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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를 며칠 앞두고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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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벽보를 보면 박원순후보의 경우 공약은 보이지 않고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바코드만 6개 나와있어 다른 후보들과 대조를 이룬다. 물론 공약을 벽보보고 확인하는 이도 많지 않겠지만, 거기에 스마트폰을 대보는 이들도 없을 텐데 말이다.
 
아마도 박원순 선본 내에서 논의를 하다가 SNS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2500만 스마트폰 사용자 중 서울 거주자를 겨냥하는 게 선거전략상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거라고 주장하는 쪽이 승리한 결과일 터이다. 박원순 선본의 아마추어리즘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박원순이 승리하면 SNS를 이용한 선거라고 하면서 사례로 들먹여지겠지. 스마트폰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다 배제하면서 말이지. 선본 사람들 중에 정보격차(digital divide)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 눈에는 나꼼수의 청취자들만 보이는 걸까.
 
사실 박원순 후보는 이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던 한명숙 후보보다 못하다. 제대로 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출마한 것 하며, 토론 등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민주당 후보가 아닌 까닭에 조직력 또한 취약하기 때문이다. 박원순 후보 진영에 들락날락하는 민주당 인사들은 다들 내년 총선을 위한 사전홍보기회로 삼고 있는 듯하고...
 
하지만 안철수 교수가 지지선언을 하고, 나경원 후보가 네거티브 전략에 대한 부메량을 맞아 까도 까도 계속 깔 것이 나오는 까도녀가 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지지는 않을 듯 싶다. 그렇다고 이걸 가지고 시민정치의 승리 운운한다면 비웃어줄 수밖에... 시민운동이 현실 정치에서 얼마나 무능한지를 잘 드러냈는데도 이를 보려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선거 때만 되면 진보진영 후보들의 공약이나 정책을 가지고 현실성이나 타당성 운운했던 이들, 평소에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축적해야 하고 선거는 그 결실을 거두는 장이라고 주장했던 NGO 인사들이 박원순 후보 지지를 하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게 조금 거시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등에서 박원순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나는 어떻게 할까. 원래는 투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조금 했었다. 아무리 뭐라 해도 나경원 후보보다는 박원순 후보가 되는 게 나은데도 박빙으로 나와서리... 그래서 투표일인 수요일에는 오전에 강의가 있어서 시간을 맞추려면 최소한 7시 전에 나서서 투표소에 들렸다가 가든지 해야 하고, 아니면 6시반에 끝나는 오후 강의를 빨리 마치고 투표소에 8시 전에 도착해서 투표하든지, 이 양자를 선택하거나, 내가 지지하지도 않는, 차악의 후보에게 투표하기 위해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무리를 하지 않아도 될 듯해서 좋다. 물론 누가 당선되냐보다도 투표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기도 한데, 저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입해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투표가 변화를 만드는 시작인 것은 사실이다. 근데 문제는 투표해서 승리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게 결판난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 다수결 민주주의의 한계에서 드러난 것처럼 투표가 말해주는 것은 한정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투표 전에 시민들이 숙의(deliberation)를 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으로 각성하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시민정치를 얘기했으면서도 시민을 바로 선거의 주체로 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본다. 시민정치가 박원순이라는 인물로 대리되는 정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운동이, 진보진영이 선거에 뛰어들 때 항상 잊어서는 안 되는 사항이다. 노심조를 비판하는 것도, 기존의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물론 선거에서 승리하지도 못하면서 세상을 바꾼다는 건 허세에 불과하다. 선거에서의 승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에 정리해보는 것은 내년의 총선, 대선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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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3 23:41 2011/10/23 23:41

7 Comments (+add yours?)

  1. 앙겔부처 2011/10/23 23:57

    잉-_- 7월에 스맛폰 이용자 1500만이었는데 벌써 2500만이 넘었어요?!!!!!

    전 얼마전에 우린 해낼 수 있어~~라는 노래의 선거운동 영상을 보고 진심 닭살 쫙 돋았어요 감동해서가 아니라 무섭고 징그러워서...; 다 정치적 입장 다르면서 선거 이길라고 우리라고 서로를 묶을 수 있다는 게 징그러웠는데 친구가 너도 강정 마을 간다고 거기 사람들이랑 정치적 입장 같은 거 아니지 않냐고 사안별로 연대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는데 맞는 소리 -ㅁ- 내가 저 인간들이랑 같다니... ㅇ<-< 꺅

    저는 선거권이 없지만~~ 원래같으면 보이콧할 거거든요 근데 오늘 평화군축박람회 영화상영하는데 박원순 후보 차량이 지나가면서 떠들다가 아 저기 행사하고 있으니까 잠시 조용히 하겠다며 신호등 걸린 절호의 기회에 조용히 있는 거에요 거기에 쪼끔 감동받았음 사실 상식적인 건데도 말예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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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딱" 2011/10/24 00:05

    7시전이 "딱" 입니더
    다만 희망에 대하여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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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뽀삼 2011/10/24 15:09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비판적 지지' 분위기 인 듯 하더군요. 사실 박원순이 되도 문제가 많을텐데. 제가 확 깬 건, 박원순이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이라고 방송에서 내뱉은 말이, 외주화입니다. 구체적인 공약은 좀 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지요. 그러니까 나경원과 한나라당이 얼런 이른바 비정규직 대책을 받더군요. -_-;;;그리고 저도 저 동영상 봤습니다만, 정말 어처구니 없더군요. 정치적 입장도 입장이지만은 명명가들 단상에서 합창하는 모습이라니.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논리도 없고 그냥 헛웃음만. 누군지는 모르지람 남자의 자격 합창 흉내는 것 같기도 하고. 남자의 자격이야 뭔가 던져주기라도 하는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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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딱" 2011/10/24 16:41

    노동유연화 비정규직화 현실에서
    두 후보
    나후보는 노동유연화 보장에서 비정규직 차별문제를 접근하는 발언
    박후보는 비정규직 축소기조에서 정규직화 가능과 차별해소 발언이라고 보고요
    노원구청을 예로들고 있는데 우선 시 관할 공공기관 부터 위 후보자의 비정규직을 해소해 나가는 발언 이라고 보죠

    이렇게 볼때 비정규직 철폐는 노동유연화에 대한 투쟁전선의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철폐 투쟁은 의회정치 조건과 대중적 파업투쟁이 자본의 이해로 만들어 지는 현실에 대하여 비정규직 철폐에 접근할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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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canPlease 2011/10/25 14:34

    그나마 나꼼수는 스마트폰 없어도
    PC만 있으면 들을 수 있는데,
    QR코드는 스마트폰 없으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고요.ㅋ

     Reply  Address

  6. 돌~ 2011/10/25 14:46

    "선본 사람들 중에 정보격차(digital divide)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 눈에는 나꼼수의 청취자들만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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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박군 2011/10/26 01:33

    헉, 박의 비정규직 대책이 "외주화" 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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