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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의 총파업투쟁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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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 기사에 '조·중·동과 재벌이 방송에 진출하면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한 신방과 교수의 답변은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봐도 좋다.
"솔직히 말하면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 법이 통과돼도 시민들이 느끼는 언론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방송을 보라, 친재벌, 친정권 방송 다하고 있다. 지금의 방송에 '공동체' 개념이 있는가. 쉽게 말해 용산 참사의 유가족 목소리가 제대로 다루어지고, 쌍용차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가. 그렇지 않다."
 
어제 신림역에 가는 길에 언론악법 저지 어쩌고 하는 진보신당의 플랭카드가 있더라. 그걸 보고 '지금 진보신당은 언론악법 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보지?' 하는 냉소가 들었다.
 
언론악법이 저지되면 볼만한 방송, 신문이 될까. 조·중·동과 재벌이 방송에 진출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건 다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방송이 괜찮냐고 하면 그건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악법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친다고? 노무현 정부 하에서는, 그리고 언론악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방송이 제 역할을 했단 말인가.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에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이 대거 들어가게 되어 MBC 노조에서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단다. 시민사회의 우려가 그렇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밀어부치는 MB의 뚝심도 대단하지만,  이 또한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것 아닌가. 그러고 보면 그 나마 문화방송이 나름대로 뭔가 하려고 노력했던 모양이다.
 
여기저기 몰아치는 MB의 언론장악 시도는 전면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라도 그대로 놔두는 법이 없다. 문제는 그에 대해 제대로 저항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고, 이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들은 일관성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전면적으로 나오는데, 그 반대편에는 파편화되어 각개격파 당하는 이들만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언론 및 인터넷 영역에 대한 저지선을 언론악법 저지로 모아나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그게 아무리 잘된다 해도 죽쒀서 개 주는 꼴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은 몰라도 언론이 민중의 것이었고, 민중을 위해서 작동되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미 언론 및 인터넷을 통제하는데 나름의 정성을 기울여왔던 것이 바로 보수야당 아니었던가. 그런 그들이 자신들의 과거 행태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없이 언론악법 저지 운운하는 게 볼썽 사납다.
 
더구나 언론악법이 저지될 것인가의 여부가 언론노조의 총파업투쟁이나 시민사회의 반발에 의해서가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는, 대표성이 부족한 사법부에 의해 결정된다는 자체도 우려스럽다. 하긴 저번 22일 국회에서 언론관련법이 통과되던 날 국회 앞에서 보았던 한 활동가도 "여기에서 백날 집회를 해도 저들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면서 무력감을 호소하더라. 그렇더라도 사법부의 판단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민주당이 '언론악법 원천 무효' 천만 국민 서명에 돌입하는 등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도 바로 그 점을 깨달았기 때문일 터이다. 
 
실제로 헌재가 한나라당의 날치기 통과를 '합법'이라고 판단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수용해야 하는 걸까. 아니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안이 발생하면 대법원이나 헌재에 쪼르르 달려가야 한단 말인가? 언제부터 법을 그렇게 신봉하게 되었나. 이것도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라고 할 수 있을까.  
 
언론노조의 총파업투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안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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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총파업…"언론노조는 승리했습니까?" (프레시안, 채은하 기자, 2009-07-31 오전 9:50:50)
[판도라의 상자, 열렸다 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MBC·방문진 이사, 뉴라이트 약진 (미디어오늘, 2009년 07월 31일 (금) 21:04:30 조현호 기자)
이사 9명 중 6명, 이명박 정부 색채 대변…MBC 노조 "즉각 사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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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1 13:55 2009/08/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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