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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약속집 <안철수의 약속>을 훑어본 뒤의 몇 가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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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안철수 캠프의 정책공약집이 나왔다. 
440쪽짜리로 분량이 상당하다. 짧은 시간에 이 내용을 정리하느라고 많이 수고했을 듯 싶다. 하지만 이에 대한 내 평가는 인색하다. 관심 있는 부분만 주의깊게 보면서 쭉 훑어본 결과가 그러하다. 몇 가지 생각나는 것들만 얘기해보자.

1. 나름의 짜임새를 갖추려고 노력했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어서 잘 아는 분야는 자세하게 서술이 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는 간략하게 넘어가거나 제대로 언급이 되지 않는다. 이를 테면 사회적 경제와 복지 분야는 항목도 세부적으로 나누어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지만, 노동과 환경, 공공부문 등의 경우 일반적인 인식보다 그 비중이 지나치게 적다. 

  

2. 이렇게 비중이 적은 분야는 기존 논의를 정리해서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짜깁기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 보니 명의를 지우고 내밀 경우 박근혜 캠프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수긍이 갈 정도다. 안철수 후보를 진보적이라고 보지 않았기에 예상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특히 공공기관 혁신은 자세히 보면 새누리당에서 해왔던 정책들을 구체화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전문가가 없었나.

3. 전반적으로 위원회 제도의 활용을 강조한다. 기존 위원회는 개선하고 강화하겠다고 한 게 꽤 있고, 심심하면 제도적인 대안으로 위원회 신설을 언급한다. 나 또한 위원회 제도에 대해 나름 긍정적이고, 현재와 같은 정부조직 구조에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로는 위원회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무작정 위원회를 신설한다고 장땡이 아니라 그 구성과 운영 메커니즘에 대한 고민이 좀더 필요하다. 어떤 곳에서는 정치적인 개입을 배제하고서 중립적인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는 위원회가 있는가하면 또 어떤 곳에선 국회의 통제아래 두자고 한다. 문제는 그 구성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아예 구성 자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위원회도 많고...

우리나라에서 위원회 제도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합의제 조직임에도 합의제가 아니라 독임제 형태로 운영되고, 그래서 위원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세다는 점이다. 방통위가 그러했고, 인권위도 그러했으며, 금융위 등 대부분의 위원회 조직이 그러하다. 그리고 시민들은 참여하더라도 들러리 역할을 했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을 갖고 있지 않는 위원회 활성화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만만하게 위원회이기 때문이다.

4. 소통을 한다고 얘기하려면 짠 하고 정책공약집을 내놓으면서 전문가와 시민들이 수백차례 회의도 하고 제안을 수렴했다고 하기보다 그런 정책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제시되었는지 그 과정이 나와야 한다. 평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 짧은 기간 안에 후다닥 뭔가 만들어내려 하니 설익은 정책공약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비단 안철수 캠프뿐 아니라 자칭 진보후보라고 하는 이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날 것이다. 단지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 장애인들의 요구를 받아안는 게 정책이라고 얼버무릴 게 아니다. 대선을 단지 선전선동의 장으로만 볼 시기는 지났다. 

안철수 후보의 정책공약을 비판하면서도 그 만큼의 안조차 정식화시켜 내지 못하는 진보진영의 역량이 조금은 아쉽게 다가온다. 사실 대선 공간이 그런 것을 해내는 공간인데 말이지.

http://jinsimcamp.kr/archives/10819

덧붙여, 레디앙에 보니 오건호 선배가 안철수 캠푸의 복지공약 부분을 분석하여 구체성이 떨어지고 정책은 후퇴하였다는 비판을 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 비하면 그 정도는 양반이다. 앞에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지방분권 정책공약은 물론 외교통상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구체성은 물론 원칙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비전 가운데 하나인 '강하고 당당하고 평화로운 한반도', 이런 모순된 말이 있나? 亞제국주의를 하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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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효과, 기대의 역설로 부메랑되어 돌아올 수 있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이 11일 발표된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공약, 특히 복지공약에 대해 구체성이 없다는 점과 정책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안철수 후보의 공약집에 담긴 복지 공약 내용은 ‘약속’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당장 내년부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비전 페이퍼치곤 구체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복지 분야의 주요 정책들이 방향 제시 수준에서 나열되어 있고, 실현의 로드맵이나 공약의 실현 수단인 재원조달 방안이 없다는 점을 비판의 근거로 들었다. 오 위원장은 그 구체적 사례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들었다. 병원입원비 본인 부담률을 어떻게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목표치 제시는 없고 모호한 “최소화‘라는 표현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야권이나 시민사회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환장 1인당 연간 본인 부담금 100만원 상한제에 대해서도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 안 후보의 모호하고 후퇴된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나 진보정당의 후보들은 100만원 상한제를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또 오 위원장은 간병서비스 급여화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확대’만을 막연하게 언급하면서 그 시점과 로드맵이 없고, 공공지역거점병원을 늘리겠다는 것도 ‘언제까지, 어느 정도 비중’에 대한 구체적 목표치는 없고 ‘확충’이라는 방향만 언급했다고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이러한 안 후보 복지공약의 문제점에 대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후보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80%, 공공의료기관 30%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렇게 구체적 목표를 내걸어도 빈 공약으로 끝나는 판에 도대체 ‘최소화, 확충’과 같은 모호한 공약을 과연 시민들이 약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비판 입장을 강조했다.
이러한 모호함과 정책 후퇴와 함께 안 후보 복지공약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재정 확충 계획이 빠져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안 후보 캠프 관계자들의 여러 발언을 보면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피력된 소득별 보편증세론,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기업/정부의 동시 재정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이 후퇴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이번 복지공약의 후퇴가 우연한 것이 아니라 안 후보측의 지속적인 정책 후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오 위원장은 “안철수 효과라는 것이 기대의 역설로 부메랑이 되어 안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비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오건호 공동위원장은 최근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레디앙)을 출간하여 복지국가 담론의 확산과 구체적 실현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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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6:43 2012/11/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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