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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국가정책 형성에 주도적으로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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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에서 지령 300호를 맞아 한국의 파워 집단을 4회 연재하면서 첫 번째로 삼성경제연구소를 다루었다. 이미 어느 정도 아는 내용이지만, 이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다 보니 세리의 존재가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세리뿐만 아니라 기업 부설 연구소에서 나오는 보고서들이 대부분 부실하고 별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정부관료로부터 선호되는 현상, 이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홍일표 보좌관도 글에서 지적하지만, 이와 비교하여 진보진영, 특히 노동조합운동 진영의 싱크탱크 상황은 너무 열악하다. 게다가 있는 것도 약화되고 있고, 서로 네트워크되지 않으며 파편적인 게 현실이다. 물론 노력을 하는데도 주목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포장을 잘 해서 될 게 아니다. 어쩌면 현재의 진보진영에게 닥친 위기를 돌파하는 데 이러한 진보적인 싱크탱크의 역할이 클 텐데, 많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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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성공 뒤에 세리의 ‘문화 정치’ 있다 (변진경 기자, 시사IN [300호] 2013.06.17 23:00:49)
지령 300호를 맞아 ‘한국의 파워 집단’을 4회 연재한다. 첫 번째 집단은 삼성경제 연구소(SERI). SERI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의 지식·문화 정치가 성공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정부 관료들의 회의 탁자 위에 오른다. 이곳에서 뽑은 ‘읽어야 할 책’과 ‘히트상품’과 ‘추천 앱(애플리케이션)’은 신문지면을 도배한다. 기업 임원과 공무원들은 이곳이 여는 포럼과 강연을 찾아가 수첩을 펼친다.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이곳 인터넷 홈페이지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카톡’ 친구를 맺어 인생과 처세의 지침이 될 만한 지식과 정보를 배달받는다. 이곳은 한 기업 산하의 경제연구소일 따름이다. 다만, 그 기업의 이름이 ‘삼성’이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전신은 1986년 7월 설립된 삼성생명(당시 동방생명) 부설 경제·경영 연구소다. 자본금 7억원, 연구원 수 25명으로 출발한 이 연구소는 27년이 지난 지금 국내 최대 규모의 경제 연구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종업원 수 289명, 매출액 1545억원을 기록했다. 연구원 수는 145명(2013년 5월31일 기준)으로 국내 최대 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43명(산하 센터·대학원 포함)보다 훨씬 적지만, SERI의 지난 한 해 지출액 1568억원은 KDI의 2012년도 예산 1661억원과 거의 맞먹는다.
규모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삼성경제연구소는 단순한 기업 산하 싱크탱크를 넘어섰다. 정부 기관에서 발주하는 연구 용역 보고서 등을 통해 ‘SERI의 제언’은 국가 정책에 반영된다. 경제정책실, 글로벌연구실, 금융산업실 등 9개 연구실로 구성된 삼성경제연구소는 정통 연구 인력뿐 아니라 공무원·정치인·학자·언론인 등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정거장 구실을 한다.
탁월한 언론 교감과 어젠다 세팅
텍스트·동영상·오디오·인포그래픽스 파일로 작성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 보고서 내용은 한 해 평균 1700회 이상(2008~2012년 기준, 언론진흥재단 검색 서비스를 통해 9개 종합일간지, 3개 경제신문, 3개 방송사 기사 검색 집계) 언론 보도에 인용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건 미션(임무) 가운데 하나인 ‘국가와 사회를 선도하는 권위 있는 오피니언 창조자’가 그대로 실현된 셈이다.
무엇이 오늘날의 삼성경제연구소를 만들었을까? SERI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다양하고 실용적인 주제의 보고서’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안티에이징’ ‘경력 입사자의 전략적 관리방안’ ‘헬스케어 3.0 건강수명 시대의 도래’ ‘중국의 두만강 이니셔티브와 정책적 시사점’ 등 최근 1년 사이 발표된 보고서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SERI의 연구는 다양한 분야와 수요층을 아우른다.
싱크탱크 전문가인 홍일표 박사(민주당 김기식 의원 보좌관)는 “연구의 전문성과 수준을 떠나, 삼성경제연구소처럼 시의성 높은 어떤 사안을 읽고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주며 탁월한 언론 교감 능력과 어젠다 세팅 능력을 갖춘 연구소는 이제까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 증권회사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른 연구기관에서 나오는 고급 경제 정보를 접하고 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에게 SERI 보고서는 지나치게 단발성 이슈를 다루고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일반 대중의 선호를 이끌어내는 요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을 빼놓고 삼성경제연구소의 성장을 설명할 수는 없다. 1990년대 삼성경제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박승록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수한 인력과 전문성을 키우기 좋은 연구 환경 등 여러 요인이 많지만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만큼 성장하게 된 가장 큰 배경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었다. 자사의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에 그치지 않고 통 크게 공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삼성그룹이 오늘날의 삼성경제연구소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삼성의 대변자’ 그 이상
‘통 큰’ 연구 활동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영향력 범위를 기업에서 나라로, 나라에서 세계로 넓혔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에 이어 현재 경제 서적 저술가이자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는 곽수종 박사는 “최우석 2대 소장 시절에는 매스컴에서 조명하기 전에 연구소가 먼저 이슈를 발굴해 기삿거리를 만들 정도로 사회적 담론 형성에 탁월했고, 정구현 3대 소장 시절에는 국내에 제한된 연구 활동을 중국·미국 등으로 넓혀 글로벌화를 이끌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SERI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연구소 연혁’을 통해 1998~2002년을 ‘삼성의 SERI에서 한국의 SERI로’, 2003~2005년을 ‘동아시아 싱크탱크로’를 이룩한 기간이었다고 기록했다.
국가와 세계로 뻗어나간 삼성경제연구소는 그러나 여전히 삼성의 그늘 아래 있다. 1991년 4월 주식회사 삼성경제연구소로 독립 법인을 꾸렸지만, 2013년 5월31일 기준 삼성경제연구소의 지분은 삼성전자(29.8%), 삼성SDI (28.6%), 삼성전기(23.8%)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가 100% 소유하고 있다. 연구소 사무실은 서울시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타워에 자리 잡았으며, 지난해 1532억6700만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는 데 기여한 주요 고객 역시 삼성전자(600억6900만원), 삼성SDS(87억9300만원), 삼성물산(75억4600만원)과 같은 삼성 계열사들(전체 998억1700만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의 대변자’ 이상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2010년 4월 SERI가 발표한 보고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긴급 제언’을 예로 들었다. “저출산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출산 유인책을 제안하는 와중에 뜬금없이 하나 끼어 있는 대안이 바로 ‘상속세 인하’였다.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면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아무리 뛰어난 연구 인재라도 자신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사람의 이해관계를 벗어나서 일할 수는 없으니 이런 황당한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4~5년간 다시 ‘삼성의 경제연구소’로 역할을 축소해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SERI 연구원은 “연구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던 분위기가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즈음을 기점으로 계열사의 경영을 지원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 사회적 책임 연구와 그룹 지원 연구의 비율이 전에는 50대50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10대90 수준으로 기울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삼성경제연구소는 삼성이나 재계 대변자 이미지를 지우고 객관적 지식 연구자로서 권위를 획득하는 데 꽤 성공했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하는 언론 기사(지난 5월9일자 <KBS 뉴스광장> ‘내년 최저임금 어떻게? …노동계·재계 입장 팽팽’)에서 노동계 의견을 말하는 한국노총 부위원장, 재계 주장을 전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에 이어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중립적 시각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인터뷰 대상자로 등장하는 식이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지식 친구’가 됐다. ‘세리(SERI)’라는 친근한 별칭으로 불리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지식과 정보는 홈페이지 회원 211만7010명, 카카오톡 친구 36만3092명, 트위터 팔로어 22만1682명에게 매일 부지런히 배달된다. 기업 임원들은 연회비 150만원을 내고 세리CEO 교육을 받고,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연회비 40만원을 내고 세리프로(SERI Pro)에서 유료 정보를 얻어간다.
지난 4월27일 한국 비판사회학회 봄철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스마트 통치의 등장: 삼성경제연구소의 등장과 영향력 강화’를 통해 이광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와 이경환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자신을 특정 자본 혹은 자본 일반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닌 매년 대한민국의 경제 전망을 예측하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자리매김하면서 SERI의 시민사회 장악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SERI는 우리 사회 지식 생태계의 상징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런 활약을 통해 삼성의 지식·문화 정치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사람들의 의식을 진리의 차원에서 포섭하는 지식 정치의 핵심을 아주 정교하게 구사했을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친근감을 높여 대중 스스로 삼성이 생산해낸 콘텐츠를 찾아오게끔 유도하는 문화 정치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연구소가 가진 이런 힘을 오히려 부인했다. SERI 측은 “우리는 소박하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연구원들일 뿐인데 자꾸 어떤 영향력을 가진 집단으로 알려지는 게 참 곤혹스럽다”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센’ SERI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선대인 소장은 “언론 지형도가 그렇듯, 한국 사회에서 정보의 왜곡과 불균형으로 여러 모순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단 삼성경제연구소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일표 박사는 “싱크탱크 일반의 발전 없이 한쪽의 입장만 대변하는 기업 산하 연구소의 주장이 검증과 평판 형성 과정을 비켜나 계속 확산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힘의 균형추가 기울어진 한국 사회의 지식 생태계를 보여주는 상징이 바로 SERI라는 것이다.

손님들 북적이는 ‘권력 정거장’ (변진경 기자, 시사IN [300호] 2013.06.17 23:36:49)
SERI는 관료·정치인·교수·언론인 등 각계의 유력 인사를 영입하거나 배출하는 우리 사회의 권력 정거장이다. 정부 공무원이 SERI를 거쳐 삼성 고위 임원이 되는가 하면, SERI 연구원이 정부 관료가 되기도 한다.
2004년 8월,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김병기 연구위원(사장급·현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출근하는 데 ‘실패’했다. 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그의 삼성행이 불법이라고 따지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의 전 직책은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29년 동안의 공직 생활 후 삼성경제연구소로 향하는 그를 두고 시민단체는 공직자가 퇴직 후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2년간 취업을 못하도록 규정한 공직자윤리법(17조)을 어겼다며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취업을 제한할 것을 요청했다. 말이 경제연구소이지 사실상 삼성그룹의 구조조정본부에 취업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5개월 뒤 김 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로 출근했다.
김 사장뿐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관료·정치인·교수·언론인 등 각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영입하거나 배출하는 우리 사회의 권력 정거장이다. 청와대나 정부 기관에서 일하던 공무원들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몇 년 머무른 뒤 다른 삼성 계열사 고위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다른 기업이나 공공 기관의 고위 간부로 초빙돼 나가기도 한다. 거꾸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이들이 정책 결정자로 낙점되어 청와대나 정부 기관으로 향하기도 한다. 학계·언론계와의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이제까지 가장 많이 알려진 건 김병기 사장처럼 관료가 삼성경제연구소로 향한 ‘전관예우’ 사례이다. 경제기획원 경제교육기획국 국장과 서울 도봉구청장을 지낸 김익수 전 삼성엔지니어링 상임감사는 1995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영입됐고, 이규황 전 건설부 국토계획국장은 1999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종화 전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 국장도 1998년 삼성경제연구소로 향했다. 이 전 국장은 이후 삼성전자 상임감사를 거쳐 현재 삼성전자 보좌역 고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김은호 전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실 보좌관(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 수석연구원), 이석준 전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 기업회계3과 과장(현 삼성전자 북미 경영지원팀 팀장), 정병기 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 조사1과 과장(현 삼성전자 전무) 등이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원덕 삼성경제연구소 고문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언론인들도 연구소로 많이 갔다. 구종서 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현 한국문명사연구소 소장), 신성순 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현 고려대 언론학부 석좌교수),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 모두 <중앙일보> 편집국 출신이다. 심상민 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현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은 <한국경제신문> 등에서, 황인선 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 상무(현 삼성카드 상무)는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2010년 MBC 내부 정보를 빼내 물의를 일으킨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직원도 MBC 기자 출신이었다.
한편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연구소 출신들을 사회 각계로 배출하기도 한다. 대학 교수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출신이 많은데 이들은 여전히 연구 활동이나 강연 등을 통해 삼성과의 끈을 유지한다. 지난 4월 ‘복합산업단지의 고용 및 지역경제 파급효과’라는 연구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4개사가 충남 아산 복합산업단지에 입주하면서 고용·세수 증가 등 지역사회가 발전했다”라고 평가한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전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런 삼성 포럼(Learn SAMSUNG Forum)’ 강연자로 나서 삼성의 성공 비결을 전파한 김종만 명지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와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이들은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의 정부 관료이다. 2005년 국가정보원 국가정보관(차관보급)으로 발탁된 이언오 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현 부산발전연구원 원장), 2004년 통일부 정책보좌관으로 임명된 김연철 전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 등 참여정부 때 사례도 있지만, SERI 출신의 활약은 이명박 정부 때 특히 두드러졌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분과위원회 자문위원으로, 고 김휴종 전 삼성경제연구소 문화산업담당 수석연구원은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실 문화예술비서관으로 참여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SERI 출신 활약
민승규 전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과 남양호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은 2008~2011년 연이어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을 지낸 뒤 각각 농촌진흥청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세청장·공정거래위원장·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도 2000년대 초반 객원 연구위원 신분으로 삼성경제연구소에 몸담은 바 있다.
이번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삼성경제연구소 출신 인사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김희락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실장, 신동철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신세돈 전 박근혜 캠프 경제자문단 좌장(현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고정민 전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현 홍익대 경영대 교수) 등이 모두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을 지낸 홍순직 전주비전대 총장도 산업자원부 부이사관에서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뒤 삼성자동차·삼성미래전략위원회·삼성SDI 등에서 근무한 ‘SERI 출신 삼성맨’이다.

참여정부와 세리 달콤쌉싸름한 관계 (이종태 기자, 시사IN [300호] 2013.06.17 23:36:36)
참여정부는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내용을 반영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곤 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FTA, 민간 의료보험 확대 등이 그 결과였다. 하지만 재벌 총수의 지배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서로 의견을 달리
요즘 유명 기업과 인사들의 이력 캐기에 여념 없는 ‘종북 사냥꾼’이라면 귀가 번쩍 뜨일 이야기. 한 대기업 계열 경제연구소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대내외에 선포’ 따위 종북(?)적 주장을 내놓은 적이 있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교육·한반도 분야를 망라한 ‘국가전략’ 차원의 연구 보고서에서 ‘(정부) 부처별 추진 로드맵’까지 제시하면서, 평화협정을 당시 통일부의 중장기(2005~2010년) 과제로 설정했던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03년 말 발표한 <국민소득 2만 불로 가는 길>이 바로 그것이다. 2003년은 참여정부가 출범한 해다.
보고서는 미국·영국 등 대국(大國)과 유럽의 소국(小國)들이 이른바 ‘마(魔)의 1만 달러’로 불리던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벗어나 ‘2만 달러 이상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 정부 부처가 2010년까지 추진해야 할 과제(로드맵)를 그렸다. 일개 민간 기업 연구소가 ‘국가전략 보고서’를 만든 것.
이는 대한민국의 전통적 국가-자본 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개발독재 시기 ‘대한민국’은 경제기획원 같은 부처를 통해 발전시켜야 할 산업(과 기업)을 선별하고 이 부문으로 사실상 국유 금융기관이었던 시중은행을 통해 자금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강성 국가’였다. 이런 강성 국가 시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저물기 시작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5년 베이징에서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일갈해 김영삼 당시 정부를 격노케 한 것이 그 시대적 징후다.
<국민소득 2만 불로 가는 길>의 핵심적 ‘시사점’은 시장주의와 개방이다. 자본(기업과 돈)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지구화 시대’인 만큼, 이런 자본을 많이 끌어들이는 것(외자 유치)이 한국 같은 나라의 성장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세율을 내리며, 산업평화를 이루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국내 제도를 바꿔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식 기반 경제’ 시대인 만큼,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우수한 인적 자본이 많아야 한다. 그러므로 ‘수월성 위주의 교육’을 통해 국내 인적 자본의 질을 높이고 이를 위해 자립형 사립고와 전문대학원을 육성한다. 이 보고서는 ‘한·중·일 3국 간 FTA’를 주장하는데 이 또한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서다. 중국과 일본 시장을 노리는 외국 기업들이 이 나라들이 아니라 한국에 전진기지를 만들고 싶을 정도로 국내 비즈니스 환경을 친기업적으로 바꿔야 한다. 평화협정을 주장한 이유 역시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북한의 시장체제 진입을 지원함으로써 근본적인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전략’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친노 의원들과 지속적으로 세미나 열어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고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여 만에 삼성경제연구소의 ‘2만불론’은 국정목표가 된다. 그해 6월30일 노 전 대통령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론’을 제시하고 이의 구체화를 정책기획위원회에 맡겼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03년 2월 ‘국정운영 백서’를 받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2개월 동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한 결과다. 그런데 ‘국정운영 백서’가 하나 더 있었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인수위에 제출한 <국정과제와 국가운영에 관한 어젠다>라는 400쪽 분량의 보고서다. 완료 시기와 그 주제로 볼 때 <국민소득 2만 불로 가는 길>과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을 것이다. 인맥으로도 연결된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이광재 전 의원이 자주 거론된다.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정책팀장을 맡았던 윤석규씨에 따르면, 대선 몇 달 전부터 이광재씨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출간한 <국가 전략의 대전환>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대선 공약에 반영하자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친노 그룹의 다른 의원들과 ‘의정연구모임’을 결성해 삼성경제연구소와 지속적으로 공동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이 세미나에서 ‘주요 지역별 거점형 FTA 우선 체결, 의료·교육·법률 시장 조기 개방’ 의제가 나온 것이 2004년이다. 한국을 외국 자본에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자는 ‘매력 한국론’ 역시 이 모임에 2005년 6월 제출된 자료에 나온 내용이다.
‘매력 한국’에서 ‘매력’이라는 용어의 출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경제연구소의 2002년 4월 보고서인 <국가경쟁력의 현실과 정책방안>이 등장한다. 이에 따르면, ‘매력 중시 전략’은 ‘자국을 기업하기 좋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듦으로써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들이 쉽게 들어오도록 하는 개방적 유인 전략’이다. 아일랜드의 공격적인 외자 유치 정책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든다.
아일랜드는 2000년대 중반까지 조세피난처 구실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외국 자본을 유치해 급성장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지 6년여 뒤에는 국가 부도로 수십만 아일랜드 국민이 ‘2만 달러로 가는 길’이 아닌 이민길에 오르기는 했다. 매력적인 나라 중 하나는 중동의 두바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05년 5월 내놓은 <두바이, 세계로 열린 중동의 허브>에 따르면 “(두바이의 자유무역지대는) 세금 및 노동쟁의가 없으며, 발생 수익 전부를 본국에 보낼 수 있는 등 최적의 비즈니스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두바이 역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초토화되었다.
이런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데올로기는 의료 부문에서 매우 구체화되었다. 2005년 8월 <전략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는, 이른바 ‘지식 기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시장경쟁의 제한’으로 돌린다. 예컨대 전기 부문은 공기업(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으며, 의료 부문 역시 ‘영리병원(병원 주식회사) 금지’ 등 진입장벽 때문에 산업으로서의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병원을 이용한 영리행위를 금지하는 규제 때문에 이 부문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와 의료 관광도 제안했다.
삼성보다 과격했던 참여정부의 ‘금융 허브론’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초 취임 2주년 국정연설과 2006년 신년연설에서 의료 서비스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도록 당부한다. 이윽고 민간 의료보험이 확대되었고, 영리병원과 심지어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까지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7년 2월에는 <의료서비스 산업 고도화와 과제>에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한다. “의료 서비스 산업에 경쟁적 요소를 도입해 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키는 산업 고도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를 순수한 국가발전 전략으로 간주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삼성생명과 삼성병원이 있어서일 것이다. 특히 삼성생명은 그룹의 돈줄인 동시에 이후 상속 과정에서 중요한 구실이 기대되는 계열사이기도 했다.
이렇듯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과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이 맞아떨어지곤 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가 한국의 이른바 신자유주의 혹은 금융자본주의를 선도했고, 참여정부가 그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라는 진보 진영 일각의 시각을 온전히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미 FTA를 ‘장기적 과제’로 간주했다. 세계 최강의 경제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사실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단기간에 밀어붙였다. 참여정부의 ‘동북아 금융 허브’는 ‘외국자본 유치론’이라는 점에서 삼성경제연구소의 ‘매력론’과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금융 허브는 삼성의 개방론보다 더 과격한 개방과 시장화를 지향했다. 한국이 금융 허브를 목표로 한다면,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인수합병을 활성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기업의 경영권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재벌 구조, 즉 기업 집단의 결속력을 최소한 느슨하게 하거나 혹은 재벌 총수의 지배권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지속적으로 반감을 표시해왔다. <국민소득 2만 불로 가는 길>에서는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을 지양’하자고 주장했고, 2005년의 한 보고서를 통해 “소유권과 지배권의 차이인 괴리도가 기업의 시장가치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라고 뒷받침한다. 이건희 가문이 1~2%의 ‘소유’ 지분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한다고 해서 계열사들의 주가가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2007년의 다른 보고서에서는 국내 기업이 초국적 헤지펀드들의 인수합병 타깃이 되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안정, 나아가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에까지 해를 입히게 된다”라며 경영권 방어 제도의 보강을 주장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재벌의 지배권에 대해서만은 시장주의와 개방을 거부했던 것이다.

지원과 연대로 독립 싱크탱크 키워야 (홍일표 (사회학 박사·국회 보좌관), 시사IN [300호] 2013.06.17 23:36:16)
한국 정책 지식 생태계는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시민사회 싱크탱크의 인력과 예산을 다 합쳐도 삼성경제연구소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와 언론의 지원, 대중의 관심이 필요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은 2006년부터 매년 세계 싱크탱크의 순위를 발표해왔다. 지난 1월28일 발표된 2012년도 순위에서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182개국 6603개 싱크탱크 가운데 최고 싱크탱크로 선정되었다. 한국 싱크탱크 중에서는 대외경제연구원(56위), 한국개발연구원(58위), 동아시아연구원(65위), 외교안보연구원(79위), 자유기업원(106위) 등이 150위 안에 속했다.
그런데 삼성경제연구소는 전체 순위는 물론 지역별·분야별 순위 안에도 없다. 예상 밖의 결과다. 다만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고의 영리 싱크탱크’ 명단에서 발견되었다. 조사에 참여한 1950명 이상의 싱크탱크 전문가들에게 삼성경제연구소는 삼성이라는 ‘기업’이 만든 연구소이자,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세계 싱크탱크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처럼 저평가되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의 평가는 과도하다고 할 정도이다. 2012년 조사에서 2위로 한 계단 내려가기는 했으나, 4년 연속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한 경제 주간지 조사에서 국내 경제·산업 분야 최고 싱크탱크로 선정되었다.
정부 부처들의 삼성경제연구소 선호도 유별나다. 2010년 보건복지부는 삼성경제연구소에 ‘미래 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연구 용역을 무려 5억원짜리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다. ‘최고의 연구팀’을 구성한다면 특정 연구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했다고 설명하지만, 결국 ‘삼성경제연구소’라는 이름값 때문이었으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행정안전부는 공무원들이 정책 수립 시 참고하는 정부통합 지식행정시스템에 삼성경제연구소를 연결하기 위한 기술적 검토를 진행하다가 특정 기업 편향을 우려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다른 연구소들로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다.
언론의 삼성경제연구소 의존은 ‘편향’을 넘어 ‘중독’ 수준이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아일보>의 경우 2001년부터 10년간 삼성경제연구소라는 이름이 3000번 이상 등장했다. 거의 매일 등장한 셈이다. 정책 결정자뿐만 아니라 언론과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이토록 넓고 높은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최근 발표된 한 학술 논문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자신의 이익을 공적 담론과 정책으로 전환시키면서 이른바 ‘삼성 공화국’ 현상, 혹은 자본의 국가 지배 현상을 강화시켰다”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를 그저 단순한 ‘기업’ 연구소, 그리고 일개 싱크탱크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독 현상’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싱크탱크는 ‘학계와 정책 결정자,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응용과 기초학문의 성과를 정책 결정자와 대중이 이해하기 쉽고, 신뢰할 만하며, 접근하기 용이한 언어와 형태로 번역하여 독립적인 목소리를 냄으로써 공익에 이바지하는 기구’라고 정의된다. 필요한 자원의 동원은 소액 후원, 고액 기부, 연구 용역, 컨설팅 비용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며, 기업의 계열사 형태나 기업 재단의 지원을 받는 싱크탱크 또한 가능하다. 컨설팅 회사나 관련 기업들과 직접 시장경쟁을 벌이는 싱크탱크 역시 적지 않다. 독일의 베텔스만 재단이나 일본의 노무라 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헤리티지 재단이나 미국기업연구소, 케이토 연구소 등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들이 친기업·친시장 성향이라는 사실 또한 익히 알려져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그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좀 더 잘 운영되고 있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너무 큰 덩치, 경쟁도 검증도 불가능
삼성경제연구소가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적 존재’인가에 대한 고민은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의 관계가 아니라 한국의 정책 지식 생태계, 좁게는 싱크탱크 생태계 차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석·박사급 연구원 수가 100명을 넘는 데 비해, 시민사회 싱크탱크들의 상근 연구원 수는 평균 4명에 불과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해 영업이익이 1500억원이 넘고 자산이 1000억원이 넘는 데 비해, 1년 예산이 1억원 미만인 시민사회 싱크탱크가 전체의 30% 이상이다. <동아일보>에 10년간 33개 시민사회 싱크탱크가 보도된 건수는 고작 441건인데, 삼성경제연구소 한 곳이 2700건이 넘었다. 사실상 비교가 불가능하고 무의미한, 절대적인 불균형 상태다.
이 정도로 불균형한 생태계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 한국의 정책 지식 생태계야말로 가장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등 노동계 싱크탱크들 전체의 연구 인력을 다 더해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 인력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예산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독일의 베텔스만 재단이 크다고 하지만, 독일 노총의 한스뵈클러 재단이 운영하는 경제사회연구소도 규모와 영향력, 전문성 모든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렇듯 한국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보와 보수, 노동과 자본, 국가와 시민사회 싱크탱크 사이의 치열한 아이디어 전쟁은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
그렇다면 경쟁이 아닌 최소한의 검증은 가능한가?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과잉 학력론을 주장하자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에 보고서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한 장문의 비판 글이 게재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재반박을 하지 않았고, 다른 언론들은 비판 글에 무관심했다. <한겨레>가 2010년부터 1년간 진행했던 ‘싱크탱크 맞대면’이라는 논쟁 지면에도 삼성경제연구소는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괜한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쟁은커녕 논쟁과 검증도 이뤄지지 않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 보고서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사실 학계의 기준을 싱크탱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싱크탱크 연구물의 질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곤 한다. 그때마다 싱크탱크 연구자들은 “우리들이야말로 가장 혹독한 ‘동료 평가(peer review)’를 매일매일 받는다. 이곳은 전쟁터이자 시장터다”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한국의 싱크탱크 사이에 동료(의식)도, 철저한 검증도, 치열한 경쟁도 발견하기 어렵다. 이러한 왜곡의 정점에 삼성경제연구소가 서 있는 셈이다.
결국 ‘균형’이 필요하다. 헤리티지 재단을 필두로 한 보수 싱크탱크의 위력이 너무나 커졌을 때, 미국 진보 진영은 미국진보센터를 만들었고 진보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균형을 맞추려 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시도가 계속되었지만, 절대적인 자원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싱크탱크 간 연대와 협력은 시도되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언론의 관심, 대중의 지지는 태부족이다. 정부나 정당이 가진 정책 자원의 배분, 경쟁과 검증 강화를 위한 언론의 노력 없이 싱크탱크 생태계의 균형 발전은 불가능하다. 삼성경제연구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구소가 클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자원 배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궁금하다. 정말 삼성경제연구소가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제대로 된 독립 민간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삼성’경제연구소에 대한 관심을 넘어 ‘연구’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대안적 지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얼마나 절실히 느끼는지. <한겨레> 창간이나 <뉴스타파> <국민TV> 출범과 같은 대중적 열망이 대안 싱크탱크 설립으로 모아질 때야 비로소 ‘삼성경제연구소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삼성, 삼성경제연구소를 넘어서야 한다.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34629.html
그후 20년, 삼성은 국가가 되었다 (한겨레21 2013.06.03 제963호, 정은주 기자)
[특집] 미국식 경영 시스템 접목한 1993년 신경영 선언 뒤 ‘국내 1위’ 넘어 ‘세계 기업’으로… 경제·정치·사회 전 분야 영향력 급증했으나 총수가 과실 독점하는 ‘이익·비용 불일치’ 구조 확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텔. 삼성그룹 핵심 경영진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51살 이건희 회장은 ‘질 위주의 경영’을 선포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1987년 11월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뒤 아버지를 이어 2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건희 회장이 6년간 그룹의 문제점과 한계를 연구한 뒤 밝힌 경영철학이다. 이 회장은 1997년에 발간한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회장에 취임하고 나니 막막하기만 했다. 내가 모든 걸 짊어져야 하는데 세계경제는 저성장의 기미가 보이고 있었고 국내 경제는 3저 호황 뒤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삼성 내부는 긴장감이 없고 ‘내가 제일이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자산 13배, 그룹 시가총액 44배 증가
다 바꿀 대상은 ‘나’였다. 1993년 9월에 펴낸 <삼성新경영>에서 이 회장은 “나부터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뭐든지 좋다. 자기 자신이 양심적으로 생각해서 ‘이것은 남한테 해롭다’ 하는 것을 다 없애보자. 그런 뜻에서 우선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 인간미와 도덕성 회복이다. 이제 개인의 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를 없애보자.”
20만 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강제로 바꾼 ‘7·4제’(아침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가 신호탄이었다. 사회 통념을 깬 새로운 규범으로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또 생산라인을 중단시키더라도 불량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 한 품목만이라도 세계 제일의 제품을 만들도록 요구했다. 1995년엔 이른바 ‘불량제품 화형식’도 열었다. 그해 3월9일 경북 구미사업장에서 삼성전자 임직원 2천 명이 모인 가운데 휴대전화·팩시밀리 등 시가 500억원 상당의 제품을 망치로 부수고 태워버렸다. 질 경영을 내세운 신경영은 이후 10년간 강도 높게 추진됐고 그 결과 삼성은 반도체를 비롯해 TV와 휴대전화 분야에서 눈부신 외적 성장을 기록한다.
1993년 30조원에 못 미치던 매출은 2012년 380조원으로 13배, 그룹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8조원에서 338조원으로 44배나 불어났다. 그룹 총자산도 435조원으로, 세전이익도 39조1천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건희 회장 취임 이후 1991년부터 1997년까지 한솔그룹과 새한그룹, CJ(옛 제일제당), 신세계그룹, 보광그룹이 잇따라 계열 분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적표다. 취임 때 현대그룹(당시) 등에 밀리던 재계 순위도 독보적인 1위로 굳혔고,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세계 9위에 올라섰다. 브랜드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의 집계를 보면, 2012년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329억달러(약 36조원)로 전년(234억달러)에 견줘 8단계 상승했다. 오랜 경쟁 상대인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을 크게 앞지른 결과다. 새로운 경쟁자도 눌렀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휴대전화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는 재기 불능의 늪에 빠졌지만 삼성전자는 반대로 애플을 제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2013년 1분기 글로벌 휴대전화 판매량 집계를 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30.8%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피처폰을 포함한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23.6%를 기록했다. 2위는 18.2%에 그친 애플이었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2조8700억원, 8조7800억원이다. 2분기에는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8.0 덕분에 영업이익이 1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재용·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1년 7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삼성 성공의 패러독스’라는 논문을 내어 삼성의 성공 요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삼성은 전통적인 일본식 경영 시스템을 받아들였으나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도입한 이후 미국식 경영을 적극 접목하면서 두 가지 경영의 장점을 결합한 특유의 삼성식 경영을 만들어냈다.” 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반도체나 스마트폰 같은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사업 분야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오너’가 신속하고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내렸다”며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빼고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계열사로 떠넘긴 삼성자동차 실패 비용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절대적 영향력과 리더십은 동시에 치명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사업 실패의 부담이 계열사에 돌아가는 대신 성공과 과실은 총수가 갖는 ‘비용·이익 불이치’가 존재”(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하기 때문이다. 삼성자동차의 경영 실패가 그랬다. 이 회장은 자동차 수집광이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자동차에 심취해 1년6개월 동안 자동차를 뜯고 조립해서 되팔아 자동차를 여섯 번이나 바꾸었다고 한다. 1987년 취임 초에 이 회장은 비서실에 승용차 사업 진출 방안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삼성생명을 통해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려다 실패하고 1995년 일본 닛산자동차와 기술을 제휴해 자동차 회사를 설립했다. 공장 설비와 자동차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해 조립하고 1998년부터 중형차 SM5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손실은 2조4500억원에 달했다.
1999년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400만 주를 내놓으면서 손실보전을 약속했고 2000년 말까지 현금화가 되지 않을 경우 31개 계열사가 공동 책임지기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기한이 넘어갔고 채권단이 이 회장과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소송액 4조7830억원)을 냈다. 2008년 1월과 2011년 1월 1·2심 재판부는 합의서의 효력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며 채권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회장에게는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이 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을 팔아도 채권단의 손실이 보전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손실의 원금과 지연이자는 모두 계열사가 떠맡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당시 합의서는 그룹 구조조정본부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의 책임을 면하고자 계열사의 팔을 비틀어 지급보증을 하게 한 것”이라며 “원금 부족분과 지연이자는 당연히 이 회장이 추가로 개인 재산을 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법 앞의 평등’ 원칙도 이건희 회장은 가볍게 비껴간다. ‘삼성 X파일’과 삼성 비자금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5년 6월 삼성공화국의 실체를 보여주는 ‘삼성 X파일’이 공개됐다. 1997년 9월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삼성전자 이학수 부회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나눈 사적 대화를 불법으로 녹음한 파일인데,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삼성이 정·관계 인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엿볼 수 있는 자료였다. 하지만 삼성 일가는 검찰에서 끝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반면, 삼성의 ‘떡값 검사’를 공개한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만 되레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노 전 의원은 2013년 2월 결국 의원직을 잃었다.
눈감아준 비자금, 재벌 편법 증여 선례로
2007년 10월29일 김용철 전 삼성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변호사)의 양심고백을 계기로 떠오른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도 레퍼토리는 똑같았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자기도 모르게 차명계좌를 개설해 50억원가량의 현금을 입출금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건희 회장은 여론에 밀려 비자금 사건의 책임을 지고 2008년 4월 경영 퇴진을 선언했다. 삼성특검은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의 1199개 차명계좌로 4조5천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운영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고 이병철 회장이 물려준 미신고 재산이라는 삼성의 변명을 그대로 수용했다. 결국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만 이 회장을 기소하고 정작 중요한 비자금의 조성과 사용처에 대한 수사는 깨끗하게 덮었다.
재벌그룹의 한 임원은 비자금 사건이 삼성에 오히려 득이 됐다고 평가했다. “4조원 넘는 차명재산이 약간의 세금과 벌금만 내고 양성화되는데, 3세로의 경영권 세습도 사실상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았느냐.” ‘나쁜 선례’는 꼬리를 이었다. 이후 CJ와 신세계, 한화그룹에서도 총수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상속·증여세를 탈루하거나 개인 자금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삼성과 똑같이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논리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갔다.
2009년 12월 이건희 회장은 유례없는 단독 사면을 받고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명분은 ‘위기론’이었다. “삼성의 대표 제품들도 10년 내 모두 사라질 수 있다.” ‘오너경영 예찬론’을 펼치며 대부분의 언론도 적극 지원 사격에 나섰다. 2012년 <중앙일보> 경제매거진 <이코노미스트>가 쓴 기사의 일부를 보자. “2년간 독립 경영에 나선 삼성은 지지부진했다. 무엇보다 그룹 전체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문제였다. 삼성 내부에선 ‘우리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 불안이 커졌지만 책임질 만한 사람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독립 경영 2년간 삼성은 ‘망망대해를 나침반 없이 떠다니는 배’로 전락했다는 내부 평가가 팽배했다.”
하지만 돌아온 이건희 회장은 예전보다 더 강해진 절대 권한을 거머쥐었고 2012년 4월에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외신의 주목을 받는다. 이 회장의 맏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이 유산 관련 소송을 제기하자 형 맹희씨 등을 ‘수준 이하’라고 표현하며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말한 것. 이에 맹희씨가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몹시 당황했다. 건희는 형제간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고 비난하자, 이 회장은 다시 ‘퇴출된 양반’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격정적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이맹희씨는 감히 나를 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 나를 포함해 누구도 (이맹희씨를)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평소 말을 아끼기로 유명한 이건희 회장이 요즘 완전히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며 삼성가의 재산 분쟁이 TV 통속극처럼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도 “막장 연속극 수준”이라거나 “추악한 다툼”이라고 보도했다.
“진보 정권 들어서도 삼성과 타협할 것”
1인자의 거침없는 발언을 자제시키거나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이 삼성 내부에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게 사실은 더 큰 문제란 지적이 많다. 삼성 신경영에서 ‘헌법’이라 규정한 △인간미 △도덕성 △에티켓이란 윤리강령은 이건희 회장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김병권 부원장은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꾸라’라고 신경영을 선언했지만 지난 20년간 경영권 세습이나 황제 경영 등은 더욱 강화됐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데 삼성은 글로벌 추세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삼성의 절대 독주는 국민경제 시스템에도 위험신호로 읽힌다. 1987년 범삼성그룹의 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5.7%였으나, 2010년에는 무려 20%로 증가했다. 그중 CJ·신세계를 제외한 삼성 단독으로도 GDP 대비 17.4%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총설비투자에서의 점유 비중도 마찬가지다. 2010년의 경우 범삼성그룹은 우리나라 총설비투자의 16.9%, 삼성그룹 단독으로도 15.3%를 담당하고 있다. 이 수치들은 삼성생명 등 10개 금융계열사는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김상조 교수는 <종횡무진 한국경제>에서 “재벌공화국을 넘어 삼성공화국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렵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어느 정권이 이들의 요구, 특히 삼성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진보정권조차도 재벌과 타협하기 십상일 것이다.” 특히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중소기업의 존립을 위협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을 막고 있다면, 국민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깨뜨릴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무소속)도 2011년 3월 카이스트 석좌교수 시절 관훈클럽 초청 포럼에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국가경제에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생 업체는 삼성이나 LG, SK 등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불공정 독점 계약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맺게 되는데 그 순간 삼성동물원, LG동물원, SK동물원에 갇히게 된다. 결국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하지 못한 채 동물원에서 죽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다.”
경제 영역을 넘어 정치·사회 전반에까지 삼성의 신경영이 영향을 미친다고 홍성태 상지대 교수(문화콘텐츠학)는 설명한다. “삼성의 힘은 (삼성그룹 산하) 삼성경제연구소가 객관적 연구 결과로 전환해 발표·확산시키는 ‘삼성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다. 핵심 내용은 ‘삼성이 최고이며, 삼성이 최고의 지위를 차지한 것은 순전히 능력과 노력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반대로 부당 내부거래, 불법 상속, 노조 탄압, 정경유착 등은 철저히 감춘다.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도 많은 사람이 ‘역시 삼성’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공화국의 지식정치 사령부이며, 지식정치의 출발점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삼성공화국의 ‘지식정치 사령부’ SERI
1986년 세워진 삼성경제연구소는 1990년대 초부터 서울시의 ‘시정개혁 프로젝트’ 등 공공부문에 참여하면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키웠다. 규모 면에서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웃돌고 연구인력, 투자액, 홈페이지 방문자 수, 유료 회원 수, 언론 보도 횟수 등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다. 이광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와 이경환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4월27일 열린 2013년 비판사회학회 봄철학술대회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출범 당시 기업환경 분석부터 시작해 90년대 초반 한국 자본의 위기감 고조 속에서 등장한 신경영 전략의 고안과 다른 기업 컨설팅을 넘어서 국가의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특정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닌 매년 한국 경제 전망을 예측하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자리매김해 삼성경제연구소의 시민사회 장악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논문 ‘스마트 통치의 등장: 삼성경제연구소의 등장과 영향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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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584218.html
“삼성경제연구소, 국가정책 형성에 주도적으로 개입” (한겨레, 안선희 기자, 2013.04.23 21:09)
27일 비판사회학회서 논문 발표
‘범국가적 의제 설정’을 목표 삼아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
자본 넘어 이데올로기 권력 강화
참여정부 때 연구소 영향력 정점
FTA 등 기업친화적 정책 이끌어
“삼성과 관료, 집권세력 이해 일치“

삼성그룹 산하 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SERI=세리, 이하 삼성연구소)가 어떻게 ‘성장 지상주의’, ‘국가경쟁력 강화’ 담론 등을 사회에 유포시키며, 한국 사회에서 삼성의 이익과 영향력을 키우는 데 일조했는지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이광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와 이경환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오는 27일 열리는 2013년 비판사회학회 봄철학술대회에서 ‘스마트 통치의 등장: 삼성경제연구소의 등장과 영향력 강화’ 논문을 발표한다. 두학자는 논문에서 “삼성연구소의 경제 예측과 각종 보고서, 연구원들의 인터뷰는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사회에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며 “외환위기 이후 성장 지상주의가 국가경쟁력 이데올로기를 통해 정당화되는데, 삼성은 이 과정에 삼성연구소를 참여시켜 국가의 정책 형성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논문을 보면 삼성연구소는 다른 연구집단(싱크탱크)과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싱크탱크는 지지자들이나 후원자들을 위한 연구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성연구소는 자신들의 임무를 “풍요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범국가적 의제 설정(아젠다 세팅)”이라고 규정하며 훨씬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6년 만들어진 삼성연구소는 1990년대 초부터 서울시의 ‘시정개혁 프로젝트’ 등 공공부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한다. 96년에는 정책연구센터까지 만들어 정부 부처별 조직 진단, 신규사업 타당성 조사 등 다양한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다. 규모 면에서도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다른 기업연구소 등에 비해 연구인력, 투자액, 홈페이지 방문자 수, 유료 회원수, 언론 보도 횟수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게 된다.
논문은 삼성연구소의 대정부 영향력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가 참여정부 때였다고 분석하고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3년 6월5일 ‘2기 신경영지침’에서 ‘마의 1만달러 장벽’, ‘2만달러론’ 등을 언급한 뒤, 2003년 6월30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론’을 제시했고, 이는 이후 참여정부의 국정목표로 자리잡게 된다. 당시 정부가 추진한 ‘서비스산업 중심론’도 삼성연구소가 2005년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토론회에서 제기한 ‘매력한국론’(교육·의료 부문을 개방하고 시장주의를 강화해 적극적으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과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서도 삼성의 영향이 나타난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2004년 9월 이광재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주도한 ‘의정연구모임’은 삼성연구소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주최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한미 에프티에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논문은 참여정부 당시 삼성의 이런 ‘역할’에 대해 “국내 재벌 일반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그래서 특정 자본에 더 의존하게 된) 집권세력, 재벌 주도 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는 관료, 대자본 삼성의 이해관계가 합치한 결과였다”며 “이런 상황은 소위 ‘진보 개혁세력’이 언젠가 다시 집권할 때 또다시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삼성연구소는 오히려 정책형성 과정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된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대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펴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논문은 “하지만 삼성연구소가 자신을 특정자본(삼성)이나 자본 일반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닌 ‘국가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경제 전반을 예측하는 전문가집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 전반에 대한 장악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자신의 이익을 공적 담론과 정책으로 전환시키면서 소위 ‘삼성공화국’ 현상, 혹은 자본의 국가 지배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30427175939
"진보정권 들어서도 삼성연구소 힘 커진다"… 왜?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2013-04-28 오후 12:51:37)
삼성경제연구소 정치적 영향력 다룬 논문 발표
국내 최대 사설 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오늘날 가진 영향력은 재벌 자본이 국가 운영의 주체로 올라선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을 분석한 논문이 발표됐다.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정부의 힘이 약해진 대신, 삼성경제연구소가 정부 정책 결정에 개입해 그룹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으로 대치시켰다는 내용이다.
이광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와 이경환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27일 전북대에서 열린 비판사회학회 봄철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스마트 통치의 등장: 삼성경제연구소의 등장과 영향력 강화'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와 같이 주장했다. 특히 논문은 삼성경제연구소의 힘이 노무현 정부 시절 크게 강화된 상황에도 주목했다. 다음 진보 정권에서도 이와 같은 현실이 반복될 수 있다고 논문은 전망했다.
"'국민소득 2만불' 목표, SERI 작품"
이들은 논문에서 삼성경제연구소의 공공 연구 개입이 이미 90년대부터 이뤄졌다고 밝혔다. 논문을 보면, 90년대 초 독립법인이 된 삼성경제연구소는 1994년 서울시 시정개혁 프로젝트 진행을 시작으로 공공 정책 연구 능력을 크게 강화시켰다. 이미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 정책연구센터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논문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와 같은 노력이 "1997~1998년 외환위기(IMF 체제) 이후 보다 강화되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지향점은 스스로 밝힌 임무에서도 드러난다고 논문은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주요 임무로 "풍요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범국가적 의제 설정(Agenda Setting)"이라고 규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우리 사회에 미친 가장 큰 영향력으로 논문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 담론이었던 '국민소득 2만불' 담론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꼽았다. 이전 삼성그룹에서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 역시 노무현 정부의 국정 과제 설립에 삼성경제연구소가 깊숙이 관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논문은 '국민소득 2만불'의 등장 시기를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6월 5일로 꼽았다. 이날은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선언 10주년을 맞이해 '제2기 신경영지침'을 발표한 날이다. 이날 이 회장은 "'마의 1만 달러 장벽', '2만 달러론'을 언급"했다고 논문은 밝혔다. 그리고 어느새 노무현 정부의 주요 국정 아젠다에 '국민소득 2만불' 담론이 급작스럽게 올랐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실제 2003년 6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경제비전 국제회의 개막연설'에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론을 제시했다. 그리고 정책기획위원회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화할 것을 지시했다. 같은 해 7월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과 8.15 경축사를 거치면서 '국민소득 2만불' 담론은 노무현 정부의 확고한 국정 목표로 자리 잡았다.
한미 FTA 추진해 '서비스업' 성장… 과실은 누가?
이후에도 삼성경제연구소의 영향력은 지속됐다고 논문은 전했다. 논문은 "삼성경제연구소는 여러 정부 출연 연구소들과 함께 노무현 정부의 경제운용계획 입안에 참여"했으며, 그 실례로 "'2003년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은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을 위한 다섯 가지 실행계획을 담았다"고 전했다.
그 다섯 가지 항목은 △하이테크 신제품 선정 △공기업 민영화 △정리해고 체제의 안착 △정규직 노동자 과잉보호 축소 △자유무역지대 설치다. 아울러 논문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서비스산업 중심론' 등은 삼성경제연구소가 2005년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토론회에서 제기한 '매력한국론'과 동일한 지향과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서비스산업 중심론은 교육과 의료부문을 개방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책과제의 상당 부분은 자본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좋지 않은 정책으로 국민에게 인식되고 있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지금도 우리 사회의 큰 문제를 양산한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다.
특히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도 삼성경제연구소의 영향력이 두드러졌다고 논문은 전했다. 논문은 주요 사례로 지난 2004년 이광재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주도한 '의정연구모임'을 꼽는다. 이 모임은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주최했고, 당시 도출한 결과가 '국민소득 2만 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경제 강국과의 FTA였다는 게 논문의 내용이다.
재벌 이해가 국가 이해와 동일시
한미 FTA를 비롯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안한 정책의 상당 부분은 대형 재벌 자본에 이익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서비스 시장 개방과 의료산업 개방 등으로 대표되는 한미 FTA의 경우, 이미 국내 최대 보험사와 고급 의료시설을 가진 삼성그룹의 이해와 일치했다. 이처럼 광범위한 연구 주제를 잡음으로써 삼성경제연구소는 다른 재벌 산하 연구소는 물론, 국책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덩치를 가진 대형 연구소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문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연구 아젠다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을 누리고 "이익집단의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공공 목적에 부응"해야 하는 '싱크탱크(Think Tank)'가 가져야 할 덕목을 갖지 못했다는 데 있다. 논문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와 같이 취약한 공공성이 국가 비전 수립 과정에 개입하면서, 특정 자본의 이해가 국가의 이해와 동일시되는 문제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논문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성장은 경쟁국가의 특성을 구성하는 몇 가지 계기가 중첩되어 나타난 것"으로 해석 가능한 동시에 "발전국가의 특성으로 지목된 '배태된 자율성' 혹은 '통제된 상호의존성'이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경쟁국가와 발전국가란 1987년 민주화 체제 이전과 이후 달라진 한국의 상황을 대입하면 이해가 쉽다. 이전 독재 국가 체제에서는 경제 성장이 '국가의 과제'였다. 이를 두고 논문은 발전국가라 칭했다. 경쟁국가는 민주화 이후 시장주의를 받아들여 상호 경쟁 체제를 인정한 상황을 통칭한다.
즉, 삼성경제연구소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원인은 "지식 기반 경제로의 이행, 국가 기능의 외주와 공사 협치(공공과 사익의 상호 협조)의 대두"라는 경쟁국가 체제의 특성과 "이전의 전면적인 정경유착이 변모하면서 지식생산과 정책실행이라는 분야까지 정경분업이 이뤄"진 발전국가의 진화 모형이 동시에 드러난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과거 정경유착의 배경 아래에서 민주화 이후 강화된 힘까지 지님으로써, 특정 자본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으로 등치시킬 수 있는 힘까지 갖게 됐다는 뜻이다. 논문은 특히 이른바 '진보 세력'으로 분류된 노무현 정부 시절 삼성경제연구소의 영향력이 겉으로 크게 드러난 상황에 주목했다.
그 이유로 논문은 "지배적 자본인 삼성-재벌 주도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진 관료-국내 재벌과 관계가 원만하진 못했던 집권 세력의 이해 합치"를 꼽았다. 지배력이 취약했던 노무현 정부가 관료를 통해 삼성과 손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논문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두고도 "그것이 구조적 강제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자본으로부터의 지지가 취약했던 노무현 정부의 선택"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논문은 "이러한 상황은 소위 '진보개혁세력'이 언젠가 (다시) 집권했을 때 또 다시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4282156125&code=960201
‘SERI’는 어떻게 참여정부의 정책수립에 개입했나 (경향, 김종목 기자, 2013-04-28 21:56:12)
ㆍ이광근·이경환 연구원 ‘스마트 통치의 등장’ 발표
“참여정부가 출범한 해인 2003년 6월5일 ‘신경영’ 10주년을 맞이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제2기 신경영지침을 발표하면서 ‘마(魔)의 1만달러 장벽’ ‘2만달러론’을 언급한다. 출범 초기 참여정부는 전체를 아우르는 총체적 국정목표가 약하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국민소득 2만달러’ 담론이 주요 국정 아젠다로 등장하게 된다.”
이광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과 이경환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이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성장 배경과 그것의 결과를 국가-자본 관계의 변화 측면에서 설명한 논문 ‘스마트 통치의 등장 : 삼성경제연구소의 등장과 영향력 강화’를 27일 한국 비판사회학회 봄철학술대회(전북대)에서 발표했다. 이들은 “이건희 회장의 입을 통해 등장한 ‘국민소득 2만달러’론은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참여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로 설정된다”며 “국민소득 2만달러 담론과 그것을 둘러싼 국가 정책(방향)은 삼성, SERI 또는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중요한 사례”라고 말했다.
논문을 보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라는 정책목표를 책정한 이후 SERI는 여러 정부 출연 연구소들과 함께 참여정부의 경제운용 계획 입안에 참여했다. 참여정부의 ‘서비스산업 중심론’ 같은 정책도 SERI가 2005년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토론회에서 제기한 ‘매력한국론’과 동일한 방향과 내용이었다. 매력한국론의 골자는 교육과 의료부문을 기반으로 개방과 시장주의를 주요한 수단으로 삼고 보다 적극적으로 성장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의 역할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과정에서도 두드러졌다. 2004년 9월 당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이 주도한 ‘의정연구모임’은 SERI와의 공동 세미나에서 미국을 포함한 대국과의 FTA 추진을 제안했다. 두 연구자는 “의료, 교육, 법률과 같은 서비스 시장의 개방은 보험사와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의 이해와 일치했다”며 “한·미 FTA 추진 이후 본격화된 서비스 시장 개방은 삼성이 자본 일반의 관점을 취하면서 국가의 정책 수립에 개입하는 양상을 띠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국가와 자본의 관계 변동 속에서 특수하게 발전한 이데올로기적 장치로서 SERI의 변모 과정이다. 이들은 “SERI는 국내 자본의 계급 헤게모니로서 삼성이 이전에 축적한 경제적 자본을 바탕으로 새롭게 지식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정치적 자본으로 전용하는 과정에서 공고히 뿌리 내리게 된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삼성의 프로모션 문구인 ‘Think smart, go big’ 같은 말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고안된 광고 카피이면서, 지배 자본이 지능화함으로써 자신의 헤게모니적 위치를 재생산하고 공고화하는 스마트 통치(Rule smart)에 대한 기술적 묘사”로 읽을 수 있다.
논문은 이 같은 SERI의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화의 계기를 “‘사회적 경영’을 지향하면서 국가 정책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삼성, 재벌주도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진 관료들, 국내 재벌 일반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집권 세력의 이해가 합치된 결과”로 본다. 자본으로부터의 지지가 취약했던 참여정부의 선택 측면과 상황을 두고는 “‘진보개혁세력’이 언젠가 집권했을 때 또다시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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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0 14:38 2013/06/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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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설립운영법」제정(안) 입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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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에 실린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 입법예고에 관한 기사를 읽고 제정안을 부랴부랴 살펴보았다. 서울시 공공기관 시민참여를 위한 거버넌스로서 서울시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제안하면서 서울시에서 관련 조례 제정을 촉구하려던 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의 내용이 시원찮다. 말 그대로 출자·출연기관의 효율적 관리, 경영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진 듯한 인상을 받았다. 더욱이 지자체의 출자·출연기관에 대해 그 설립과 운영에 관해 규정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지역주민의 참여와 주민 대표인 지방의회의 관여에 관한 규정도 포함되어야 한다. 출자·출연기관의 주인은 지자체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정안은 경영 합리화와, 운영의 투명성 제고, 지역주민에 대한 서비스 증진을 명목으로 사실상 중앙통제를 도모하고 있다. 출자출연기관의 남설, 방만경영이 문제된다면 이는 아래로부터의 통제에 의해 교정되어야지, 이것이 중앙통제의 명목이 되어선 곤란하다.

더욱이 출자·출연기관은 공공성과 기업성의 조화가 모색되어야 하는 지방공기업보다 더욱더 공공성 확보가 필요한 기관들이다. 이런 설립목적은 도외시한채 경영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안행부는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도 출자·출연기관의 현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황도 모르면서 무슨 의견을 제출할 수 있을가. 어떠한 기관이 해당되고 배제되는지, 여기에 주민은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지가 좀더 명확해야 한다. 이미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운영 등에 관한 지침은 안행부 예규로 제정되어 있더라. 그래서 일단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현황에 대해 안행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청구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에 대해 좀더 연구를 해봐야겠다.

그리고 그 전에 '서울시 공공기관 시민참여를 위한 거버넌스'를 제안하는 워킹페이퍼를 공개해야겠다. 이렇게 묵히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 물론 제정안의 내용도 반영을 해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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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연합뉴스는 2013년말 현재 전국에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은 모두 453곳으로 2만5천126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2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자치단체 출자ㆍ출연기관 현황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월 현재 492개 기관 21,072명이 종사하고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안전행정부에서 관련법안을 입법예고하였지만, 이에 관한 구체적인 현황은 안전행정부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현황을 공개하여 주십시오.
1.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에 따른 2013년 5월말 현재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현황 - 대상 기관명, 각 기관의 종사인원, 예산액
2. 2013년 5월말 현재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총 현황 - 전체 기관수, 전체 종사인원, 총 예산액
3.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유형별 현황(예: 테크노파크, 복지재단, 지방의료원 등) - 공직유관단체와 공직유관단체가 아닌 출자·출연기관으로 구분
4.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지방자치단체별 현황
- 시도, 시군구별 기관수, 총정원, 공무원 별도파견, 총예산, 지자체지원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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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 입법예고 (안전행정부 재정관리과, 2013-06-17)
안전행정부 공고 제2013 - 81호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그 개정취지와 주요내용을 행정절차법 제41조의 규정에 의하여 다음과 같이 공고합니다.
2013년 6월 17일 안전행정부장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 입법예고
1. 제정 취지
지방자치단체의 출자기관 및 출연기관은 개별 법령에 근거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설립·운영되고 있으나 이들 기관들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설립 절차와 인사·예산·조직 등 세부운영기준 및 지도·감독권한 등이 없어 매년 해당기관에서 채용비리와 부실경영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임
이에 안전행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출자기관 및 출연기관에 적용할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공통 운영기준을 마련하여 해당기관의 경영을 합리화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지역주민에 대한 서비스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 법을 마련하게 된 것임
2. 주요내용
가. 적용대상(제2조)
지방자치단체의 출자기관 및 출연기관에 대하여 적용하되, 「지방공기업법」제2조에 해당하는 직영기업, 지방공사, 지방공단과「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제6조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기관 등은 제외함
나. 설립심사(제4조)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출연기관을 신설하고자 할 때에는 그 설립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기 전에 안전행정부장관에게 주민복리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 사업성, 출자·출연의 타당성 등을 미리 검토하도록 하여야 함
다. 출자기관 또는 출연기관의 운영(제5조부터 제16조)
출자기관 또는 출연기관에 적용할 임직원의 채용, 보수, 조직 및 정원, 예산·회계·결산 등에 관한 기준과 절차를 제시함
라. 해산(제21조)
출자기관 또는 출연기관이 설립목적을 달성하였거나, 합병·파산된 경우 및 경영진단을 통해 민영화 추진 대상으로 정해진 기관들은 해산될 수 있도록 함
마. 경영실적평가 및 통합공시(제24조 및 제25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자기관 또는 출연기관에 대하여 매 회계연도 종료 후 전년도 경영실적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안전행정부장관에게 통보하고, 안전행정부는 그 결과를 통합하여 공시하도록 함
3. 의견 제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 대하여 의견이 있는 기관, 단체 또는 개인은 2013년 7월 26일까지 다음 사항을 기재한 의견서를 안전행정부장관(참조 : 재정관리과장)에게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 예고사항에 대한 의견(찬·반 의견과 그 이유)
나. 성명(단체인 경우 단체명과 대표자명), 주소 및 전화번호
다. 기타 참고사항 등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_제정안_130617.hwp (52.50 KB) 다운받기]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운영 등에 관한 지침(안전행정부 예규 제13호, 2013.05.28).hwp (101.00 KB) 다운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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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내년부터 부실 출자·출연기관 해산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2013/06/16 04:33)
수익 연속 감소 때 임직원 해임·보수 삭감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해 수익이 연속적으로 감소하면 기관의 해산을 청구하거나, 임직원을 해임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이란 개별법률과 조례에 따라 지자체가 출자 또는 출연을 통해 설립하고 운영에 필요한 보조금을 주는 기관으로 주로 장학·복지재단, 신용보증재단, 지방의료원 등을 말한다.
안전행정부는 17일 지자체의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위해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법제처와 국무회의 심사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에 적용할 인사나 조직, 예산집행 등에 관한 구체적 기준이 미흡하고, 관리·감독도 소홀해 각종 채용 부정과 방만한 경영 등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관리 감독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지자체의 지분이 자본금 또는 재산의 4분의 1 이상이거나 지자체에서 교부한 보조금이 예산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지방 출자·출연기관의 경영실적을 매 회계연도가 끝나면 평가하고, 결과를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안전행정부 장관은 각 지자체가 출자·출연기관의 경영실적을 통보하면 그 결과를 통합해 공시한다.
지자체장은 또 5년 이상 계속해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 2년 이상 계속해 수익이 현저하게 감소한 출자·출연기관에 대해서는 경영진단을 한 뒤 임직원의 보수를 삭감하거나 해임하고, 기관의 해산을 청구할 수 있다.
제정안은 또 지자체가 출자·출연기관을 신설할 때는 그 설립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기 전에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주민복리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 사업성, 출자·출연의 타당성을 심사받도록 했다.
채용비리 방지를 위해 임직원은 공개경쟁을 통해 채용하고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해 계약체결은 일반경쟁의 방식으로 하며 지자체장이 필요하면 예산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말 현재 전국에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은 모두 453곳으로 2만5천126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76개), 경상북도(53개), 충청남도(40개), 전라남도(39개), 강원도·전라북도·서울시(34개) 순으로 많고, 자산은 12조5천823억원, 부채는 3조3천23억원으로 부채비율은 평균 26.2%다.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중 가장 많은 126개(27%)는 장학회·장학재단이다. 다음으로 문화체육재단이나 문화원·회관이 99개(21.3%), 테크노파크 등 경제활성화기관이 85개(18.4%), 주민복지기관이 45개(9.5%), 지역연구원이나 연구소가 44개(9.4%), 지방의료원이 36개(7.8%)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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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7 21:50 2013/06/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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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은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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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안철수 신당에 관심이 많은 건가.
그나저나 인철수 신당이 과연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이 될 수 있을까. 그 포지션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이 마구 흔들릴 듯하다. 물론 여기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주는 게 타당한지는 별개 문제다.
그보다는 최장집 선생이 말하는 노동 중심이라는 게 무엇인지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하지 않나 싶다. 노동정치 연석회의에서도 노동중심성을 얘기한다. 진보신당의 재창당에서도 노동중심성은 논란이 되는 의제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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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90234.html
안철수 “진보정당 만들겠단 뜻 아냐”…신당 ‘노선갈등’ 예고 (한겨레, 송호진 기자, 2013.06.03 22:31)
“진보라고 하면 그 틀에 갇혀” 최장집 교수와 방향 갈려
“10월 재보선 전지역 후보 내진 않아” 민주당의 ‘여당 어부지리론’ 반박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3일 “서민·자영업자·노동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최 교수님의 말씀에 100% 동의하는데, (나는)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주도하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최장집 이사장이 최근 언급한 ‘노동 중심의 진보적 정당’론과 간극을 드러낸 것이어서, 향후 신당의 방향성을 놓고 내부의 노선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진보가 가진 특징이 있어서 제가 진보라고 하면 그 틀에 빠져서 헤어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노동정책과 달리 안보는 진보와 다를 수 있는데, (진보정당으로) 규정하면 (안보 등에 대해) 설득이 잘 안 된다. 그 구도에 빠지면 돌파하는 게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안철수 신당’이 진보정당으로 규정돼 자칫 진영논리에 갇힐 경우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던 자신의 정치구상을 폭넓게 펼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이 ‘신당=진보정당론’에 선을 그으면서, 평소 노동과 서민의 이익을 유능하게 대변하는 진보정당을 추구한 최 이사장과 접점을 찾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최 이사장은 이날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이 연 ‘안철수 현상과 민주당의 미래’란 주제의 세미나 축사에서도 “기존 정당은 서민으로 통칭되는 소외세력들의 소리를 대표하지도, 대변하지도 않고 있다”며 노동·서민층을 충실히 반영하는 진보적 제3정당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세미나에선 최 이사장의 ‘노동 중심 진보정당’이 기성정치에 불만을 가진 중도·무당파를 흡수한 안 의원의 지지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 국정자문위원이었던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토론자로 나와 “최 이사장의 노동중심적 신당론은 안철수 현상의 주체인 개혁적 중산층과, 경제민주화에 대해선 진보층이지만 대북정책과 민생문제에선 보수층에 가까운 중도개혁계층을 소외시키고 배제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국민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최 이사장과 개방형 정치구조를 지향하는 안 의원은 창당과 정당 운영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최 교수님이 사고 틀이 유연하다. 정당체제를 어떻게 (가져)갈지 얘기를 나눠보지 않았지만, 같이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19일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첫 토론회를 시작으로 정치개혁 구상과 노선을 정리해가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최 이사장이 안 의원을 진보의 방향으로 견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노선을 놓고 두 사람 사이에 이견이 빚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신당의 방향키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최 교수님이 ‘코치’를 넘어 ‘감독’의 역할을 하려는 순간 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은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는 건 아니다”며, 새누리당 후보들의 ‘어부지리 당선’을 도울 것이란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기성정치와 싸우려는 것이지, 민주당과 경쟁하려고 정치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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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5280600085&code=910402
[단독]“안철수 신당은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 추구” (경향, 심혜리 기자, 2013-05-28 06:07:08)
ㆍ싱크탱크 ‘내일’ 최장집 이사장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 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70·사진)가 “민주당보다는 분명히 진보적인 스탠스를 갖는 정당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며 “그것을 건설하는 데 내가 힘이 된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지난 25일 수습 노무사들 모임인 ‘노동자의 벗’에서 ‘경제민주화와 노동문제’라는 주제로 2시간가량 강연을 갖고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보다 보수에 가깝다고 하는 생각은 가공적인 개념”이라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최 이사장은 “안철수 신당이 기존 야당이 하지 못했던 것을 하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며 “신당을 통해 (진보라는 가치가) 실제로 존재하는 의미를 갖는 정당을 건설해보는 게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이 안철수 신당의 구체적 방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최 이사장은 특히 “내가 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범위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문제”라며 “안 의원의 정치조직화든 활동이든 이런 것에서 노동문제가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의 정치운동이 기존의 야당(민주당)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자신이 ‘내일’ 이사장직을 수락한 이유이고, 그 차별점은 노동이란 의미다.
최 이사장은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은 민주노총의 대표를 선출할 수 없을 정도로 사분오열됐다”며 “노동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부 등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조직화되지 않은 영역이 계속 확산되고 노동조합은 항의집단화돼 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것을 다시 추슬러서 재건하는 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다른 여러 형태의 방법을 모색해야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민주당을 통한 노동문제 해결에도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새누리당 소장 개혁파들은 독일의 시장경제와 복지정책에 대해 민주당보다도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사회경제적 내용으로 보면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적 모델로는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해고하지 않고 노사타협을 이뤄낸 “독일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5280600045&code=910402
최장집 “민주당보다 진보적 스탠스 갖는 신당, 한국에 필요” (경향, 구혜영 기자, 2013-05-28 06:00:02)
ㆍ최 이사장이 밝힌 ‘안철수 신당’의 청사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 네트워크 내일’ 최장집 이사장이 지난 25일 ‘노동자의 벗’ 강연에서 밝힌 ‘안철수 신당’의 요체는 ‘노동 중심 한국형 진보정당’으로 해석된다. 최 이사장 구상대로라면 안철수 신당은 노동 의제를 중심으로 한다. 최 이사장은 평소 “사회경제적 문제가 정치 갈등의 중심”이라고 강조해왔다. 사회경제적 문제 중 특히 노동 분야가 심각하다고 했다.
최 이사장의 지론은 “안철수 의원의 정치조직화는 ‘노동문제’가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강연으로 이어진다. 그는 그러면서 “노조는 이미 항의집단화돼서 사실상 노동운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자체적으로 재건되는 과정은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노동운동 진영이 이슈를 제기해 정치에 충격을 주는 방식은 동력을 잃었다는 현실적 판단으로 들린다.
▲ 노동 지지층 새로운 창출 통한 세력화 구상
안 의원과 교감 여부 주목… 실현까진 험로

최 이사장이 말한 안철수 신당의 또 다른 지향점은 진보성이다. 최 이사장은 강연에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당보다는 진보적인 스탠스를 갖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거대 양당 체제에서 민주당의 진보성은 이념적으로만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이 강하게 느껴진다.
정당정치를 여전히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강연에서 “정당이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규제를 만드는 등 그나마 평등사회를 이루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노동 의제, 진보성이 결합된 정당정치 모델은 독일식에서 찾고 있다. 최 이사장은 “신자유주의를 기존의 고전적인 사회복지 모델에 접목시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든 독일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노동문제에서 민주당보다 진보적인 정당’이자 ‘사회경제적 (노동) 평등에 기여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이 ‘안철수 신당’의 구체적인 상을 밝힌 것은 여러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다. 수강생인 노무사들은 노동 의제에 민감한 계층이다. 최근 안 의원의 세력화 내용이 부재하다는 비판을 잠재우려는 취지도 있다. 하지만 최 이사장 측은 “세력화에 필요한 화두를 던졌을 뿐 확대해석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최 이사장과 안 의원이 사전에 교감한 것 같지는 않다. 안 의원의 세력화 관련 발언은 “양당제 폐해가 심각”(5월24일 서울 여의도 기자간담회), “공익을 추구하고 전반적인 구조개혁에 동참할 수 있고, 기득권 정치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 분들이 필요한 때”(5월18일 광주 기자간담회) 정도다. 노동을 부각한 최 이사장과는 다른 결이 읽힌다.
안 의원과의 관계를 차치하고라도 최 이사장의 세력화 구상이 실현되기에는 험난한 경로가 예상된다. 노동 의제를 추동할 인사들과 지지층이 눈에 띄지 않는다. 유럽 사민당은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이끌어온 실천가들이 창당을 주도했다. 출범 때부터 노동을 주동력으로 삼았다.
그러나 안 의원 곁에는 다수가 ‘학자 엘리트’군이다. 유럽 사민당과 달리 노동 지지층을 새롭게 창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노총은 민주당과, 민주노총은 진보정당과 연대하고 있는 상황도 최 이사장의 세력화 구상을 어렵게 한다. 무엇보다 기존 노동계가 주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노동 의제화가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나아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윤철 교수는 “독일식 정당처럼 복지와 노동 유연성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면 기업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최 이사장 구상에는 기업 유인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신생 정당이 거대 정당과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하면 자칫 기존 정당 질서에 편입될 소지도 크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5280600055&code=910402
안철수 신당, ‘진보’ 지향에 야권 화들짝 (경향, 강병한 기자, 2013-05-28 06:00:02)
ㆍ민주당·진보당, 정체성 고민
ㆍ야권 재편 ‘진보경쟁’ 불가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노동을 중심으로 한 진보정당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야권 정체성 논의도 복잡해지게 됐다.
안 의원의 그간 정체성은 ‘탈이념, 중도화’로 비쳤다. 안 의원은 지난 18일에도 광주에서 ‘중도’를 언급했다. 이 때문에 야권은 중도의 안철수 세력, 중도진보의 민주당, 선명진보의 진보정당이라는 삼각편대로 구성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었다. 그런데 최 교수 구상은 기존 안철수 신당에 대한 통념과 전혀 다르다. 그는 안철수 신당을 노동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진보정당으로 구축하려는 관점의 일단을 드러냈다. 안철수 신당의 이념적 지향성을 진보로 할 경우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를 천명한 후 가속화되고 있는 야권 경쟁의 장이 중도가 아니라 진보가 될 수 있다.
당장 노회찬 전 의원, 심상정 의원이 속한 진보정의당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미지수다. 활로를 모색 중인 진보정의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지난 4월24일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맞붙은 안 의원과 진보정의당이 연대하는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도와 진보를 오가고 있는 민주당의 ‘포지셔닝’도 애매하게 됐다. 지난 5·4 전당대회에서 당 강령·정책은 다소 ‘우클릭’됐지만 김한길 대표는 ‘을(乙)을 위한 정당’을 내세우며 안 의원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 등 이른바 ‘친노세력’도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등 진보적 의제를 제기하며 진보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실제 진보 깃발을 들 경우 민주당은 중도·진보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야권 재편까지 맞물린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에서 ‘진보 경쟁’이 불붙을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당초 안 의원은 중도보수와 중도진보를 아우르는 중도통합 정당을 구상해왔다. 개혁적 보수 인사도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 이유다. 그러나 최 교수의 주장대로 진보를 표방하면 진보인사뿐만 아니라 보수인사의 영입을 통한 현 양당 체제의 혁파라는 목적 달성은 더 어려워지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 야권이 진보 선명성을 놓고 경쟁에 돌입하면 지난해 대선 이후 보수로 회귀한 새누리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중도로 다가서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안철수 신당이 진보지향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동시에 민주당을 배제하는 것이 이론적·실천적으로 가능한지도 미지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5282219245&code=910402
안철수, 최장집 교수가 밝힌 노동중심 신당 구상에 “같은 생각” (경향, 심혜리 기자, 2013-05-28 23:46:23)
ㆍ“정치권과 사회가 근로여건 악화에 제대로 대응 못해”
ㆍ안 의원 측근 “최 교수 발언, 신당의 주요 좌표될 것”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8일 최장집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이 밝힌 노동 중심의 신당 건설 구상(경향신문 5월28일자 1면 보도)에 대해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25일 최 이사장이 노무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민주당보다 진보적인 성향의, 노동 의제를 강화한” 신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피력한 사실이 28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안 의원은 이날 저녁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안 의원은 “정치권과 사회가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근로여건이 악화되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심각한 지경에 이른 지 오래”라며 “이 문제가 중요한 정치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최 교수님의 원래 소신이며,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가 실제로 이런 과정과 결과물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이 “노동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다루고 진보적인 스탠스를 갖는 당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안철수 신당’의 구상에 대해 안 의원이 공감한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이날 안 의원의 측근들도 최 이사장 구상에 대해 신당 건설에 있어 중요한 ‘좌표’가 제시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정기남 전 안철수 대선캠프 비서실 부실장은 “최 교수의 말씀이 신당에서 하나의 주요한 좌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 시민포럼 공동대표인 이상갑 변호사도 “최 교수가 지금까지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얘기해왔기 때문에 (그를 영입한) 안 의원도 공감대가 없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정당들이 노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신당이 노동의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안 의원의 또 다른 핵심 측근은 “최 교수의 생각은 ‘목소리 작은 분들, 목소리 내기에도 지친 분들을 대변하겠다’고 한 안 의원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며 “안보는 보수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진보적인 입장을 갖는 안 의원도 동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안 의원의 이날 입장 공개는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했다. 안 의원이 서둘러 입장을 발표한 것은 그간 ‘중도’를 표방해 온 만큼 최 이사장의 진보적 ‘노동 중심 신당론’이 내부 이견과 혼선으로 비쳐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실제 안 의원은 ‘고용, 근로조건’으로 표현한 노동 문제의 심각성과 정치의제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다양한 의견의 토론을 거친 사회적 합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노동의제는 진보진영만의 의제가 아니라는 것으로 ‘보수·진보’ 정체성 논란을 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최 이사장 강연 하루 전인 지난 24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노원병 지역구에 서민들이 많이 산다”며 “이념 프레임과는 전혀 상관없이 사회에서 힘든 쪽부터 챙기는 것이 건강공동체를 만드는 길이다. 진보나 보수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보수냐 진보냐 이전에 기본적으로 옳은 일인가로 접근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최 이사장의 신당 구상이 언론에 보도되자 안 의원을 포함한 측근들은 지지자 및 지역포럼, 유관단체들로부터 “신당의 방향이 진보로 합의가 된 것이냐” “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당이 맞느냐”고 묻는 전화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안 의원 측은 최 이사장 구상이 내부 결론처럼 비치는 데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보였다. 이상갑 변호사는 “최 교수 의견이 신당의 정체성과 동일시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고 말했고, 정기남 전 부실장도 “아직 내부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89489.html
다른 ‘정당 모델·지향점’ 추구해왔는데 최장집-안철수, 접점 찾을까 (한겨레, 하어영 기자, 2013.05.29 09:31)
최 이사장, 최근 초청강연서 “노동문제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
안 의원도 “중요한 정치의제”
신당에 대한 노선 갈등 경계
주변선 평가 엇갈려
“두 사람 맞지 않아”
“긍정적 접근 도울 것”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정책연구소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안철수 신당의 성격을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규정하며 “신당을 통해 (진보의 가치가) 실제로 존재하는 의미를 갖는 정당을 건설해 보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의 발언은 ‘중도’와 ‘탈이념’을 일관해서 강조해온 안 의원과는 지향점이 다른 것이어서, 향후 신당 창당 등 정치세력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 이사장은 25일 한 초청 강연에서 “안철수 의원의 정치조직화는 노동문제가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게 할 것이다.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당보다는 진보적인 스탠스를 갖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이사장은 “내가 (안철수) 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문제다. 안 의원의 정치조직화든 활동이든 노동문제가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신당을 자신의 지론처럼 ‘사회경제적 평등에 기여하는 정당’으로 이끌어보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정치권과 사회가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근로여건이 악화되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심각한 지경에 이른 지 오래다. 이 문제가 중요한 정치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최 교수의 소신이며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고 안 의원의 측근들은 전했다. 안 의원은 이어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가 실제로 이런 과정과 결과물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강조해온 사회구조 개혁에 노동문제 해결도 포함되는 만큼 최 이사장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의원 측근들이 신당의 지향점을 진보성 강화에 둬야 한다는 최 이사장 발언에 대해 “안 의원이 진보 정당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신당을 둘러싼 두 사람의 노선갈등으로 해석되자, 직접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의원과 최 이사장이 향후 안철수 신당의 이념과 지향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두고 주변의 평가는 엇갈린다.
최 이사장의 안철수 진영 참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한 교수는 “최 이사장은 (이번 발언에서 보듯)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중시해왔다. 중도·무당파로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의원과는 맞지 않다”며 “최 이사장은 진보적 가치를 중심으로 가자는 것이니, 그렇다면 안 의원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중심축이 달라져야 하고, 정당모델도 달라져야 한다. 서로 보완 가능성도 있지만 중심을 잃었을 때는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장집 이사장의 제자인 한 인사는 “최 이사장은 안 의원이 민주주의에 대한 시각, 정당정치에 대한 긍정적 접근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라며 “정치는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어떤 사람, 어떤 조직으로 갈지는 안 의원의 능력에 달려 있다. 그걸 모르고 최 이사장이 안 의원과 함께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며 안 의원의 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안 의원이 말하는 개방형 네트워크가 창당 과정에서 기존 정당과 다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인 것인지 창당 이후에도 정당모델로 가져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현재까지 내놓은 발언만으로는 앞으로 같은 길을 갈 수 있을지 아닐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5292259095&code=910100
왜 지금 ‘노동’인가… 정국 가를 핵심 의제로 (경향, 김진우·강병한·유정인 기자, 2013-05-29 23:52:20)
ㆍ박 대통령·최장집 이사장 언급다른 방향서 노동 쟁점 제기
‘노동’ 문제가 향후 시대정신까지 가늠할 수 있는 정국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발언과 ‘정책 네트워크 내일’ 최장집 이사장의 ‘노동 중심 진보적 신당론’ 등 최근 잇달아 제기된 노동 쟁점들이 정치권에 다양하고 민감한 논쟁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정반대 방향에서 제기된 쟁점들이지만, 노동권과 비정규직, 고용 확대, 노동 유연성 등 우리 사회 노동 현안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양극화 해소·상생 요구 커져
정치가 외면할 수 없는 상황
보수·진보 가름할 리트머스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언급해 논란을 불렀다. 야당과 노동계는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나 노동3권 인정 등 선행 노력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접근법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박 대통령은 방미 중 “합리적 방법을 찾겠다”고 미국 GM 측에 화답하면서 ‘통상임금 논란’을 일으켰다.
박 대통령의 일련의 노동 현안 제기는 노동 문제 자체보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을 바라본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노동은 뒷전이고, 노동보다 고용을 앞세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 이사장의 ‘노동 중심 신당론’은 이런 박 대통령식 접근과는 다른 방향에서 노동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노동’의 해결을 위한 사회의 구조적 변화, 노동 중심 정당과 권력 창출을 말하고 있다.
최 이사장의 ‘노동’ 중시는 경제민주화 논의가 재벌개혁이나 단순한 갑·을관계로 초점이 맞춰지는 데 대한 비판이다. 갑을관계 타파의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자의 세력화 등의 노동 문제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복지 문제의 본질도 결국 ‘노동’이라고 보고 있다. “복지도 노동에 역할을 부여하고 주체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 이사장의 주장에 야권의 반응이 다양하게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노동문제가 부각됐다. 안철수 의원도 28일 “같은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독자세력화 과정에서 노동 문제를 비켜 갈 수 없게 됐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9일 “그건 최 이사장의 본래 생각이고, 안 의원의 생각이 부합되느냐는 두고볼 일”이라고 했다.
이처럼 ‘노동’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것은 선진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선 노동 문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양극화 해소와 상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동 문제를 좌시할 수 없게 된 측면도 있다. 박 대통령이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를 공약하고 있지만, 노동 없는 복지 확대나 경제민주화 실현 약속은 그 토대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노동 문제는 향후에도 정치권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장의 목소리가 계속 올라오기 때문에 정치는 이에 응답할 수밖에 없다”(민주당 은수미 의원)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이 통상임금이나 시간제 일자리, 갑을관계 등 현안 대응에만 급급해 구조적 문제까지 제기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이 지난 대선 당시 복지와는 달리 보수가 쉽게 가져갈 수 있는 ‘의제’가 아니어서 향후 정국의 변별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노동 문제가 어찌 보면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리트머스 성격을 가진다”면서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가 통상임금이나 시간제 일자리를 들고 오는 것은 문제의식이 철저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5292245455&code=910402
안철수 ‘진보적 정체성’엔 침묵 (경향, 심혜리 기자, 2013-05-29 22:45:45)
ㆍ신당 관련 중도·보수층 의식… 최장집 구상 ‘노동’엔 공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최장집 ‘정책 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의 신당 구상 중 ‘노동 의제 강화’에는 동의했지만, ‘진보적 정체성’에는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28일 최 이사장이 신당 구상을 밝힌 데에 대해 “(근로여건 악화) 문제가 중요한 정치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최 교수님의 원래 소신”이고, “저도 같은 생각”이라며 ‘노동 의제화’엔 공감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이 신당의 또 다른 축으로 제시한 ‘진보적 스탠스’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 신당이 노동 문제를 향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진보성을 염두에 두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은 그동안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흑백론을 뛰어넘는 ‘제3의 길’을 내세워 독자 세력화를 모색해왔다. 그가 노동의 정치 의제화를 강조하면서도 ‘진보’라는 단어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배경이다. 자칫 노동을 화두로 한 새 정치를 제대로 시작해 보지도 못하고 ‘진영’ 논란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 그룹과 중도층이 핵심 지지층인 안 의원으로서는 진보로 스탠스가 고정되는 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실제 최 이사장의 발언이 공개된 지난 28일 중도·보수층 지지자들 일부가 당황하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자, 안 의원은 서둘러 입장을 발표했다. 29일 자신의 후원회장으로 최상용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를 위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대선 때 안 의원의 외교안보정책 자문역을 맡았던 최 교수는 최 이사장보다 이념적으로 우측에 있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될 수 있다. 안 의원이 지향한 노선에 따르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이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워하는 보수 지지층 정서를 감안해 ‘중도 강화’ 이미지를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보적 스탠스에 대한 안 의원의 ‘몸사리기’는 최장집판 신당’론 파장이 나온 직후 발표한 것이란 점에서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또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부에 이념적 갈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제 이야기를 나누는 초기단계다. 내분이 일어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과 노동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달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크다는 측면에서 (노동 이슈가) 정치의 중심 의제가 돼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소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안 의원이 지향하는 정체성을 제외하더라도 문제는 노동 이슈에 대한 독자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접근을 말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이지 않다. 노동 이슈의 특성상 자칫하면 이념과 진영의 덫에 빠질 수 있다. 노동 의제를 앞세우면서도 중도·보수층까지 아우르기 위한 구체적 ‘노동 해법’ 제시가 안 의원의 과제로 남은 셈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1262056265&code=990100
[최장집칼럼]안철수 현상이 남긴 것 (경향, 최장집 | 고려대 명예교수·경향시민대학장, 2012-11-26 20:56:26)
이번 대선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안철수 현상이었다. 무엇이 그 현상을 가능케 했나. 그것은 기존의 그 어떤 정당도 하지 않았던 문제를 제기한 때문이고, 그 점에서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당들의 실패가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의 국가 중심적이고 재벌 편향적인 성장정책하에서 누적돼 왔던 청년 문제가 표출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생존 문제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실존적 고뇌와 위기에 진심으로 반응했고, 그것을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 경제민주화, 복지, 교육, 노동 문제로 다뤄질 수 있게 했다. 물론 안철수에 대한 지지를 뒷받침했던 것은 청년세대만이 아니었다. 기존 정당들에 비판적인 유권자 집단 내지 스스로를 중도라고 정의하는 유권자들이 그를 지지했다. 이는 기존 정당들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절실하고도 중요한 문제를 두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적대하는 것으로 일관해 온, 이른바 정치적 양극화 내지 이념적 양극화 현상이 빚은 결과이기도 하다.
안철수 현상은 두 주류 정당들이 적극적으로 대표하지 않았고 또 할 수 없었던 사회집단과 계층의 투표자들이 두 정당의 규모만큼이나 크다는 것을 실증했다. 흥미롭게도 그것은 보수-진보의 양대 블록을 기준으로 본다면, 주로 진보로 포함되는 민주당의 범위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오늘의 정치현실에서 안철수 현상은 기본적으로 야권의 문제로 나타났고 그만큼 민주당에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퇴장한 다음, 그를 통해 대표되기를 원했고 그를 통해 분출되었던 커다란 정치적 에너지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그 향배가 중요한 것은, 그간의 안철수 현상이 기존 정당체제 밖에서 발생해 하나의 대안 정당 내지 정치 세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향후 한국 정치의 미래는 정치적 양극화와 원심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의 문제와 다원화된 사회적 요구를 대표할 정당체제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이 과제는 민주화 이후 진보적 개혁 세력을 하나의 폭넓은 대안 세력으로 결합하는 데 실패해 온 야권에 더욱 절실하다. 아마 이번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만 있었어도 야권 내 단일화를 둘러싼 불합리한 다툼과 분열의 상처는 훨씬 덜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감정적 분열의 가능성을 피하기 어려운 후보 단일화 문제에 매몰되는 대신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 문제, 노동시장의 양극화, 복지 확대와 같은 중대 이슈를 둘러싼 비전과 정책 대안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야권 내부에서 경쟁하는 세력들 사이의 후보 조정 문제는, 중대 이슈를 둘러싸고 경쟁한 1차 투표의 결과에 따라 상당 정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정당체제의 안정적 제도화의 길이 반드시 양당제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양당제는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국으로 대표되는 오히려 아주 특수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양당제는 강력한 국가 중심주의와 냉전반공주의, 재벌 중심적인 경제구조와 하층 배제적인 사회문화 등 한국 사회의 여러 특징과 맞물리면서, 정당 간 경쟁을 이념적 중간으로 수렴시키기보다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또한 정치엘리트들이 적대적 상호의존 속에서 각자의 기득이익을 강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부정적 측면도 크다. 그럴 경우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변화가 정당체제를 통해 넓게 대표되고 반영되지는 못할 것이다. 문제를 이렇게 본다면 기존 정당들과는 종류가 다른 새로운 외생정당의 출현을 통해 한국 정치가 좋아지는 경로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외생정당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준 안철수와 그의 지지 세력들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를 일이다. 아마도 이 문제는 대선 이후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시점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의 최대 동원에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안철수의 미래 선택은 한국 정치의 중심 범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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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54494.html
‘안철수 혁신경제’ 방향은 옳다, 그런데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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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904023048
이제 진실을 말하자! "안철수는 국민 자작극이다" (프레시안, 한보희 연세대학교 강사, 2012-09-04 오전 8:31:29)
[절망의 인문학] 안철수는 인문학적 정치인인가?
안철수 교수는 언젠가 '강남 좌파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가 웃으면서 내놓은 대답은 이랬다. "강남에 살지도 않고 좌파도 아닌데요." '안철수는 인문학적 정치인인가?'라는 물음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꾸하고 싶다. "그는 인문학에 지적 주소지를 둔 사람도 아니고,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강남에 살지도 않고, 좌파도 아니지만 그를 '강남 좌파'라고 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고, '안철수는 인문학적인 정치인'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꽤 많다. 왜일까? '강남 좌파'가 강남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도, 좌파를 뜻하는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싸이의 히트곡 '강남 스타일'의 주인공 '오빠'가 그다지 강남 스타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강남 오빠'를 만나본 적도 없지만, 그런 사람을 만났다한들 그를 '강남 스타일'의 '싸나이'로 기억하진 않을 것 같다. 도대체 '싸나이' 자체가 전혀 '강남스럽지' 않은 단어 아닌가. '강남 좌파'는 어떤가? 안철수는 좌파스럽지 않기에 '강남'이고, 강남스럽지 않기에 '좌파'로 불린다.
결국 '강남 좌파'는 좌파 아님, 강남 아님이라는 이중의 부정을 통해서만 '강남 좌파'이다. "강남에 살지도 않고 좌파도 아닌" 안철수야말로 '강남 좌파'란 말에 들어맞는 사람일 수 있는 것이다. '인문학적 정치인'이라는 이상한 말의 경우도 사정은 같다. 그는 '인문학적'이지도 않고 '정치인'도 아니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인문학적 정치인'일 수 있다.
안철수는 정치인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안철수는 인문학과 별 관련도 없었다. 이제껏 죽.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철수는 '인문학적 정치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이한 일이다. 유력 대선 주자로서의 그의 인기의 상당 부분도 그의 인문학적 이미지―특히 '소통'과 '힐링'―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안철수는 의과 대학 출신이고, 정보통신 업계 경영자로 유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적 정치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이 이상한 사실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소통'은 정보통신을, '치유'는 의사를 연상시키기 때문일까?
오늘날 인문학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소통'과 '치유'이고, 그때의 '소통'과 '치유'가 정보통신 기술과 의학과 자연스레 연결된다면, 이제 인문학은 정신이 아니라 물질을,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인간이 아니라 생체 테크놀로지로서의 인간을 다루는 학문으로 바뀌었다는 말인가? 이 이상한 상황에 '융합'과 '통섭'의 신화에 사로잡힌 우리 시대의 지적 혼란상이 있겠지만, 그건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강남 좌파'나 '인문학적 정치인'이란 말은, 4대강 사업을 '녹색 개발'이라 부르는 것처럼, 꿈의 언어―무관하거나 모순되는 이미지들을 욕망의 논리에 따라 하나로 압축한 것―이다. '강남 좌파'라는 증상적 언어는 어떤 외적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내적 욕망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문제는 강남 좌파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 이전에 그런 말을 만들고 쓰는 집합적 주관의 상태다. 다루어야 할 문제가 바로 그 꿈의 작동이라면, '말이 안 된다', '꿈 깨라' 하고 야단치는 것은 번지수가 틀린 '지적'일 뿐이란 얘기다. '인문학적 정치인 안철수'라는 꿈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것이 어떤 욕망에서 나온 말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안철수에 대한 기대와 인문학에 대한 호출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무한 경쟁, 승자 독식, 양극화, 사회의 정글화 등 시장주의의 추세로부터 벗어나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공동체적 가치로 국가의 방향을 돌리고 싶어 하는, 그리고 지난 한 세대 동안의 신자유주의 드라이브에서 누적된 피로―가계 부채에서 우울증에 이르기까지―에서 안전하게 벗어나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소망이 있다고, 소박하게 해석해볼 수 있다.
예컨대 양극화 문제는 오래전부터 경고음이 울려온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아파트값 하락과 함께 중산층이 대거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면서 '1퍼센트 대 99퍼센트'라는 말이 광범위한 공감을 얻을 만큼 심각해졌다. 어쩌면 국민들은 이제 자신들이 '알던 것을 알 때가 된 것'인지 모른다.
한국 사회는 MB(멘붕 씨)의 통치 행태―사적 이익의 교활한 추구로 점철된 전과 14범이 마침내 국가라는 공적 질서를 자신의 수익 모델로 삼는 광경―에서 멘탈 붕괴를 경험하며 자신이 상상해왔던 자기 이미지가 실제로는 무엇인지 보았다. 마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에서 여주인공이 내심 꿈꿔왔던 마조히즘적인 판타지가 실제로 실현되었을 때 받는 충격이 이와 비슷할까.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는 정확히 MB(이명박)의 성공 신화―가난한 집안의 자식으로 태아나 어렵게 공부해 명문대에 진학하고, 샐러리맨으로 입사해 기업과 함께 승승장구하다가 사장이 되고, 정치인으로 전환해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거쳐 마침내 대통령에 오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명박은 '대한민국'의 인격화이며 자화상인 것이다.
지금은 아무도 그걸 믿고 싶어 하지 않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던 5년 전만 하더라도, 그런 신화적 스토리에 동감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그걸 인정은 했었다. 방송 3사의 9시 뉴스에서 BBK 관련 동영상을 보고도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준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그때 '없어진 주어'는 이명박이라는 주어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체성 자체였던 것이다.
이후 '나가수'를 비롯해 '나는―이다'가 유행어가 되어 홍수를 이룬 것은, 잃어버린 주체(주어)에 대한 뒤늦은 회복 시도가 아니었던가. 드라마 <추적자>의 마지막 장면은 유력 대선 후보의 범죄적 위선을 본 국민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달려가 그를 낙선시키고 징죄하는 것으로 돼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그 엔딩은 국민들 자신이 5년 전 저질렀던 과오―부정의와 부패에 대한 노골적 묵인―에 대한 상상적 만회가 아닌가. 이번 대선도 바로 그런 상상적 만회의 연장선에 있지 않은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들―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이 모두 나름대로 이명박과의 대척점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신화에 대한 갈망이며, 이러한 갈망에 가장 근사하게 맞아떨어지는 사람이 안철수인 것 같다. 하지만 주의할 지점이 있다.
비록 안철수는 이명박과 반대되는 퍼스낼러티를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성공 신화를 가진 인물―게다가 경영자 출신―이라는 점에선 일치한다. 안철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의 한편은 변화이지만 다른 한편은 여전히 성공한 자, (부와 학력 등의 자본을) 가진 자로 자신을 재현, 대표하고 싶은 욕망이다.
물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성공한 자가 아니라, 공정한 룰에 따라 '모범적으로' 성취를 이룬 자를 바라며 이번에 덕성과 인간미까지 갖추기를 바란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건전한 시장주의', '따듯하고 인간적인 자본주의', <조선일보>가 (일종의 알리바이, 아니면 '이미지 세탁' 차원에서) 밀고 있는 '자본주의 4.0' 같은 것을 욕망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적인 냉혹한 이윤 추구 기계에서 하루아침에 그 정반대의 이미지, 따듯하고 인간적이며 공정한 신사로 변할 수도 있다면, 그래서 자본주의 1.0, 2.0, 3.0, 4.0, 5.0…으로 무한히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면, 이 경우 자본주의란 대체 무엇인가? 인간 문명과 동의어인가? 아니면 인간들이 거기에 적응하고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결코 벗어날 수는 없는 자연환경 같은 것일까? 이러한 자본주의의 자연화는 무엇을 뜻하는가?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인가?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가?
우리에게 절박한 현안으로 도착한 이 물음이 대선의 이슈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다루어지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사실 복지, 정의, 공정,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제 민주화, 공공성의 회복 등등의 이슈들 배후에는 자본주의적 시장주의에 대한 강력한 회의가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대선 주자들의 공통된 공약들이나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펴냄)―그 부제는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이다―의 기본적 방향과 어조는, 2008년 금융 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반-시장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이라고 배척되던 것들이 아닌가. '경제 민주화'니 '동반 성장'이니 하는 말들에 대해 재벌 회장들이 보여준 불쾌한 반응―"공산주의 하자는 것인가", "그런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다" 등등―은 사태의 본질을 오히려 잘 드러내주지 않는가.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선을 전후로, 그간 억지로 틀어막고 악화시켜왔던 한국 사회의 문제들―특히 부동산과 가계 부채 문제―이 배탈 난 사람 설사 터지듯 급격히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구제 금융을 받게 되든 아니든, "IMF 시즌 2"라 불릴 만한 공황적 사태가 전개될 가능성도 매우 농후하다. '우리에겐 공황이 이미 진행 중이다, 내내 진행 중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문제는 그에 대한 대응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이다. 그런 맥락에서, 안철수 현상에는 기대를 걸어볼 만한 아주 독특한 면이 있다. 국민들이 '관전'만 하고 있을 수 없게 만드는 지점, 안철수의 유보적 침묵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는 출마 선언 및 선거 운동―정당을 구성하거나 정치 세력화를 시도하는 것―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보일만한 비유적 행보만 있을 뿐이다.
신비주의 전략인가?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은 오히려 거기서 새로운 정치, 모바일 네트워크에 기대는 새로운 시민 정치와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고 싶어 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고 또 성공적으로 대선 국면을 이끌게 된다면, 정당 정치나 대의 정치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런 기대가 있다는 정도다. 나는 다른 해석을 해보고자 한다. 안철수가 인문학적 정치인이냐는 물음이 주목해야할 지점도 여기일 것이다.
언론은 안철수의 유보적 침묵에 안달을 내지만, 정작 안철수 자신의 자신을 호명한 어떤 소리에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철수의 생각>, 5쪽)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호명한 까닭을 묻고 있다. 정치 공학적인 연출이 아니라 진심으로 묻는 것 같다. "왜 나를 부르는 겁니까? 나한테 원하는 게 무엇이죠?" 그는 국민을 큰 타자처럼 대한다. 이런 자세, 이 물음의 진지함이, 여러 실망스런 지점들―그의 명예 타령, 사실이더라도 굳이 그런 걸 자기 입으로 말하다니 낯간지럽다고 여겨지는 생의 이력들, 역사의식의 깊이, 한국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모범생' 같은 답변 뒤에 있어야 할 고뇌나 배제된 자들에 대한 공감의 결여 등등―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현상'에 어떤 기대를 갖게 한다.
어떤 기대냐면, 그가 대통령이 되면 잘하겠다는 기대가 아니다. 그가 대선에 나온다면, 그리고 혹시 대통령이 된 후에도, 기성 정치판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사태들, 연출되지 않은 일들이 많이 벌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안철수 현상의 핵심에는 태풍의 눈 같은 '빈곳'이 있다. 안철수가 채우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그 '빈곳'을 통해, 사람들이 비로소 정치적 소통이란 걸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물음은 타자의 장에서 발생하며, 기존의 상징계가 깨어지는 간극에서 나타난다. 시쳇말로 멘붕 상태에서 떠오르는 말이다. 그런 물음이 발생하는 '빈곳'은 인문학적 사유가 돌아가는 바퀴축의 구멍 같은 것이다. 정치적 영역에서 그런 구멍이 유력 대선 후보의 입을 통해 계속 흘러나오는 것은 분명 징후적인 사태다.
그는 자신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울림통"으로서의 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안철수 현상을 통해 분명히 입을 벌린 한국 사회의 저 정치적 '빈곳'이 앞으로도 계속 열려 있어야 하며, 우리는 바로 그 '빈곳',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 펼쳐지는 장에 개입해야 한다.
"열패감에 사로잡혔던 20~40대들이 서울시장 선거 등을 거치면서 '내가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는 분석이 있던데, 이런 변화에 약간은 기여를 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안철수의 생각>, 51쪽)
이 적절한 말을 이렇게 고쳐 이해하고 싶다. '안철수 현상을 만든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체에 뚫린 거대한 상처이고 구멍이다. 안철수가 섣부른 출마 선언과 공약들로 그것을 채우는 대신 유보적 침묵과 조심스런 물음을 통해 그 구멍을 '무대'로 만들어주었다. 정치적 주체가 되어 그것을 채워야 할 사람은 우리이며 우리의 삶-정치이다. 안철수는 그런 기여를 한 것에 보람을 가질 자격이 있다.'
안철수 현상은 국민 자작극이며, 서막을 훌륭히 소화한 안철수에 이어 무대에 오를 자는 안철수가 아니라 국민 자신이다. 비극이 될지, 사이코드라마가 될지, 서사시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525
‘안철수 현상’ 비평을 둘러싼 세 가지 딜레마 (미디어스, 한윤형 기자, 2012.09.05  14:20:43)
대선 특별 심포지엄 <한국 정치와 안철수> 참관기
경향신문사와 4개 싱크탱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생활정치연구소, 좋은정책포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에서 주최한 <한국 정치와 안철수> 심포지엄은 이처럼 안철수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참여자들의 면면도 화려하여 시민사회 단체와 학계의 비판적 사회참여 지식인들을 총망라했다.
그러나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행사 참석자들과 한국 사회에 던진 메시지의 내용은 풍성하지 못했다. 뜨거운 관심과 빈곤한 담론이 교차하는 이 상황은, 참석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철수 현상’에 접근하는 비평이 모종의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안철수 현상’ 비평의 딜레마 : 사회분석이냐, 인물론이냐
첫 번째 딜레마는 ‘안철수 현상’ 비평이 기본적으론 그 현상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지만, 현재 안철수를 제외한 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그의 출마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나온다.
실제로 청중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한 얘기는 안철수가 출마할 것인지, 그리고 안철수가 출마한다면 야권단일후보가 되어 박근혜를 꺾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그 자리에는 없었다. 안철수를 호출하고 있되 안철수 측에서 참석한 자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선 참석자들이 각자의 전공의 논의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할 수 있는 정치적 예측을 남발할 수밖에 없었다. 1부 발제자 김호기 교수는 “기다리다 보면 (출마 선언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고 3부 발제자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까지 하고 나오지 않는다면 정치(적) 공황(상태가) 올 것”이라면서 안철수의 출마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4부 집중토론의 패널인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와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도 안철수가 결국엔 대선에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논의가 안철수의 거취 문제로 흘러가는 것에 비판적인 참석자들의 발언도 있었다. 3부의 토론자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현상에 말한다는 것”이라 발언하면서 본인이 참여하는 논의에 대해 선을 그었다. 1부 토론자 이숙이 젠더사회연구소 소장도 “지난 1년간 그의 행보를 살피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평적 소통’의 자세는 보기 힘들었고 그의 행보와 발언 하나하나에 다른 사람들이 집중하고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관련된 논의가 안철수에게로 수렴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들은 의미가 있긴 했지만 단지 그런 논의만으로 이 시기에 경향신문사 등에서 안철수와 관련한 심포지엄을 하루 종일 개최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점에서 ‘핵심에서 겉도는’ 측면이 있었다. 그야말로 딜레마였다.
‘안철수의 생각’의 해석에 관한 딜레마 : 그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의 사이
우리는 안철수란 인물을 검증하기 위해 ‘안철수의 생각’을 문자 그대로 비평해야 하지만 또한 야권의 비전을 위해선 그 ‘안철수의 생각’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사회문제의 상과 대처방법을 삽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이 딜레마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가장 풍성한 논의가 있었단 <제3부 ‘안철수의 생각’과 경제?사회정책>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3부의 두 발제자였던 이병천 교수와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둘 다 <안철수의 생각>에 대해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병천 교수는 발제문에서 ‘안철수의 생각’이 미국 교육 경험(MBA) 때문에 우려되는 지점이 있었으나 생각보다 미국식 시장경제에 크게 경도되어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야 정치권을 통틀어 대선 후보군 중에서 이 정도로 경제민주화와 한국 경제 미래에 대해 자신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정리된 생각을 들려 준 사람을 보지 못했다”면서 “대한민국 근대화 50년(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 깊이 있는 비판적 성찰력을 가진 인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상이 대표 역시 발제문에서 책을 읽고 난 후 “안철수 교수는 한국형 복지국가의 담론과 주요 정책을 충분히 그리고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감탄했다고 서술했다. 그는 “복지국가에 대한 안철수 교수의 이해는 지식인의 관념적 이해를 넘어”섰으며, 이 책의 내용이 “구체적인 정책들로 알기 쉽게 설명되고 잘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복지국가 담론을 설득해 나가는데 매우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안철수 교수가 복지제도 확충을 위해선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안철수의 생각’에 자신들의 생각을 덧씌워야 한다. 이는 그의 책을 야권 성향의 경제학자나 경제정책통이 읽을 경우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병천 교수는 책의 ‘빈틈과 과제’를 상세히 지적했고 이상이 대표는 안철수를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의 대변자로 해석했다. 이렇게 될 때엔 그것이 과연 ‘안철수의 생각’인지 그들의 생각인지가 모호해진다.
3부 토론자 신광영 교수는 전두환 취임사로부터 시작된 복지란 말에 대해 아직 한국인들은 낮은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는 복지국가를 시대정신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 증세 담론 역시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이 좋아할 얘기는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조세체계에서 제대로 징수가 되지 못하는 고소득층의 자산과 소득에 대해 징수하겠단 식으로 세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이 대표의 안철수에 대한 이해를 뿌리부터 비판한 것이다.
문진영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안철수의 생각>에 대해 “아주 잘 정제된 언어로 상식적인 내용을 잘 설명한 교과서”이며 ‘앵그리영맨’들을 대변하는 효과는 있지만 교과서에 그친다는 점에서 여기 모인 학자들 누구나 쓸 수 있고 사실은 더 깊이 있게 쓸 수 있을 법한 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라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없는 이 책으로는 안철수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기 어렵고 그의 예전 책에 나온 일화대로 바둑을 배우기 위해 1년 동안 바둑 관련 책을 먼저 탐독했다는 행동 방식으로 정책문제에 접근하다간 큰 실패를 거둘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이해문제에서 벗어나 안철수의 경제사회 정책에 대한 회의를 가장 강하게 표현한 것은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이었다. 김상조·유종일 등과 함께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경제학자 그룹에 속했던 3부 토론자 홍종학 의원은 “재벌개혁을 위해 역사 공부를 해보니 민주주의 국가의 역사에서 재벌개혁의 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가 하나도 없었고 그나마 챙길 만한 것이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사례였다”고 전했다.
홍종학 의원은 이어서 “그렇기에 2007년부터 약 2년 동안 내 마음은 미국에서 재벌이 번성하던 1920년대 워싱턴에서 살았다”라고 설명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정부가 금권세력, 거대 자본과의 싸움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철수 원장이 알고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는 “안철수 현상이 민주당 혁신을 촉구한 점에 대해서는 감사할 일이나 우리에겐 안철수란 메시아가 아니라 ‘성공하는 정부’가 중요하다. 고려 무신정권처럼 수십 명 측근으로 나라를 경영해 보겠다는 무모함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병천 교수는 ‘안철수 현상’을 비정상적인 사건으로 보는 시선에도 반대했다. 그는 “민주당의 통렬한 반성이 더 있어야 한다”면서 “민주정부가 실패하면 ‘박정희 향수’가 생긴다. 그러면 서민들이 정권과 정당에 좌절했을 때 ‘박정희 향수’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정상적인’ 상황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안철수 정도 되는 인물이라도 있어 ‘안철수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며 “정상적인 상황”이라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진보정당의 노동중심성이 대기업 정규직 편향성으로 빠지고 민주당이 누구를 대변하는지도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2030세대에게 출구전략을 제시한 것이 안철수 말고 누가 있는가”라고 물으며 기성 정치세력의 반성을 촉구했다.
안철수와 민주당의 관계에 대한 딜레마 : 민주당에 혁신을 요구한단 것
우리는 자기 혁신이 없었기 때문에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다고 민주당을 질타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철수 현상’을 끌어안기 위해서라도 다시 민주당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져 있다. 이 딜레마는 <제2부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와 <제4부 집중토론: 안철수의 선택과 한국 정치의 미래>에서 주로 드러났다. 2부 발제자인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철수 현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국가비전의 문제, “누구와 그 비전을 실현할 것인가?”라는 핵심적 정책그룹과 정치세력의 문제, 그리고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라는 국정운영 능력과 정치리더십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설명한다.
또 그는 “5천만으로 구성된 정치공동체와 국가 간 관계, 지구적 공동체는 매일 새로운 사건과 과제가 발생하는 움직이는 거대한 유기체와도 같아서, 국정운영의 단계에서 이 거대한 유기체와 맞닥트려 끊임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통령의 위치는 안교수가 보여주는 출마를 위한 선택에 소요되는 것과 같은 긴 ‘생각’의 시간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안철수 현상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질곡을 안철수로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혹은 안철수만으로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판단해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대엽 교수의 지적은 민주당과 안철수 모두에게, 혹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의 과제라 볼 수 있다. 2부의 다른 발제자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조금 더 구체적인 차원에서,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유권자 연합이 관건”이라 설명하면서 미국의 뉴딜체제를 떠받쳤던 뉴딜연합(New Deal Coalition)과 같은 유권자 연합을 한국 사회에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해하는 뉴딜연합은 “기존의 지역균열에 기초한 공화당 우위의 정치질서를 계층균열로 재편한 결과 창출된 것”으로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소수인종 등이 정치와 투표를 통해 자신의 삶을 지켜낼 동기를 부여했기에 형성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민주당이 혁신을 하거나 새로운 통합적 혁신정당이 창당되어야 하며 안철수는 이 “민생연합을 구현하는 정당을 만들어내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하고 “그 정당의 후보로서 대선에 나가야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토론자인 민만기 내가꿈꾸는나라 집행위원장의 경우 이철희 소장의 주장에 기본적으론 동의하면서도, 지금의 시기가 수권가능한 정치세력·주체를 형성하는 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사회세력연합·이슈연합·정책연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 상층부의 타협이 아닌 지지층을 구체적으로 찾아다니는 전국적인 만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을 민주당 쪽이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안철수 쪽이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양자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2부 토론자인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의 경우 “안철수가 향후 어느 쪽으로 갈 지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기대 속에서도 일말의 불안감이 있다”면서 “이런 부분을 안철수가 확실하게 약속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철수가 야권후보 진영에 속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이 상황이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도 4부 집중토론 패널인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의 경우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보면 야권에서 논의되었던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답변이 다 있다. 이 책으로 안철수는 야권 후보의 하나임은 입증된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민주당과 안철수의 관계에 대해서도 통일되지 않은 여러 시선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누가 누구를 품을 것인가
특히 후보 단일화가 결렬될 경우의 책임을 묻는 문제에 대해선 4부 집중토론 시간에 날선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야권의 승리를 위한 자기 혁신을 요구받고는 있지만 민주당은 경선 과정에서 흥행 없이 당내 불협화음만 높아지는 상황이고 안철수 원장은 아직 출마의사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안철수 원장은 본인의 지지층을 고려할 때 함부로 민주당 입당을 확정할 수 없는 처지이나, 민주당 이해찬 당대표 등은 아직까지 “민주당 입당 후 경선하지 않으면 단일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역시 ‘안철수 현상’의 수혜를 야권이 받아 안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혁신이 필요한 사정을 드러낸다. 이철희 소장의 정리대로 민주당이 안철수와 함께 통합정당을 꾸리기로 결심하고 그 정당에서 함께 혁신을 하든지, 아니면 안철수가 선뜻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정당으로 자기 혁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안철수 현상’에 환호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도 결국 민주당의 자기 혁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민주당 바깥에서 그 요구로 가장 압박을 줄 수 있는 카드 역시 안철수 원장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는 ‘독자적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측근의 말이나 ‘대통령이 목적은 아니다’라는 안철수 본인의 말 속에서 아직 아무것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그를 발견할 뿐이다. 이 심포지엄이, 아니 안철수를 둘러싼 그 수많은 담론이 한국 사회의 현황과 문제를 잘 설명해 내긴 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엔 미흡한 이유를 알려주는 풍경이라 하겠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9052157145&code=910100
[한국정치와 안철수](1) 기성정치에 대한 시민사회 반격이자 ‘재정치화’의 열망 (경향, 김호기 | 연세대 교수, 2012-09-05 21:57:14)
ㆍ2012 대선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1부 - 시대정신과 안철수
■ 안철수의 시대정신과 한국정치의 미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 정치사회와 공론장의 과도한 이념 경쟁 피로감, 새로운 리더에 대한 기대가 결합돼 나타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민사회의 반격 또는 부활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다. 안철수 현상에는 소통과 참여를 희구하는 ‘재정치화’ 열망이 담겨 있다. 또한 혁신과 공공성 경제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고, 문화학적으로는 공감과 통합의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복지국가 구현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구조적 강제 속에서 전략적 선택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리더십의 발휘, 혁신과 공공성의 경제 패러다임 구축, 소통·공감·통합에 기반을 둔 시민사회의 지지 형성이 필요하다.
‘안철수’라는 이름과 존재가 시민사회 내에서 정치적 공명을 일으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의 삶, 기업 활동, 청춘콘서트, 부의 사회 환원을 포함한 일련의 활동은 소통·참여·혁신·공공성·공감·통합이라는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갈수록 지속불가능해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돌아볼 때, 안철수가 보여준 것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미래 비전과 가치다.
한국 정치는 ‘욕망의 정치’에서 ‘힐링의 정치’로 가야 한다. 가치보다 욕망, 공공성보다 사익성, 국가보다 시장을 특권화하는 욕망의 정치가 가져온 ‘멘붕(정신 붕괴)의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처방으로서의 힐링정치, 즉 공정한 복지국가 구축과 이를 위한 미래지향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국 정치는 자원 및 가치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고 개혁과 혁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이중 과제를 수행하는 데 중요한 것은 지배와 통치의 관점이 아닌 배려와 거버넌스의 시각에서 시민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복지국가 시대정신의 제시와 소통·참여·혁신·공공성·공감·통합의 리더십 발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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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안철수]‘노무현의 실패’ 반복 않는다는 확신 심어줘야 (경향, 김수진 | 이화여대 교수, 2012-09-05 21:56:51)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1부 - 시대정신과 안철수
■ 안철수는 한국정치의 새로운 희망인가: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국가 개입을 지지하는 경제적 좌파의 이익정치와 참여적 의사결정 등을 중시하는 자유지상주의적 가치정치가 결합한, ‘좌파 자유지상주의’를 가치로 한 시민정치의 폭발로 볼 수 있다.
운동정치가 승리하기 위해선 강력한 물결이 필요하다. 2002년의 노사모나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운동정치의 강력한 물결은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몰아친다. 결국 운동정치가 정당정치를 압도하려면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의 물결이 형성·확대돼 선거 당일 투표 참여의 고조된 열기로 절정에 도달해야 한다.
안철수 운동정치의 물결이 형성·확산되기 위한 조건으론 부당한 탄압에 대한 시민적 공분을 들 수 있다. 룸살롱 출입 논란 등 부당하고 치졸한 검증이 예다. 또 ‘바보 노무현’ ‘시민운동가 박원순’에 필적하는 ‘안철수의 삶’이 발휘하는 힘과 감동이 필요하다. 시민의 지지와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 메시지를 생산·전파·확산시킬 수 있는 수단과 역량은 안철수팀이 박근혜팀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넘나들며 시민들의 요구를 경청하고 이를 즉각 공약에 반영할 수 있는 소통 능력 역시 박근혜팀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시민운동에 기반한 지원 세력의 적극적 협력을 확보하는 게 과제다. 무엇보다 노무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을 유권자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공안통치·정보정치·금권정치의 척결을 위한 제도 개혁안을 내놓고, 시민참여에 기반한 민주적 정치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실패를 극복하는 게 가장 힘든 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 현실에 적합한 미래형 정당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기존 정당·정치세력을 어떻게 설득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권정당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민주적·효율적 국정운영을 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유권자에게 줘야만 운동정치의 동원력으로 ‘박근혜 정당정치’의 견고한 조직력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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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안철수]“안철수 책을 경전 해석하듯 보는 게 옳은가” “국민들은 근본적 변화를 바란다” (경향, 김진우 기자, 2012-09-05 21:56:58)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1부 - 시대정신과 안철수
■ 토론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여년간 지속된 수구 보수와 낡은 진보의 정당정치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국민들은 근본적인 혁명적 변화를 바라면서 정당 밖 인물을 정치적 구심으로 삼기를 바라고 있다”며 안철수 현상의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이에 이숙진 젠더사회연구소장은 “안철수 현상이 ‘묻지마 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건 아닌지 엄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철수의 생각>을 줄 치면서 경전 해석하듯 하고 있는 현상이 과연 올바른 소통방식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행동과 실천 계획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숙진 소장은 “<안철수의 생각>이 희망과 꿈을 줄 수 있지만 실행과정에서의 갈등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존재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안철수 교수가 개혁의 프로그램은 제시했지만 누구와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라는 정치 프로그램은 제시하지 않았다. 개혁은 리더를 중심으로 일정한 세력들이 추진할 때에만 지속 가능하고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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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안철수](2) “민주당과 손잡는 게 어색하지만 혼자 갈 수도 없어 딜레마” (경향,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2012-09-05 21:56:03)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2부 -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
■ 안철수의 선택과 18대 대선: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야권 또는 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민주당과 ‘안철수 현상’이 만나야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민주당 모두 딜레마가 있다. 안 원장의 딜레마는 자신의 지지층이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과 거부 정서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과 손잡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혼자 갈 수도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후보 단일화에서 실패하면 제1야당이 후보도 못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후보 단일화를 거부할 수도 없다. 결국 안 원장과 민주당이 어떻게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단일화 방안으로 몇 가지가 검토되고 있다. 먼저 공동정부론인데 이는 하나마나한 얘기다. 세력도 아니고 아직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개인과 손잡고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은 세계 정치사에도 유례가 없다. 시민연합정부론은 더 위험하다. 여기서 ‘시민’은 정당과 대립의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사실상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가설정당론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선거 편의를 위해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제3지대 신당론은 그럴싸해 보이고 이점도 있다. 그러나 정당의 무능과 무기력은 신당 창당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의 민주당도 세 세력이 합쳐져서 만들어졌다.
안정적인 집권연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보다 유권자연합이 관건이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민주정부 10년을 통해 경험했다. 미국의 뉴딜체제가 30년 이상 지속된 것은 그것을 떠받치는 뉴딜연합이라는 유권자연합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안 원장이 아무리 근사한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도 사회적 약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투표할 동기를 갖도록 하지 않으면 어려운 싸움이 된다.
이번 대선에서는 ‘한국형 뉴딜연합’, 즉 ‘민생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안 원장이 내세운 복지, 정의, 평화도 민생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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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안철수]“안철수의 힘으로만 안철수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까” (경향, 조대엽 | 고려대 교수, 2012-09-05 21:55:59)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2부 -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
■ 안철수 현상과 통합의 시대: 조대엽 고려대 교수

‘안철수 현상’은 갈등의 해결 없이 증오와 절망이 재생산되는 사회 속에서 만들어졌다. 안철수 현상은 우리사회의 문제가 이제 이슈나 분야별 해소책이 아니라 사회질서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시기에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구체제를 극복할 통합의 리더십을 얘기한다. 그는 통합의 시대의 주제로 복지, 정의, 평화를 얘기했다. 무엇보다 우리사회가 개인적 영역에서나 국가적 영역에서 광범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안 원장이 구상하는 통합의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개념은 상식적 사회다. 그는 통합과 생활을 두개의 주요 코드로 보고 있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이런 구상은 사실 안 원장만의 생각은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들 역시 통합 없이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누가 어떤 패러다임의 통합적 질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확인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통합의 패러다임으로 ‘생활국가’와 ‘생활민주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시적 지표에서 벗어나 안전하고도 자기실현적인 삶을 중심으로 국가와 사회질서를 재편하는 것이다. 이전의 질서가 개인의 삶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거대담론과 거시적 공공성에 매몰됐다면, 이제 생활을 중심으로 만드는 생활공공성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 개인의 실존적 삶을 보장하거나 바꾸지 않는 정책이나 제도, 규범은 더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안철수 현상을 통해 고민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지점이다. 안철수 현상을 극복하는 길은 새로운 통합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그의 단면만을 보았다.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최소 세가지를 보여줘야 한다. 무엇을 할것인가(구체적 국가비전), 누구와 그 비전을 실현할 것인가(핵심적 정책그룹과 정치세력),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국정운영 능력과 정치리더십)이다. 단순히 선거의 승리가 문제가 아니라 안 원장이 통합의 시대를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책임지고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안철수 현상을 안 원장의 힘 또는 안 원장만으로도 넘어설 수 있을지 이제 판단해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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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안철수]“책임 있는 정당정치에 대한 분명한 입장 내놓아야” (경향, 장은교 기자, 2012-09-05 21:55:53)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2부 -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
■ 토론

민만기 내가꿈꾸는나라 집행위원장은 발제에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시민연합정부론’을 비판한 것을 반박했다. 내가꿈꾸는나라는 지난해 민주통합당의 통합 과정에도 참여했고, 최근 민주당과 안 원장, 진보시민사회세력이 함께할 수 있는 공동플랫폼을 구성해 시민연합정부를 세우자는 운동을 진행 중이다. 민 위원장은 “이 소장이 시민연합정부론을 정당정치의 부정이라고 본 것은 부적절하다”며 “별도의 시민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게 아니지 않나. 민주주의가 퇴행을 겪을 경우 장외정치, 운동정치, 시민정치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장이 민생연합의 롤모델로 제시한 미국 뉴딜정책연합에 대해 “그때도 후보는 민주당 후보지만 연합된 세력은 흑인과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이 가치와 이슈와 정책으로 연합됐고 민주당이 그것을 수용한 것”이라며 “이슈연합을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투표참여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과 민 위원장 모두 ‘후보 단일화’ 이상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점에서는 일치했으나, 이 소장은 정당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사회적 약자의 연합을 담는 그릇은 정당이어야 한다”며 “정당정치와 시민정치의 양날개로 가더라도 정당의 중심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과연 정당이 쇄신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당을 혁신해서 함께 가지 않으면 이겨도 안정적일 수 없다”며 “안 원장도 어떻게 대통령이 될 것인가만 고민하지 말고 지금의 야권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경향신문 선임기자는 “안 원장이 야권단일후보가 됐을 때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혁신된 민주당이든 확대통합된 신당이든 대선 전후 입당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해야 한다”며 “야권단일후보가 됐을 때 공동의 집권공약연대와 연립정부 구상, 책임있는 정당정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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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안철수]“여야 후보 중 이처럼 한국경제의 미래를 정리한 사람이 없다” (경향, 이병천 | 강원대 교수, 2012-09-05 22:01:20)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3부 - ‘안철수의 생각’과 경제·사회정책
■ 경제민주화와 한국경제 새판짜기: 이병천 강원대 교수

안철수 현상은 보수와 진보의 실패가 부르는 ‘힐링의 정치’다. 경제민주화는 국민이 여망하는 힐링 정치의 핵심이다.
안철수의 경제 인식은 첫째, 대한민국이 공멸의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가 지난 10년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공멸할 것 같다”고 밝혔다. 두번째, 양극화가 심화된 이유로 경제기득권의 과보호 구조 즉 ‘삼성동물원’으로 표현되는 재벌 독식구조에 있다고 본다. 안철수의 경제 인식에서 주목할 점은 재벌체제 문제를 소액주주나 공정경쟁 수립이라는 자유주의적 문제로 좁히지 않고 양극화 체제, 다수 이해당사자 대중의 민생을 고통에 빠뜨리는 배제적 경제구조의 핵심으로 짚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의 한국경제 새판짜기 전략은 뭔가. 안철수의 경제민주화론은 경제정의론이다. 그는 “경제민주화란 공정한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국민들 누구나 경제주체로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는 것으로, 경제민주화란 경제영역에서의 정의가 구현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정한 시장경제의 세 가지 필수 요소로 출발선상의 공평한 기회 부여, 경쟁과정에서 반칙과 특권 배제, 패자부활전 허용을 제시한다.
안철수는 추격자 전략에서 선도자 전략의 전환도 제시한다. 그는 지난 50년간 썼던 추격자 전략이 수명을 다했고,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선도자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재벌개혁은 외부와 내부의 ‘투 트랙’으로 접근한다. 외부적 접근으로 재벌의 부당거래·편법상속·기술탈취 방지, 징벌적 배상제 도입, 공정거래법 강화 등을 내세운다. 내부적 접근으로는 지나친 주주중심주의에서 국가, 노동자, 소비자, 지역주민의 이익이 반영되는 이해관계자 중심으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의 대선 후보 중 이 정도로 경제민주화와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자신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정리한 생각을 들려준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경제의 구체제도 극복하면서 경제민주화도 이루고, 선도자 경제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민주화 이후의 ‘물탄 민주주의’에서 서민 대중이 패배자의 처지로 떨어진 기막힌 ‘민주화의 역설’ 상황을 돌아볼 때 매우 소중하다. 다만 안철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모델은 10개 중 1개만 성공하는 모델인데, 과연 한국경제의 미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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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안철수]“대선 이후도 새 복지국가 질서 창출에 이어질 것” (경향, 이상이 | 제주대 교수, 2012-09-05 22:01:14)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3부 - ‘안철수의 생각’과 경제·사회정책
■ 안철수 현상과 복지국가의 과제: 이상이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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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안철수]“민주정부가 금권·자본과 싸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안철수는 알까” (경향, 강병한 기자, 2012-09-05 22:01:24)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3부 - ‘안철수의 생각’과 경제·사회정책
■ 토론
개혁성향 경제학자 출신인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경제사회 정책에 강한 회의를 제기했다. 홍 의원은 “재벌개혁을 위해 공부를 해보니 민주주의 국가의 역사에서 재벌개혁의 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가 하나도 없었다”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정부가 금권세력, 거대 자본과의 싸움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철수 원장이 알고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안철수란 메시아가 아니라 ‘성공하는 정부’가 중요하다”며 “인기가 높아지면 (고려 무신인) 경대승이 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무신 30명으로 나라를 경영하겠다는 무모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진영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안철수의 생각>은 정제된 언어로 상식적 내용을 담은 교과서 같은 느낌이었다”며 “상식적인 이야기를 썼는데 지형을 바꿀 만한 힘을 가진 것은 결국 ‘힐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는 젊은이들, 뭔가 하고 싶은데 돌파구가 없는 사람 등 ‘앵그리 영맨’이 안철수라는 상징을 통해 기댈 언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그러면서 “안 원장이 바둑을 배우기 위해 책 100권을 읽고 1급이 됐다고 하는데 책임지는 자리나 국정 운영에서 그렇게 하면 파멸적인 결과가 올 것”이라며 “모든 것을 이론으로 설명하지 말고, 현실과 이론을 교합하며 튼튼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9052213425&code=910100
[한국정치와 안철수]“민주당과 단일후보 땐 승산 있지만, 대통령 잘할지는 미지수” (경향, 김진우 기자, 2012-09-05 22:13:42)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4부 - 안철수의 선택과 한국정치의 미래
1. 안철수 현상 무엇인가
이택광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했다. 안철수 현상이 새삼 한국만의 독특한 조건에서 잉태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다만 대중운동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안철수가 있는 것”이라면서 “2008년 촛불의 주체들이 안철수를 호명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현상 자체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안철수 현상은 개인 현상이 아니라 변혁의 시대로 나아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2002년 대선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현상은 “상황과 인물과 기대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결과”라는 평가다.
민주통합당 이인영 의원은 “정치혁명이 임계점에 도달했는데 정당정치가 지체되면서 안철수 현상으로 표츌됐다”면서도 “역사적인 검증이 더 필요하다. 신격적 차원에서 사회인격적 차원으로 내려놓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현상을 평가하지만 냉철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이 이 시대에 대한 처방이 될 수 있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뉘었다. 안 교수는 “아직 구체제의 막내들만 있는 상황인데 (안철수는) 새로운 시대의 장자가 되어야 한다”며 “그럴 경우 내세울 새로운 슬로건은 ‘나는 당신의 고통을 공감한다’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쉽지는 않을 거다. 개인을 뛰어넘어 사회적 모순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9052213115&code=910100
[한국정치와 안철수](4) “안 나오면 국민 기만 … 루비콘강 건넜다” (경향, 강병한 기자, 2012-09-05 22:13:11)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4부 - 안철수의 선택과 한국정치의 미래
2. 대선에 출마하나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본인의 선택 문제에 앞서 안 원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운명론’이 쏟아졌다. 안 원장이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자유기고가 한윤형씨만이 “온갖 ‘낚시’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안 원장 스타일은 혼자 결정하는 타입”이라며 “누가 뭐라고 해도 아직 결정이 안돼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안 원장 선택의 변수로는 대선 승리보다는 국정운영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안병진 교수는 “본인이 새로운 체제의 장자가 될지 아니면 구시대의 막내가 될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고, 한윤형씨도 “역설적으로 직업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대선 승리보다 대통령을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마 선언 시기를 놓고 김형준 교수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결선 투표일이 23일이고 추석이 30일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며 “추석 민심에 의해 대선이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한윤형씨는 “현실적 정치공학으로 보면 추석 전 발표겠지만 (직업 정치인이 아니라서) 그런 식의 판단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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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안철수]“새로움 대 낡음 구도가 명확해져 승리 유력” (경향, 장은교 기자, 2012-09-05 22:12:42)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4부 - 안철수의 선택과 한국정치의 미래
3. 대선 승리할 수 있나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새로운 정치 실험’의 측면에서 승리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늘 새로운 정치실험을 한 쪽이 승리했다. 97년 DJP연합은 유신거부세력과 유신지지세력이 결합한 황당한 실험이었는데도 성공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도 성공했다”며 “문재인 후보가 말한 공동정부론은 대한민국에서 한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실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원장이 나오면 ‘새로움 대 낡음’으로 구도가 명확해진다”며 “안 원장이 정치경험이나 세력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야권이 하나로 묶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기고가 한윤형씨는 “문 후보의 공동정부론은 혁신적 대안이라기보다 자신이 후보가 되어도 안 원장을 배제하지 않고 가겠다는 의미를 밝힌 것 정도로 봐야 한다”며 새로운 정치실험으로서의 의미는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씨는 “정권을 운영하는 능력과 창출하는 능력은 별개”라며 “안 원장이 외곽에서 잽만 날리던 것과 진짜 링에 올라가서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이인영 의원은 “단일화를 무조건 안 원장이 이기는 것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민주당 후보도 안 원장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게 당연하다. 단일화가 잘 안됐을 때 그 책임을 다 민주당이 져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안 원장은 영웅이나 신이 아니고 혼자 힘으로 나라를 운영할 수는 없다. 정당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지만, 한순간에 정당을 만들 수는 없다. 그것이 민주당의 자산이고 안 원장의 한계”라며 “ ‘안철수의 생각’만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는 없다. 빠르게 변하는 남북정세 속에 한반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목숨을 건 사명과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9052212305&code=910100
[한국정치와 안철수]“룸살롱 검증보다 더 엄한 검증이 있을 것” (경향, 강병한 기자, 2012-09-05 22:12:30)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4부 - 안철수의 선택과 한국정치의 미래
4. 검증 제대로 되고 있나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 진행 중인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을 소위 ‘네거티브’로 보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정치세력 대 안철수’의 프레임 효과만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국정운영 능력을 놓고는 거센 시험대에 오를 것이고 또한 올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 첫 시험지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다.
새누리당의 네거티브에 대한 ‘코치’도 등장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박근혜 후보의 총선 캠페인은 정치교과서에 나와도 될 만큼 전통적이었다. 네거티브가 탁월했다”면서 “안 교수는 나오면 본인이 인생에서 살면서 상상할 수 없는 네거티브를 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에피타이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위기가 올 것이지만 한 가지만 이해하면 이긴다. ‘문제는 있어도 저 사람은 우리 고통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선거 끝까지 잃지 않는다면 이길 것”이라고 봤다.
자유기고가 한윤형씨는 “안 원장이 후보가 돼 박 후보와 자웅을 겨룬다면 네거티브는 내버려두고 다른 테제를 가져야 한다”며 “상대방이 과거 이력과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안 원장은 <안철수의 생각>에 나온 이야기와 자신의 역량을 조합해 수권능력을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안 원장이 국정운영에 필요한 능력을 검증받는 광야에서 생존해야 대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윤형씨는 “굉장히 지난한 것들을 지나쳐야 이길 수 있다”면서 “결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안철수가 맞설 수 있느냐, 이것은 아직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이인영 의원도 “우리가 가고 싶은 사회로 갈 능력이 있느냐를 검증해야 한다”면서 “<안철수의 생각>만 갖고는 나라를 다 경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첫 시험대가 결국 정치분야라고 봤다. 이택광 교수는 “안 원장이 대선에 나왔을 때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스텝이 꼬이면 나쁜 이미지가 덧씌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역대 대선을 보면 새로운 정치실험을 한 세력이 집권에 성공했다”면서 “안철수가 어떤 형태로 정치실험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9052212365&code=910100
[한국정치와 안철수]“강도 높은 정당·정치 개혁 이끄는 게 관건” (경향, 김진우 기자, 2012-09-05 22:12:36)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4부 - 안철수의 선택과 한국정치의 미래
5. 대통령으로 성공할 수 있나
‘안철수는 대통령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집중토론에서 토론자 대부분이 판단을 보류하거나 회의론을 피력한 주제였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과 대통령으로 성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다.
회의론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국정운영 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에서부터 제기됐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원장의 치명적인 약점은 소통도 잘하고 개인 역량도 강한데 국정운영 역량을 의심받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수권 능력을 담보하기 위해선 단일화 대상인 민주통합당의 개혁과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김 교수는 “수권 역량은 안 원장 혼자서는 절대 안된다. 민주당이 수권 능력을 보여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너무 침체돼 있고 변화와 개혁에서 멀다”고 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도 “안 원장이 자신의 혁신 이미지를 버리지 않으면서 민주당을 개혁하는 것이 대통령이 됐을 때 정책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에서 알아서 하고 비서진끼리 속닥속닥하고 심지어 정당과도 싸우는 ‘이명박 2’가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결국 안 원장과 민주당이 얼마만큼 강도 높은 정당·정치개혁을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민주당은 조금 늦은 경우가 있어도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 변했다”고 말했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권정당으로 바뀔 수 있다는 항변이다. 이 의원은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에 승리하면 누가 되든 민주당 정부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가 놓쳤던 게 뭔지 잘 아니까 그때보다 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기고가 한윤형씨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경제상황 자체가 좋지 않다”며 “안 원장이 지지를 얻었던 경제개혁 문제에 치중하고 우선순위를 잡아야 조금이라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여부를 따지기보다 성공하기 위한 조건들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대통령이 되면 하고 싶었던 역사적 과제를 실행하려다 수많은 대통령이 실패했다”면서 “안 원장은 은행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정치자본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정치자본’에 입각해 민심과 소통하면서 과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때로는 괴물이 되고 때로는 선인이 될 수 있다는 정치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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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041821105&code=210000
[창간 65주년 특집]“나를 대변해줄 정당 있어도 가입 안해” 56% (경향, 손제민 기자, 2011-10-04 18:21:10)
http://img.khan.co.kr/news/2011/10/04/mb1005j73.jpg
국민 10명 중 7명꼴로 지지 정당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정치권의 잇단 추문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환멸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며, ‘안철수 현상’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경향신문과 여론조사전문기관 현대리서치가 지난달 27~30일 1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있느냐’는 물음에 73.6%의 응답자가 ‘없다’고 답했다. ‘지지 정당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6.4%에 불과했다. ‘여·야 정당들이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87.9%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70%가 넘는 무당파 비율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의 7월26일~8월15일 조사(51.4%)나 리얼미터의 9월5~9일 조사(33.8%), 한국리서치의 9월17일 조사(38.7%)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무당파 비율은 지난 4월(20.1%), 6월(29.3%) 이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연령별로는 19~29세 젊은층(89.5%)이고, 직업별로는 학생(90.4%)이다. 다른 연령과 직업군들 중에도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60% 밑으로 떨어지는 곳이 없어 정당에 대한 불신은 연령, 직업, 지역, 학력에 관계없이 만연함을 보여줬다.
지지 정당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 다수는 ‘정당 간의 별 차이가 없어서’(41.8%), ‘나의 가치나 이해를 대변해줄 정당이 없어서’(25.8%)를 꼽았다. ‘생계를 꾸리기에 바빠서’(16.7%)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회원으로 가입한 정당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10.3%가 ‘있다’고 답했다. ‘내 의사를 대변해줄 정당이 생겨난다면 정당에 가입하겠느냐’는 물음에는 56.4%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무당파의 비율이 높게 나온 배경에는 지지정당이 어디냐고 묻는 대신 지지정당 유무를 물었던 질문 방법이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정치권의 잇단 추문이 정치권에 대한 추가적인 신뢰 하락을 가져왔고, 눈으로 확인된 ‘안철수 현상’ 역시 역으로 무당파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대리처시 강상석 팀장은 “최근 한나라당에서 터진 오세훈 시장 낙마, 신재민·박영준 전 차관 비리 논란 등으로 인한 심각한 정치적 불신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학 박사인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무당파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충격적이다. 이번 조사가 정치여론조사가 아니라 한국인들의 불만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 특성 때문에 무당파 비율이 좀 더 커진 것 아닌가 한다”면서도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불만이나 기대를 정치가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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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6 15:42 2013/06/1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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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레프트』(데렉 월/ 이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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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생태사회주의의 교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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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은 ‘기후변화 사기극’이다 (서울, 이순녀 기자, 2013-06-08 15면)
[그린 레프트] 데렉 월 지음/조유진 옮김/이학사/265쪽/1만 5000원
박근혜 정부의 키워드가 ‘창조경제’라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비전은 ‘녹색성장’이었다. 녹색성장은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개념이다. 2000년 1월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처음으로 이 용어를 언급한 뒤 다보스포럼 등을 통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8·15 경축사에서 녹색성장을 국가 발전 패러다임으로 선포했고, 이듬해 2월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명박 정부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졌던 녹색성장은 그러나 새 정부 들어 녹색성장위원회가 총리실 소속으로 격하되는 등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국내에서의 녹색성장의 명운과 별개로 녹색성장 개념 자체에 반기를 든 이들이 있다. 가장 급진적인 환경주의를 표방한 생태사회주의 그룹 ‘그린 레프트’(green left)다. 이들은 녹색과 자본주의적 성장이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생산해야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 생태 환경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의 수석대변인 출신으로 2006년 녹색당 안에 그린 레프트를 발족시킨 저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자본주의가 비록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증가율로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만약 우리가 덜 소비하고 덜 생산한다면, 현재의 경제 체제는 위기로 치달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생태 위기를 겪는 핵심적인 이유다.”(27쪽)
생태사회주의는 계몽을 통해서 생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존의 환경 운동과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생태마저 상품화하는 녹색성장론의 문제점을 모두 비판한다. “생태사회주의와 많은 전통적인 생태학적, 사회주의적 정책 수립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면 사회주의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산업확장을 옹호해왔으며 파괴적 개발의 잠재 비용을 조사하는 데 실패했고, 녹색당들은 때때로 탄소 거래처럼 결함 있는 시장 기반 해법을 수용했다.” (77쪽)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의 진단 없이 추진되는 탄소배출권거래제 같은 처방은 환경을 위해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은행의 배만 불릴 뿐이다. 또한 탄소 상쇄는 배출 가스를 상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죄책감을 상쇄하기 위해 사용될 뿐 실제로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환경에 대한 우려는 성장 신화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수십 년 동안 석유회사들은 자신들의 반환경적인 행동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나무심기 행사를 열고, 환경 분야 NGO들을 후원해왔다. 친환경적 대안 연료로 꼽히는 바이오연료도 실상은 화석연료보다 더 많은 기후 파괴를 일으킨다. 심지어 콜롬비아의 경우 바이오연료 재배를 위한 토지 대부분을 현지 주민들로부터 강탈함으로써 인권유린마저 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기후변화까지도 자본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며,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환경 친화적으로 변화한다고 해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통틀어 ‘기후변화 사기극’이라고 명명했다.
생태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지향점도 따라서 명쾌하다. “가장 근본적으로 우리는 낭비 없는 번영이 사회의 목표가 되는 생태사회주의적 경제를 필요로 한다. 생산과 소비를 증가시키면서 영원히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현재의 경제는 폭식과 비만에 기초하고 있다. 만족함(enough)이 더 많이(more)를 대체해야 한다.” (73쪽)
생태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 없이 생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환경을 중시하지 않는 사회주의는 무가치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태사회주의 이론의 기원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에서 출발해 영국의 생태주의자 윌리엄 모리스, 미국의 아나키스트 머레이 북친, 미국 생태주의자 조엘 코벨, 케냐의 위대한 작가 응구기와 시옹오까지 이어지는 긴 사상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파악한다.
책은 이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린 레프트 운동에 대해 소개한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토착민들의 생태환경 보존 활동을 모범적인 성공 사례로 소개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촉구한다. 개인의 재산권 대신 공유재에 기반한 생태사회주의가 얼마나 현실적인 대안인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6월에도 한여름 더위를 느끼는 요즘, 생태사회주의가 제기한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볍게 넘겨버려선 안 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책과 삶]환경파괴 주범은 자본주의…생태사회주의가 ‘출구’ (경향, 황경상 기자, 2013-06-07 21:39:01)
자동차를 적게 탄다. 타이어 공기압을 채운다. 전구를 효율성 높은 것으로 바꾼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일깨웠던 영화 <불편한 진실>이 제시하는 해법이다. 만약 영화의 제안을 모든 미국인이 실천한다면 어떨까?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의 탄소 배출량은 단 22%가 줄어들 뿐이다. 과학자들은 보통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적으로 최소한 75%는 줄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보통 ‘생활 습관’의 변화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믿는다. 일회용품을 적게 쓰거나 채식을 하면 좋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다. 저자는 그런 ‘개인주의적 접근’에 반대한다. 현재 생태 위기의 핵심은 구조에 있고,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자본주의는 그 속성상 계속 성장해야 한다. “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정신병자, 이상주의자, 혁명가로 간주”된다. 성장해서 이윤을 재투자하지 않으면 기업은 망한다. 생존을 위해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 현대 경제는 안정을 위해 구조적으로 성장에 의존하고 있다. 성장이 흔들리면 패닉에 빠진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상품을 구입한 다음 그걸 버리고 다시 구입하면 경제가 성장한다. 오래 쓸 수 있거나 쉽게 수리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든다면 성장은 저하된다. 부족하면 돈까지 빌려주며 소비를 하라고 부추긴다. 이전까지 공짜로 즐겼던 영역, 공유재까지도 ‘상품’으로 만들어 돈을 주고 사게 만든다. 중복 생산이 벌어지고 낭비는 일상이 된다.
공유지나 미개간지에 울타리를 쳐서 사유지로 만들어버렸던 ‘엔클로저 운동’이 자본주의의 시작이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 활동의 새로운 영역을 식민지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성장을 통해 우리는 번영했는가? 지난 30년 동안 미국 노동자들의 평균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우리가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됐다기보다 그것들의 화폐가치만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하루 2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20억명이나 된다.
저자가 주장하는 ‘생태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 없이 생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환경을 중시하지 않는 사회주의는 무가치하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와 생태를 잇는 새로운 정치적 대안이다. 고로 자본주의 경제에 굴복한 일부 녹색당이나, 생태 문제에 무관심한 구 소련식 사회주의와는 뚜렷이 선을 긋는다. 흔히 마르크스는 생태 문제에 무관심했다고 여기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의 사회 전체, 한 국가, 또는 동시대에 존재하는 모든 사회를 다 합해도 지구의 소유자가 될 수 없다. 그들은 단지 지구의 점유자이고 수혜자일 뿐이며, 마치 한 집안의 훌륭한 가장처럼 그것으로 개선된 상태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현재 온실가스의 농도는 지난 40만년 중에 가장 높다. 지난 세기에 기온은 0.7도나 상승했다. 그럼에도 “늘어난 이산화탄소는 식물 성장의 증가와 같은 여러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의 다국적 석유화학 기업 엑손모빌은 이런 연구기관에 한 해 1600만달러를 지원한다. 기후변화가 ‘지속가능한 개발’이나 ‘배출권 거래제’ 같은 방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온실가스는 증가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비롯된 해악을 동일한 시장 논리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으로는 폐기물마저 처리해야 할 ‘돈’으로만 보일 뿐이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만족함(enough)’이 ‘더 많이(the more)’를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유’가 아니라 ‘사용’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어쩌다 한 번’ 사용할 뿐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과 공유하면 생산의 증가 없이도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장난감을 서로 빌려주고, 카풀을 이용하면 된다. 상점을 가까운 곳에 만들고 서비스가 지역에서 이뤄지게 만들면 자동차 이용이 줄어든다. 적은 양의 에너지로도 더 잘 살 수 있도록 구조를 변화시키면 된다는 설명이다.
오늘날 많은 노동자들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건, 다른 사람들을 죽이기 위한 무기를 만드는 일에 종사한다. 하기 싫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생태사회주의가 꿈꾸는 세상은 쓸데없는 것을 떠밀리듯이 생산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생산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저자는 이 책이 “학술서적이 아니라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꿈 같은 일은 아니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움직임이 일고 있고, 그들은 다른 이들과의 연대를 통해 승리를 일궈내고 있다. 책 말미에 공부하고 참조할 수 있고, 지지와 연대를 시도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소개했다.
 
녹색도 자본의 수단이 되는 현실 (레디앙 / 2013년 6월 15일, 12:43 PM)
[책소개] 『그린레프트』(데렉 월/ 이학사)
생태적이고 정의로우며 민주적인 미래를 위한 선언
기후변화, 토양침식, 바다의 산성화 등 오늘날 전 세계는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생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 환경문제는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인류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일까?
이 책은 그 답을 자본주의에서 찾는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생산해야 하는 자본주의를 그대로 놓아둔 채 환경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배 밑바닥에 뚫린 구멍을 막지 않고 바가지로 물만 퍼내는 것과 같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유행했던 단어, 녹색성장은 허구다. 녹색과 자본주의적 성장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이 책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그 극복을 위한 범세계적인 움직임을 그린레프트, 즉 생태사회주의의 관점에서 그려내며,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정치적 실천과 전 세계적 연대라고 말한다.
생태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 없이 생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환경을 중시하지 않는 사회주의는 무가치하다고 주장하면서 등장한 사회주의와 생태를 잇는 새로운 정치적 대안으로, 맑스와 엥겔스에서 출발하여, 윌리엄 모리스, 머레이 북친, 존 벨라미 포스터, 조엘 코벨까지 이어지는 긴 사상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기존의 환경보호 운동이나 녹색자본주의는 물론이고, 소련식 사회주의나 사민주의를 모두 비판하며 새로운 세계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생태사회주의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에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생태사회주의적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며, 아울러 21세기 세계 좌파 정치의 맥락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먹이사슬의 정점, 환경문제는 권력의 문제
이 책의 지은이 데렉 월은 잉글랜드웨일스녹색당 수석대변인을 지냈고 2006년 녹색당 안에 반자본주의 생태사회주의 그룹인 ‘그린레프트’를 발족시킨 영국 그린레프트의 개척자다. 그는 계몽을 통해서 생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존의 환경 운동과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생태마저 상품화하는 녹색성장론의 문제점을 모두 비판하고 있다.
현대 경제는 안정을 위해 구조적으로 성장에 의존한다. 만약 우리가 덜 소비하고 덜 생산한다면, 현재의 경제체제는 위기로 치달을 것이다. 이 책은 이것이 우리가 생태 위기를 겪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말한다.
인간이 탐욕적이든 아니든, 분명한 것은 우리의 경제체제가 덜 획득하고 덜 소비하면 혼돈으로 치닫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성장은 일종의 신화이며, 거스를 수 없는 임무이다. 따라서 이 책은 생태 위기에 대한 대처는 정치권력 및 경제권력과 동떨어질 수 없다고 보며, 오늘날 환경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권력에 대한 근본 이슈를 다루는 데 실패했으며 이 점에서 생태사회주의 운동이 요청된다고 말한다.
탄소가 거래되고 환경 우려가 마케팅의 수단이 되는 현실
기후변화가 확실히 존재하고 그 위협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국제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현재의 해법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미미하다. 지금의 구조에서는 탄소도 자본에 의해 거래되고, 저소득층으로부터 부유층으로의 재분배가 이루어지며, 환경을 위해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은행이 이익을 취한다.
오히려 ‘환경에 대한 우려’는 성장 신화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는데,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대한 우려도 대기업의 거래 대상이 된다.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기업이 마케팅에서는 환경을 우선순위에 놓는 것과 같은 모순적인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염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친환경적으로 보이도록 포장하는 마케팅은 기업의 입장에서 실제로 생태를 개선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돈벌이 수단이다.
수십 년 동안 석유 회사들은 자신들의 반환경적인 행동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나무 심기, “그린 데이” 행사를 열고 환경 분야 NGO들에 후원을 해왔다. 기후변화까지도 자본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며,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환경 친화적으로 변화한다고 해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 생태사회주의가 단지 자본주의의 비판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새롭고 작동 가능한 경제사회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족함(enough)’이 ‘더 많이(more)’를 대체해야 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하의 생태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소유 개념의 도입’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그것은 바로 ‘직접민주주의의 확대’,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시민의 참여’, 절대적인 소유권 사상에 입각한 배타적 울타리 치기가 아닌 ‘공유재 개념에 따른 공동체 정신의 복원’, 인류를 공멸로 이끄는 ‘무분별한 성장주의의 폐기’를 골자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맥락에서 성장이 번영으로 이끈다는 것은 잘못된 지침임을 인식하고 ‘성장 없는 번영’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은 우리에게 필요하거나 우리가 원하는 것들에 대한 접근을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러한 것들의 화폐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일 뿐이다. 이는 우리가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특히 생활수준의 저하 없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통찰이다.
자본주의경제에서는 우리가 상품을 구입한 다음 그것을 버리고 또다시 구입하면, 경제가 성장한다. 즉 상품의 교환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적게 생산하면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에 대한 접근을 증대시킬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다
.
그러므로 궁극적으로는 경제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낭비를 줄이는 경제체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교환에 기초한 자본주의경제와 사용에 기초한 생태 경제를 비교해보면, 낭비를 줄이는 경제체제는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단순하게 사용에 초점을 두면, 상품의 소비와 생산 그리고 폐기를 가속화하지 않으면서도 그러한 상품에 대한 접근을 증가시킬 수 있다.
녹색 맑스(greener Marx)의 재조명, 생태사회주의 이론의 기원과 현재
이 책은 기존의 환경 운동이 자본주의 메커니즘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투항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점, 그리고 과거 스탈린식 사회주의가 자본주의 못지않게 개발과 환경 파괴에 동원된 점을 지적하면서 맑스의 원전에 주목하자고 말한다.
흔히 맑스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없었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맑스는 비록 생태라는 말은 쓰지는 않았지만,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저작들을 통해 생태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맑스를 교조적으로 추종하자는 것은 아니다. 맑스가 남긴 문제의식의 뼈대 위에 지금까지의 인류의 경험과 진보적 사유의 성과물을 입혀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자는 것이 그린레프트의 입장이다. 맑스의 21세기적 업그레이드, 그것이 바로 그린레프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가 가져온 황폐한 결과에 대한 반성으로 최근 맑스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책도 그러한 차원에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맑스를 재조명한 다른 책들이 주로 맑스의 재해석과 그 현재적 의미에 치중한다면 이 책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맑스의 사상을 미래에 실천적으로 접목할 것인가에 방점을 두고 있다.
맑스와 엥겔스뿐만 아니라 생태사회주의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많은 사상가가 이 책에 등장한다. 영국의 정치적 생태주의자 윌리엄 모리스, 미국의 아나키스트 머레이 북친, 영국의 역사학자 E. P. 톰슨, 영국의 문학 이론가 레이먼드 윌리엄스, 케냐의 위대한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 등 많은 사상가가 오늘날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위한 영감을 주고 있다.
남미의 토착민부터 아프리카의 녹색당까지
맑스의 자본주의 비판이 책상 위에 머물지 않고 실천을 통해서 세계를 변화시켰듯이, 그린레프트 운동 역시 이론이 아니라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서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것은 가장 지방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운동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세계 전역―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에서의 실제 사례들은 그린레프트 운동이 세계인의 연대를 통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반대에서 공공 교통의 확대에 이르기까지, 배출권거래제의 모순에서부터 생태를 위한 노동의 재구성에 이르기까지 그린레프트의 시야는 현대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그린레프트가 추구하는 것은 단지 생태를 보존하고 회복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생태 파괴를 가져오는 근본 원인, 즉 자본주의의 폐해를 바로잡음으로써 자연과 하나인 본래의 인간성을 되찾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그린레프트의 목적이다.
따라서 이 책은 실천을 강조한다. 독자들은 이 책의 곳곳에서 거대 자본의 횡포에 맞서 공동체와 생태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생생한 투쟁 현장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지은이는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은 인식을 즉각 행동으로 옮길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정보―웹사이트, 영화, 책, 인물, 단체 등―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생태사회주의의 역사적 맥락과 이론적 토대, 그리고 실천을 위한 가이드까지 겸비한 이 책은 이 분야의 활동가들은 물론 자본주의의 모순과 생태 문제에 눈을 뜬 독자들에게 ‘비상식량’의 역할을 톡톡히 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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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6 13:47 2013/06/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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