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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Ⅱ】쓰쓰미 미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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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덫에 걸린 오바마 정부 해부 (서울, 손원천기자, 2010-10-02  17면)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Ⅱ】쓰쓰미 미카 지음 문학수첩 펴냄
 
현재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민영화된 학자금 대출이다. 학자금 대출기관인 ‘샐리 메이’에서 학자금을 대출받은 젊은이들은 곧 서브프라임 론과 마찬가지로 변동금리의 함정에 빠진다. 학생들은 6개월에 5000달러(약 600만원)씩, 연이자 3.5%에 빌리지만 3년째가 되면 대출금은 변동금리 통보와 함께 8% 고금리로 돌변한다. 이를 거부하면 전액을 일시에 갚아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같은 학자금 대출의 덫에 걸려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최종 승인한 대안은 학자금 대출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Ⅱ’(쓰쓰미 미카 지음, 홍성민 옮김, 문학수첩 펴냄)는 이처럼 민영화의 덫에 걸린 오바마 정부를 낱낱이 해부한다. 2008년 경제파탄으로 인한 미국의 어두운 현실을 고발해 일본에서만 30만부 넘게 팔린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의 속편 격이다. 책은 학자금 대출 외에도 의료개혁과 연금, 교도소 비즈니스 등 네 가지 큰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춰 미국의 현실을 진단한다. 이 쟁점들은 모두 오바마의 선거 공약에서 언급됐지만, 뿌리깊은 ‘코포라티즘’(정경유착)은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개혁의지를 공허한 외침으로 만들고 있다.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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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4 01:40 2010/10/0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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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 우리들의 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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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땜에 골골하고 있으면서 무슨 일인지 이 노래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벌써 20여년이 다 된 노래인데도 가사를 잊어먹지 않았더라.  
이 노래 가사의 인상이 강렬한 것도 작용하였겠지만, 전반적으로 천지인 1집에 실린 노래를 하도 많이 들었기에 '인'이 박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곡은 노래방의 악보집에서는 찾을 수 없다.
 
티스토리블로그에 올렸을 때에는 이 곡의 음원을 가지고 멀티미디어 저작권 위반이 의심된다고 하는 글이 올라왔었는데, 이건 천지인의 비합법음반에 실렸던 것이니 진보불로그에 올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아마 지금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식사를 거의 대부분 밖에서 해결하는 나는 평소에 외식을 하고 사는건가.

 

 

천지인 - 우리들의 외식 (김성민 글,곡)
 
두달만에 꼭 두달만에 마누라가 외식을 하자던 날
늘씬한 마네킹이 유혹하는 슈즈 살롱에 눈이 팔려
 
이번에는 꼭 이번에는 사신고야 말겠다는 옹고집에
십만원 두툼해진 지갑으로 랜드로바 세무구두 사신켰네
 
평당 억대가 넘는 화려한 명동땅을 거닐면서
헌 구두 가져올 걸 나눴다며 후회하는 아내를 보며
 
열시간 작업으로 축쳐진 어깨가 쑤신다는 아내
모처럼의 헛탕 외식
말라빠진 뱃가죽도 못채우고
 
다음번엔 꼭 다음번엔 대낮부터 기죽지는 않으련다
눈물이 베개위로 젖어드는 아내 눈물 결코 안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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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9:45 2010/09/2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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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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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가 어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었다. 이 보도자료 외에 기자들에게는 추가로 덧붙인 내용이 있는 모양이다. 이를테면 공기업 중에서도 시장형과 준시장형, 또는 에너지 분야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등 성격에 따라 평가지표를 차별할 방침이라든지, 현행 40% 선인 공기업 수익성, 효율성 비중을 6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왜 자신들의 보도자료 안에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써놓지 않는 것인지...
 
아래에 이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덧붙였다. 좀더 자료를 찾아보면 정확하게 구체적인 사례를 추가해서 쓸 수 있는데, 이는 귀찮아서리 포기.
여기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경제신문들이 사설에서 밝힌대로 공공기관 평가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몇 가지의 개선방향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가진 문제가 치유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방향은 경제신문들이 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
 
기재부의 보도자료와 관련 기사 정리는 다음의 링크 참조.
 
1. 기재부는 ‘공공기관 평가’와 ‘기관장 평가’를 분리 시행함으로써 이중평가에 따른 기관부담 증가 및 兩 평가 결과간의 차이 발생으로 인해 발생하는 평가제도 신뢰성에 대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이원화된 양 평가체계(평가지표)를 통합하여 한번만 실시하기로 하여 기관의 평가부담을 줄인다고 한다. 그러나, 기관장 관련 지표만 별도 선정하여 기관장 평가결과를 산정하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실시되었던 2007년도 경영평가 때보다 평가지표는 실질적으로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평가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을 뿐 기관의 평가 부담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기재부는 기관장 평가를 실시하여 책임경영 토대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이는 표적사정 등의 논란만 일으켰다. 이에 대한 비판적인 자기평가가 부재한 것이다. 더욱이 공공성은 차치하더라도 경영평가가 추구하고 있는 수익성ㆍ효율성과는 무관하게 정치적 의도를 내포한 공공기관 선진화 관련 평가지표를 대폭적으로 추가했던 것이 문제되었는데도, 이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2. 기재부는 이번 경영평가제도 개선방향에서 평가지표를 단순화ㆍ체계화하여 유사ㆍ중복되는 평가지표를 축소하고, 성과지표 중심으로 체계화하기로 하는 한편, 공기업은 수익성, 효율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해 나가고, 준정부기관은 대국민 서비스, 정부정책 이행 충실도 등을 중점평가하기로 하였다. 이를 맞춤형 평가제도로의 개편이라고 포장하였지만, 이는 과거에 추진했던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 지난 2008년 12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운영체계 개편방안」에서 ‘평가지표를 차별화하여 공기업은 기업성․수익성에, 준정부기관은 공공성․공익성에 주안점을 두고 평가하기로 하고, 평가지표 수를 핵심지표 중심으로 단순화하고, 비계량지표의 비중을 줄이는 한편으로 경영성과지표의 비중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평가내용의 개악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지침의 단순이행관련지표 등은 간소화하고, 공공기관의 고유사업, 대국민 서비스 증진 등 핵심성과지표의 비중을 확대한다고 하였지만, 그에 앞서 정부지침의 단순이행 여부가 경영평가 결과를 좌우했던 점에 대한 반성적 평가와 그에 따른 시정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임금가이드라인 지침을 지키지 않았고 하여, 노사관계 선진화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여 경영평가 결과가 낮게 나왔고, 이것이 지속적으로 다음연도의 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의 설립목적 등을 고려하여 평가지표와 평가비중을 차별화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수익성, 효율성 중심으로 평가되고 있는 공기업 평가를 더욱 상업화하여 민영화(사유화)가 용이하도록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공공기관은 그 본질상 기업성(효율성)과 공공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준공공기관의 경우 공공성ㆍ공익성 지표를 개발하여 이를 중심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던 것을 무시하고 대국민 서비스, 정부정책 이행 충실도 등을 중점평가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정부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면 공공성ㆍ공익성이 보장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정부정책에 따라 4대강 사업에 진력하여 삽질을 열심히 하면 공공성이 제고되는 것일까?
 
3. 기재부는 경영평가단 통합 운영과 함께 평가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피평가기관으로부터의 연구용역 수주금지 등 평가위원의 윤리규정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사항은 이미 공공부문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지적했던 부분인데, 그 구체적인 사실을 밝히지도 않고 경영평가단 운영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선이 이루어지려면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감사원 감사로 밝혀지는 다양한 유형의 공공기관의 문제점들이 공공기관 평가를 통해서도 밝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경영평가단의 구성 및 운영이 좀더 구체화되고 명확하게 되어야 한다. 기재부는 올해 3월 공공기관운영위가 그동안 관례적으로 운영됐던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구성, 임기, 직무 등을 명문화한 ‘평가단 구성ㆍ운영에 관한 규정’을 심의ㆍ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 내용의 빈약함 때문인지 이를 공개하고 있지도 않다.
 
4. 결국 이번 경영평가제도 개선방향은 향후 연말에 최종 확정ㆍ발표되는 개선방안을 지켜봐야 정확한 방향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대략적인 윤곽만으로 볼 때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를 통합하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개선방안이 도출되려면 경영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경영평가에 따른 차등 성과급 문제와 기관장 평가 기준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얼마전 KBS의 보도로 정부가 ‘법적인 근거 없이’ 성과급 규모를 결정해온데다가 기재부가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공공기관을 길들이려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처럼, 법령을 무시한 공공기관의 성과급 지급문제를 간과한 채 제시되는 경영평가 개선방안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나아가 기관장의 임명과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정치적 개입과 비대화, 자율성 결여 문제 또한 해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더 근본적으로는 단지 상업성ㆍ수익성에 중점을 둔 경영평가가 아니라 공공성과 공공기관의 고유한 설립목적에 기반한 운영평가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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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0:47 2010/09/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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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비극을 넘어/엘리너 오스트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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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비극을 넘어/엘리너 오스트롬 지음·윤홍근, 안도경 옮김/488쪽·1만9800원/랜덤하우스코리아.

지금쯤이면 오 교수가 한국을 떠났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놔두고 오 교수 혼자 아시아 순방길에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를 맞춰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라는 책이 발간된 모양이다.

경제신문에서는 오 교수가 정부실패를 지적하고 있음을 부각시키는데, 그의 주장의 핵심인 공동체 자치관리는 사실 오 교수 전후로 많은 이들이 지적했던 것이다. 어찌 되었던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서평 중에 한국일보에서 이를 4대강과 관련지어 MB정부의 무대포 추진을 비판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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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의 경고 '4대강 비극을 피하려면…' (프레시안, 이정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2010-09-17 오후 6:45:36)
[프레시안 books] 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의 비극을 넘어>
 
최근에 나온 <공유의 비극을 넘어>(윤홍근·안도경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의 저자 엘리너 오스트롬은 올리버 윌리엄슨과 함께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그가 누구인지도 잘 모를 것이다. 그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정치학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많이 다루지 않는 '공유재'의 문제를 연구해온 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다.
 
이 책은 공유재(혹은 공유 자원)를 주제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그 개념을 매우 개략적으로만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는 엄밀한 정의가 있다. 서해 연안의 물고기를 예로 들어보자. 특정 시점에서 어떤 어부가 너무 많이 잡아가면 다른 어부들이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숫자가 감소한다. 따라서 한정된 양의 물고기를 놓고 어부들은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특성을 경합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자면, 빵도 경합성을 가진 재화다. 빵이 100개 있을 때 어떤 사람이 10개를 먹어치우면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 90개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어부들이 경쟁적으로 어장으로 달려가서 물고기를 마구 잡더라도 이를 막기도 힘들다. 각종 교묘한 방법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중국 어선들이 우리 연안에 몰래 들어와서 어로 활동을 한다고 하지만, 이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남획으로 연안의 물고기는 금방 씨가 말라 버린다. 실제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로 벌어진다. 이와 같이 특정인을 배제하기 매우 힘들 때 이런 특성을 경제학에서는 비배제성이라고 한다. 어장의 물고기는 비배제성을 가진 재화다. 이런 점에서 어장의 물고기는 빵과 다르다. 예컨대, 빵이 100개 있다고 했을 때,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을 빼고 돈을 낸 사람에게만 선별적으로 이것을 공급할 수 있다. 즉, 빵의 경우에는 특정인을 쉽게 배제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빵과 같이 경합성과 배제성을 동시에 가진 재화를 경제학에서는 사적재라고 한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상품은 사적재다. 반대로 이 두 가지 특성 모두를 갖지 않은 재화, 구체적으로 말하면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가진 재화를 공공재라고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일기예보를 방송할 때 특정인, 예컨대 세금을 내지 않을 사람을 빼고 나머지 사람들만 일기예보를 듣게 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일기예보는 어장의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비배제성을 갖는다. 또 어떤 특정인이 일기예보를 더 많이 듣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일기예보를 더 많이 들으려고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 공유재는 빵과 같이 경합성을 가지지만 일기예보와 같이 비배제성을 가진 재화다. 말하자면 사적재와 공공재의 중간 쯤 되는 재화다.
 
이와 같이 공유재는 이용자들 사이의 경합성 때문에 늘 고갈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비배제성 때문에 이용자의 수를 제한할 수 없으므로 그대로 방치하면 고갈되어 버린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어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연 환경 대부분이 공유재로 구성되어 있다. 산림, 지하수, 저수지의 용수, 목초지 등이 오스트롬이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다루고 있는 공유재이지만, 이 외에도 깨끗한 강물, 깨끗한 공기 등 다분히 공유재의 성격을 가진 것들이 많이 있다. 결국 환경오염 문제란 공유재로서의 환경이 고갈되고 파괴됨으로 인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968년 하딘(Hardin)이 발표한 <공유재의 비극>이 환경문제에 대한 지구인의 경각심을 크게 높인 결정적 계기가 되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각 개인이 자유롭게 이용하게 내버려두면 공유재는 고갈되거나 파괴되어 버리기 때문에 이들이 협력해서 집단적으로 잘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연안 어장의 물고기가 고갈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근처의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협력해서 집단적으로 잘 관리해야 하고, 저수지의 물이 고갈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인근의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해서 저수지를 관리하고 적당량의 물만 빼 써야 한다. 즉, 공유재는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집단적 협동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들의 자발적인 집단행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무척 어렵다는 것이 그간의 정설이었다.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밝힌 가장 대표적인 이론이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이론이다. 요컨대, 집단행동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각 개인들은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협동할 것을 기대하고 자신은 슬쩍 빠져서 무임승차하려는 욕심을 가지게 되는데, 저마다 이런 생각으로 얌체 짓을 하면 결과적으로 집단행동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경제학자들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도 개인들 사이의 자발적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은 오직 특수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는 점도 수학적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자주 만나기 때문에 안면을 몰수할 수 없는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발적 협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여러 이론에 의해서 개인들 사이의 자발적 협동에 입각한 집단행동이 어렵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학자들이 정부에 의한 직접 관리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오스트롬은 정부의 실패 사례를 다수 발굴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원인도 밝혀냈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공유재는 저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특성을 잘 알아야만 관리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각처에 흩어진 그 많은 공유재의 특성에 관하여 세세한 정보를 정부가 획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에 의한 공유재의 직접 관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는 획일적이라서 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현지인의 협조도 얻기 어렵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인원과 예산의 제약 때문에 그 많은 공유재를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대로 지역 공동체들이 자치적으로 잘 관리해오던 공유재가 국유화 이후 집행 능력 부족, 감시 소홀, 부패 등의 요인 탓으로 오히려 접근 자유의 공유재로 변해버림으로써 더욱 황폐화된 사례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공유재의 사유화를 주장한다. 예를 들어서 공유화된 목초지가 결국 황폐화된다면 그 목초지를 갈라서 개인에게 분양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오스트롬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들은 사유화된 공유재의 관리 및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마을이 공유하던 목초지를 개인들에게 분양한다면 우선 울타리를 치고 도둑을 감시하는 비용부터 치러야 한다. 사유화가 최선의 관리 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도 오스트롬교수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사유화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물이나 수산자원처럼 움직이는 자원에 관해서는 사유권 제도의 확립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 이럴 경우 공유의 비극을 회피할 수 없거나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요컨대, 정부가 아니면 시장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오스트롬은 역설한다. 노벨 경제학상 선정위원회는 오스트롬이 사유화나 정부의 직접 관리를 지지하는 전통적인 견해에 도전하였으며, 각종 다양한 지역 공동체들이 자율적으로 공유재를 잘 관리해온 성공적 사례들을 세계 도처에서 발굴하여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 소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이론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성공 원리를 찾아냈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꼽았다. 어장이나 목초지의 예에서 보듯이 공유재 이용자들은 상호의존 관계에 있는데, 공유재 관리의 성패 여부는 이러한 상호의존 관계의 구성원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으로부터 '상호 조율된 전략을 채택하도록 하는 상황'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오스트롬은 보았다.
 
그래서 오스트롬은 우선 오랫동안 존속되어온 지역 공동체의 성공적 공유재(공유 자원) 관리 사례들을 전 세계적으로 발굴하고 분석하였는데, <공유의 비극을 넘어>의 상당한 부분이 바로 여기에 할애되고 있다. 오스트롬은 이 사례 분석을 통해서 공통적 요인들을 뽑아내고 이를 지역 공동체에 의한 성공적 공유재 관리 제도의 구성 원리로 제시하였다. 그는 이를 '디자인 원리'라고 표현하면서 8가지를 제시하였다. 그 핵심은 우선 공유재 이용자들이 행동 규칙을 자발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규칙은 개인이 공유재를 이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책임을 분담하는 방법에 대한 것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것이다. 물론, 이 규칙은 현지의 사정에 적합한 것이어야 하며, 현지인들이 참여해서 완전히 합의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만들어진 규칙을 어떻게 집행하느냐이다. 기존의 이론들이 집단행동에 비관적 견해를 표명하였던 이유는, 설령 규칙을 성공적으로 만든들 이를 집행하는 것 자체가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개인은 다른 사람들만 이 규칙을 지키고 자기는 몰래 위반함으로써 무임승차 이익을 얻으려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롬이 특히 강조한 것은, 성공한 공유재 자율 관리 조직들이 이 규칙의 준수를 감시하고 위반을 제재하는 나름대로의 매우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하고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구성원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도 포함된다. 통상 감시, 제재, 분쟁 해결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성공한 공유재 자율 관리 조직들은 아주 저렴하게 실시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 기관의 도움을 얻기도 하지만, 대체로 보면 규칙의 준수 여부를 서로 서로 감시하는 내부적 방법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오스트롬은 정부의 개입이나 사유화논리를 전면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사유화의 논리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면서도 공유재 관리를 주도하는 지역 공동체의 자율성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성공적인 지역 공동체의 자율적 공유재 관리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세월에 걸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실에 맞도록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하나의 체계적 제도로 정착되고 있다는 점에 오스트롬은 특히 주목한다. 이 결과 구성원들 사이에는 신뢰가 높아가면서 성공적 공유재 관리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자본'이 조성된다.
 
이어서 오스트롬은 실패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실패 사례에서는 위의 8가지 디자인 원리 가운데 극히 일부분만 적용되든가, 아니면 매우 허술하게 적용되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수많은 사례 연구를 통해서 8가지 디자인 원리들이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스트롬과 그의 동료들이 집단행동에 대한 기존의 많은 이론과 세계 도처에서 수집한 광범위한 사례를 연결하여 경험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론과 현실을 결합시켰다는 점을 노벨 경제학상 선정위원회가 특히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롬의 <공유의 비극을 넘어>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특히 현재 정부가 강행하는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하여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4대강은 그냥 단순한 강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공유재(공유 자원)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자원이다. 4대강에 산재된 그 많은 공유 자원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오스트롬에 의하면, 이런 공유 자원의 특성은 인접한 지역 공동체의 주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자율적으로 관리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은 획일적인 내용을 담고 전국에 걸쳐 획일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오스트롬이 경고한 대로 자칫 이런 사업이 각처에 산재한 공유 자원을 도리어 망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지역 공동체에 의한 공유재의 자율적 관리가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를 강화하고 사회적 자본 형성에 기여한다는 오스트롬의 지적도 우리의 관심을 끈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이 4대강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지역 공동체들로 하여금 4대강 살리기를 자율적으로 주도하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점점 고갈되고 있는 사회적 자본을 조성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옳은 처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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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자원고갈 막는 길은 사용자의 자율규제 (동아, 이새샘 기자, 2010-08-21 03:00) 
◇공유의 비극을 넘어/엘리너 오스트롬 지음·윤홍근, 안도경 옮김/488쪽·1만9800원/랜덤하우스코리아
 
1968년 미국 생물학자 개릿 하딘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공유의 비극’이 지적한 ‘공유의 비극’은 자원고갈과 환경파괴가 심화되면서 더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방법은 두 가지였다. 공유자원을 국유화해 국가가 관리하거나, 사유화 즉 개인에게 소유권을 주는 것이다.
 
2009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수상 당시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꼽히기도 한 이 책에서 위 두 가지 방법 모두를 비판한다. 국유화의 경우 국가가 늘 합리적 효과적으로 상황을 통제할지 보장할 수 없다. 태국, 네팔, 인도 등에서 국유화 이후 비리와 감시인력 부족으로 오히려 산림 파괴가 늘어난 것이 한 가지 예다. 사유화 역시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산림이나 어장, 지하수 등은 사유화 자체가 어렵다.
 
저자는 사유화나 국유화처럼 외부에서 강제된 해결책 대신 공유자원 사용자들이 공동체 차원에서 직접 나서 공유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공유자원을 직접 사용하는 이들이야말로 문제 해결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들이다. 공유자원을 어떻게 활용 보존하느냐 여부에 자신들의 생계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공유자원을 오랫동안 활용해온 축적된 지식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스위스 북부 발레스 주의 퇴르벨 마을은 15세기 무렵부터 마을 공동 목초지를 운영해왔다. 1517년 작성된 조례에는 “여름철 초지에 내보낼 수 있는 소의 수는 겨울철에 자신이 사육할 수 있는 소의 수만큼만 허용된다”고 적혀 있다. 마을 목초지에 내보낼 가축 수를 제한하고 이를 공동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규약은 마을 전원이 참석한 투표에서 결정된다. 이 규약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으며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일본 산악지대 농촌 마을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집합 행동을 통해 공유지를 보존, 활용해 마을 전체의 공익을 증진시킨 사례를 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지하수 분지 관리 제도는 이 같은 지속 가능한 공유자원 관리 제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기고 정착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지하수 분지는 주변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땅 밑에 고인 일종의 지하 저수지로, 캘리포니아 주 같은 반건조성 지역에서는 중요한 수자원이 된다. 이 중 레이먼드 지하수 분지 위에는 패서디나 시, 앨햄브라 시 등 10여 개 도시가 있다. 1920년대까지 이 지하수 분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댐을 건설하고 수량을 보충하는 일은 패서디나 시가 전담했다. 패서디나 시는 1930년대 들어 모든 지하수 생산자들이 공동으로 지하수 사용량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생산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은 공유자원 사용 환경에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지하수 분지의 물 양수량은 안전 양수량을 매년 상당 부분 초과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법원이 전체 양수량을 감축할 것이 분명했다. 생산자들은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을 맞는 대신 스스로 협상에 나서 합의안을 작성하기로 했다. 6개월에 걸쳐 작성된 합의안은 양수량 감축에 합의하고 감축분을 각자 비례해 분담하도록 했다. 미래에 안전 양수량이 변하는 것까지 대비했다. 법원은 이 합의안에 기초해 판결을 내렸다.
 
이후 45년이 지났지만 이 합의가 위반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각 지역의 수자원 전문 기구는 각 생산자의 양수량을 세세히 기록한 보고서를 작성해 배포한다. 생산자들은 모두 자신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그 사실이 다른 생산자에게 알려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쉽게 합의를 위반할 수 없다. 위반한다 하더라도 물을 퍼 올릴 권리를 가진 다른 생산자가 법적 조치를 통해 즉각 제재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공유자원 관리 제도도 종종 실패의 위기를 맞는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공유자원 관리 제도가 성공할 수 있는 디자인 원칙 8가지를 도출해낸다. 공유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공유자원 자체의 경계가 명확해야 하며, 참여자들이 직접 규칙수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감시활동과 위반에 대한 제재가 뒤따라야 하는데 특히 반복해서 위반하거나 그 위반행위가 무거울수록 제재도 강력해져야 한다. 이 같은 제도를 디자인하는 사용자들의 자율적 권리가 정부 당국에 간섭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 같은 저자의 논의는 ‘공유의 비극’과 같은 모델이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통찰을 바탕으로 한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좀 더 나은 제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개인들의 역량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며 “실제 상황 속 개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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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시장을 넘어 공동체 자치로 해결책 찾아라 (매경, 김슬기 기자, 2010.08.20 14:47:44)
`공유지의 비극` 여성 첫 노벨경제학상 오스트롬 교수의 해법
 
그는 이 책에서 상세한 조업규칙을 만들어 어장을 관리하는 터키 어촌, 방목장을 함께 쓰는 스위스 목장지대, 농사용 관개시설을 공유하는 스페인과 필리핀 마을 등 수백 년에서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유자원을 잘 유지해온 공동체들이 발전시켜온 정교한 제도장치를 발굴하고 분석해 성공과 실패 원인을 밝혀낸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 스리랑카 건조지대에 관개시설을 개발하기 위해 19세기부터 영국인들은 제방의 폐허를 복구하고 수로를 만들었다. 독립 후 스리랑카 정부도 관개 프로젝트 등 막대한 공사를 이어 갔지만 확대되는 농토에 비해 쌀 수확량 증가는 언제나 미미했다. 이는 상류에서 개인주의적으로 물을 끌어다 쓰면 하류에는 충분한 양의 물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변화는 갈오야라 불리는 지역에서 시작됐다. 관리들이 농민과 함께 일할 `제도 조직자`를 뽑아 농부들 이익을 대변하게 한 것이 성과를 낸 것이다. 소규모 조직으로 묶인 농민들은 비당파적이었고 토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결국 새로운 제도 출현으로 농민 대다수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윤번제 물 보급이 정착됐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오스트롬은 국가와 시장을 넘어서는 제3의 길로 `공동체 중심의 자치제도`를 제시하지만 어느 상황에나 적용되는 보편적 이론은 경계한다. `완전 경쟁시장`이라는 개념처럼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할 때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는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국가나 시장이라는 해결책이 종종 위험한 것은 그런 해결책을 외부로부터 강요하려는 사람들이 문제의 구체적인 성격을 분석하지 않고 만병통치약과 같은 정책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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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자원의 고갈, 공동체 자치로 막아라 (한국, 오미환기자, 2010/08/20 21:13:53)
국가통제·사유화 해결책은 한계,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협력이 중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찾은 해법

 
<공유의 비극을 넘어>는 제3의 길을 주창한다. 공동체 자치 관리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공유자원은 사용자들 공동체의 자발적 조직화와 협력으로 잘 관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엘리노 오스트롬은 이 책으로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노벨경제학상 선정위원회는 그가 이 책을 통해 “공유자원은 제대로 관리될 수 없으며 완전히 사유화하거나 정부에 의해 규제되어야 한다는 전통적 견해에 도전”했다고 평가했다. 또 수많은 사례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공유자원 관리체계에 나타나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공유재의 자치 관리를 위한 이론적 틀과 분석 도구를 상술하고, 세계 곳곳의 구체적 사례를 검토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점검함으로써,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론적 설명은 정교하고 복잡해서 읽으려면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사례와 연결해 설명하는 대목은 어렵지 않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이다. 자발적 협력을 통해 공유자원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의사결정의 각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서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 적합성을 추구한다.
 
국가의 개입이나 개인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니다. 공동체 자치관리 또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국가와 개인과 공동체의 각 수준에서 적절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분명히 밝힌다. 국가의 개입은 사용자들의 욕구나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 규제로 나타날 수 있고, 각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곧 집단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간 지점으로서 공동체 자치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용자 공동체의 자치에 의한 공유자원 관리가 어떤 조건, 어떤 환경에서 성공하고 또 실패하는지는 사례 연구에서 자세히 밝힌다. 터키의 작은 어촌 알라니아의 어장 관리는 전자에 속한다. 이 곳의 100여 어민들은 1970년대 경쟁적 남획으로 어장이 황폐해지고 주민들 사이에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자 조업 구역을 나눠 순번제로 어로에 나섬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자발적 감시와 통제로 규칙 위반을 막고 어장을 지켰다. 반면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와 노바스코시아 어장은 실패 사례다. 그곳 어민들은 전통적으로 어장을 잘 관리해 왔는데, 정부가 어업면허제도를 도입한 뒤로 공동체 관리가 무너져 버렸다. 정부의 획일적 규제 정책에 반발한 어민들의 말을 새겨들을 만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고기를 잡아와서, 우리 어장에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소규모 마을 단위로 잘 관리되던 숲이 국유화 이후 망가져버린 것도 국가 개입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 책을 한국 상황에 비추면 생각할 거리는 더 많아진다. 4대강 사업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의사나 공동체의 자치 관리는 애초부터 배제됐다. 4대강 사업을 걱정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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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정부가 개입하면 `공유재의 비극`이 해결된다고? (한경, 서화동 기자, 2010-08-19 17:44)
부락에서 잘 관리하던 산림, 국유화된 후 감시원 부족, 뇌물까지 받아 점점 황폐해져
 
"만일 어장에서 모두가 원하는 만큼 고기를 잡게 하고,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자원을 마음껏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도록 풀어 놓는다면, 여러분은 이웃과 자신을 파멸시키고 말 것입니다. 출입이 자유로운 어장에서 좋은 상황은 열악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점점 많은 배들이 차츰 줄어드는 고기를 쫓으며, 점차 많아지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수익을 두고 다투게 될 것입니다." 1980년 3월,로메오 르블랑 당시 캐나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전국해양수산협회 50주년 대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어장을 어민들에게 맡겨 놓으면 모든 어자원이 남획될 것이므로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민들에 대해 효과적인 지배력을 발휘할 관리인을 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1968년 개릿 하딘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이후 다수의 사람들이 희소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할 때 예측되는 환경의 악화를 상징하게 된 '공유재의 비극'이 캐나다의 어장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 같은 '공유재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 지금까지 나온 처방은 크게 두 가지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 또는 사유재산권을 설정해 시장제도에 맡기는 것이다. 《공유의 비극을 넘어》의 저자는 시장 아니면 국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자치관리라는 제3의 해법을 제시한다. 중앙정부의 관리나 사유화는 둘 다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어서 한 가지 선택만으로는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최적의 제도적 해결책은 외부의 행위자 대신 사용자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정교한 장치들이 보다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세계 도처의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는 "공유재 문제에 대해 하나의 정책 처방만 고집하는 분석가들은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에 거의 주목하지 않으며 현실을 도식화해 만든 정책은 해롭다"고 지적한다. 그는 "국가나 시장이라는 해결책이 종종 위험한 것은 그런 해결책을 외부로부터 강요하려는 사람들이 문제의 구체적인 성격을 분석하지 않고 만병통치약과 같은 정책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론의 틀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출발하는 실질적인 해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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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을 협동하게 만드는가 (한겨레, 최원형 기자, 2010-08-27 오후 08:52:01)
  
어장·산림·지하수와 같은 자원은 어느 한 사람이 사용하면 딱 그만큼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못하는 ‘공유 자원’이다. 따라서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게임이론이 제시하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당연히 남보다 더 많은 자원을 쓰려고 달려들 것이고, 이는 공유 자원 전체의 파괴나 고갈로 이어진다. 1968년 개릿 하딘은 이를 ‘공유재의 비극’이라고 불렀다. 그 뒤 이 비극의 해법을 놓고, 공유 자원을 사유화하면 해결된다는 시장주의와 정부 권력이 통제해야 한다는 통제주의가 맞서왔다.
 
지난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은 그의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이 두 논리에 대해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도식화한다”며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스위스와 일본의 산림자원 관리, 스페인과 필리핀의 농사용 관개시설 관리 등의 여러 사례를 꼼꼼히 분석한 그는 “공동체의 자발적·자치적인 관리가 공유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가나 시장이 아닌, 나름의 정교한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공유 자원을 관리해 온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가 자치적으로 관리하면 된다’는 뻔한 말이 이 책의 주제는 아니다. 오스트롬은 공동체 자치 관리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근본 이유를 파고든다. 곧 ‘사용자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을 어떻게 하면 ‘서로 조율된 전략에 따르는 상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가 그의 연구 주제다. 무엇이 인간을 협동하게 만드는지, 그 원리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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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2009 노벨 경제학상 수상 오스트롬 교수 (Weekly BIZ, 박수찬 기자, 2010.08.28 03:00)
"주민들 자율적 관리가 정부규제보다 효율적"
"英식민정부가 마사이족보다 목초지 관리 못했다"
"심각한 지구온난화 문제 국가에만 맡겨선 해결 느려…당신 사무실의 불부터 꺼라"
"수천 개의 도시가 힘 모으면 지구에 좋은 변화가 온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는 미국·캐나다·터키·일본의 사례 연구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지역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유 자원을 잘 관리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부의 통제 없이 수십년, 수백년간 말이다. 요즘 많이 훼손된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되찾게 해주는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오스트롬 교수가 단골로 꼽는 사례는 미국 메인주 연안의 바닷가재잡이 어부들이다. 1920년대 이 지역 바닷가재 어장은 남획으로 인해 바닷가재의 씨가 말랐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어부들은 한데 모여 머리를 짜낸 끝에 바닷가재 통발을 놓는 규칙, 순서 등에 대한 자치 규율을 만들었다. 그 결과 메인주 어부들은 미국 북동부의 다른 해안과 캐나다의 바닷가재 어장이 완전히 붕괴되는 와중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흔히 인간은 단기적 이익을 좇아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모습도 많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역공동체들의 자치 관리가 정부 규제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이론이 던지는 메시지다.
 
―하지만 남획으로 황폐해진 많은 어장과 비교해 보면 말씀하신 바닷가재 어장의 성공 사례는 오히려 예외적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개입해 연안 어장을 보호한 사례도 있고요.
"제가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건 우리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외적인 개입, 다시 말해 정부의 강제적인 규제가 없더라도 자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많다는 점입니다. 정부 개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지하수가 무분별 개발로 고갈 위기에 처하자 여러 지하수 개발업자가 위원회를 만들고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했는데, 주 정부가 나서 이들 위원회 활동을 지원한 것이 한몫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정부가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그 지역에 예전부터 있었던 자율적인 규칙을 살피고,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사람들은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느끼게 되고 실제 제도 역시 더 잘 운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자율적인 합의를 이루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대기 오염이나 산성비 문제처럼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정부의 규제를 통해 해결됐죠.
"네. 맞습니다. 저도 메인주 어민들이 보여준 자치적인 해결책이 만병통치약이라거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창 밖 도로를 가리키며) 저렇게 잘 닦인 도로는 정부가 나서서 만들어야 하듯이 정부가 나설 필요도 있어요.
하지만 마찬가지로 정부 개입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옳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영국 식민 지배 이전까지 부족 단위로 목초지를 잘 관리해왔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부족들이 운용해 오던 관리제도를 이해하지 못했고, 초지를 보호한다며 법을 만들고 행정력을 동원해 이용자 수를 제한했습니다. 그 결과는 비극이었어요. 자치 제도가 무너진 상황에서 초지를 감독할 감시 인력은 모자랐고, 영국이 시행하는 제도를 믿지 못한 사람들이 초지에 가축을 풀면서 결국 초지가 황폐화됐습니다. 이런 예는 인도나 아프리카에서 많아요."
 
―공유지의 비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거나 더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습니다. 과테말라 정부보호구역의 예를 볼까요? 과테말라 정부는 불법 벌목을 막고 삼림자원을 보호한다면서 정부보호지역을 설치했습니다. 서로 인접한 지역에 보호구역 4개가 설정됐어요. 그런데 그 결과는 달랐어요. 보호구역 중 한 곳인 티칼이라는 지역은 삼림이 잘 보존됐고,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사회도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반면 근처에 있는 다른 곳들은 오히려 불법 벌목이 심해졌고 삼림이 황폐화됐습니다. 티칼의 경우 공동체가 유지해온 자치적인 감시 노력이 작동한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먼저 나무를 베어 가려는 벌목꾼들만 몰려들었어요."
 
■성공적인 자치의 조건
오스트롬 교수는 1990년에 낸 《공유의 비극을 넘어·Governing the Commons》라는 책에서 공유지의 비극 문제를 성공적으로 푼 사례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고 지적한다. 〈표 참조〉
  
―여러 특징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뭔가요?
"공유자원과 그 이용자의 범위가 명확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치적인 감시활동이 가능하고, 신뢰가 생겨납니다. 그게 없다면 비용은 아주 조금 내고 많이 가져가려는 무임 승차자들을 막을 수 없고, 결국 제도도 지속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요소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자치적인 노력은 실패하기 쉽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스리랑카 카린디오야강(江) 관개(灌漑) 프로젝트가 예다. 강 주변 주민들은 자치적으로 물을 관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대부분의 농부가 막 새로 정착한 가난한 정착민들이어서 서로에 대한 신뢰나 토지에 대한 애착이 없고, 인종적으로 이질적이었으며, 부농(富農)들이 불법적으로 수자원을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사회의 신뢰 수준도 다릅니다. 공유자원을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데 국가마다 차이가 있습니까?
"국가 간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더 잘 되고, 한국은 잘 안 된다는 건 아닙니다. 국가 간의 차이라면 문화보다는 정치제도가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구소련이나 자유화 이전의 동유럽의 경우 중앙집권적인 체제 때문에 지역 수준에서 공유자원 관리를 위한 자율적인 행동이 어려웠죠."
 
그녀의 관점을 요약하자면 공유지의 비극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국가부터 지역사회까지 다중심적(polycentric)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트롬 교수는 이런 관점으로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런 관점이 기후변화에는 어떻게 적용되나요?
"국가끼리 단일한 합의를 이룰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시간을 끌수록 문제는 심각해지니까요. 따라서 지역 단위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제도를 만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오스트롬 교수는 미국 대학 기숙사의 예를 들었다. 학생들은 난방 등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규칙을 만들고, 매달 각 동에서 쓴 에너지양을 공개함으로써 경쟁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지 않나요?
"에너지 절약을 통해 미국 건물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20%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물론 기숙사 한 곳의 노력으로 당장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노력을 통해 온난화로 인한 리스크를 줄일 수는 있습니다.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수천 개의 도시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자발적 협약을 맺고 나서면 우리는 지구에 좋은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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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경제]지구촌 파국 막는 ‘공동체 자치’ (안치용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 소장ㅣ경향신문, 2010-09-03 21:18:45)
 
‘외부효과’는 요즘 학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 각광받는 주제다. 경제주체가 행한 행위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쉬운 예로 신발을 생산하기 위해 열심히 공장을 돌렸는데 그 부산물로 대기나 하천을 오염시킨 것을 들 수 있겠다. 외부효과가 손해로 이어지는 것을 외부비경제,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을 외부경제라고 하는데 통상 외부효과는 외부비경제를 염두에 두기 마련이다.
 
지구라는 행성의 정상적인 삶의 주기와 무관한 지구온난화 역시 외부효과에 해당한다. 외부효과는 결과로 나타나지만 내용상으로는 비용의 문제이기도 하다. 신발공장의 예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한 대기오염에 대한 비용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대기오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그 비용을 신발값에 얹거나 기업이 부담하는 방법과, 오염물질을 그냥 대기로 내보내는 대신 그 비용을 신발값에 반영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후자에서는 과정이 좀 길기는 하지만, 싼값에 신발을 산 사람들이 세금을 조금 더 내 사회 전체로서 대기오염에 대응하게 된다. 비용이 사회로 전가되는 것이다.
 
하천오염 등 외부효과가 심각하다면 사회는 외부효과(비경제) 해소책을 모색하게 된다. 그동안 찾아낸 방법은 크게 정부와 시장의 두 가지이다. 재산권을 확정해주고 협상비용을 낮춰주면 시장에서 알아서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견해가 대표적으로 시장해법을 지지한다. 정부해법은 크게 보면 벌금을 매기거나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영향력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률적인 만큼 효율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처럼 그 범위가 지구촌에 걸쳐 있어 시장이나 정부의 범위와 일치하지 않은 때는 정부나 시장의 해법 모두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시장과 정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이른바 ‘공유재의 비극’을 넘어서려는 시도이다. ‘공유재의 비극’의 널리 알려진 사례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목초지이다. 목동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양들을 풀어서 공유한 초지의 풀을 가능한 한 많이 뜯어먹게 하는 게 합리적인 행동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양들이 뜯어먹지 않으면 다른 목동의 양들이 뜯어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과잉방목으로 초지가 파괴되면서 목동들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이처럼 모두가 피해를 입으며 파국적 결말에 이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인간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설명한다. 오스트롬 교수는 개별 인간의 합리성이 아닌 집단적 합리성에 주목했다. 초지, 어장 등 공동의 이해가 개입된 공유자원을 집단적 합리성, 오스트롬 교수 식으로는 ‘공동체 중심의 자치제도’를 통해 모두가 불행한 결말이 아닌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게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개인의 합리성과 개인의 합리성이 충돌할 때 냉혹하거나 획일적인 방식이 아닌 인간적인 방식으로 더 많은 이익을 지켜낼 수 있다는 생각은 분명 신자유주의 시대에 적잖은 영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항상 ‘공유재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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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18:29 2010/09/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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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을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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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을 두고 시각이 명확하게 갈리는 걸 본다. 물론 어느 쪽 입장이든지 G20에 대해 제대로 아는 건 아니다. 그래서 명확히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G20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세계화,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도 달라질 것이다.

100만 민란을 외치는 이들은 G20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래 글은 사회진보연대에서 나온 소책자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 소책자를 숙독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궁금하다. 나도 아직 읽지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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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은 '경비'와 '보안'의 문제인가? (미디어스, 2010년 09월 17일 (금) 14:41:12  김완 기자)
G20 본질과 명박산성 쌓은 언론
 
2008년 9월 미국 최대 증권사 가운데 하나였던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다. 전 세계 경제를 일시에 '충격과 공포'에 빠져들게 한 사건이었다. 지구적 차원의 혼란이었다. 그리고 이 대혼란의 상황은 G20 탄생에 결정적인 영감을 제공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미국은 G7에 러시아가 추가된 G8만으로는 세계경제의 혼란을 수습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채 1달의 시간도 걸리지 않은 순식간의 판단이었다. 전격적으로 부시 대통령은 그 이전에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G20 정상회의를 제안했다. ‘충격과 공포’에서 빠져나갈 정치적 돌파구였다.
 
G20은 대혼란에 빠진 세계경제 아니 미국경제의 위기비용을 개도국에도 분담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보다 현실적으로 미국과 함께 G2의 지위를 갖고 있던 중국에 대한 다층적인 관리와 적극적인 포섭을 위한 제안이기도 했다.
 
그렇게 2008년 11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지 2달이 지나서 G20은 워싱턴에서 역사적인 첫 회의를 열었다.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다는 것이 우선 쉽지 않았겠지만 G8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내심 전 세계 상위 20개국에 든다는 자부심을 가졌을 것이다. 이후 런던과 피츠버그를 거쳐 가장 최근에는 2010년 6월 캐나다 토론토까지 G20은 총 4차례 정상회의를 가졌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정상회의인 만큼 G20은 세계 경제에 관한 최상위 포럼의 위상을 갖고 있다.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이란 G20의 슬로건은 이런 역할과 위상을 설명하는 가장 효과적인 문장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슬로건은 G20이 처해있는 현재적 딜레마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기도 하다. 미국이 G8만으론 경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은 ‘달러 환류’의 문제 때문이었다. 달러 환류란 미국에서 빠져 나간 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안정적인 투자처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미국 발 경제위기는 미국이 가장 크고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절대적 믿음을 붕괴시켰다. 결론적으로 G20은 서방선진국들의 모임인 G8만으론 달러 환류라는 미국의 이해가 보장될 수 없기에 달러 환류를 받쳐 줄 새로운 신흥 국가들이 참가하는 모임의 필요성에 의해 구성됐다. 
 
초창기 G20의 위세는 대단했다. 개도국들의 가파른 성장을 서방 선진국들이 인정했다는 의미만으로도 큰 화제였다. G20 첫 회의였던 워싱턴 정상회담의 경우 국제협의로는 이례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확대 정책’, ‘국제금융기구의 재원 분담’ 등을 신속히 합의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곧 엇갈리기 시작했다. 경제 위기가 진전되어감에 따라 시급한 합의의 필요성도 줄어들게 되었고, 이해관계는 대립하기 시작했다. G20을 탄생시킨 미국의 경제 위기는 확실히 전 지구적인 문제였지만, 이후 발생한 그리스 등의 유럽발 재정 위기는 체감의 강도가 확실히 떨어졌다.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소간의 희생을 감내했던 각국들은 유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희생에 있어서는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열렸던 지난 토론토 회의에서 G20은 ‘각국이 알아서 한다’ 이상의 합의에 이루지 못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지나치게 미국에 유리한 구성을 띄는 G20이 아닌 G7에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지역대표 2개국(멕시코, 남아공)을 포함시킨 G13이 더 유효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까지가 G20의 현재 모습이다.
 
아시다시피 오는 11월 한국이 G20의 의장국이 되는 5차 정상회의가 진행된다. G20 유치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는 우리나라가 세계외교의 중심에 서서 선진국에 진입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아시아와 신흥국 중에 처음으로 의장국이 된 대한민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신흥국 사이를 합리적으로 중재하기 위해서 적극 노력할 것”이라는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한국이 신흥국 중에 첫 G20 개최국이 된 것은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리하기에 한국이 가장 유효하기 때문이라는 야박한 평가 역시 상존한다. 유럽 국가 가운데서는 영국이 그러하기에 지난 2차 정상회의가 런던에서 열렸다.
 
한국 외교의 미국 종속성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다.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최소한 G20 개최로 국격이 상승 한다는 낯 뜨거운 수사는 펼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군 기지를 유치하는 것이 세계 방위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G20 개최를 그 자체로 세계외교의 중심이라고 치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며칠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하고 거의 모든 언론이 대대적으로 홍보해 준 G20의 경제적 효과 역시 과장할 것이 못된다. 지난 15일 삼성경제연구소는 G20의 경제 효과가 ‘21조 5,576~24조 6,395억 원에 이를 것’이란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모든 언론은 토씨 하나의 의문도 제기하지 않은 채 일제히 보도하였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G20개최에 따른 ‘직접효과는 1,023억 원’이다. 하지만 간접효과의 경우 ‘21조 4,553~24조 5,373 억 원’사이로 무려 3조를 넘는 편차를 보인다. 이 편차 하나 만으로도 이 보고서의 신뢰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숫자에 있어 이토록 큰 편차를 보인다면, 정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힘든 주관적 기술 밖에는 안 된다. 
 
종종, 거대 국가 이벤트를 분석하는 경제성 조사의 경우 경제성 조사의 기본인 ‘비용(cost)과 편익(benefit) 분석’을 철저하게 무시한 채, 모든 것을 뒤섞어 단순한 수치의 경제효과로 포장해 내놓는 경향이 있다. 이를 '뻥튀기의 예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G20에 대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만 딱 그렇다. 삼성경제연구소는 G20 개최에 대한 해외의 긍정적인 반응을 각각 65%와 75%라는 근거 없는 수치로 환산해내서 간접 효과를 추산해냈다. 논리적으로 구성은 될지 몰라도 현실적이진 못한 숫자 놀음이다.
 
부산에서 열린 APEC(아펙) 때도, 아시안게임 때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매번 경제효과 용역을 수행한 기관들은 작게는 수 조원에서 많게는 수 십 조원의 경제효과가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국제 행사를 자주 치렀던 부산시와 인천시는 지금 가장 악성적인 재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2008년 기준으로 지자체 가운데 채무액 1위였고, 인천시의 경우 재정 적자로 인해 정상적인 시정이 불가능하다는 시장의 고백이 있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G20에 대한 장미 빛 환상을 심기에 여념이 없다. 국가 이벤트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는 한 마디로 ‘오래된 새로움’, 늘 같은 자리이다. 16일 밤 지상파 뉴스만 하더라도 G20을 맞아 특전사가 테러 대비 훈련을 열심히 했다는 소식을 편성했다.
 
언론은 점점 더 많이 그리고 부풀려서 G20을 말하지만, 정작 회담의 의제가 무엇이고 우리가 외교적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강박처럼 정말 G20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경비’와 ‘보안’의 문제만 보장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언론도 정부마냥 명박산성을 쌓아서라도 ‘집회’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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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14:54 2010/09/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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