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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1호 숭례문 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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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서울시립미술관을 갔다 오면서 지났는데, 그게 1,2층 누각이 모두 다 타버렸다. 어제밤 9시가 조금 못되서 화재가 났다는 급보가 티브이의 자막에 나오기 시작하더니 11시경에 진화가 될 듯하다는 말이 나오다가 아침에 일어나 YTN 새벽5시 뉴스에는 전소되었다는 소식으로 바뀌었다. 어머니는 안타까워서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고 한다.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했다가 지금은 방화로 의심된다고 한다. 60대 남자 한명이 거기에 철제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온 이후 화재가 났다는 것이고, 그 목격자도 있다는 것이다.
 
국보 1호도 참 허망하게 맛이 가는구나. 저번 낙산사 화재에 이어 정말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 것 같다. 600여년을 버텨왔는데, 전쟁통에도 살아남았는데, 이 지식고도화시대에 전소되었다. 복구조차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버렸다는데..
 
아마 책임소재를 가지고 논란이 일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처음에 국보1호임을 이유로 신중하게 보아 어영부영 하고 있다가 화재를 키운 것, 그리고 발화지점을 제대로 발견해내지 못하고 11시경 불이 잡혔다고 파악하여 안일하게 대처를 했다가 결국은 전소시켜 버린 점 등이 지적되겠지. 하지만 이것은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뽑은 것처럼 눈앞의 문제만 본 것이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해외에 있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는 유네스코에 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하여 출장중이었는데, 문화재 관리의 최고책임자가 해외에 있어서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거참, 그 아저씨가 국내에 있었으면 뭐가 달라졌을까. 그가 슈퍼맨쯤 되나.
 
문화재청은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가 제시한 정부조직개편에서 효율적인 문화재 관리를 앞세워 국립중앙박물관을 흡수했다고 좋아하고 있다. 그들은 인수위 보고에서도 이명박운하 건설에 따른 막대한 문화재 발굴조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물관 흡수통합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었고, 결국 이를 관철해냈다. 하지만 이번 숭례문 화재에 대해서는 자신은 최선을 다했음을 주장할지도 모른다. 숭례문 관리를 지자체로 이관하였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절묘한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006년 시민에게 숭례문을 개방하면서 시민들의 문화적인 욕구도 충족시켜 주면서 자신에게 문화마인드가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그래놓고선 이젠 이명박 운하를 추진한단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책임으로 넘어온 숭례문에 대해 서울시는 방재시스템을 거의 구축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의 소화기 8대 정도만 비치되어 있었다던가. 문화재청은 숭례문도 중요목조문화재로 선정되어 있으나 예산이 없어서 방재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얘기한다. 하긴 사회복지예산에 쓸 돈이 없는데, 문화재에 투입할 예산이 있기야 하겠나.
 
서울시는 그 커다란 건물의 경비를 민간회사에 맡겨 휴일에는 1명 정도만이 관리하도록 해놓고, 그나마 밤에는 무인경비시스템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이러했으니 그 동안 화재나 여타 사고가 없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식을 앞두고 액땜을 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만 보기에 상처가 너무 크다. 문화재 관리와 같은 공공업무를 시장에 맡기면 더 낮은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렇게 커다란 화재가 났을 때는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다. 혹시 모르겠다. 민간 화재보험을 들어놨을지... 하지만 이제는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숭례문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물론 문화재 관리를 지방으로 이양하지 않고, 민간위탁을 하지 않고, 중앙정부가 관리했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졌을지는 모르겠다. 이명박 운하를 이용하여 부처이익을 챙긴 문화재청의 행태를 보면 그넘이 그넘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책임소재만은 명확할 수 있었고, 나름의 사명감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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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1 05:46 2008/02/11 05:46

2 Comments (+add yours?)

  1. 야스피스 2008/02/11 14:13

    이게 다 미제의 책동 아닐까요. 사이비 진보세력과 극소수 분당론자를 활용해 민주노동당을 와해, 말살하려는 미제의 책동이 먹혀들지 않자 국면전환을 위해 숭례문을...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버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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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벽길 2008/02/11 15:20

    저는 그 정도의 상상력까지는 발휘하지 못했지만, 능히 할 수 있는 생각 같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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