 가졌고, 지적사항에 대한 수정작업만 거치면 될 것 같고, 다른 하나는 중간보고서 보고회 때 엄청 때졌고, 2주간 조금 시달릴 것 같다. 나머지 하나는 갑작스레 대타를 맡아서 보완하게 된, 대안적인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모색에 관한 것으로, 요약문을 써보내면서 이대로 쫑하기로 했다.
 
이중에 마지막 사회공공연구소의 보고서 말고 나머지는 공공기관에서 발주받아 진행하는 것인데, 보고회 때 지적사항이 참 재미있다. 임금체계 마련과 관련된 대안을 만드는 한 쪽에서는 너무 공무원스럽게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기재부 공무원이 뭐라고 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생산유발효과, 국민경제적 가치 등을 고려해서 안을 제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적했다. 그게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재 그런 식으로 임금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기관이 어디에 있나? 몇 마디 하려다가 난 걍 보조연구원이니 대충 표 몇 가지로 반영하자 하면서 끝냈다.
 
기능개편과 관련한 다른 한 쪽에서는 중간보고서가 공무원들이 보고하는 식으로 쓰여지지 않았다고 정 반대로 얘기한다. 그리고 목차의 구성이나 내용도 허술한 부분이 많다고 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긴 하지만 내 정치적 입장하고 다른 식으로 글을 써야 하니 글이 잘 써지겠나. 철학적, 논리적 근거를 도출하라고 하지만, 그러려면 신공공관리(NPM)에서 근거를 끌어와야 하는데,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거다. 일단은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답답하다.
 
사회공공연구소에서 며칠만에 작성한 공공기관 지배구조에 관한 사항은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부족한 감이 있지만, 더 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지배구조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었고, 또한 2년 전에 썼던 글에서 이를 언급해놓은 게 있어서 이를 수정보완하면서 글을 작성했더니 A4로 50여 페이지 넘는 분량이 채워지더라. 
 
덕분에 작년 말에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가 발간한 [공공기관 선진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다 읽으면서 공공기관과 관련한 흐름을 다시한번 파악할 수 있었고, 쟁점에 대해서도 정리할 수 있었다. 사실 6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서 1/3가량이 지배구조(그 중에 경영평가에 관한 부분이 100페이지)에 관한 것이었지만, 대부분 연관되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대안적인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모색 운운하긴 했지만, 저들이 이런 안들을 고려할 가능성은 낮다. 결국은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힘을 가져야 대안도 부각될 것이고, 그러려면 현장이 다시 살아나야 하고... 그런데,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개편 방안이나 현행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공공부문을 구성ㆍ운영하는 기조가 되어야 할 ‘공공성의 철학’ 자체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공공성이 관치와 동일시되는 구습으로부터 완전히 단절하지 못한데다가, 내용적으로는 일반 사기업과 공공기관의 차이를 무시하는 지침이 제시되고 있다. 이제는 공공기관의 운영을 정부의 일방적인 통제 중심으로가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생산과 이용에 관련되는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대안적인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모색이 필요하다.
 
사기업의 경우에는 기업지배구조의 통제원리로서 독립성, 경쟁성, 책임성이 중요한데, 이는 각각 내부 지배구조, 외부 지배구조, 그리고 지배구조의 토대를 형성하는 법과 제도에서 요구되는 원리들이다. 이를 공공기관 지배구조에 적용하면, 내부지배구조에서는 공공기관장 등 경영진의 독단과 전횡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자율성 및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을 견제ㆍ감독하는 이사회와 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사회가 감시자로서 지배구조상의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기관장으로부터 독립하여 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은 독립성뿐만 아니라 정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의 자율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외부지배구조에서는 공공기관이 원래의 설립취지 및 고유목적, 그리고 공공성에 따라 운영되도록 적절한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시장에서의 경쟁성을 대신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공공부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공적인 통제 메커니즘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또한 공공기관 지배구조에는 법과 제도 등에 의해 이해관계자로서 시민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책임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포함되어야 한다. 물론 이 때의 책임성 및 공공성은 민주적인 지배구조의 확립을 통해 별도로 확보될 필요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탐색함에 있어서 ‘OECD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설계와 운영에 관하여 최초로 작성된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이고,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운영법」 또한 그 내용을 수용하였다고 평가되고 있으므로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OECD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은 OECD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선에서 제시된 것으로, 공기업/공공기관과 사기업의 차이를 본질적인 것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공공기관을 규제하는 법ㆍ제도가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정한 시장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여 가이드라인이 OECD의 기업지배구조 원칙에 부수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OECD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문제는 주인-대리인 이론(principal-agent theory)에 기반한 주인-대리인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대리인 문제의 핵심은 비대칭적 정보에 있으며, 이런 정보의 비대칭 상황을 어떻게 하면 완화시킬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대리인의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주로 외부 통제에서 찾고 있다. 이에 대해 청지기 이론은 주인과 대리인이 공통의 핵심가치를 공유할 때 조직 내에서 공공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강한 일체감 형성이 내적 책임감을 유발한다고 본다. 또한 OECD 가이드라인을 한국적 현실에 적용함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는데, 이를테면 ‘소유권 기능의 집중화’ 제안은 이를 행사하는 기관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기획재정부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있고, 기획재정부가 재정 및 예산권한을 집중하여 행사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을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 및 공공부문 종사자의 도덕적 해이로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운영법」을 제정하였지만, 공공부문에 대한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인한 공공성 후퇴(공공서비스 후퇴, 비정규직 확산에 따른 사회적 문제 등), 공공부문 정책에 대한 실질적 감시체제 부족, 낙하산 인사의 만연 등과 같은 핵심적인 문제를 비켜가고 있기 때문에,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문제점이라고 인식했던 내용들은 대부분 현행 공공기관 지배구조 하에서 거의 해결되지 못했다.
 
여전히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은 부족하여 경영성과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알아채기 어려운 상황이고,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에 대한 시민들의 개혁 요구는 끊임없이 공공기관 선진화 개혁이 제기되는 과정에서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이사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까닭에 경영감시, 통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감사 또한 내부 통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여건에 있으며, 임원 선정의 공정성 미흡에 대한 논란은 노무현 정부 시기보다 심각해진 형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법과 제도상의 문제로서, 공공기관 유형분류 및 지정ㆍ고시의 문제점, 관료적 연계의 불완전한 해체 및 기획재정부로의 관료적 통제 집중, 공공기관에 대한 감독체계 개편의 사각지대 존재의 문제가 있으며, 외부지배구조에서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무력화, 형식적인 경영공시, 지배구조의 구성에서 이해관계자 참여 배제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그리고 내부지배구조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미흡, 여전한 감사제도의 문제, 무원칙한 임원선임제도 개편에 따른 관료적 통제의 심화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인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방향은 민주적 관리방식에 입각한 지배구조가 되어야 하고, 공적가치 관리에 입각한 공공기관 지배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통제원리별로 보면, 우선, 공공기관 지배구조 내에서 경제관료, 민간 전문가, 언론계 사이에 일종의 철의 삼각(iron triangle)이 형성되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 관료주의와 시장주의의 결합을 통하여 신자유주의적 지배논리가 강화되는 현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이해관계자로서의 시민에 대한, 그리고 노동자에 의한, 공공서비스의 책임성과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공공부문 지배구조 민주화의 전제로서 기획재정부, 학계, 언론계 사이의 연계고리를 끊어냄으로써 공공개혁 논의구조가 시민들에게 개방되어야 한다.
 
둘째, 공공기관의 외부지배구조에서는 공공기관이 원래의 설립취지 및 고유목적, 그리고 공공성에 따라 운영되도록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적절한 공적 통제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해관계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비상임이사로 참여하는가, 비상임이사의 실질적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내부구성원의 참여 및 소통 통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공공기관의 설립취지 및 고유목적은 사업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가, 기관의 사업 및 활동은 공공성을 담보하는 방향에서 운영되고 있는가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공공기관의 내부지배구조에서는 공공기관장 등 경영진의 독단과 전횡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자율성 및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을 견제ㆍ감독하는 이사회와 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안적인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우선 법과 제도 측면에서 민주적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취지를 반영한 사항이 「공공기관운영법」의 목적에 포함되어야 하고, 공공부문 대정부 교섭구조의 마련과 관련된 내용이 반영되어야 한다. 외부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독립성 및 책임성을 제고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이해관계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공공기관 평가주체를 개편하여 산별노조가 평가의 주체로서 참여할 필요가 있고, 감사조직의 인적 개편이 요구된다.
 
그리고 내부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 및 자율성 확보를 위해 선임비상임이사 및 비상임이사의 비중 및 역할 제고가 요구되며, 이사회 구성 및 임원 임면시 직능대표성을 가미하도록 하고, 공공기관 감사에 대한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동시에, 공공옴부즈만제도와 같은 이해당사자에 의한 직접적 감시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민주적이고 신중한 임원선임절차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내용에 따라 대안평가틀의 범주에서도 정부의 경영평가틀 7개에 ‘지배구조’, ‘사회적 기여도’가 추가되었는데, 여기서 ‘지배구조’ 범주는 생산자/이용자 연대 취지를 살려 공공기관의 사회적 위상에 조응하는 의사결정체계가 마련되어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대안평가는 개별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인 만큼, 내부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추어 주무부처와 공공기관장 등 경영진의 독단과 전횡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자율성 및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을 견제ㆍ감독하는 이사회와 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지배구조 지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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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7 14:15 2010/07/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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