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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 공동대표의 참세상 인터뷰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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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보정당운동 블로그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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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에 조승수 공동대표의 인터뷰가 실렸더군요.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46171
 
그런데 인터뷰 내용을 보니 동의할 수 없는 지점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한가지씩 말해보겠습니다.
 
1. 조승수 동지는 "현재 무리하게 비대위와 새진보정당이 서로에 대해 공격하듯이 할 필요 없는 거 아니냐, 당대회를 지켜본 뒤 서로 생각이 다르다면 언젠가는 만나겠지만 지금은 각자 길을 가는 것이 좋겠다, 이런 얘기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혁신안을 제출한 뒤 심상정 비대위원장은 신당파에 대해 비판을 했고, 이것이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하지 않은지요?
 
2. "심 대표와 제가 자유주의 정치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극단적 사회주의 정당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어떤 과정을 통해서든 만나지 않겠냐"라는 대목에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비대위를 지지하는 이들의 글들을 접해 보시면 알겠지만,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탈당하겠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쇄신파 활동가들 상당수가 그렇더라도 내용이 없는 신당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있는 점입니다.
 
물론 저도 여전히 파산선고를 받은 민주노동당에 집착하면서 자민통 세력과 공존하려고 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지 않으며, 이미 만들어진 틀에 참여여부를 결정하는 형태가 아니라 스스로 당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신당 참여 운운하는 것을 가소롭게 여깁니다만, 진보신당의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지금은 진보신당의 내용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좀더 경주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3. 이와 연결된 것으로,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은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당대회를 맞이해 조직이 형식적으로 창준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최종 주장"이라고 하였는데, 괘변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노동당과 다른 질의 그 무엇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중구난방하고 있다는 것이죠. 민생 중심, 생태 가치 존중, 비정규직 조직 등 심상정 대표가 제시하는 ‘제2창당’의 상이 새진보정당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아직은 우리의 세력도 미약하고, 새로운 내용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함께 고민해보자고 해야 합니다.
 
4. 지역에 기반해 지역사회의 새로운 진보 주체들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그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정당운동 중심의 지역위원회나 분회로는 새로운 진보적 주체 형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다. 민중의집이나 생활상담소와 같은 지역공동체에서 생협이나 풀뿌리, 환경운동과 같은 다양한 운동과의 소통을 신당이 주도할 것"이라고 한 부분은 좀더 분석이 필요합니다. 지역위원회나 분회 조직 뿐만 아니라 민중의집, 생활상담소, 생협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한 것이죠.
 
지역위원회와 분회 조직에서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나누어야 하며, 민중의 집 등의 실험도 과연 한국적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검토가 요구됩니다. 그냥 과거의 것이 안되었으니 새로운 것을 해보자 라는 수준으로는 신당의 내용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5.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로서, 조승수 동지의 좌파에 대한 판단에 이견이 있습니다. 조승수 동지는 "좌파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노선으로는 한국사회 노동운동이나 정치운동에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공허한 좌파, 이상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련식 국가사회주의를 비판하지만 자신들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사회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세력은 신당에 도움이 안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잣대를 우리에게 대봅시다. 민주노동당에 있던 세력들, 신당을 하겠다고 나선 우리들은 한국사회 노동운동이나 정치운동에 어떠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까? 민중의 정치세력화? 그건 민주노동당을 자민통세력에게 넘겨준 것을 통해 파산났음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공허한 좌파, 이상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비판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습니까? 우리의 현실주의는 도대체 뭘 했나요? 민주노동당을 통해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이 더 높아졌습니까, 아니면 이를 통해 더 많이 배운 것이 있습니까?
 
민주노동당이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사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겠다고 했지만, 결국 사민주의의 틀을 넘어서지 못하지 않았나요? 아니 사민주의조차 제대로 했습니까? 그런 면에서 좌파에 대해 국가사회주의 운운하는 게 타당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스스로부터 자기반성이 필요하지 않은가요?
 
민주노동당은 87년 이후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가지고 지탱해왔습니다. 지갑을 주은 것은 민주노동당이었던 것입니다. 이제 밑천이 다 드러났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민주노동당만이 진보운동의 미래라고 대중을 오도해왔던 과거 민주노동당의 주도세력이었던 이들은 스스로에게 자기비판을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 당 바깥에서 치열하게 투쟁해왔던 좌파들에게 정당에 대한 상이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은 타당한 방향이 아닙니다.
 
저는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보다 더 왼쪽으로 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종북주의, 패권주의 청산에 동의한다고 해서 모두가 뭉쳐서 새로운 당을 만들자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민통 세력만 없는 제2의 민주노동당이 우리의 길이 될 수는 없습니다.
 
6. 문국현 후보와 창조한국당에 대한 조승수 동지의 규정은 자의적입니다. 그들 또한 "시장을 인정하되 공공성의 원리에 의해 조절 통제될 수 있는 사회국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력입니다. 그들을 시장주의에 입각한 노선이라고 단정한다고 차별화되지 않습니다. 거기에서 좀더 나아가야 합니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다양한 지향을 어떻게 포괄해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지 여부가 그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7. 조승수 동지는 총선에 올인하자는 것은 아니고 5년, 10년을 내다보고 진보정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이 매우 조급하게 보입니다. 총선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이죠.
 
총선에 대응할 필요는 있겠지만, 여기에 너무 커다란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민주노동당과의 관계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그 뒤에 신당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제 먹을 것이 없으니 나온다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총선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둘 경우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상당기간 유일 진보정당으로 행세하면서 새로운 진보정당의 흐름을 저지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노동당 밖의 좌파들이 추진하는 노동계급 정당, 변혁적 진보정당 또한 힘을 얻기 힘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또한 제2의 사회당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테지요.
 
그러하기에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으로, 총선이라는 정치적 계기를 통해 민주노동당 외에도 진보정당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력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요구됩니다. 민주노동당은 더이상 진보정당이 아니다라고 낙인을 찍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더 믿을 수 있는 진보정당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8. 그래서 지금 시기 몇 가지가 신속하게 해결되어야 합니다.
우선 내부의 소통을 좀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신당파가 소통의 통로로 삼고 있는 카페는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가입할 수 있는 폐쇄적인 성격을 면치 못하고 있고,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블로그가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다수 신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실천할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면면을 보면 다들 민주노동당에서 활동가연했던 분들입니다. 내용도 없는데다가 그 주도세력마저 구태의연하니 신당의 흐름이 주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은 그 건설 방식 또한 새로워야 합니다. 의사결정의 신속함과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러할수록 함께 나가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민주노동당 내의 쇄신파나 관망파까지 아우르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신당을 해보겠다는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신당을 만드는데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가입원서를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명망가가 참여한다고 해서 신당이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수가 모이더라도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창의적인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조승수 동지나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동지들(이런 표현 자체가 신당추진의 문제를 보여줍니다)이 이러한 말을 하지만, 실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 듯 합니다. 이에 대해 고민해주십시오.
 
신당추진세력 중에 전진 성원들이 많습니다. 1차 추진위원 39명 중에 24명이 전진성원이라고 합니다. 사무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그렇고, 신당의 지역책임자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습니다. 전진 성원들의 경우 전진의 문제에도 고민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어차피 신당이 정파명부제를 하려고 하고, 정파활동의 긍정성을 표출시키려 하며, 노동자운동에 기반을 둔 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전진의 성원들이 민주노동당과 신당에 양다리를 걸치도록 해서 활동에 답답함을 내보이게 하는 점은 해소되어야 할 것입니다.
 
소광역 차원의 지역조직을 갖추어야 합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에 참여한 이들을 분류하여 지역 차원의 독자적인 정치활동이 가능하도록 묶어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활동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단위가 되어야 할 것이고, 우선은 온라인 상에서 서로 연계가 되도록 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후에 신당의 지역기반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렇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중앙정치만을 바라보면서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현실의 쟁점들에 대해서도 개입해야 합니다. 이것은 대변인 1인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랜드/뉴코아 동지들이 현재의 민주노동당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언제 끝나느냐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대선 이후에 당이 이랜드/뉴코아 투쟁에 거의 결합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집회에 참석하는 것이 정당 본연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그러한 것을 통해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지 신당에 참여한 이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조승수 동지의 인터뷰에 대해 짧게 코멘트를 한다는 것이 길어졌습니다. 제 글쓰기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잘해보자는 얘기였습니다.
좀더 치열하게! 좀더 급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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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9 16:24 2008/01/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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