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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 기차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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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여승무원들의 복직소송이 이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백무산의 시 '기차를 기다리며'가 떠올랐다. 이 시를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었나 싶었는데, 6년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다 이 시를 올렸더라. 
 
지금 다시 봐도 기차에 붙여진 이름들이 너무 아이러니하다. 이에 대해서는 Swanker님도 지적했는데, 비둘기(평화)-통일-무궁화-새마을-KTX, 인류 보편의 가치에서부터 민족, 국가, 일개정권, 그리고 무의미한 영문이니셜까지, 기차의 등급과는 완벽하게 거꾸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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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3 22:59

어제 어머니 생신 때문에 광주로 내려오면서 동생이 예약한 새마을호를 타고 왔다. 내일 서울로 올라갈 때에는 KTX를 타고 가기로 했다.
 
KTX는 이번에 처음 타보는 것이다. 하지만 호남선 쪽은 레일이 제대로 깔리지 않아서 고속철도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예전 새마을호를 타고 걸릴 때의 시간보다 약간 더 단축된다고 한다. 새마을호는 더 느려지고 말이다. 무궁화호는 KTX가 생겼다고 배차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라크 전쟁과 맞물리면서 이전에 백무산 님의 시가 떠오른다. 이 시는 백무산 님의 첫 시집인 '만국의 노동자여'(청사, 1988)에 실린 것이다. 물론 이 시에는 TKX가 보이지 않는다.

 

기차를 기다리며

 

새마을호는 아주 빨리 온다
무궁화호는 빨리 온다
통일호는 늦게 온다
비둘기호는 더 늦게 온다
 
새마을호 무궁화호는 호화 도시역만 선다
통일호 비둘기호는 없는 사람만 탄다
 
새마을호는 작은 도시역을 비웃으며

통일호를 앞질러 달린다
무궁화 호는 시골역을 비웃으며
비둘기호를 앞질러 달린다
 

통일쯤이야 연착을 하든지 말든지
평화쯤이야 오든지 말든지

 

기차가 생겨나고 없어지는 것을 보면 

이제 비둘기호란 존재하지 않기에 평화란 아예 사라져버렸고,

통일도 과연 올 것인지 의심스럽다. 

70년대 경제제일주의의 산물인 새마을이 아직도 위력을 떨치고 있고,

이제 KTX라는 고속철도의 명칭은 세계화의 흐름과 함께 한국 고유의 것들이 기죽어지내는 현 세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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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1 15:05 2010/09/01 15:05

2 Comments (+add yours?)

  1. 은하철도 2010/09/01 16:34

    판결 환영. 어여 복직되어 기차타시길. 그런데 투쟁 당사자들이나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들 지난 세월 마음의 상처는 어디 가서 하소연하고 보상받을까.
    그나저나 이제 새마을도 거의 안댕겨요. 규모 작은 역들은 마구 폐쇄해버리고. 기차가 다녀야할 선로에는 레일바이크들이 굴러다니고. 철도공사가 해야할 일이 관광소득 올리는 일은 아닐텐데 참 안타깝죠. 요즘 없어지는 간이역과 철로 사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더라구요.

     Reply  Address

    • 새벽길 2010/09/02 00:54

      그러게요. 말 못할 사연들도 많을 텐데. 단지 소송에서 승리했다고 그 상처가 다 복구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요.
      새마을도 보기 어렵더라구요. 철도도 그렇고, 고속버스도 그렇고, 대중교통체계에 대해 전반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인 듯한데, 아무래도 노조 쪽에서는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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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gimcheol님의 트윗 Tracked from @gimcheol 2010/09/01 17:31

    KTX 여승무원들의 복직소송이 이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백무산의 시 '기차를 기다리며'가 떠올랐다. 지금 다시 봐도 기차에 붙여진 이름들이 너무 아이러니하다. http://bit.ly/d10f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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