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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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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인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어제 지식경제부 연찬회에서 강연한 내용이 화제다. 거의 모든 신문에서 언급이 되고 사설로도 이를 인용한 신문이 꽤 된다. 요새는 퇴임 후에 반성문 쓰는 게 유행이 된 것 같다.
 
그런데 경향신문의 사설처럼 현직에 있을 때 왜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할까. 몇 십년간 공직에 있었으면서 말이다. 현직에 있으면서는 다른 퇴직자가 쓴, 자신들이 쓰게 되는 반성문을 보지 못했을까. 지금의 공무원들은 김종갑 사장의 반성문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게다가 반성문이라고 내놓은 것이 CEO의 입장에서 내놓은 것이라 제대로 반성했다고 보기엔 조금 거시기하다. 관료주의 코드에서 시장주의 코드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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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관료 출신 CEO의 반성문, 공감은 가지만 (경향, 2008년 03월 29일 00:03:17)
 
“산업현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기술도 잘 모르면서 기술유출 방지법을 입안했다”는 무지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해 “도와준다며 기업을 오라가라 해 눈도장 찍게 했다”는 ‘갑(甲)’의 행동에 대한 반성이 이어진다. ‘숫자 채우기식 규제완화’ ‘산하기관 너무 많이 만든 것’ ‘보여주기 행정’ ‘발표부터 하고 사후 평가는 흐지부지’ 등 그가 털어놓은 잘못은 공직사회의 비능률과 허식에 혀를 찼던 많은 국민, 특히 을(乙)의 입장에서 공무원을 대하는 기업인에서 보면 속이 후련할 만큼 적나라하다. “새 정책을 만들지 말라” “산하기관 통폐합이 부처 통폐합보다 중요하다”는 당부는 다소 충격으로도 들린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관료시절 반성문’ (서울, 안미현기자, 2008-03-29  29면)
 
경제부처 차관 출신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관(官) 후배들에게 자신의 재임 시절 잘못을 반성문으로 제출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반성문은 곧 현직 경제관료들의 자화상이자 따끔한 충고이기 때문이다.
 
‘고해성사’의 주인공은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1년 전 하이닉스 사장직 공모에 지원하기 직전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 차관을 지냈다. 그는 28일 이틀간 일정으로 충남 천안 지식경제부 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지경부 연찬회에 강사로 초대됐다. 강연에 앞서 돌린 자료에는 ‘공직 31년, 기업CEO 1년-반성문’이 들어 있었다. 재임 시절 많은 후배들이 꼽았던 ‘존경하는 상사’였기에, 그의 반성과 충고는 관가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퇴임하면서 비슷한 고해성사를 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갑’과 ‘을’을 오간 통찰은 아니었기에 의미가 또 다르다.
 
# 반성1-경제·산업현장을 몰랐다
1000개 이상의 기업을 방문하고 수없는 기업인을 만났지만 겉핥기 수준의 이해에 불과했다. 기술도 잘 모르면서 기술유출방지법을 입안했다. 통과의례식 토론회와 훈시형 축사도 남발했다.
 
# 반성2-“도와 준다.”며 기업을 오라가라 했다
잘 하는 기업은 정부에 부탁할 일이 별로 없는데도 늘 ‘갑’의 위치에서 행동했다.(기업을 해보니)도와줄 테니 오라는 것도 반갑잖다. 괘씸죄 면하려 눈도장 찍으러 가는 것이다.
 
# 반성3-규제 줄인답시고 숫자 채우기에 급급했다
철저히 줄이지 못하고 숫자 채우기에 급급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규율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 반성4-산하기관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산하기관이 더 관료적이고 기능이 중복돼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정부가 지원하니 사람도 받으라.’ 했고, 민영화 노력도 부족했다.
 
# 반성5-기업경쟁력 기반조성 미흡했다
출연연구기관들은 기업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연구를 붙잡고 늘어졌다. 과학기술계 반대를 핑계로 역할 조정도 소극적이었다.
 
# 반성6-보여 주기 행정 많았다
일단 발표부터 하고 사후평가는 흐지부지했다. 다른 부처와의 불필요한 정책경쟁이나 비협조 등 신경전도 많았다.
 
반성 끝에 기업인으로서 후배들에게 던진 고언은 더 충격적이다.
 
# 충고1-새 정책을 더 만들지 말라
애써 일을 벌이려 들지 말고 꼭 해야 할 기반조성이라도 제대로 해줬으면 한다.
 
# 충고2-대부분 기업에 맡기고 행정지도는 줄이라
관이 나서지 않아도 기업에 맡겨 두면 더 잘 굴러간다.
 
# 충고3-산하기관 통폐합이 부처 통폐합보다 더 중요하다
퇴직관료 자리 터주기나 ‘위인설관(爲人設官·사람을 위해 자리 조성)’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 충고4-위법행위는 철저히 응징하라
기업들이 최소한의 필수규제마저 위반할 때는 (경제부처랍시고)두둔하려 들지 말고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연찬회에 참석한 한 국장급 간부는 “내 자신을 되돌아본 계기가 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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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21:21 2008/03/2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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