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지상의 해빙기 / 너를 태우고

View Comments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주제곡 중에

<너를 태우고(Carrying You)>라고 <천공의 성 Laputa(Laputa: Castle in the Sky)>의 엔딩곡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심심하면 흥얼거리고 다녔지요. (참고. 흥얼거리는 만화 주제곡?

  

이지상 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이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를 발견했습니다.

<이지상 4집 기억과 상상중>에 실린 <해빙기>라는 노래가 그것입니다. 

이지상 님은 이를 난곡송이라고 하더군요. 

 

이지상 님도 난곡에 자주 오셨나 봐요. 

이지상님의 블로그에서 담아옵니다.

블로그 원글에 있던 사진은 뺐습니다.

로딩이 너무 길어서요. ㅡ.ㅡ;;

 

이지상님의 글에 나오는 <해빙기>와 <너를 태우고>를 한번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몇년전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합니다만

가장 깨끗하고 좋은 건물이 동회에서 지어준 화장실이었던 동네

신림동 난곡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해 겨울엔 서울시와 건설업자가 세입자 가구당 650만원(?)쯤 주고 나가라고 했고

생존의 위기에 몰린 사람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 그 아랫동네의 지하방으로 떠나거나

갈 곳 없는 이들은 담이라고도 할 것 없는 시멘트 벽에 각종 구호를 써붙이고 생존권 투쟁을

외치기도 했고 선잠 깬 새벽 느닷없는 철거반의 포크레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아이를 달래며 기어코 포크레인의 바퀴밑에서 "나를 밝고 지나가라"고 절규하기도 했습니다.

 

그 해 겨울 서울에서 가장 높은데서 사는 가장 낮은 사람들의 마지막 성탄예배 광경은

또렷이 기억합니다.

난곡 언덕 중턱의 주차장에서 몇개의 드럼통 난로로는 도저히 데울수없는 찬 바람을 맞으며

발아래동네 세상의 허황된 희망에 맞서 뜨거운 절망을 눈물로 기도했던 그 성탄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거기서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내셨던 김혜경님의 따뜻한 손도 잡았고 30년 빈민활동을 하신

벽안의 수녀님의  기도도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눈이 내리고 다시 녹을때까지

서너번 그 언덕을 드나들며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낯선 비둘기 한 마리 먹이를 쫓다 비행기 날으는 곳으로 떠나고

 굳게 잠긴 철문안의 작은 방에선 또 어떤아이들이 성냥불 장난할까

 돌 계단 틈으로 바람이 불어오면 어느새 묵었던 잔설이 녹고

 무너진 예배당 십자가 위엔 또다른 햇살이 비칠테지

 이렇듯 날은 저물고 어둠이 내리고 피곤에 지친 사람들 돌아오고

가장 높은 곳에 사는 가장 낮은 이들 그 가난한 마음에도 봄꽃은 피어날까 "

 

이 곡은 저의 피아노 연주 레파토리가 되어서 어디서든 피아노를 칠 때면

제일 먼저 두드리는 곡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4년전쯤 이곡을 듣던 후배가 다시 한번 연주를 청했는데 자기가 가장 좋아하

는 곡이라고 했습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 아니냐고.........

저는 애니매니아가 아니어서 이름만 알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는

어린시절의 코난 외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역시 이름만 알고있었던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음악도 모르는 상태였구요.

- 그 이후에 그분들의 작품 대부분을 봤고 들어서 지금은 매니아 수준입니다만^^ -

천공의 성 라퓨타 음악을 찾아 들어보고..........

 

이럴수도 있구나. 전혀 다른 상황속을 헤메는 상상 속의 길이, 작가의 감성이

똑같이 움직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주요 동기가 된 서두 2마디가 딱 음표 하나 틀리고 리듬과 선율이 똑같은 거였습니다.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음악 발매년도가 84년.....누가봐도 표절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 음반에서 제외시킬까 고민했습니다만 지금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그 높은 언덕의

달동네 난곡의 마지막 성탄예배에 대한 기억을 포기하는것 같아서  포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제겐 표절에 대한 비난보다 그 기억이 더 소중한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대 작곡가 히사이시 조 선생님께는 무척 죄송한 일입니다.

 

이 곡이 그분의 귀에 들릴리도 만무하지만 혹 들리셨다면

어쨋든 뻔히 알고도 발매를 해야 하는 저의 마음도 헤아려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지상 - 해빙기 < 이지상 4집 기억과 상상중 >


Inoue Azumi - 너를 태우고(Carrying You)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4/20 22:54 2006/04/20 22:54

댓글0 Comments (+add your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gimche/trackback/88

Newer Entries Older Entries

새벽길

Recent Trackbacks

Calender

«   2024/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