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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조사관의 촛불집회 인권침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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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제앰네스티에서 '비정기 조사관'이 파견되었을 때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촛불집회 현장의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이를 지적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이 20여일간 집회 현장에 직접 나가거나 시위참가자 및 경찰 관계자들의 증언을 듣고 밝힌 조사결과는 아마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겨레신문에 보니 "촛불집회는 위대한 민중의 힘"이라고 했단다. 피플파워(people power)를 국민의 힘이라고 번역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 만큼 민중의 자발성을 높게 평가한 것일 터이다. 사실 수만, 수십만이 운집한 집회가 이렇게 별다른 사고나 폭력 없이 끝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경찰까지도 조사관에게 잘 협조를 했다고 하는데, 유일하게 법무부가 조사관의 구치소 방문 및 접견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만큼 구린 점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국제앰네스티나 인권을 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기본 입장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최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렸던 G8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집회의 양상을 보니(참고.
애정과 존중의 연대의식으로 뭉친 G8 반대투쟁), 일본에서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없으며, 경찰의 감시와 탄압이 일상화되어 있고, 그에 따라 공권력의 (부당한) 명령에 불복종하는 저항의 상상력이 메말라버린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경찰국가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 보장 수준을 본다면 거의 무력화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나름대로 앰네스티의 조사결과를 통해 개선의 여지를 도모해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전개양상은 이에 개의치 않을 것임에 틀림 없다. 아마도 편향된 조사를 했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고... 그런 의미에서 이는 현장에서의 세력관계에 의해 규정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지금은 점차 물러나고 있는 시기이고...
 
어제 사회서비스 공대위 집행위 회의를 마치고 촛불집회에 참여했는데, 항상 그렇듯이 너무 아쉬운 것이 많았다. 조직된 대오가 있고, 대중을 상황에 맞게 이끌어 가는 집단이 있었다면, 그 많은 시민들이 허전함 속에 떨어져나가고,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귀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집회를 통해 참여한 대중들의 의식의 성장이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드니... 
 
계속 약화되고 있지만, 그리고 이제는 서울에서만 타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촛불을 들 수밖에 없다. 바뀐 것이 없는데, 그쳐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의 기사 중에 누군가 얘기한 것처럼, "행정, 입법, 사법, 언론까지 정권이 통제하려는 판국에 국민이 결국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다."
  
2008년 한국, 우리는 혁명을 반복할 것인가, 혹은 혁명을 완수할 것인가를 묻는 참세상의 영상물은 영화 알제리 전투에 나오는 대사를 인정하면서 끝을 맺는다. "혁명에서 성공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더욱 힘겨운 문제는 혁명의 성공 그 이후에 닥쳐올 것이다." (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
 
2008년 촛불집회에서 우리 스스로 깨닫는 것이 존재하고, 과거와는 다른 우리를 발견할 때, 우리는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저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저들을 닮아가고, 그들이 강요하는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길들여질 때에는 결국 우리가 패배한 것이다. "민중의 적은 거대한 괴물 그것만이 아니라 그것에 익숙해지고 닮아가는 우리들 내부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새길 때다." 
  
국제앰네스티의 촛불집회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조사결과에 관한 글을 퍼오면서 간단하게 코멘트하려다 또 엉뚱하게 결론을 맺는구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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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경찰, `촛불' 과도한 진압"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2008.07.18 10:16)
 
국제앰네스티의 노마 강 무이코(Norma Kang Muico) 조사관은 18일 "촛불집회는 전반적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경찰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해 진압했다"고 밝혔다. 무이코 조사관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2주 간에 걸친 조사 내용에 대한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무이코 조사관은 "시위는 대체적으로 평화로웠지만 진압경찰이 군중을 향해 진격하거나 일부 시위대가 경찰차량을 파손하는 등의 폭력사태가 발생했다"며 특히 "경찰은 과도한 무력을 행사하면서 물대포나 소화기 같은 비살상 군중통제장치를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국제앰네스티의 `비정기 조사관' 신분으로 방한한 무이코 조사관은 그동안 집회 현장에 직접 나가거나 시위 참가자들 및 경찰 관계자들의 증언을 들으며 면밀한 조사를 벌여왔다.
 
런던에 있는 앰네스티 국제사무국이 연례 정기조사 이외에 특정 사안에 관한 긴급조사를 목적으로 비정기 조사관을 한국에 공식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조사 내용을 영문 보도자료로 만들어 전세계 국가에 동시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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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촛불 수감자’ 접견거부 항의 (한겨레, 김성환 길윤형 기자, 2008-07-15 오후 09:13:48)
무이코 조사관, 법무부 방문해 강한 유감 표명
인권단체 “전두환 정권도 양심수 조사에 협조”

 
국제앰네스티는 15일 촛불집회와 관련해 구속된 수감자들의 접견을 거부한 한국 정부의 조처에 정식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국내 인권단체들은 “정부의 접견 거부는 인권 후진국으로 질주하겠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노마 강 무이코(41)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김호철 법무부 인권정책과장을 만나, 서울구치소 쪽의 수감자 접견 거부 조처에 공식 항의했다. 무이코 조사관은 지난 11일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등 3명의 접견을 요청했으나, 법무부와 구치소 쪽은 “재판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2004년까지 18년 동안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을 지낸 오완호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은 “80년대 전두환 정권 때도 감옥 내부까지 공개하며 장기수, 양심수들에 대한 앰네스티 조사에 협조했다”며 “정부의 이번 조처는 전례가 없는 자의적인 법집행”이라고 비판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법무부는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대는데, 법원이 국제앰네스티의 조사로 영향을 받을 것이란 판단을 왜 법무부와 구치소에서 하느냐”고 되물었다.
 
법무부는 불과 2년 전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의 수감자 접견을 허용한 전례도 있다. 2006년 12월1일 라지브 나라얀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담당관과 김희진 한국지부 사무국장은 당시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시위를 벌이다 안양교도소에 수감된 김지태 전 대추리 이장을 특별접견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민주화 과정을 통해 한국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번 촛불집회 과정에서 이에 역행하는 흐름이 나타나자 이례적으로 특별조사관을 파견한 것”이라며 “그렇게 파견된 조사관의 활동을 정부가 나서서 가로막는다면 국제사회가 어떻게 생각할지 잘 되새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이코 조사관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임삼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과 면담했다. 그는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촛불집회와 관련해 앰네스티가 2주 동안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권침해 우려 등을 담은 제안을 (임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며 “우리도 더 자세하게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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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조사관 “촛불집회는 위대한 피플파워” (한겨레, 허재현기자, 2008-07-18 오전 10:13:27)
노마 강 무이코 국제 앰네스티 조사관 단독인터뷰
“촛불집회 평화로웠다…참가자들 다양한 것 놀라워”
“시민들, 버스 흔들고 밧줄로 끄는 행위 명확한 불법”
 

 

 
» 한국의 촛불집회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일 입국한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 노마 강 무이코(Norma Kang Muico). 국제앰네스티가 특정 사안에 대한 긴급조사를 목적으로 조사관을 한국에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한국의 촛불집회는 평화로웠다. 그것은 위대한 ‘민중의 힘(people power)’이다.”  
 
노마 강 무이코(41) 국제 앰네스티 조사관은 두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촛불집회를 지켜 본 느낌을 이렇게 평가했다. 무이코 조사관은 촛불집회 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촛불집회에 정치단체나 노조 혹은 학생단체 등 전통적인 운동조직으로부터 지도받지 않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며 “참가자들이 아주 다양했다는 것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이코 조사관은 경찰이 방패와 물대포, 분말 소화기 등으로 시위대를 공격적으로 진압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다. 그는 “경찰이 사용하는 방패와 곤봉은 살상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라며 “내가 조사한 많은 사람들은 머리 뒤쪽에 맞은 상처가 있었는데, 이는 시민들이 도망가다가 맞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주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경찰은 소화기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신할 수 없다”며 “영국에 돌아가면 더 조사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무이코 조사관은 “시민들이 버스를 흔들고 밧줄을 매달아 끄는 행위도 명확한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그는 “시민들이 전경 버스를 흔들 때 경찰 또한 버스 안에 전경들을 남겨 놓는 것을 보고 매우 불편했다”며 “버스 안 전경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이코 조사관은 해가 진 뒤 집회를 금지한 한국의 집시법과 관련해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문제”라며 “시민들이 표현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을 고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이코 조사관은 “한국은 권위적인 정부에서 민주국가로 이행했지만 공권력에 대한 과거의 불신이 남아 있어 경찰과 시위대가 서로 적대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대화를 통한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입국해 촛불집회 현장의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했던 무이코 조사관은 18일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앰네스티 본부가 있는 영국으로 떠난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국제사면위원회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조사관을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언론에서 보도했다. 한국에 조사를 나온 이유는 뭔가?
=나는 조사관으로서 한국에 자주 온다. 적어도 1년에 한번씩 온다. 엠네스티는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과 특정 사안을 조사하러 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엠네스티 사무국이 지난 5월부터 촛불집회에 대해 살펴보고 있었는데,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개서 엠네스티 사무국이 나를 직접 한국에 보냈다. 촛불집회 과정에서 경찰이 행사한 공권력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직접 눈으로 본 한국의 촛불집회를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아직도 이 촛불집회가 위대한 ‘민중의 힘’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촛불집회에 정치단체나 노조 혹은 학생단체 등 전통적인 운동조직으로부터 지도받지 않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참가자들이 아주 다양했다는 것에 주목한다. 
나는 ‘한국 촛불집회가 평화적’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나는 70~80년대 한국에서 자랐다. 당시는 최루탄과 화염병이 오가며 경찰과 시민 사이에 더 공격적이고 위험한 갈등이 있었다. 그런데 촛불집회에서 그것을 본 적이 없다. 전반적으로 이번 시위대는 평화로웠고, 대부분의 경찰 역시 전문적으로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찰이 조사에 협조를 잘 해줬나? 
=경찰은 매우 협조적이었다. 경찰 당국은 제가 원하는 모든 곳을 갈 수 있게 해줬다. 경찰병원에 입원한 경찰들도 만났고, 경찰의 작전 중에 폴리스라인 뒤에서 내가 선택한 경찰들과 인터뷰를 허락했다. 또 경찰서에서 연행된 사람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법무부가 유일하게 나의 구치소 방문 및 접견을 허용하지 않았다.
 
» 촛불집회와 관련한 인권침해 상황을 조사하러 방한한 국제 앰네스티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이 5일 오전 서울 통인동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방문, 관계자들을 인터뷰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국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와 소화기를 사용하는 것을 어떻게 보나? 
=물대포는 위험하다. 마지막 수단으로 써야 한다. 내가 조사해보니 물대포는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었다. 물대포를 사용하더라도 필요한 수칙을 지켜야 한다. 물대포를 맞는 사람과의 거리, 각도 등은 물론 수압 역시 규정에 맞아야 한다.  
소화기는 70년대와 80년대에도 사용됐다. 그러나 그것은 불을 끄려는 용도였다. 지금은 화염병을 쓰지 않기 때문에 소화기를 쓸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경찰은 소화기를 자주 쓰고 있다. 우려스럽다. 경찰이 소화기를 시민들의 얼굴에 직접 뿌려 앞을 볼 수 없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앞을 볼 수 없게 하는 것은 군중을 관리하는 방법으로써 적절치 않다. 한국 경찰은 소화기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은 확신할 수 없다. 영국에 돌아가면 더 조사해 보겠다.  
 
-한국 경찰은 방패로 시민들을 때리기도 했다. 
=(경찰에게) 방패와 곤봉은 방어용이다. 살상용이 아니다. 자기 방어용으로만 써야지 절대 무기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내가 경찰이 사용하는 방패를 들어봤는데 아주 무겁고 튼튼했다. 이것을 눕혀서 수직으로 머리 등을 때리면 극히 위험하다. 내 조사에서 얼굴에 심각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많은 사람들은 머리 뒤쪽을 맞은 상처가 선명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민들이 앞으로 나오다 맞은 것이 아니고, 도망가다 맞은 것을 의미한다. 아주 잘못된 것이다.  
 
-경찰이 버스로 거리 행진 자체를 막거나 광장 진입을 통제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국가마다 장애물을 설정하는 데에는 서로 다른 방식을 활용한다. 한국에선 버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공격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일반적 장애물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경찰이 결정해야 할 일이다. 
시청 광장을 봉쇄하는 것 또한 경찰의 권한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청 광장을 빼면 모일 공간이 없다는 것을 본다면 시위대와 경찰이 절충점을 찾는 게 필요하다.  
 
-반대로 한국에선 시민들이 경찰 버스를 흔들거나 밧줄을 걸어 잡아당기는 시위를 한다.
=경찰이 보여준 동영상으로 시위대가 경찰 버스에 줄을 매달아 끄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명확하게 불법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버스를 끌 때, 경찰(전경)이 그 안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여러 번 이런 경우가 있었다. 매우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버스 안의 경찰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시위자들이 버스를 흔드는 행위를 알고 있었다면 버스에 경찰을 놔두면 안된다.  
 
-다른 나라의 집회와 촛불집회를 비교한다면? 
=국제사면위원회는 절대로 각국의 인권 상황을 비교하지 않는다. 한국의 촛불집회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싶지 않다. 모든 나라는 각자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 나라와 다른 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촛불집회 관련 인권 침해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국제앰네스티에서 파견한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이 4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수호 권력참회 발원 시국법회’에서 문정현 신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는 해가 진 후 집회를 여는 것을 경찰이 판단해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해가 진 뒤 집회를 여는 것을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문제다. 어떤 날은 해가 진 뒤에도 한참 동안 집회를 여는 것을 허용한다. 또 어떤 날은 원천봉쇄한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 지 혼란스럽다. 
공공질서를 유지하려면 규정과 법은 필요하다. 모든 나라가 집회를 규율하는 법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해가 진 뒤 집회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민들은 (해가 진 뒤에도) 표현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시민들이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방해받지 않고 집회를 열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신이 거주하는 영국에선 경찰이 시위 관리를 어떻게 하나? 
=영국 경찰은 시위자들이 시위를 할 수 있게 하고 (시위대의) 안전을 지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리 수집한 정보에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확신이 서면 경찰은 다른 근무복을 입는다.경찰은 평화시위가 가능하도록 시위대를 돕는 것이 주 업무다. 영국 경찰관은 시위에 나가기 전에 브리핑을 받게 된다. 브리핑의 뼈대는 ‘시민들이 정부에 반대하려고 시위를 벌이는 것이지, 경찰에 대항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 불필요하게 무력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교육을 받는다. 모든 경찰 활동은 합법적이고 전문적이며, 적절하면서도 참을성있고 실질적이어야 한다고 교육한다. 
 
-영국에서 연행에 관한 지침은 어떤가? 
=영국 법은 ‘연행이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체포도 꼭 필요할 때만 해야 한다. 경찰관은 자신들의 개인적인 보호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장구의 사용에 앞서 충분한 설명을 해 정당화 되어야 한다. ‘시위자와 대화를 하라’는 내용이 브리핑 내용에 포함돼 있다. 그리고 과잉 대응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에선 인도에서 시위하는 시민도 연행한 사례가 있다. 
=평화적으로 인도에 있던 시민들을 잡아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인도에서 평화롭게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잡혀갔거나 심지어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단순히 구경하고 있다가 연행되기도 했다. 이들의 죄목이나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인도에 있는 사람에 대한 자의적 체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시민들과 경찰 모두에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권위적인 정부에서 민주국가로 이행했지만 공권력에 대해선 과거의 불신이 남아 있다. 그래서 경찰과 시위대가 서로 적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신뢰가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서 믿음과 이해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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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8 12:31 2008/07/1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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