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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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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및 진보신당에 대한 나의 입장이 일관되기는 하지만,  참 무력하구나.
1월 14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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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회주의적인 것은 아닐까. 이미 민주노동당은 더이상 진보정당이 아니며, 혁신의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서 아직 민주노동당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당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일까? 하긴 탈당할 경우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특히나 관악구위원회의 경우 광범위하게 남아있는 페이버당원들과 얘기도 해보지 못하고 탈당하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을 신당 창당에 동참시킬 목적으로 민주노동당에 남아있는 모습은 아무래도 그리 보기 좋지 않다. 내가 비판해왔던 다함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열혈 활동가라면 다르겠지만, 그 만큼 활동적이지도 않으면서 내가 뭔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내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이다.
 
전진의 방침도 걸림돌이다. 사실 12일 있었던 중앙위원회에서 전진 성원들은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일부는 비대위 구성에 찬성하기도 했지만, 일부는 비대위 구성 투표에서 기권을 하기도 했다. 당 혁신파에 속하는 전진회원들은 기권을 한 이들에게 비판을 해댔고, 신당파에 속하는 전진회원들은 저번 중앙위원회에서 퇴장을 했으면서 이번에는 어떠한 행동도 조직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진이 심상정 의원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되었다고 비판한다. 기권을 한 이들에게도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얘기한다.
 
당원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기에 어느 장단에 보조를 맞추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만약 이대로 2월 20일로 예정된 임시당대회까지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신당파에 대한 기대는 사그라들 것이다. 당운동 자체에 대해 회의하게 되는 당원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전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전진의 1월 총회 개최를 요구하고 거기에서 전진이 가진 모순들, 봉합의 측면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이다. 하지만 전진과 관련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전진 내의 신중파들을 설득하여 갈 필요가 있겠지만, 이 때문에 신당 창당이 지체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탈당계를 모으고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한다. 심상정 비대위를 지켜보면서 당 혁신의 과제들을 수행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만약에 더이상 당 혁신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신당 창준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월 20일의 임시당대회까지 당 혁신의 정도를 지켜본 다음에 결행하는 것은 총선에서 나름의 정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신당창당의 때를 놓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신당파는 무력화된다.
 
총선이후 - 분명히 총선이 잘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 추가적으로 민주노동당을 버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을 기대하면서 그 때까지 신당 준비를 늦춰야 하는 걸까. 하긴 그게 타당할 수도 있다. 훨씬 더 많은 당원들이 추가로 탈당할 테니까. 그렇다면 그 전에 이미 탈당하거나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을 버린 이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을 질 수 있을까.
 
다양한 대중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당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 시기 가장 타당한 방침은 무엇일까. 이것은 누가 내려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우선 조급함을 버리자. 신당파의 주체를 튼튼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신당파에 합류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나쁘지는 않지만, 이로 인해 신당의 상의 모호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들을 묶어내는 내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신뢰 문제도 중요하다. 신당에서는 종북파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성원들 사이에 최소한의 신뢰가 존재할 것이다. 상식적인 룰을 어기고 조직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수시로 행해졌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에서는 제대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않았다. 조직은 원활한 정치활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상식적인 당 장악시도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획되었기에 여기에 힘이 실리지 않았고, 선거만을 준비하기 위한 조직으로 전락하였다. 신당의 조직은 이와는 달라야 한다.
 
신당의 시스템에 신뢰가 쌓이려면 신당을 준비하는 주체들이 처음부터 믿음을 주어야 한다. 어떻게? 신당준비와 민주노동당 탈당준비를 모두 다 챙기면서 양다리를 걸치는 것은 신뢰를 줄 수 없다.
 
신당을 준비하고자 한다면 확실하게 민주노동당을 탈당해야 한다. 그리고 신당 창당 준비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동당에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던 운영체계를 갖추고, 그 내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민주노동당에서 행해졌던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자기비판이 선행되어야 한다. 당 밖의 초록정치세력, 사회당, 노힘 등의 정치세력에 대해서도 평가해야 한다.
 
만약에 전진이라는 틀 때문에 불가능하다면 이 작업은 전진 소속이 아닌 이들이 추진해나가면 된다. 이러한 민주노동당 밖의 명확한 컨트롤 타워가 있을 때에 탈당하는 이들을 묶어세울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추후에 그대로 신당의 중앙으로 흡수되는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밖의 신당준비조직은 총선준비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총선에 연연하지 말자. 현재 신당의 세를 불리는 모양새가 꼭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된다. 선거는 이후에도 많다. 정치세력화를 선거에서의 성과에 초점을 두고 판단하지 말자.
 
신당에 쏟아지는 우려 중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어떻게 잘 조율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자민통 세력과의 대결 덕분에 좌파 내부의 갈등이 봉합되었지만, 이제는 그런 갈등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지금까지는 반종북주의 슬로건을 통해서 하나로 묶여질 수 있었지만, 신당 내에서의 스펙트럼은 기존의 민주노동당 내의 것보다 훨씬 다양해질 것이다. 이는 장점보다 문제점을 훨씬 더 많이 제기할 수 있다. 이미 최소한의 당원 활동이나 교육/학습마저 부정하는 이들이 신당을 얘기하고 있다.
 
강령에서부터 운영시스템까지 신당의 내용을 준비하는 단위는 당밖에 준비되고, 이들이 탈당하는 당원들을 규합하고, 당밖의 좌파세력과의 소통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이 준비단위는 심상정 비대위에게 혁신의 가능성이 있네 마네 식의 언급은 하지 말아야 하며, 명확하게 민주노동당 또한 더이상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파악하는 연장선상에서 나름의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 이 정치활동은 우선은 현안에 대해 논평하고, 진보정당이 취해야 하는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현실의 쟁점에 대해 무능하지 않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노동당 내의 신당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심상정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가. 그건 아닐 것이다. 생각해보면 민주노동당 내에서 할 것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다만 전진이나 혁신네트워크 등에 속해 있는 이들의 경우 조직내의 신중파들을 이끌어오는 노력을 할 수 있으리라. 1월 내에 임시당대회를 개최하도록 요구하고, 여기에서 제기되어야 하는 당 혁신의 요구들을 제안하는 것이다.
 
특히 전진의 경우 그 전에 회원총회가 개최되어 변화된 상황에서 명확한 방침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 어정쩡하게 가는 것은 신당파와 혁신파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양자 사이에 이미 봉합하기 어려울 만큼 불신이 생기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탈당한다면 전진도 탈퇴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20여일 정도까지는 탈당을 미루고 전진 및 지역위 내에서 투쟁하든지... 지금은 후자가 더 의미있게 생각되는데,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글을 쓰다보니 개인적인 독백에서 신당 창당에 대한 메모로 흘렀다. 그만큼 답답하다는 얘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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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4 06:49 2008/01/1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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