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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M, 크리스마스에 '영국에서의 전투' 승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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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지나가서 좋은 점은 그 지겹던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12월이 되면 듣고 싶지 않아도 캐롤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된다. 요즘엔 과거와는 달리 캐롤과 같이 관성화된 노래 대신 크리스마스 시즌과 함께 울려퍼지는 팝음악도 판친다는 거. Wham의 Lsat Christmas나 영화 'Love Actually'에 수록된 이후 이에 버금가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도 나같은 사람에겐 듣는 것 자체가 짜증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들이 주목하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를 훈훈하게 달군 소식이 있었다. 바로 RATM과 관련된 것인데, RATM의 노래들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고문도구로 악용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져서 톰 모렐로 등이 분노를 표한 바 있었다. 혁명의 음악이 범죄에 악용되다니...
 
이번에는 주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대결하여 승리를 거둔 사실이 전세계 누리꾼들과 음악팬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딴지일보 기사가 아주 흥미있게 그 '크리스마스 전쟁'의 과정을 그려놓고 있다. 링크를 해놓았으니 한번 읽어보시라. 
 
자본주의 안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인 만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나, 프레시안 기사에서 김작가가 지적한 것처럼, 기존의 관성에 반기를 들어 승리하였고, 그 동안 개인적으로는 회의를 가져온 온라인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본다. 
 
BBC 라디오의 생방송에서 거침 없이 Fuck You!!라는 가사내용을 읊었던 것도 인상적이다. 물론 욕설 부분은 하지 않겠다고 사전에 약속하고 생방송에 출연했으면서 이를 뒤집은 점을 어떻게 봐야할지 논란이 있지만(이 때문에 BBC는 공개사과를 해야만 했단다), RATM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고 본다. 아래 유튜브 생방송 동영상에서는 이 장면이 잡히지 않지만, 딴지일보 기사에 삽입된 것에는 RATM의 욕설에 당황해하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마지막에 흘러나온다.
   
암튼 캐감동!! RATM이 영국에서만 대규모 무료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다시 와서 한번 공연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조금 비싼 유료공연이라도 봐줄 용의가 있다.
  
 
Rage Against The Machine - Killing In The Name Live on BBC Radio 5 Live Video Full and Uncensored
 
 
[음악] 크리스마스 전쟁: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쉰 VS. 사이먼 카월 (딴지일보, 2009.12.21.월요일, 남의 신용카드로 하나 산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http://www.scatterbrain.co.kr) 운영자 로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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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에 질린 英네티즌 “X-MAS 1위곡은 우리 손으로”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2009.12.20 18:20)
 
팬들의 반란…해체 록밴드가 英차트 1위 이변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2009.12.21 11:38)
 
영국의 언론들은 이 같은 이변에 “인터넷에서 시작된 풀뿌리 캠페인이 승리”라고 호평했다. 코웰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스타에 대항하기 위해 반항적 이미지가 강한 해체 록밴드를 내세우고 , 그를 지지하는 팬들이 페이스북에 100만 명 가까이 모인 사실에 주목했다. 또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노래를 구매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영국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지지한 밴드가 1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페이스북 페이지에 승리를 자축했다. 지지자들이 모인 클럽 페이지에는 넘버원을 뜻하는 ‘1’을 크게 새겨 놓았다. 한 음반 판매점 사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차트에서 일어난 적 없었던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신기해했다.
  
英 해체밴드 RATM, 크리스마스 차트 1위 ‘이변’ 내막은? (뉴스엔 차연 기자, 2009-12-21 18:07:24)
 
RATM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오디션 무대에서 사람을 몰아붙이는 사이먼 코웰과 이러한 TV 오디션 프로그램은 사라져야 한다"고 독설을 퍼부어 사이먼 코웰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한편 이러한 소식이 전세계로 퍼지면서 RATM의 곡 ‘킬링 인 더 네임’은 영국 아이튠스(iTunes), 아마존(Amazon) 등 온라인 음원 판매 사이트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해체된 록밴드가 英싱글차트 1위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2009-12-21 21:24)
 
[문화계 블로그] 英 UK차트, 다윗이 골리앗 꺾다 (서울, 홍지민기자, 2009-12-2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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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M, '영국에서의 전투' 승리하다 (프레시안,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2009-12-24 오후 5:45:05)
[김작가의 음담악담] 크리스마스의 음악혁명
 
'영국에서의 전투(Battle Of Britain)'. 지난 19일, 영국의 음악잡지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에서 발매한 티셔츠에 새겨진 문구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의 영국 음악시장을 이만큼 잘 설명할 수 있는 말도 없다. '영국에서의 전투'는 그들의 3집 에서 따온 말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발표된 크리스마스 시즌 영국 싱글 차트 1위 자리를 놓고 벌어진 전투였다. '아메리칸 아이돌' '엑스 팩터'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대박으로 이끌며 팝계의 실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사이먼 코웰(Simon Cowell)과 행동주의 뮤지션의 대표격인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TM)의 전투였다.
 
자료 집계가 종료되고 차트가 발표되는 20일이 밝았다. 결과는? RATM의 승리였다. '엑스 팩터' 반대파의 승리이기도 했다. 'Kiiling In The Name'은 전 주 80위에서 79계단을 뛰어오르며 'The Climb'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아이튠즈 차트에서도 1위와 2위의 자리는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아마존 차트에서는 오리지널 버전과 클린 버전, 그리고 라이브 버전이 1위와 3위, 4위로 'The Climb'을 포위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RATM캠페인 페이지에는 "Cool Britania!" "British Revolution!"같은 코멘트가 잇달아 달렸다. 아무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았던, 이 말도 안되는 전투에서 승리한 RATM은 당초 약속대로 대규모 무료 콘서트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만들어낸 영국인들은 전혀 뜻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됐다. 어떤 이에게는 생애 최고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음악이 예능(리얼리티)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 상황에 대한 반발이자, 음악이 그 자체로 이슈와 트렌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냈던 마지막 시대인 90년대를 환기시키는 상징으로서 RATM이 제시됐고 호응을 얻은 것이다. 무기력과 패배감을 노래했던 그런지 밴드들과는 달리, 혁명을 외쳤던 그들의 메시지는 더욱 견고해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반감의 기호로써 지금 다시 작동한다. 그래서 'Killing In The Name'은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리얼리티를 즐기고 있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이다.
 
또한 이 사건은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제를 환기시켜주는 계기다. '아메리칸 아이돌', '엑스 팩터' 그리고 '슈퍼스타 케이'까지, 몇달에 걸친 경쟁 끝에 최종 우승자가 되는 주인공은 결코 가장 실력있는 이가 아니다. 보다 많은 대중에게 어필해서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이다. 그들을 이슈로 만드는 건 음악적 개성보다는 드라마틱한 사연이고 수없이 많은 취향들 사이에서 공집합을 형성하는 무난하고 익숙한 감성이다.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던 뮤지션들이 이번 캠페인에 동참한 까닭은 그런 사실을 잘 알고, 문제점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RATM 캠페인, 그리고 그 결과는 음악이 그 자체로서 존재하지 못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완벽히 종속된 현실이 정당한가, 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이다.
 
이 캠페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다. 뮤직 비즈니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갈수록 융합하고 있다. 음악과 방송과 공연이 하나로 엮여 스타를 만들어내고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런 구조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RATM 캠페인은 상향의 움직임이었다. 한 개인의 불만에서 시작된 캠페인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면서 판세를 바꿔 버렸다. 자본 대신 의지가 있었고, 순응 대신 주장이 있었다. 캠페인에 참가한 수많은 개인들이 또 하나의 전체가 되어 '엑스 팩터'의 지배를 끝낸 것이다.
 
기존 사례들이 팬 vs 팬, 혹은 커뮤니티 VS 커뮤니티의 싸움이었다면 RATM 캠페인의 승리는 관습과 운동의 대결이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매스 미디어에 의해 신드롬이 된 음반을 사는 당연한 관습과, 당연한 관습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다는 메시지를 알리려는 운동간의 전투였던 까닭이다.
 
음악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분명히 지났다. 하지만 2009년의 크리스마스는 바꿨다. 크리스마스와 가장 안 어울리는 노래가, 가장 설레는 크리스마스를 만들었다. 매년 이어질 크리스마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을 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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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7 05:06 2009/12/27 05:06

6 Comments (+add yours?)

  1. 들사람 2009/12/27 09:50

    좋은 글 감사드려용~

     Reply  Address

  2. neoscrum 2009/12/27 13:16

    저도 그때 공연 못 간 게 두고두고 한이었어요. ㅎ....

     Reply  Address

  3. laron 2009/12/28 01:52

    공연 갔었지욤~ ㅋㅋㅋ
    벌써 10년전 이야기네요.

     Reply  Address

  4. 2009/12/30 12:00

    글은 어제 읽고서 덧글은 이제 남깁니다. 새벽길님, 잘 지내시죠? 여전히 바쁘게 사시는 것 같네요. 덕분에 저같이 가끔 눈팅하는 사람은 많은 덕을 보고 있지만요. ^^; 특히 요새는 망년회다 뭐다 해서 더 바쁘실 것 같네요. 건강 상하시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뜻깊은 연말연시 맞으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저는 위 무료공연 가야겠네요. 새벽길니 몫까지 재밌게 놀겠슴다. ㅋㅋ

     Reply  Address

  5. 새벽길 2010/01/02 22:51

    댓글 반응이 많이 늦었습니다.
    들사람/ 별 말씀을... 소식을 전달했을 뿐...
    네오/ 그러게요. 그 공연 못가서 아쉬워하는 사람이 꽤 있는 듯...
    라론/ 부럽수.
    엠/ 그렇지 않아도 저번 진보블로그 2차 비공식 송년회(?)에서 엠님 얘기가 나왔어요. 메일을 주고받는 분도 있더군요. 잘 지내시는지... 제가 바쁘게 사는 건 아니고, 여전히 일의 경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사는 듯...^^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성격이라 생각하면서 걍 그렇게 가려고요. 망년회, 송년회는 많이 펑크 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도 대고, 가고 싶지 않은 모임도 있고 해서리... 엠님도 한해 마무리는 잘 하셨으리라 믿고요, 새해에는 작년보다 더 나은 한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RATM 무료공연에 꼭 가셔서 한국에도 들려달라고 말씀해주세요. ㅠㅠ

     Reply  Address

    • 2010/01/03 03:26

      제가 없는 자리에서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새벽길님의 믿음과는 정반대로, 저는 아직도 마무리를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즐겨쓰는 표현대로, 저의 "장기 2009년"은 아직도 진행형인 셈입니다. ㅎㅎ

      네, 공연에 가면 새벽길님 메시지를 꼭 전하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ratm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일부러 찾아들은 적도 한번 없어요. 그냥 남이 들으니까 같이 들은거죠. 하지만 잭 덜라로차의 목소리만큼은 참 좋아했죠. 위 공연에서도 여전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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