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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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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 문제, 따로 덧붙일 것이 없다. 고르고 고른 게 그런 사람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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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 흔드는 ‘공직자 위장전입’ (세계일보, 조민중·유태영 기자, 2010.08.15 (일) 20:03)
자녀 진학·부동산 취득 등 이유 ‘범법행위’
MB정부 ‘8·8 개각’ 후보자들도 줄줄이 논란
“불법 사실 땐 스스로 사퇴 전통 만들어져야”
15일 본지가 김대중정부에서 이명박정부에 이르기까지 위장전입이 문제가 된 주요 공직자 32명의 관련기록을 분석한 결과 위장전입 사유는 부동산 취득 목적이 15건, 자녀 교육 목적이 13건으로 주를 이뤘다. 나머지 4건은 선거운동 목적 등 기타 사유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미국에서는 우수 학군을 찾아 위장전입하다 적발되면 1급 문서위조죄가 적용돼 정식 재판에 회부되며 징역형까지 선고된다.
그동안 우리 고위 공직자들은 “죄송하다”는 사과 한 마디만 한 채 책임을 지려하질 않았다. 공소시효가 3년으로 짧다보니 위장전입 금지 취지가 무색하다. 불법을 저지르고서도 장·차관에, 사정기관 수장 등에 임명되는 걸 보다 보니 국민들의 도덕적 기준이 하향 평균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이재근 행정감시팀장도 “엄격한 법적·도덕적 기준을 적용받아야 할 공직자가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은 법치주의를 어지럽히고 훼손하는 것”이라며 “후보자 발표 전 인사 검증을 강화하고 검증 과정에서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는 전통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블로그] 위장전입, 서민에게만 죄인가? (서울, 유지혜기자, 2010-08-16  6면)
이명박 정부 들어 이 ‘무거운 죄’의 불법성 여부가 모호해졌다. “위장전입 정도로 낙마하겠느냐.”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도덕 불감증’을 주입하는 격이다. 더군다나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국민이 한 해 5000여명에 이른다. 위장전입은 사람을 가려 적용되는 죄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도 하다. 
 
부끄러움 모르는 ‘위장전입 정권’ (경향, 이용욱 기자, 2010-08-16 00:31:31)
ㆍ개각 때마다 ‘위법 불감증’
ㆍ야당 땐 “치명적 결격 사유”… 현행법상 3년 이하 징역 ‘중죄’
‘위장전입’이 공직자 도덕성 기준에서 밀려난 것은 2007년 대선부터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자녀들 취학을 위해 다섯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고 시인했고, 한나라당은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은 아니다’고 문제삼지 않았다. 이후 여권은 위장전입을 ‘사소한 결격사유’ ‘용인되는 수준의 범법행위’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굳어졌다. 고위공직자 임명 때마다 위장전입 논란이 터졌지만, 이 문제만으로 사퇴한 공직자가 없는 배경이다.
주민등록법 위반인 위장전입은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불법 행위다. 2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 과실치사보다 더 중한 범죄이고, 최근 10년간 위장전입으로 처벌된 국민은 5000명이 넘는다. 그런 만큼 위장전입자를 장관으로 내정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여권의 행태는 국민의 법감정을 자극하고, 정권의 도덕성과 준법 의지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여권이 강조하는 ‘법치주의’ ‘친서민’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다수 국민들에겐 허언으로 비쳐지게 하는 주요 항목에 위장전입이 들어 있다.
 
MB, 장관 후보자들 ‘위법’ 알고도 지명 (한겨레, 황준범 기자, 2010-08-17 오후 10:41:38)
‘신재민 위장전입·이재훈 투기 의혹’ 사전인지
청 “조현오 발언빼곤 100% 알고있던 사항”
검증시스템 아닌 ‘인사권자의 인식’에 문제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인사 때마다 어김없이 터져나오는 ‘부실 인사’ 논란의 원인이 ‘검증 시스템’보다는 ‘인사권자의 인식’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및 천안함 유족 동물 비유) 발언 빼고는 언론에 나온 나머지 후보자들 얘기는 검증을 통해 100% 알고 있던 사항”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해 7월 ‘스폰서 검사’ 논란으로 검찰총장 후보자에서 낙마한 ‘천성관 사태’를 겪은 뒤 100여개 항목으로 이뤄진 ‘자기 검증 질문서’를 도입하고 심층 면접과 현장 탐문 등을 강화하는 등 인사 검증 시스템을 보완했다. 현재까지 공석인 수석급의 인사기획관도 그때 신설됐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금 제기되는 문제들은 재산, 납세 자료 등 30여가지의 기본 서류만 봐도 다 알 수 있는 것들”이라며 “흠결과 능력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는 인사권자의 판단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위법 사실을 알고도 주요 공직에 기용하는 이 대통령의 인식에 부실 인사 논란의 근본 원인이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얘기하면서 위장전입한 사람 등을 입각시키는 게 맞느냐”고 비판했다. 
 
의혹 1·2건은 기본…과거엔 위장전입 하나로도 낙마했는데 (헤럴드경제, 심형준 기자, 2010-08-18 11:18)
부동산 투기 등 논란
인사검증 잣대 도마에

 
‘위장전입’ 봐주자? (한겨레, 이정애 송호진 기자, 2010-08-18 오후 07:54:08)
여, 시기·정도 등 사회적 합의 제안…야 “물타기”
한나라당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무작정 후보를 두둔만 할 게 아니라는 기류다. 안형환 대변인은 18일 “이제는 위장 전입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며 “시기나 정도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사회적 기준을 만들고 향후 그 기준에 따라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지명한다면 논란의 여지를 피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명확히 법에 위반되는 사항에 대해 또다른 사회적 기준을 정하자는 것이어서 새로운 논란이 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 기준을 ‘2002년’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이 위장전입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만들자고 나선 데는 현실적 고민이 깔려 있다. 한 당직자는 “인사 검증을 해보면 이 기준에 거의 걸리지 않는 사람이 없어 도대체 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또 과거 10년 동안 가혹할 정도의 인사검증을 해왔던 한나라당이 여당이 되자 현 정부에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여론도 의식한 것 같다. 
 
民은 경치는데 公僕후보는 사과하면 없던 일로… 위장전입 처벌 ‘이중잣대’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김정현 기자, 2010.08.18 21:31) 
고위 공직자에게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위장전입의 잣대는 무력한 경우가 많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대부분 공소시효(2007년 말 이전 행위는 3년, 이후 5년)가 지나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 이러다보니 도덕성과 청렴성을 덕목으로 갖춰야 할 공직자들은 법을 위반하고도 청문회에 출석해 사과만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장관직 수행 도중 낙마하던 과거 정부와 달리 현 정부에서 위장전입이 ‘조그마한 흠집’ 정도로 여겨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위장전입이 불거진 이후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논의는 주객이 전도된 시각이라는 견해가 많다. 정영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자녀 교육 문제를 이유로 위장전입을 봐주자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자꾸 어기는 고위 공직자가 많다고 법을 고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방희선 동국대 법대 교수는 “주민등록법이 개정된 지 오래 돼 자녀 교육 문제로 불가피하게 위장전입할 사정이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면서 “다만 포괄적으로 면죄부를 주기보다 엄격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장전입은 '전문성 투기'다 (미디어오늘, 2010년 08월 18일 (수) 14:35:21 김동광 과학저술가·고려대 연구교수)
[바심마당]하향평준화되는 공직자 도덕성, 왜?  
최근 8·8개각으로 공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열리거나, 열릴 예정이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늘상 본인과 가족의 병역문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탈세, 이중국적, 논문 표절 등 이른바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문제가 크게 불거지곤 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법관 후보자와 장관 내정자들이 자녀의 진학이나 아파트 분양 등을 위해 여러 차례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두 명의 총리 후보가 위장전입 문제로 국회 인사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경제부총리 등이 역시 위장전입 문제로 임명이 무산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상황이 달라져서 위장전입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미 많은 공직자들이 멋쩍은 표정으로 위장전입을 시인하고 어물쩍 넘어갔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청문회에서 걸러지는 공직자의 도덕성 기준은 하향 평준화되어가는 경향이다.  
그렇다면 위장전입이나 부동산투기에서 자유로운 공직 후보자가 없는 까닭은 무엇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각계의 전문성(expertise) 영역을 책임질 지위에 오를 후보자라는 사실이다. 가령 법관과 같은 전문직은 그 사회에서 높은 사회적 지위(status)를 인정받으며, 그에 상응하는 유무형의 보상이 뒤따른다. 의사, 과학자, 교수, 고위 공무원 등 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무수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 높은 지위와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그들이 수행하는 공익적 역할에 대한 가정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그러한 지위를 누리는 까닭은 개인적 능력이 출중해서 만이 아니라 그들이 수행할 공공적 역할을 전제로 사회가 부여해준 일종의 특권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문직들은 자신이 누리는 특권에 상응하는 역할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각이 이루어질 때마나 연례행사처럼 터져 나오는 공직자 후보들의 도덕성 문제의 근원 중 하나는 전문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에게 전문성은 오로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수단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공직자 후보들에게 위장전입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좋은 학군 때문이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좋은 학군에 가려는 대부분의 이유는 자녀를 명문 대학의 의대나 법대에 보내기 위함일 것이다. 아마도 부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고, 자녀들이 상위 0.1퍼센트의 특권을 계속 누리게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위장전입은 두 가지 투기를 상징하는 어휘인 셈이다. 그것은 부동산과 함께 전문성에 대한 투기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성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몇 해 전 한 인사 청문회에서 역시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라는 단골 주제에 시달리던 한 후보자가 자신이 “이런 자리에 오르게 될 줄 몰랐다”는 발언을 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래도 솔직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례는 전문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자리”, 즉 청문회가 필요할 정도로 고위직에 오르지 않는 한 도덕성 문제는 고위직의 통과의례일 뿐 전문직을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닌 셈이다. 
 
고위공직자 위장전입 사례

구 분

임명시기

대상자

위장전입 사유

결 과

김대중 정부

1998

주양자 보건복지부장관

부동산 구입

사임

2002. 7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

아파트 추가매입

국회인준 부결

2002. 8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

자녀교육

국회인준 부결

노무현 정부

2005. 3

이헌재 경제부총리

부동산 구입

사임

2005. 3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부인 부동산 구입

사임

2005

홍석현 주미대사 후보자

부인 부동산 구입

인사청문회 통과

2006

김명곤 문화관광부장관 후보자

자녀 진학

인사청문회 통과

2006

이용섭 행정안전부장관 후보자

부인 분양권 획득

인사청문회 통과

2006

정세균 산업자원부장관 후보자

선거운동

인사청문회 통과

2006

이택순 경찰청장 후보자

자녀 진학

인사청문회 통과

2007

이규용 환경부장관 후보자

자녀 진학

인사청문회 통과

이명박 정부

2007.12

이명박 대선 후보

77ㆍ79ㆍ81ㆍ84ㆍ91년 세 자녀 초ㆍ중학교 배정

후보 선출

2008. 2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1989년 아들 징병검사

인사청문회 통과

2008. 2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1983년 부동산구입

인사청문회 통과

2008. 2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1988년 농지매입

인사청문회 통과

2008. 3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

부동산구입 등

후보 사퇴

2008. 3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

부동산증여, 자녀진학 등

후보 사퇴

2008. 3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자

부동산구입 등

후보 사퇴

2008. 3

현인택 통일부장관 후보자

2001년 자녀 중학교 배정

인사청문회 통과

2008. 3

이만의 환경부장관 후보자

2001년 자녀 중학교 배정

인사청문회 통과

2008. 3

이봉화 보건복지부차관

1986년 부동산구입

사임

2008. 3

박미석 청와대 사회수석

부동산구입

사임

2008

오세빈 중앙선관위원 후보자

부동산 구입

인사청문회 통과

2009. 7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1998년 자녀 고교 진학

인사청문회 통과

2009. 8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

92ㆍ97년 자녀 중ㆍ고교 배정

인사청문회 통과

2009. 9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1988년 부인 전원주택 마련

인사청문회 통과

2009. 9

임태희 노동부장관 후보자

1984년 장인 선거지원

인사청문회 무산

2009. 9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

부인 사원아파트 분양권 획득

인사청문회 통과

2009. 9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

1997년 자녀 고교 배정

인사청문회 통과

2010. 7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

2006년 아파트 분양

?

2010. 8

신재민 문화관광부장관 후보자

자녀 중ㆍ고교 배정

?

2010. 8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2001년 자녀 고교 배정

?

2010. 8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1998년 자녀 고교 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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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21:27 2010/08/1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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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세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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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8.15경축사를 계기로 갑자기 공정한 사회, 통일세로 떠들썩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불공정한 사회, 전쟁세로 보인다. 특히 통일세의 경우 워낙 뜬금없어서 뭐라 표현을 못하겠다. 아마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통일세 얘기를 나왔으면 길길이 날뛰었을 분들이 이전과 별다른 정세변화도 없는 상황, 아니 더 악화된 상황에서 통일세를 꺼내니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리 선의가 있다손 치더라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저들도 그렇게 해석되리라 생각했으리라.
 
아래 관련 기사들 중에 미디어오늘의 이정환 기자가 통일세 문제에 대해 잘 분석하고 있다. 관련기사에서 보수언론의 것들은 제외했다. 들어보나마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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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솎아보기] 남북은 최악인데 ‘통일세’ 걷자고? (미디어오늘, 2010년 08월 16일 (월) 07:36:20 김수정 기자)
 
통일세 신설 제안은 일부 참모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해 원고에서 빠진 것을 이 대통령이 막판에 되살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대통령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조선은 우리 사회 통일론을 설명하며 “보수 진영 상당수는 북한 붕괴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적극적으로 북한 체제를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며 “적극적인 흡수 통일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주장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 주장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통일은 반드시 온다”는 부분을 힘주어 말한 것을 두고 조선은 “이는 듣기에 따라 ‘언제 북한 체제가 붕괴될지 모른다’는 급변사태 대비론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날 3면 <‘꼬인’ 남북관계 놔둔채, 통일방안·통일세 제안 ‘공허’>에서 “이날 제안이 이명박 정부 들어 악화할 대로 악화한 남북관계를 돌파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을 두고 한겨레는 “결국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평화공동체 구축에 들어갈 수 있고, 이 단계를 지나야 남북한 경제 통합을 준비하는 경제공동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두곤 “북한의 핵 폐기 뒤에야 대북 경제지원에 나선다는 기존의 ‘비핵·개방·3000’ 구상에 통일 방안이라는 포장을 덧씌운 것”(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라는 평가했다.
 
통일세 논의 제안을 두고도 진정성과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이미 마련된 남북협력기금조차 집행하지 않는 남북 대결 국면에서 통일세가 타당하냐는 것이다. 지난해 남북협력기금 집행률이 지난해 10% 미만이고 올해는 5%도 되지 않는다. 한겨레는 “통일세가 북한의 붕괴 등 급변 사태와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며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현 정세 특성상 통일세 제안은 북쪽의 강한 반발을 불러 남북관계를 더 꼬이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국민도 3면 <통일비용 본격 논의 시동…“북만 자극” 부정론도>에서 “통일을 위한 기반이 조성되고, 평화증진 노력이 제도화된 상태에서 통일세가 논의되는 게 맞다”며 “통일세 제의는 통일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언론은 대부분 이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에 힘을 싣지 않았다. 중앙은 사설 <통일세보다 재정 건전성이 우선>에서 “통일세는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대통령이 경축사 원고에서 마음대로 넣고 뺄 사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각종 감세 정책을 동원하고 세종시·4대강 사업 등으로 막대한 재정적자를 내고 있어 “자신들은 펑펑 쓰면서 왜 우리 주머니를 터는가”라는 국민적 반감으로 번지기 십상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한겨레는 이 대통령이 내놓은 통일 방안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퇴행적 통일방안과 정략적 통일세 제안>에서 “결국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교류·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전의 어떤 통일방안보다도 퇴행적”이라며 “최악의 상태인 지금의 남북관계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공언한 셈”이라고 말했다. 통일세에 대해서도 “오히려 다른 현안을 가리려는 정략적 동기가 강해 보인다”며 “북한 체제의 붕괴와 흡수통일에 기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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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세 핑계, 서민 호주머니 털기 안 된다 (미디어오늘, 2010년 08월 16일 (월) 08:49:25 이정환 기자)
[뉴스분석] 소득세 감세하면서 부가가치세 인상? 부자 감세의 결정판
 
65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은 반드시 온다"면서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담론 수준에 머물렀던 통일을 국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통일 재원을 미리 준비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통일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 미리 재원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일촉즉발의 남북 대결 국면을 조장해 왔던 걸 돌아보면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집권 초기부터 온갖 반발을 무릅쓰고 부자 감세를 밀어붙였던 이 대통령이 새로운 세금을 신설한다는 건 그야말로 이율배반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아직까지 통일세의 추진 일정이나 징수 방법 등과 관련, 논의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언론은 대부분 "소득세나 법인세 같은 직접세 방식과 같이 세목을 별도로 신설하기 보다 각종 부담금이나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늘리는 방식으로 통일세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과거 폐지됐던 방위세를 통일세로 이름을 바꿔 부활시키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 "부가세를 2~3%포인트 올리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목적세 형식을 취하면 조세 저항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정부의 부가세 예상 수입은 48조7000억원으로 전체 국세 수입(171조1000억원)의 28.5%를 차지한다. 부가세 세율을 2%포인트만 올려도 연간 세수가 약 10조원 늘어난다. 이 신문은 "국민경제적 부담과 그에 따른 조세 저항도 정부가 풀어야 할 큰 숙제"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는 아예 "소득세나 법인세 등과 같은 직접세의 세목을 신설하거나 인상하는 방식보다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고, 현재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10%)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에 비해 낮아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벌써부터 명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대부분 언론이 연합뉴스 보도를 간접 인용해 간접세 세율 인상이 통일세의 유력한 대안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간접세 비중은 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다. 멕시코와 터키 다음으로 높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세율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부가가치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교묘한 통계 왜곡이다. 전체 조세 총액에서 부가가치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금도 매우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이 전체적으로 낮고 특히 직접세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직접세 비중이 낮다는 건 그만큼 조세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낮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연합뉴스 등은 직접세는 거론하지 않고 부가가치세 세율만 문제 삼고 있다. 부가가치세를 비롯해 간접세가 늘어날수록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다는 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상식이다. 조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를 얻으려면 직접세를 늘리고 정부 공공지출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보수·경제지들은 간접세가 조세 저항을 줄이는 방안이 될 거라고 노골적인 훈수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간접세 비중이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 GDP 대비 직접세 비중은 8.4%로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 1위 덴마크의 3분의 1 수준 밖에 안된다.  
 
지난해 국세청 통계 연보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전체 세목 가운데 부가가치세 비중이 24.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법인세가 21.6%, 소득세가 20.0%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을 잇달아 낮춘 탓에 조세총액 대비 법인세와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는 조세총액 가운데 간접세 비중이 OECD 회원국 가운데 3위, 멕시코와 터키 다음으로 높다.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 부동산 보유세 역시 우리나라는 OECD 평균 대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 기준시가 기준으로 0.3%인데 실거래가 대비로는 0.1~0.2% 수준밖에 안 된다. OECD 평균은 1%가 넘는다. 조세 총액 대비 보유세 비중은 미국이 11.9%, 영국이 9.4%, 일본이 8.2%인 반면 우리나라는 1.8% 밖에 안 된다. 통일세를 신설하기 앞서 종합부동산세를 원상 복구시키는 것이 우선 아닐까.
 
▲ 조세부담률도 20.2%로 뒤에서 4위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들 세금 부담이 낮다는 이야기다.  
 
통일비용은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서는 2300조원,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에서는 2006조원, 조세연구원 연구에서는 10년 동안 GDP의 12% 127조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 통일한 독일의 경우 3천조원 정도를 쏟아 부었는데 통일 직후 1년 동안 소득세와 법인세에 각각 7.5%씩, 이후 1995년에 각각 5.5%씩을 징수했다. 독일의 경우는 대부분 직접세로 통일비용을 충당했다. 정부·여당과 보수·경제지들이 통일세를 신설한다는 핑계로 부가가치세 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후안무치한 터무니없는 억지라고 할 수 있다. 추가 세수 확보가 필요하다면 선진국 수준으로 직접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인하한 소득세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율을 원상 복구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더도 말고 OECD 평균 수준만 되도 통일 비용의 상당부분을 조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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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세로 서민 주머니 털기?…양극화 해소가 먼저!" (프레시안,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2010-08-16 오전 10:44:33)
[홍헌호 칼럼] "친서민 쇼와 반서민 폭거…흡수통일 시도는 재앙일 뿐"
 
2008년 정부의 반서민적인 감세에 분노하면서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겼던 것은 반대여론에 굴복하여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려 했던 강만수 전 장관의 독선이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끈질겼다. 한 편에서는 소리만 요란한 친서민쇼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다른 편에서는 또 하나의 반서민적인 폭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복지수준, 그런 현실을 알면서도 감행된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천문학적인 감세, 그리고 그것도 부족해서 터져나오는 정체불명의 증세론. 정부는 통일세 운운 이전에 대처가 부가가치세 인상을 통해 영국의 빈부격차를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벌려 놓았는지부터 공부를 해 두는 게 좋을 듯 싶다.
 
국제연합(UN) 소속기관인 국제연합대학교(UNU)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처 집권기(1979~1990) 소득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극도로 나빠졌다. 대처가 집권하기 바로 전 해인 1978년 영국의 지니계수는 0.234였다. 그러나 그가 물러난 1990년에는 0.335로 악화되었다. 무려 0.101이나 나빠진 것이다. 이 기간 소득분배 악화율(=지니계수 악화율)은 무려 43.1%에 달했다. 레이건 집권기(1981~1988)의 미국 지니계수 악화율과 비교해 보아도 대처 집권기 빈부격차 악화율은 유난히도 높다. 레이건 집권기 미국의 소득분배 악화율은 7.2%로 나타난다.
 
왜 그렇게도 대처 집권기에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졌을까. 그것은 대처가 누진세 감세와 함께 역진세 증세를 동시에 추진했기 때문이다. 대처는 누진세인 개인소득세 부담을 1/3 가량 줄이고, 역진세인 부가가치세 부담을 2배 이상 늘렸다. 부가가치세 세율은 8.0%에서 17.5%로 높아졌다. 대처의 반서민적인 조세정책은 영국의 세입구조를 크게 변화시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인 소득세 비율은 11.5%에서 7.9%로 낮아졌다. 반면 부가가치세 비율은 3.1%에서 6.1%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심각한 계층간 소득양극화로 나타났다.
 
대처는 왜 그렇게도 개인소득세 부담을 낮추고 싶어 했을까. 그것은 당시 영국의 GDP 대비 개인소득세 비율이 OECD 평균인 9~10% 수준을 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과다한 감세였다는 비판을 별도로 한다면 대처는 그럴듯한 감세 명분은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반면 2008년 소득세를 대폭 감세한 강만수 전 장관은 애당초 이런 명분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GDP 대비 개인소득세 비율이 OECD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OECD에 따르면 2006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개인소득세 비율은 4.1%로, OECD 평균 9.2%의 절반도 안된다.

▲ ⓒ홍헌호
 
우리나라에서 증세를 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어떤 세목의 부담을 늘려야 할까.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개인소득세 부담을 늘려야 한다. OECD 평균과의 격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GDP 대비 세액 비율과 OECD 평균을 비교해 보면 소득세에서는 2.2배, 소비세에서는 1.3배, 사회보장세에서는 1.6배의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런 지표에는 관심도 없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천문학적인 감세가 가져올 재정손실을, 서민들의 세금인 부가가치세 등의 증세를 통해 보충하려는 생각에만 몰두해 있다.
 
물론 정부가 통일세 세원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소득세, 법인세와 같은 누진세원이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또 설령 그것이 누진세원으로 확보된다 하더라도 서민들에게 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 서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서민복지를 늘리고 지방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통일세라는 생뚱맞은 세목이 등장하면 그것들을 확보할 길이 더욱더 멀어지게 된다.
 
그 동안 진보 진영에서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누진세 감세를 철회하고, 그 재원이 서민복지와 지방재정으로 되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요구를 묵살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려 하고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통일비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연구소들은 1990년 이후 독일의 통일비용이 2조5700억 달러(3000조 원) 이상이었다는 것을 근거로 우리나라의 통일비용도 이에 버금갈 것이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1989년 서독 경제규모의 2/3 수준이라는 점과, 북한의 경제수준이 1989년 동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주장이 근거없는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도 북한이 급격하게 붕괴할 경우 통일비용이 2조1400억달러(2500조 원)에 달할 것이라 추정한 바 있다.
 
필자는 냉철하게 판단할 때 이런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며 흡수통일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이 중국처럼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국내 빈곤층 복지수준을 OECD 최하 수준에 머물게 하는 정부가 북한 주민들까지 건사하겠고 나서는 것이 '과욕'으로 보인다. 또 그들이 원하지 않는 흡수통일 방식을 강요하는 것도 올바른 태도라 볼 수 없다. 더구나 그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 서민들의 부담을 우선적으로 늘리는 것이라면 더더욱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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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통일세는 전쟁세" (레디앙, 2010년 08월 16일 (월) 14:18:22 정상근 기자)
보수-진보 조세 저항 경고…"대북기조 변화 없으면 무의미"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세’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밝히면서 ‘통일세’가 정치권 화두로 던져졌다.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이 “각계각층에서 논의를 시작해 달라”는 주문에 그쳤지만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등 현 정부의 업무 추진 스타일에 미루어 이번 ‘통일세’ 제정 사업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실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당장 16일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를 통해 “언젠가 이룰 통일을 위해 통일세를 검토할 때가 됐다”며 “정부 안이 나오면 야당과 잘 얘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통일세’ 추진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감세’ 정부가 통일 문제와 관련해 선뜻 ‘증세’의사를 내비친 셈으로, 증세에는 공감대 확산과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하지만 현 정부의 주장은 두 가지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어진 분단 상황의 관리를 넘어서 평화통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나 야권은 비판적이다.
 
무엇보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의 기조 변화 없이 통일세의 신설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 남북교류기금 사용률이 현격하게 떨어짐에도 증세를 통해 통일의 조건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또한 구체적인 조세부담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부자감세’를 기반으로 하는 현 정부의 조세 정책 기조로 볼 때 다수 국민에 부담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일세 도입 언급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현재 있는 남북협력기금도 제대로 사용 못하면서 새로운 세금 도입부터 논의한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며 “통일세 논의에 앞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을 통해 남북 간 교류-협력이 선결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새로운 세금 도입에 앞서 2012년부터 내리려고 하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의 중단, 다시 말해 부자감세를 중단하는 것이 순서”라며 “사회적으로 능력 있는 분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통일세 재원으로 사용하면 될 것을 부자들 세금은 깎으면서 중산서민으로부터 새로운 세금을 걷어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역시 “돈이 없어서 남북관계 개선 못 했나”라며 “남북 간 협력과 통일을 위해 소요될 재원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이미 설치된 남북협력기금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 집권 한 해 집행률이 18.1%로 2007년 집행률 66.7%의 1/3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남북협력기금이 남아도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비핵개방 3000’ 운운하며 남북 관계를 긴장시켰고 남북관계가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 이전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라며 “남북관계 악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장본인인 이명박 대통령이 난데없이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통일세를 만들자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왜 이런 제안을 느닷없이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명박 정부가 남북평화와 통일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재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불과 며칠 전까지 동서해상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정부가 통일세를 걷자니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김정진 변호사는 “재원마련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해서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공정공평한 증세를 위해서는 소득세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동안 소득세에 대해 계속 감세를 해왔다”며 “만약 소득세를 올리려 한다면 그동안 감세한다고 말해왔던 게 더 우습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석 조승수 의원실 정책수석보좌관 역시 “실질적으로 밑그림이 안 그려진 상황에서 판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만약 소비세 부과로 간다면 결국 십시일반으로 나누자는 것인데 그동안 이 정부가 부자감세를 해 온 상황에서 십시일반 걷자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 정책에 비교적 호의적 태도를 취해온 보수언론들도 ‘통일세’ 신설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부가 각종 감세정책을 동원하고, 세종시·4대강사업 등으로 막대한 재정적자를 내고 있는데 통일세를 꺼내기엔 부담스러운 환경”이라며 “국민적 반감으로 번지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역시 “새로운 세목을 만드는 것은 기존 세금의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통상 조세 저항이 더 크다”며 “그보다는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남북협력기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고 축적해 순리적으로 통일에 대비하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통일세 도입은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관심은 왜 조세저항까지 각오하면서 현 정부가 ‘통일세’ 카드를 꺼내들었냐는 것이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측과 대화 없이 대결 구조로 가고 있는 현 정권이 통일세를 말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전쟁세를 걷겠다는 것”이라며 “통일세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악화된 국가 재정과 부채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등으로 악화된 국가 재정을 메우기 위해 ‘목적세’인 ‘통일세’를 신설해 끌어들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목적세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걷힐 가능성도 불확실한 세금을 전용하기 위해 그러한 화두를 던졌다기보다는 보다 단기적인 노림수가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는 “어느 언론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는 신호를 국민들에게 줌으로써 남북관계를 계속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지적을 했는데 이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며 “북한 관련 이슈가 그들의 텃밭을 지키는데 중요한 이슈인 만큼 계속 그와 관련된 화두를 던져나가겠다는 것 아니겠나”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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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세보다 경제공동체 구축 시급” (한겨레, 손원제 기자, 2010-08-16 오후 07:36:57)
‘MB 통일세’ 논란 확산
남북협력 통일땐 30년간 382조원 필요
급변사태땐 2538조…비용 7배나 차이
통일뒤엔 북 경제자생력 높이는 정책을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논의 제안을 계기로 통일비용과 재원 마련 방안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불붙고 있다. 통일세 추진을 섣불리 제기함으로써 통일비용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과 조세저항을 촉발하기에 앞서 궁극적으로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의 준비와 실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크게 통일 이전과 통일 이후의 통일비용 절감 방안을 구분하고 있다. 통일 이전 방안과 관련해, 16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공개한 통일비용 추산 결과는 북한이 순조로운 경제발전 과정을 거쳐 통일에 이를 경우 급격히 붕괴할 때보다 남쪽 정부가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이 7배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보면, 북쪽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한국이 ‘비핵·개방·3000’ 구상을 진행하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받을 경우 2011년부터 2040년까지 30년간 연평균 재정부담은 1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북쪽이 급변사태를 맞아 붕괴할 경우에는 30년간 연평균 통일비용은 7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국가 재정으로 북쪽에 소득보전을 해야 하고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30년간 총액으로 계산하면 북한 급변사태 때 통일비용은 총 2조1400억달러(약 2538조원), 그렇지 않을 때는 3220억달러(약 382조원)”라고 말했다.
 
통일비용을 줄이는 또 하나의 주요한 방안은 통일 뒤 북쪽 경제의 자생력을 높이는 쪽으로 통합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1991년 통일 직후 동서독의 화폐를 1 대 1로 통합하고, 동독 출신 서독인의 동독 지역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했다. 그 결과 동독의 인건비와 땅값이 크게 올라 서독 기업의 동독 진출이 제약됐다. 결국 실업률이 치솟으며 이를 국가 재정에서 보조하느라 재정 부담이 가중됐다. 남북의 경우 통일 뒤 화폐통합을 서두르지 않고 부동산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통일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통일에 따른 이익과 분단 비용을 함께 고려할 경우 통일비용의 절대치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통일비용을 너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신창민 중앙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국회의 학술용역 결과 보고서인 <통일비용과 분단비용>에서 ‘통일비용은 통일 직후 10년 동안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6~6.9%가 들지만, 지디피의 4.35~4.6%에 이르는 국방비 등 분단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돼 실제 순통일비용은 지디피의 1.65~2.3% 정도가 된다’고 추산했다. 또 ‘통일 뒤 연평균 11.25%의 경제성장이 가능해져, 순통일비용을 제하고도 연간 9.6% 안팎의 고도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통일비용을 넘는 통일편익의 발생을 예측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협력을 통해 평화공존과 경제공동체 건설을 이뤄나가고 통합 뒤 현명한 정책을 구사하면 통일세를 걷지 않고도 충분히 통일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며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통일세 추진보다 남북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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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22:02 2010/08/1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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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L 경영파탄 원인..官의존.의사소통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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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언론에 JAL 등장. 관련기사를 옮긴다. 그런데 거기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가 불명확하다.
일본항공(JAL)의 경영 파탄 원인이 정·관계에 기댄 채 현장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을 게을리한 탓에 위기를 빨리 눈치 채지 못한 경영진에 있었다고 해놓고, 뒤에 가서는 재정적인 위기가 일어났는데도 대담한 정리해고 등으로 재무 상태를 개선하지 않은 채 긴급 융자를 받아 순간을 넘기는 데 급급해한 경영진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장 직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대담한 정리해고에 나섰어야 한다는 건가. 그러면 JAL이 파탄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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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L 경영파탄 원인..官의존.의사소통 결여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2010/08/16 14:30)
 
법정관리를 신청한 일본항공(JAL)의 경영 파탄 원인이 정·관계에 기댄 채 현장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을 게을리한 탓에 위기를 빨리 눈치 채지 못한 경영진에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JAL의 경영 파탄 원인을 조사해온 이 회사 독립기관인 '컴플라이언스(특별감사) 조사위원회'는 "(중대한 사태에 대한) 역대 경영자의 부작위가 원인이 돼 파탄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관재인인 기업재생지원기구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역대 경영진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덧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위원회는 이 보고서에서 JAL 조직이 커지면서 의사소통이 모자랐고, 재무 상태는 허약했으며, 경영진은 정.관계에 의존한 채 적절한 경영 판단을 하지 못했고, 전사적인 위기의식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영업이나 경영기획, 운항본부 등 회사 내 조직 간에 횡적인 연결이 약한 상태에서 상하관계를 중심으로만 운영한 끝에 결과적으로 현장과 상층부간의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는 경영자가 경영 파탄으로 연결되는 중대 사태를 재빨리 눈치 채지 못하는 결과로 연결됐다.
 
이 때문에 경영진은 테러나 금융위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등으로 승객이 줄어 재정적인 위기가 일어났는데도 대담한 정리해고 등으로 재무 상태를 개선하지 않은 채 긴급 융자를 받아 순간을 넘기는 데 급급해했다. '국적 항공사(national flag carrier)'라고 자신을 규정하면서 '누군가 도와주겠지'라는 무책임 체질이 몸에 밴 것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한 원인이 됐다고 조사위는 지적했다. 조사위 한 관계자는 "관재인이 추진하는 경영합리화도 중요하지만 사내 조직이나 의식을 개혁하지 않으면 일단 경영 재생에 성공하더라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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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JAL의 거침없는 추락 (시사IN [118호] 2009년 12월 21일 (월) 10:06:38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미국의 신용평가 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최근 JAL(일본항공)의 장기 신용 등급을 ‘투기적(CC)’에서 ‘선택적 채무 불이행(SD)’으로 강등했다. JAL이 얼마 전 채권자들에게 채권의 일부를 포기하도록 하는 ‘사업 재생 절차’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JAL이 왜 추락 직전의 위기에 몰렸을까.
 
JAL은 1951년 필리핀에서 임차한 더글러스 DC-3 여객기 1대와 직원 39명으로 출발했다. 그 후 일본 경제의 부흥과 함께 JAL은 대형 여객기 279대로 연간 승객 4668만 명을 실어나르는 세계 14위 항공사로 발돋움했다(2008년 기준). 라이벌 항공사 전일본공수(ANA)와 견주어 승객 수에서는 약간 밀리지만, 국제 노선에서 JAL이 압도적 우위(258대33)를 점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JAL은 히노마루(일장기)를 상징하는 항공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JAL은 지난 3월 말 결산에서 631억 엔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9월 말 중간 결산에서도 1312억 엔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상태로 적자 행진이 계속되면 JAL은 은행 차입금을 상환할 수 없는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된다. 독자 회생이 불가능해진 JAL은 그래서 지난 10월 말 ‘기업재생지원기구’에 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경제 부흥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JAL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1985년 8월 단일 기종 사고로 역대 최고 희생자(520명)를 낸 JAL 123편 추락사고다. 이 대형 참사에 충격을 받은 승객들은 그해 설립한 민간 항공회사 ANA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JAL은 그 후에도 착륙 중 타이어가 떨어져나가는가 하면 엔진 부품이 시가지에 떨어지는 등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신뢰도도 함께 떨어졌다. 그 결과 JAL의 국내선은 올 4~9월 전체 노선(153개)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03개 노선 승객 탑승률이 60%를 밑돌았다. 일반적으로 탑승률이 6할을 밑돌 경우 항공사는 채산을 맞추기가 힘들다고 한다.
 
장거리 국제 노선 수입도 ANA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예컨대 좌석 1개를 기준으로 1km당 수입을 비교해볼 때 국내선의 경우 JAL(11.5엔)과 ANA(11.8엔)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국제선의 경우 JAL이 8.8엔인 데 비해 ANA는 10.45엔으로 격차가 크다. 이는 효율이 떨어지는 대형 여객기를 JAL이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JAL이 현재 보유한 여객기 279대 중 51대가 보잉 747 점보 여객기이다. 이에 비해 ANA가 보유하고 있는 보잉 747 점보 여객기는 전체의 7%인 15대에 불과하다. 항공 연료를 대량 소비하는 대형 여객기를 텅텅 빈 채로 운항하는 곳이 바로 JAL이란 얘기이다.
 
JAL의 경영 위기는 ‘반관 반민(半官半民) 체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JAL은 본래 일본 정부가 출자한 특수법인으로 출발했다. 1987년 완전 민영화된 후에도 정치가와 관료가 일일이 경영에 간섭해왔다. 그래서 ‘오야가타 히노마루(우리는 나라가 뒤를 봐준다)’란 속담처럼 JAL 경영자들은 경영이 방만해도 절대 도산할 염려가 없다는 안일함에 젖어들었다. 예컨대 지방에 새로운 공항이 들어서면 정치가들은 새 노선을 개설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그래서 JAL은 현재 전국 97개 공항 중  58개 공항에 정기 노선을 운항 중이다. 지방에 공항을 건설하는 비용은 항공사가 지불하는 착륙료와 항공기 연료비에 대한 세금으로 충당한다. JAL은 지난해 공항시설 이용료로 1231억 엔을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류 소설가 야마사키 도요코의 베스트셀러 <지지 않는 태양>에 나오는 것처럼 노동조합의 난립도 경영 위기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JAL의 노동조합은 현재 파일럿, 객실 승무원, 지상 근무요원 등 직종별 노동조합 8개로 구성돼 있다. 노동조합이 많다보니 노동자 사이의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당연히 구조조정에도 애를 먹는다.
 
퇴직 직원이 받는 고액 연금도 도마에 올랐다. JAL에서 30년간 근무한 뒤 퇴직한 사람이 받는 연금은 월 50만 엔 정도이다. 이는 JAL이 기초연금, 후생연금, 기업연금 식으로 연금을 3중으로 지급하는 탓이다. 그러나 회사가 적자를 면치 못하자 높은 연금을 지급하는 관행에 큰 비난이 쏠리고 있다. 특히 JAL을 재건하기 위해 세금이 투입되고, 세금의 일부가 연금 재원 부족분으로 충당될 경우 일반 국민이 반발하는 것은 필연이다. 그래서 국토교통성은 연금 지불액을 강제로 삭감하는 법적 조처를 검토 중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 하늘을 나는 것은 6할이 JAL이다”라며 JAL의 경영 위기를 결코 방관하지 않을 생각임을 밝혔다.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성 장관도 금융기관이 JAL에 융자해줄 경우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JAL의 경영을 압박하는 지방 공항의 착륙료도 대폭 인하할 방침이다. 지원을 의뢰받은 ‘기업재생지원기구’는 내년 1월까지 최종 경영 재건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외국 항공사와의 제휴도 적극 추진 중이다. 현재 JAL은 같은 국제 항공연합 ‘원월드’에 가입한 미국 아메리칸 항공, ‘스카이팀’ 소속인 델타항공과 출자 문제를 교섭하고 있다. 최근 도쿄를 방문한 아메리칸항공의 토머스 호튼 최고 재무책임자는 “JAL이 우리와 제휴할 경우 매년 수입이 1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다”라면서 JAL에 최대 11억 달러를 출자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세계 최대 항공사 델타항공의 에드워드 바스티언 사장은 “JAL이 원월드에서 스카이팀으로 이적해올 경우 연간 4억 달러를 벌어들이게 될 것이다”라며, 이적료를 포함해 1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JAL이 다시 태어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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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항공, 민영화 23년만에 파산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 2010-01-11 오전 8:06:19)
'일본식 좀비기업'의 말로…"19일 법정관리 신청 예정"
 
전후 공기업으로 출발해 한때 매출액 기준 세계 3위의 항공사였던 일본항공(JAL)이 1987년 민영화 이후 23년만에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1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12일쯤 JAL의 사전조정 파산(prepackaged bankruptcy)을 공식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사전조정 파산'은 기업회생을 위한 구체적인 구조조정 조건을 미리 정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JAL은 19일쯤 도쿄지방법원에 전체 직원의 30%에 달하는 1만3000명을 감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할 전망이다. JAL의 주가는 1년 사이에 70% 넘게 하락하며 주당 60엔 대로 추락했다. 
 
JAL의 몰락은 '어정쩡한 민영화'로 정부의 특혜 속에 안주할 수 있었던 자민당 체제하에서의 방만한 경영 탓으로 요약되고 있다. 특히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일찌감치 JAL에 대해 '좀비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망가진 기업'이라고 혹평하며 "일본 경제의 축소판"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한 바 있다. 페섹에 따르면, 일본에는 이미 경쟁력을 잃었지만 정부가 자금을 수혈해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 즐비하며, JAL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사례다.
 
일본 경제도 '정경유착'에 따른 의사결정 등 부적절한 경기부양책의 희생양이다. 그 결과 일본 경제는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될 정도로 돈을 퍼부었으나 20년이 지나도록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좀비 경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민주당 정권으로 바뀐 이후 JAL의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도 JAL의 부채가 절대적으로 많아서라기보다는, '사전조정 파산'처럼 강도 높은 구조조정 없이는 더 이상의 지원이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JAL에 대해 2001년 이후 4차례나 공적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개발은행(DBJ)에 따르면, 이런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JAL은 경영이 호전되면서 부채가 축소되기는커녕 지금도 연금펀드, 자산 대손상각 등을 포함한 총 채무가 8400억 엔(약 1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의 관리 하에서 JAL의 구조조정을 주도할 정부 산하 기업회생지원기구(ETIC)는 채권단에 3500억 엔(약 4조3700억 원)의 대출 탕감을 요청하는 한편 사채와 연금채권의 삭감을 요구할 방침이다.
 
JAL은 3300억 엔에 달하는 연금기금의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현역 53%, 퇴직자 30%의 연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현역들은 연금 삭감에 동의했으며, 퇴직자의 동의도 충족비율에서 2% 부족한 6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회생지원기구는 공적자금 지원, 부채 탕감,출자전환,인력 구조조정,적자 노선 폐지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JAL을 3년 안에 정상화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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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날개 꺾인 JAL (서울, 이춘규 논설위원, 2010-01-13  31면)
 
일본항공(JAL)은 일본의 자존심이었다. 일본의 상징이요 날개였다. JAL은 최고의 급료에 퇴직 후에도 엄청난 연금을 받는 ‘화려한 공기업’이었다. 23년 전 민영화됐지만 공기업 체질 그대로였다. 자민당이 지명한 고위관료가 요직을 차지했다. “우리는 나라가 뒤를 봐준다.”는 신화에 의지했다. 노조는 낙하산 경영진의 발목을 잡았다. 노조와 경영진은 부도덕한 타협을 계속했다.
 
30년 근무 뒤 퇴직금 1700만엔을 수령할 경우 기업연금 25만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 23만엔 등 월 48만엔의 연금을 받는다. 조종사들은 운항시간이 적어도 높은 임금을 받았다. 조직은 병들어갔다. 착륙 중 타이어가 떨어져 나가고 엔진 부품이 시가지에 떨어지는 등 사고가 잇달았다. 한없는 사랑을 보내던 일본인들도 급기야 JAL을 외면했다. 국내선 노선 3분의2 정도의 탑승률이 위험수준인 60%를 밑돈다. 세계적으로 항공수요도 급감했다. 언론들은 노조의 영향력이 막강해 퇴직자들에 대한 과도한 의료보험료 등으로 몰락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의 전철을 JAL이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JAL의 날개가 꺾였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전·현직 직원과 주주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질타했다. 일본 정부는 19일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그후 기업재생지원기구가 혹독한 조건에 지원을 결정한다. 전사원의 3분의1에 가까운 1만 3000명을 감원해야 한다. 기업연금도 30~50%씩 줄여야 한다. 채무초과액이 8000억엔에 이르러 이번에 공적자금 투입액은 1조엔에 이를 전망이다.
 
100% 완전감자와 상장폐지가 불가피한 기류다. 38만명 개인주주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위기다. 12일 주가는 사상 최저인 37엔까지 밀렸다. 발행주식의 4분의1인 7억주 정도나 매도주문 잔량이 쌓였다. JAL은 3년 내 정상화를 노린다. 불시착한 JAL이 재이륙에 성공할까. 차기최고경영책임자(CEO)로 유력한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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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21:30 2010/08/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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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에 대한 두 책의 재미있는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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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키어런 앨런 지음/삼인…'히틀러'식 카리스마 강조 2010/03/28 19:04:51
민중의 소리 기사는 출판사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지만, 그래도 가장 풍부하게 책을 소개해놓고 있어서 옮겨놓는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있을 듯하다. 물론 대부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고...

 

2010. 8. 14 베버에 대한 두 책의 재미있는 비교

막스 베버의 가장 유명한 저작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단다. 이 책과 키어런 앨런의 <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물론 전자의 책이 아무리 번역이 잘 되어 있더라도 읽는데 따분함이 더하겠지만...
 
물론 나는 이미 한쪽으로 입장이 가있어서인지 새로 번역된 베버의 책에 그리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거기에 관료제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있던가? 이젠 사회학에서 행정학으로 확실히 시각이나 전공이 바뀌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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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 극우 인종주의자" (레디앙, 2010년 03월 06일 (토) 01:14:57 정상근 기자)
[새책]『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키어런 앨런 지음/박인용 옮김/삼인 펴냄/376쪽/1만5000원…'히틀러'식 카리스마 강조 
 
베버를 연구해 온 저자 키어런 앨런(Kieran Allen)은 베버가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독일제국과 게르만 민족의 패권을 내세우는 민족주의자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준(準)군사 전략가로 중부와 동부 유럽을 독일의 패권 아래 두면서 영국과는 협정을 맺고 벨기에는 볼모로 활용하며 주된 적국인 러시아에 대항할 것을 주장”했다고 밝힌다. 또한 “패전의 기운이 역력한데도 끊임없는 전국적 게릴라전을 역설”했으며, “관료제와 자본주의는 영원할 것이며, 우매한 대중은 오직 카리스마적 지도자만이 구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정도면 파시즘, 히틀러의 냄새가 풍긴다.
 
저자는 베버의 이러한 점이 “숭배되고 조용히 존경받는 권위자로서 베버의 위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베버는 독일 사회의 전쟁 지지 분위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 적극적인 창조자이자 옹호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베버는 젊은 시절 때부터 극우 보수 색채가 농후한 정치 활동을 해왔다. 분열된 독일 사회를 통합하는 일에 관심이 있었던 베버는 1893년에 “독일이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역사가 내린 의무일 뿐 아니라 대중이 남부럽지 않은 삶을 향유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하며 극우 민족주의단체인 범독일연맹에 가담했다.
 
그러한 베버가 1차 대전 후, 살육의 전쟁을 “역사에 대한…(중략)…우리의 막중한 사명”이라고 보면서 “이 전쟁은 지도의 변화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명예를 위해 수행되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심지어 베버는 자신이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서도 전쟁을 끝까지 그리고 꾸준히 지지했다.
 
저자는 “주관적 가치 판단을 배제한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알려진 베버의 사회학이 그 이면에 “제국주의적 인종차별주의와 오만한 엘리트주의가 가득하다”고 평한다. 그에 따르면 베버는 학문 연구의 궁극적 목표를 “독일의 정치교육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그가 여러 논문과 저서를 통해 흑인과 인도인, 중국인 등 다른 인종과 문화를 폄하했다. 베버는 “아프리카인들에게는 문화가 없으며 식민지 지배를 받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봤으며, “전쟁과 대립으로 점철된 유럽의 역사는 발전과 활기를 가져왔다고 평가된 반면에, 중국 사회는 정체된 관료제를 만들어 낸 평화주의 때문에 멸시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베버라면, 그가 뒷날의 히틀러를 불러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베버는 현대사회의 제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히틀러와 유사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역설했다. 베버는 의회 등 민주주의 제도에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베버의 해법, 정치 지도자론의 핵심은, 카리스마 있는 강력한 지도자에게 대중이 철저하게 자신들의 운명을 위탁하고, 지배당할 때, 관료화로 무력해진 국가의 번영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염원하던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그의 사후 ‘히틀러’가 되어 등장했다. 사회학의 창시자, 거두로 대접받는 한 학자의 명성과 진실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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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가면을 쓰고 전쟁과 학살을 선동한 막스 베버 (민중의 소리, 이동권 기자, 2010.03.08 오전 10:06)
[책소개] 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
 
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막스 베버. 그는 사회학의 초석을 다진 학자로 알려져 있다. 사회학 방법론과 정치 카리스마에 대한 정교한 논의로 후대 사회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현대사회의 관료제 문제에 대한 냉정한 분석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그의 이면에는 가공할 진실이 숨어 있다. 피비린내 나는 제1차 세계대전을 찬양하고, 동양인과 흑인을 덜떨어진 인종이라며 비웃었으며, 히틀러 못지않게 게르만의 영광을 꿈꾸었던 제국주의자였던 것이다.
 
신간 ‘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은 가치중립과 학자적 냉정함을 내세운 베버가 사실은 오만한 극우 민족주의자였으며, 지독한 제국주의적 편견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베버는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독일제국과 게르만민족의 패권을 내세우는 민족주의자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심지어 준(準)군사 전략가로 중부와 동부 유럽을 독일의 패권 아래 두면서 영국과는 협정을 맺고 벨기에는 볼모로 활용하면서 적국인 러시아에 대항할 것을 주장했고, 패전의 기운이 역력한데도 끊임없는 전국적 게릴라전을 역설했으며, 관료제와 자본주의는 영원할 것이며, 우매한 대중은 오직 카리스마적 지도자만이 구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료주의 문제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 대한 비관주의적 전망을, 민족주의적 카리스마에 대한 호소로 돌파하려 한 대목에선, 나치 파시즘과 히틀러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게다가 베버는 독일 사회의 전쟁 지지 분위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것의 적극적인 창조자이자 옹호자였다. 수백만의 노동자들도 물론 1914년 8월의 전쟁 열기에 휩싸였지만, 전쟁의 참화가 개인에까지 미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베버는 전쟁을 끝까지 꾸준히 지지했다. 심지어 독일제국이 붕괴될 지경에 이르렀을 때도 베버는 전쟁을 계속하는 전국적인 게릴라전을 주장했다. (본문 중에서)
 
베버는 젊은 시절 때부터 극우 보수 색채가 농후한 정치 활동을 해왔다. 분열된 독일 사회를 통합하는 일에 관심이 있었던 베버는 1893년에 “독일이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역사가 내린 의무일 뿐 아니라 대중이 남부럽지 않은 삶을 향유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보면서 ‘독일에서 가장 사악한 민족주의를 대변하는 단체’로 평가받던 범독일연맹에 가담했다.
 
정치평론가이자 이데올로그인 베버의 행적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더불어 더욱 뚜렷해졌다. 베버는 전쟁을 “역사에 대한 …… 우리의 막중한 사명”이라고 보면서 “이 전쟁은 지도의 변화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명예를 위해 수행되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전쟁에 열광하면서 일련의 국가정책 관련 논문을 발표했는데, 논문들에서는 “전쟁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독일이 필요로 한 것은 쉽사리 절망에 빠지기 쉬운 수사적 호언장담이 아니라 분명한 전략적 목표”라고 주장하면서 군사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 가지 예로 베버는 중부 및 동부 유럽의 패권을 확립하기 위해선 영국과는 협정을 맺고, 폴란드는 독립을 보장하되 독일의 지배 아래 두면서, 궁극적으로 러시아를 주된 적국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벨기에를 일종의 볼모로 활용할 것으로 강조하면서 미국의 불가피한 간섭은 피해야 한다는 냉철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전쟁의 참화가 개인에까지 미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서 멀어져” 갔지만 베버는 자신이 죽임이 임박한 시점에서도 전쟁을 끝까지 그리고 꾸준히 지지했다.
 
그 무모한 대살육에서 200만 명의 독일인이 목숨을 잃고 400만 명이 부상을 당했는데도, 그는 끝까지 독일의 전쟁 노력을 열정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전쟁 책임을 인정하거나 살육의 책임이 있는 장성들을 비판한 독일인들을 비난했다. 독일이 패전한 뒤 베버의 주된 관심은 육군과 ‘군사학’의 전통을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독일 최고사령부의 권력을 부활시키는 정책을 옹호하면서 혁명적 좌익의 ‘폭력성’을 공격하는 데 전혀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저자에 따르면 베버는 가치중립적 외피 이면에는 제국주의적 인종차별주의와 오만한 엘리트주의가 가득하다. 우선 베버는 학문 연구의 궁극적 목표를 “독일의 정치교육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는데, 저자는 여기서 정치교육이란 “독일제국을 이끌어 나갈 사명을 뜻한다”고 지적한다. 곧 베버는 정치에 학문이 종속된다고 본 셈인데, 이는 분명 존경받을 학자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베버가 여러 논문과 저서를 통해 흑인과 인도인, 중국인 등 다른 인종과 문화를 폄하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예를 들어 베버는 “아프리카인들에게는 문화가 없으며 식민지 지배를 받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베버는 또 호전적 제국주의의 관점에서 기묘하게 동양을 무시했는데, 이를테면 “전쟁과 대립으로 점철된 유럽의 역사는 발전과 활기를 가져왔다고 평가된 반면에, 중국 사회는 정체된 관료제를 만들어 낸 평화주의 때문에 멸시되었다”다면서 엉뚱한 평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베버는 시종일관 대중의 정치적 역량을 불신하는 엘리트주의로 일관했다. 베버는 관료제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대중이 관료화에 대항할 방법은 없다고 봤으며, 의회 의원들도 소수의 엘리트에게 찬성투표를 하는 거수기에 불과하고, 대중의 운명은 “차분하고 냉정한 관료들 또는 위대한 지도자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보기까지 했다. 독일제국의 패권에 대한 베버의 강한 열망이나 냉혹한 엘리트주의는 분명 그에 대한 존경과 경외감을 손상시키는 것. 그러나 베버가 궁극적으로 희구했던 정치 지도자론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서 놀라움과 공포까지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베버는 현대사회의 제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히틀러와 유사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역설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베버가 염원하던, 민족주의 열망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가 ‘히틀러’라는 이름으로 베버 사후에 등장했다”며 사회학의 창시자이자, 고매한 아카데미즘의 대표자, 고전 사회학의 거두로 대접받는 한 학자의 명성과 진실을 다시금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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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저서, 위대한 번역…"다시 베버를 주목하라!" (프레시안, 이홍균 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2010-08-13 오후 6:43:17)
[프레시안 books]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묘비에는 "우리는 그에 필적할 만한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Wir finden nimmer seines Gleichens)"라는 묘비명이 적혀 있다. 그 문구가 상징하고 있듯이 그는 매우 독창적이고 진지한 학자였다. 그는 특히 아무도 개척하지 않았던 사회학의 여러 분야에 매우 획기적인 업적을 남기었다. 그 가운데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김덕영 옮김, 길 펴냄)은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이고, 불후의 명저이다.
 
이 책이 막스 베버만 30여 년 가까이 연구한 학자, 김덕영에 의해 번역되었다는 것은 한국 학계에 커다란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독일에서 베버 연구로 박사 학위 취득 이후, 교수 자격 논문까지 통과한 베버 연구에 혼신의 힘을 다 바친 진지한 연구자이다. 그러한 연구자에 의해 베버의 고전이 우리말로 번역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에 더하여 그는 한 권의 저서에 가까운 양의 해제를 덧붙였다. '우리는 이에 필적할 만한 번역서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막스 베버는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사회학이라는 학문 영역을 개척한 칼 마르크스, 에밀 뒤르켐과 함께 세 명의 고전 사회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사회학의 많은 분야에서 수없이 많은 위대한 업적들을 남겼다. 그는 위대한 사회학 이론가이며, 동시에 정치사회학, 경제사회학, 특히 종교사회학, 문화사회학의 초석을 만들어놓은 위대한 학자이다.
 
베버는 사회학의 다양한 분과 영역 가운데 어느 하나에 속하지 않는다. 워낙 다양한 영역을 섭렵하며 지금도 사회학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근대 사회 조직의 중요한 특징인 관료제의 공통점을 추출하여 그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론, 이념형을 고안한 학자이고, 보편적 세계사의 과정을 합리화로 파악하고 인간의 행위를 점차 '가치 합리성'이 아니라 '목적 합리성'이 지배하게 되는 것을 비판적으로 고발한 학자이기도 하다.
 
베버에게 중요한 것은 종교 연구였는데 그는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종교의 교리에서 찾은 학자로서 유명하다. 예를 들어 동양의 종교는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는 '신의 그릇(bowl of god)'의 종교이고, 서양의 종교는 신의 말씀대로 살고자 하는 '신의 도구(tool of god)'의 종교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그는 지금도 사회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는 각종 개념에 대한 정의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권력에 대한 정의, 다양한 행위에 대한 정의, 지배의 유형에 대한 정의 등이 그것이다.
 
막스 베버(1864~1920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종교사회학 연구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학 연구의 중요한 초석이 되는 역저이다. 이 책에서 인간의 행위를 이해하기 위한 여러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사회의 영향 가운데 하나인 종교의 영향에 의해 행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는 잘 보여주고 있다.
 
우선 자본주의는 베버에게 근대인의 삶의 운명을 강력하게 결정하는 힘이었다. 그는 그 힘의 발생을 '경제적 상황의 반영인 상부구조로서' 파악한 마르크스를 소박한 사적 유물론이라고 비판한다. 그에게 자본주의 정신은 '적대적 세력들로 가득한 세계와의 험난한 투쟁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원인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그는 자본주의가 발생한 문화적 기원을 찾아냈다.
 
그 기원을 찾기 위해 베버는 가톨릭 신자들은 여전히 역사학이나 신학 공부를 선택하는데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은 경영학이나 공학을 선택하는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하는가에서 출발한다. 가톨릭 신자들이 비세속적이고, 금욕과 종교적 경건성을 견지하고 있다면, 프로테스탄트들은 자본주의적 영리 활동에 더 몰입하고 있는 차이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는 이 차이를 프로테스탄트의 '다소 유물주의적인 혹인 반 금욕적인 '세속적 쾌락'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순수한 종교적 특징'에서 찾고 있다.
 
베버는 서로 다른 종교적 특징을 가지는 가톨릭 교리와 프로테스탄트 교리의 차이는 두 신도 집단들로 하여금 자본주의에 대해서 서로 다른 행동을 하게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양대 기독교 교리의 차이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특히 칼뱅의 프로테스탄트의 교리, '예정 조화설'에 대한 연구에서 그는 자본주의적 영리 추구의 행위가 신의 부름을 받은 증거라는 내용이 들어있음을 발견한다. 근검절약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이미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이고 돈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다. 결론적으로 돈을 많이 축적한 사람은 신으로부터 부름(소명=직업, Beruf)받은 사람이다.
 
기독교 영향권의 사회에서 신의 집으로 회귀할 수 없는 사람은 삶의 의미를 확인할 수 없는, 또는 삶의 의미를 상실한 사람이다.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신의 구원을 받기 위한, 신의 말씀대로 살기 위한 것이 가장 중요한, 궁극적인 삶의 의미(Sinn), 삶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종교는 인간의 행위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의 하나이다. 종교에 의해서 자본주의적 행동 양식이 허락되지 않는 한 자본주의적 생활양식과 직업관이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
 
"자본주의의 특성에 적응된 종류의 생활양식과 직업관이 '선택'될 수 있으려면, 즉 다른 종류의 생활양식과 직업관에 대해 승리를 거둘 수 있으려면, 우선 그것이 형성되어 있어야만 함은 명백하다. 그것도 고립된 각 개인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인간 집단에 의해 담지되는 세계관의 형태로 형성되어 있어야만 한다." (79쪽)
 
뒤르켐이 개인의 외부에서 개인의 행위를 강제하는 '집합적 힘'을 사회학의 연구 대상으로 천명한 것과 같이 베버 역시 자본주의 정신을 고립된 각 개인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인간 집단에 의해 담지되는 세계관의 형태로 형성되는 것에서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고와 행위의 집합적 양식이 그것이다. 그러한 사고와 행위의 집합적 양식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시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베버는 에밀 뒤르켐과 더불어 사회학이 무엇이고 사회학의 연구 대상이 무엇인가를 정립한 사회학의 고전 이론가이다.
 
그 사고와 행위의 집합적 양식은 베버에게 칼뱅의 예정 조화설이었다. 자본주의에 적응된 종류의 생활양식과 직업관의 승리를 이끌어 준 것은 프로테스탄트 교리의 하나였던 칼뱅주의였다. 칼뱅주의는 노동 자체가 절대적인 자기 목적인 양 여기고 일하는 정신적 태도를 가능하게 했다. 교리와 자본주의적 현실의 요구 사이의 결합, 종교와 이윤 추구 행위의 선택적 친화성이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증명하고자 한 내용이다. '신을 위한 것이라면 너희가 부자가 되어도 좋다'가 그것이다. 직업에 내재된 구원의 확실성, 그것은 가톨릭에 의해 막혀있던 이윤 추구의 제약을 풀어 헤쳐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베버는 자신의 책의 말미에서 금욕주의가 세계를 변형하면서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금욕주의는 사라지고 그 대신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쇠우리에 갇혔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신 없는 전문인, 가슴 없는 향락인이 된 무가치한 인간들이 양산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베버의 글은 독일 학자에게도 외국어에 해당한다. 문장이 매우 길고 현재에는 사용하지 않는 고어(古語)가 많아서 베버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수없이 많은 사례와 역사적 사건들의 등장은 읽는 이를 매우 힘들게 한다. 게다가 우리말로 옮겨지지 않는 많은 독일어의 장벽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러나 김덕영에게 이러한 것들은 결코 어려움이 될 수 없었던 듯하다. 문장도 매우 정확하고 간결하다. 이 힘든 일을 해낼 수 있었던 동력은 한국 사회학 발전에 대한 그의 애착과 소명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그의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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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4 17:09 2010/08/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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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허상 까발린 위험한 경영학·MBA가 회사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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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에서 <위험한 경영학>에 대해 소개를 하면서 도 함께 소개했다. 이 책들은 행정학을 공부하면서 과학적 관리론의 효용성을 믿거나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가 행정에도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행정과 경영이 비슷하며, 최신의 경영기법이 행정에도 도입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신봉하는 이들에게 좋은 깨우침을 주리라 생각한다. 물론 행정학도가 아닌 경우에도 유의미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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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경영학'을 쓰레기통에 버려라!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2010-08-13 오후 6:43:36)
[프레시안 books] 경영학 허상 까발린 <위험한 경영학>·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경영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울까? 우선 경영학, 초급 수준의 경제학, 역시 기초 수준의 회계학을 배운다. 그 다음부터는 인사 관리, 재무 관리, 마케팅 관리, 생산 관리… 이렇게 '관리(Management)'의 연속이다. 심지어 '경영 정보 시스템(MIS)'이라는 전문 프로그램 관리 기술까지 배운다.
 
오늘날 '가장 실용적 학문'이라고 추앙받는 경영학을 전공한 이들이 과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제대로 써먹는 날이 올까? 경영학의 핵심인 '관리' 기술을 이용해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애초에 경영학은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학문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CEO 중 경영학을 전공한 이는 얼마나 될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경영학을 전공한 CEO와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에는 과연 경영 능력에서 차이가 있기는 할까? 경영학은 혹시 대학 교수의 밥벌이를 위한 '만들어진' 학문은 아닐까? 이렇게 경영학의 존재 의의 자체를 묻는 질문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출간되는 '경영학 때리기' 책들이 그것이다.
 
수백만 달러의 돈을 벌던 전직 컨설턴트 매튜 스튜어트가 쓴 <위험한 경영학>(이원재·이현숙 옮김, 청림출판 펴냄). 기업들이 앞을 다퉈 최고의 인재로 모시는 MBA 전공자가 오히려 회사를 망치는 존재라고 강변하는 세계적 경영학가 헨리 민츠버그의 (성현정 옮김, 북스넛 펴냄).

 

경영학은 허구다
<위험한 경영학>은 철학을 전공한 컨설턴트였던 저자가 기업 컨설팅의 세계에서 좌충우돌한 경험담과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 엘턴 메이오, 더글러스 맥그리거, 이고르 앤소프, 마이클 포터, 톰 피터스 등 이른바 '경영학의 대부들'이 주창한 경영 이론을 병렬식으로 배치하며 경영학의 공과를 짚는다.
 
저자가 경험한 컨설턴트의 세계는 한 마디로 말해 사기 도박판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새파란 젊은이가 기업 CEO를 '협박'해 수백만 달러를 뜯어내고, 어떤 주장이든 유행이 되면 이를 이용해 다시 돈벌이 궁리에 나서는 식으로 말이다. 컨설팅의 다섯 단계는 간단히 말해 '꼬시기→빨대 꽂기→단물 빨기→끝내기→줄행랑'으로 요약된다.
 
저자는 컨설턴트로서 한 가장 중요한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많은 경우 컨설턴트의 일은 회사의 한 부분에서 수행한 일을 정리해서 회사의 다른 부분에 전해 주는 것이었다. 종종 조직 내 정보 부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고위층의 메시지를 모아서 색깔을 입히고 내용을 가다듬어 구성원에게 싫증나도록 반복했다. 대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직원들 모두가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며, 회사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경영학자들이 '마법의 매트릭스'로 칭송하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BCG 매트릭스'도 황당함 그 자체다. 저자는 "BCG 매트릭스는 기업의 거대한 사업의 운명을 시장 점유율과 성장률이라는 두 가지 요소만으로 결정하라고 제안한다"며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영화를 보러 갈지를 정할 때에도 BCG 매트릭스가 수천 명의 일자리가 달린 상황을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변수보다 더 많은 변수를 사용한다"고 코웃음을 친다.
 
믿어도 될까. 근거가 있다. 1994년 와튼 스쿨의 스콧 암스트롱, 로데릭 브로디는 경영대학원 학생을 대상으로 BCG 매트릭스의 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을 했다. 학생의 압도적 다수가 실제 수익성과는 무관하게 매트릭스 결과에 따라 투자 결정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매트릭스를 사용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오히려 자본이익률이 낮았다. BCG 매트릭스의 활용도는 원숭이에게 기업 경영을 맡기는 것만도 못했다.
 
경영 대가들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기업 경영의 마법 역시, 과장과 생략이 자의적으로 마구 뒤섞인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경영학이란 학문 자체를 낳는 계기가 된 테일러의 저 유명한 피그 아이언 실험, 인간 중심 경영 사상을 낳은 호손 공장 실험 등은 모두 심각한 조작이 가해진 허구였다. 지금도 전 세계 경영학도들이 위대한 사상가로 칭송하는 마이클 포터 등의 '대가'들은 자신이 이전에 했던 말과 모순되는 말을 거리낌 없이 했다. 도대체 여기에 '시대를 관통하며 일관된 이론 체계를 갖춘' 학문적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누구를 위해 경영학은 작동하나
그럼에도 경영학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큰 위세를 떨치는 학문이다. 당장 한국의 오늘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단언컨대, 이 땅의 대부분의 대학생은 경영학 수업을 듣지 못해 안달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어떤 대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경영학을 필수로 가르칠 태세다. <위험한 경영학>은 이런 세태를 설명할 실마리도 제공한다. 모든 경영학의 대가는 사회를 위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경영학 대가들의 지향점은 같았다. '어떻게 하면 기업은 더 많은 이익을 내고, 노동자가 고분고분 말을 잘 듣게 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바람직한 사회 구조는 이렇다. 산업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기업의 독점 현상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기업은 지속적으로 초과이윤을 내며(소비자의 피해는 극대화되고), CEO는 회사의 제품에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없고 그저 조직만 잘 관리하면 되는(그래야 컨설턴트가 돈을 벌 길이 생기므로) 그런 식의….
 
경영학에 홀리는 대학생의 바람과는 달리, 애초에 경영학은 나이든 경영자를 위한, 그리고 대기업의 독점적 이윤 추구 행위를 합리화할 목적으로 기능했다. 경영학이 위세를 떨칠수록 이런 도그마가 사회에 더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건 당연하다. 신자유주의화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수록 경영학을 추앙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MBA 무용론
이런 경영학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경영학의 꽃'인 MBA를 둘러싼 불만이다. 주류 경영학자 중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헨리 민츠버그는 에서 "MBA가 기업에 아무런 효용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통렬히 비판한다. 그는 MBA가 대학의 돈벌이에만 기여하는, 비실용적인 학문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 스쿨이 직업 훈련 교육을 위한 곳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1988년 휴 머레이가 자신의 논문 '경영 교육과 MBA'에서 밝힌 글을 인용하면 '학문적 권위에 대한 힘은 놀라울 만큼 강력하고 지배적인 것'이었다. 머레이는 이런 흐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이와 같은 학문 위주의 풍토 덕분에 혜택을 본 사업은 비즈니스 스쿨의 사업뿐일 것이다.'
 
MBA로 이득을 보는 이는 대학뿐이라는 얘기다. 한국이 따르는 영미의 주류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늘날 경영학이 '기업 경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비쳐지는 것이 흥미롭다. 민츠버그는 'MBA 무용론'의 연장선상에서 다음과 같이 독설을 퍼붓는다.
 
"리더로서 타고난 재능을 가진 이는 따로 있다. 경영학을 아무리 많이 배운들 좋은 리더로서의 자격과는 무관하다."
"MBA는 기업 경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컨설턴트가 돼 큰돈을 빠른 시일 내에 벌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톰 피터스가 그랬다)이나 취직을 위해 수억만 금이라도 바칠 각오가 된 취업 준비생이 필요한 대학(대다수 대학교가 그렇다)에 소중할 뿐이다."
"경영자를 위한 학위(MBA)가 왜 취업 지망생을 위해 쓰이는가? 이런 학위가 학문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은 도대체 어떤 세상인가."
 
그러고 보니 대학 재학 시절 한 경영학과 교수도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정말로 이제는 경영학을 쓰레기통에 버릴 때다. "여러분, 경영학이 학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경영학은 기술을 가르칠 뿐입니다. 인문학이나 경제학 수업을 많이 들으세요. 기본 바탕이 탄탄히 갖춰지지 않은 사람은 곧 한계를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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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책상머리 MBA 100명보다 `관여형 매니저` 1명이 낫다 (한경, 서화동 기자, 2009-08-14 09:35)
MBA가 회사를 망친다, 헨리 민츠버그 지음/ 성현정 옮김/ 북스넛/664쪽/ 2만8000원
 
"매니지먼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매니저로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사기나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스쿨이 실제 매니지먼트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교육과정은 폐지하는 것이 좋다. "
 
제목(원제 Managers Not MBAs)부터 도발적인 이 책의 저자는 "오늘날 경영학석사(MBA)를 배출하는 비즈니스 스쿨의 교육은 실제 경영 현장을 너무도 도외시하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을 뽑아 잘못된 방법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것.현장 경험이 없는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을 뽑아 분석과 테크닉 위주로 가르치는 까닭에 현장의 경험을 살려 스스로 배우고 통찰력을 발휘할 능력을 기르지 못한다는 얘기다.
 
무려 270여쪽에 걸쳐 다양한 근거와 사례를 들어 현행 MBA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저자는 "경영의 적격자는 따로 있다"며 새로운 MBA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MBA 교육 대상을 현역 매니저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이들이 경험이라는 최대의 무기를 살릴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개편돼야 하며 경험에 대한 성찰을 중심으로 강의,사례 연구 등이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교육을 통해 저자가 목표로 삼는 것은 '관여형 매니저' 양성이다. 분석밖에 모르는 '계산형 매니저'나 책임보다는 지위만 앞세우는 '영웅형 매니저'가 아니다. 관여형 매니저는 구성원들과 자주 소통하고 데이터뿐만 아니라 현장도 챙기며,"나는 생각하고 너는 행동한다"가 아니라 "다 함께 꿈꾸고 다 함께 행동한다"는 신조를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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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정말 쓸모 있습니까?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2009-08-14 09:18)
 
캐나다의 명문 맥길대학교의 헨리 민츠버그 교수가 내놓은 근거는 여러 가지다. 먼저, 미국의 명문 경영대학원들도 사람을 잘못 뽑는다. 지성 면에서 뒤떨어지는 학생을 뽑는다는 게 아니라 공부의 방향을 잘못 정한 학생들을 불러들인다는 뜻이다. MBA 과정 학생 중 경영 실무 경험이 있는 학생은 드물다. 저자는 매니지먼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매니지먼트 이론을 가르치는 것은 인간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에게 심리학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꼬집는다.
 
교과 과정과 프로그램도 문제다. 매니지먼트는 과학이나 전문 기술이 아닌 '매일의 실천' 문제다. 그러나 MBA 교육과정은 어떤 사안이나 인간을 하나하나 분해해 살펴보는 분석 방식을 권장하며 경영의 모델과 기법을 인지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요즘은 관리자가 풍부한 지식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전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시대가 아니며, 사람을 어떻게 다루고 이끄는지가 관건이다. 분석이 아닌 통합과 협상, 대인 관리는 강의실에서 경영기법을 연구하고 사례를 분석한다고 늘지 않는다.
 
실제로 MBA를 따내고 기업 현장에 들어선 사람들도 MBA 과정에서 배운 것을 써먹은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MBA 명문 스쿨에는 왜 학생들이 몰릴까? MBA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취업과 승진, 보수에서 큰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스쿨은 '값비싼 인재파견 회사'로 변질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형식화나 집권화로 인간과 조직을 통제하려 하고 철저한 계획과 실적 평가로 회사를 관리하려 드는 MBA 출신 관리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업 내부의 관료주의가 점점 심해진다.
 
저자의 결론은 "현장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기업이 관리자를 교육해야 한다. 개개인의 특성에 맞으며 직무와 정확하게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저자의 대안은 이렇다. MBA 교육 대상을 현역 관리자나 경영자로 한정해라. 이들에게 현장 경험을 공부에 직접 활용하도록 장려해라.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이론을 가르쳐라.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갖추도록 '마인드셋'을 교육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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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형 매니저` 양성하는 반쪽짜리 MBA가 문제다 (매경, 최은수 기자, 2009.08.14 15:09:06)
 
민츠버그 교수는 "매니지먼트, 즉 넓은 의미의 경영이란 `경험(craft), 직관(art), 과학(또는 분석)`의 세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MBA의 잘못된 교육이 관료적인 `계산형 매니저`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MBA의 잘못된 세 가지 교육법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첫째 오류는 실제 경영현장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든 사례 연구 방식 교육이다. 이 교육법은 수업 집중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상황과 조건이 실제 경영 상황과 크게 달라 비효율적이다. 둘째는 분석 제일주의 교육법이다. MBA는 어떤 사안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교육하지만 경영의 본질은 통합이라는 것이다. 경영이란 특정한 상황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지만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분해 기법은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셋째, 경영이란 협상, 팀워크, 비전, 리더십 등의 소프트한 스킬을 다루는 작업이지만 MBA가 지향하는 방대한 양의 전문적 분석 기법인 하드스킬(hard skill)에 묻혀 버리고 있다. 그는 "따라서 자아성찰의 경영, 통찰의 경영, 맥락의 경영, 인관관계의 경영, 변혁의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마인드셋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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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전략 MBA… 비즈니스 부실 부른다 (서울경제, 장선화 기자, 2009/08/14 17:32:12)
"이론 치중으로 이기적인 리더 양산"
경험 살리도록 교육과정 개혁 주장

 
1881년 자선사업가였던 조셉 와튼의 기부로 시작된 비즈니스 교육은 엄격한 계량화, 데이터수집, 기록축적, 통계분석, 의사결정, 사회활동 감독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전문성을 강화한 MBA는 이로부터 20여년 후인 1908년 하버드 대학이 처음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서구 경제의 급성장으로 1925년부터 약 20여년간 미국내 비즈니스 스쿨은 143개로 4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MBA취득자 수도 3,357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교육수준의 질적 하락을 면하기 어려웠다. 몇 차례 교육과정이 개선됐지만, MBA교육과정은 근본적인 대책 없이 꾸준하게 양적으로만 성장해 왔다.
 
결국 분석만 잘할 뿐 통합해 내는 전문가를 키워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MBA를 ‘분석에 의한 매니지먼트(Management By Analysis)’로 풀이하는 우스개 소리가 학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특히 언론에서 선정하는 비즈니스 스쿨의 순위가 졸업생 초봉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면서 유명 MBA 졸업장은 높은 연봉과 안정된 경력을 확보해 주는 자격증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MBA가 ‘겸손’과는 멀어지고 ‘오만’이라는 단어와 가깝게 된 계기다.
 
전 세계 교육계 최고의 인기 상품이 된 MBA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MBA 취득자들은 ‘최고의 용병’ ‘비즈니스 업계의 수퍼모델’로 불리면서 희대의 명성을 구가했다. 저자는 결국 MBA출신의 많은 경영자들은 직접적인 헌신은 회피하고 자신의 경력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이기주의자가 된 것도 부실한 교육과정 탓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는 ‘사실 밖에 보지 못하는 계산형 매니저’, ‘이기적 성향의 계산형 매니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계산형 매니저’ 등을 양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인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전 세계 불황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MBA출신의 리더들이 주범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해법은 학생 선발부터 교육과정을 전부 바꿔야 하는 개혁에 있다. 학생을 선발할 때 현역 매니저로 한정해야 하며, 이들이 현장에서 얻었던 경험을 살리도록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현실과 부합된 이론을 가르치고 조직의 역량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인간과 자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영상황을 현실적 맥락과 인간관계에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혁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뛰어난 경영이 어떻게든 필요하다. 그런데 세상과 동떨어진 교육을 받는 사람을 리더로 맞아들인다면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은 신중하게 경영에 임하는 사람들을 배출해 내는 학교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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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못 배운 MBA 출신들의 폐해 (서울, 문소영기자, 2009-08-15  14면)
  
‘MBA가 회사를 망친다’(헨리 민츠버그 지음, 성현정 옮김, 북스넛 펴냄)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신간이 MBA만능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한국 금융·산업계에 뜨거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저자 핸리 민츠버그는 경영학 박사이자 캐나다 맥길 대학 교수로 2004년에 쓴 ‘MBA가~’를 책으로 펴내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해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20인’ 중 9위로 뽑혔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발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MBA 출신들의 경영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저자는 부적절한 MBA 과정의 폐해가 매니저가 되고자 하는 사람뿐 아니라, 회사와 그 회사들로 구성되는 사회에도 미친다고 비판했다. 고위 매니저(예를 들어 전문경영인)의 과도한 퇴직금이나, 전략적 기업합병의 실패, 기업의 부정행위 등은 모두 리더십의 파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MBA의 폐해는 왜 발생하는가. 저자는 우선 1920년대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에서 판례 중심으로 교육을 하듯이 하버드 경영대학원도 각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방식을 도입한 이후로 거의 변하지 않은 교육과정을 비판한다. MBA과정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위해 토론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발언할 때 끼어들어 격한 발언을 하는 것을 서슴지 않기도 하는데, 이같은 교육풍토가 실제 경영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부적합한 인재를 뽑는 것을 문제 삼았다.
 
선발기준도 비판의 대상이다. 최근 하버드 경영대학원도 직무경험을 약 2년으로 단축하고, 학부 졸업생도 일부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다 보니 이미 10년 이상 기업에 머물며 훌륭한 매니저 자격을 갖춘 사람이 MBA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되고, 기업 경험이 없는 젊은 MBA 출신 상사를 모시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니지먼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매니지먼트를 가르치는 일은 인간을 만난 적도 없는 사람에게 심리학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또한 경영대학원들이 입학시험(GMAT· 수학시험)과 대학성적 중심으로 입학기준을 내세우고 있어 우수한 매니저가 아니라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훌륭한 관리는 숫자나 통계 같은 수학과 과학에 의존하기보다 직관, 경험, 통찰에 의존해 상황을 이해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관리자로서 군림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협조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MBA 교육의 목적은 취직이나 급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경영대학원의 임무는 경영의 실무를 향상시킬 수 있는 사려 깊은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저자는 2002년 국제적 비영리 교육기관 아스펜 연구소가 13곳의 유명 MBA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기업과 사회에 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주목했다. MBA 학생들은 고객의 니즈와 상품의 품질보다 주주 가치의 극대화가 주요 책임(70%) 이라고 말했고, 이 결과를 제시하며 저자는 “MBA 학생들이 배우지 못하는 것은 ‘윤리’다. ”라고 지적했다.
 
책은 1부에서 MBA교육과정과 대상 선발의 문제점을 시시콜콜하게 지적하고, 2부에서는 MBA교육을 개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MBA가 되고 싶은 학생이나 경영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교, 유망한 인재를 확보하고 싶은 열망으로 MBA 출신들을 채용하는 기업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중간중간에 주요한 사례들을 회색박스에 넣어두었는데, 이 회색박스가 엑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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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모르는 ‘MBA’는 경영의 적격자 아니다” (시사저널 [1036호] 2009년 08월 26일 (수)  조철)
경영진으로 MBA 출신 내세운 기업의 실패 원인 분석해 
 
외국 유명 대학교에서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MBA를 취득해 귀국한 유학생들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시대가 있었다. 한국 경제가 고속 성장하던 시기에 중견 기업들은 도약을 위해 좀더 나은 인재를 필요로 했고, 인재를 고르는 데 MBA를 취득했는지가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MBA를 믿고 맡긴 일이 실책으로 돌아오고, 헛수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MBA 출신이 회사를 휘저어놓는 바람에 문 닫는 기업도 생겨났다. 믿었던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월스트리트 저널>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 20인’에 선정된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실적 미달 기업 경영진의 MBA 출신 비율이 92%였다”라며 숭배하던 경영 방식에서 깨어나기를 바랐다. 그는 거의 모두가 신봉해 온 MBA의 근원적인 문제까지 파헤친 (원제 ; Managers Not MBAs)를 펴내면서 경영 일선의 잘못된 인식이나 교육 현장의 구 시대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MBA 과정이 대학을 갓 졸업하거나 조직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을 선발해 과거의 사례 분석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정작 ‘실전에 필요한 경영 능력’을 배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드러난 문제점을 보자. MBA에 데인 기업은 MBA라는 간판만 보고 ‘잘못된 사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 즉 넓은 의미의 경영은 ‘경험·직관·과학’의 세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론에 치중한 경영은 관료적일 뿐 아니라 ‘계산형 매니저’를 낳는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교육받았다고 해서 자신이 직관력이 탁월한 통찰가인 양 행동하는 ‘영웅형 매니저’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다.
 
MBA 출신이 ‘잘못된 방법’을 쓴다면, 그 기업이 망하는 것은 ‘100프로’이다. 그들이 배웠다는 경영 기법이 어떤 특정한 상황과 긴밀히 연결되지 못하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특정한 상황에 맞춰 변경, 조정할 수 있는 기법을 구사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자에게는 기업을 존속시킬 의무가 있다. 그런데 기업을 유지시키는 도구라는 것이 관료주의와 형식화에 젖어 직원들의 행동이나 통제하는 것이라면 문제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계획, 시스템, 실적 평가 등을 도구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도구에 대해 충분히 배웠다는 MBA 졸업생이 실무 현장에서 이론을 직관과 경험으로 상쇄하지 못한 채 기업의 경영자가 되면, 그 기업도 역시 통제와 형식화에 치우침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기업들이 실패하지 않고 MBA 출신 등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유능한’이라는 헛될지 모를 수식어가 붙은 인재보다 ‘현명한’ 인재, 즉 사려 깊고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고루 갖춘 사람을 찾을 것을 권했다.  그런 사람을 키운다는 프로그램이 탄생했다는데, 그것은 ‘IMPM(International Masters in Practicing Management ; 국제 경영 실습 석사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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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경제이야기]‘MBA유능’ 신화에서 깨어나라 (내일, 김형선 기자, 2009-08-28 오후 12:44:59)
실적 미달 기업 경영진의 92%가 MBA
 
“우리는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다.” 하버드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학장 제이 라이트는 100주년 기념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MBA교육과정의 문제점을 반성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20인에 꼽힌 바 있는 저자 헨리 민츠버그는 “실적 미달 기업 경영진의 92%가 MBA”라고 말한다. 저자가 MBA에 붙여준 별명은 ‘비싼 인재 파견 회사’다.
 
MBA과정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한다면 ‘경영을 해봤거나 할 생각도 없는 사람을 데려와 실제 경영과는 별 상관이 없는 공부를 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을 만난 적도, 만날 생각도 없는 사람을 데려와 심리학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도 표현한다. 그런데도 MBA는 부적합한 사람들에게 큰 특권을 주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일단 MBA에서 받아들이는 인재부터 문제가 있다.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부자가 되기 위해 학교를 선택한 것이지, 매니저로서의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학교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경영자가 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MBA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그런 인재를 받아들인 후 실시되는 교육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경영은 통합이지만 MBA 과정의 핵심은 분석이다. 재무관리나 인적자원 관리 등을 배우지만 현장에서는 쓸모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경영에서는 팀워크, 비전, 협상력 등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자질은 MBA과정상에서는 무시되는 경우가 흔하다.
 
저자는 MBA가 보다 현실에 가까워지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기업들에게는 ‘유능한’이라는 헛될지 모를 수식어가 붙은 MBA 출신보다는 ‘현명한’ 인재, 즉 사려 깊고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고루 갖춘 사람을 경영자감으로 권했다. 사실 미국에서는 MBA 문제점이 언론에서도 지적되는 등 ‘변혁의 최우선대상’임이 공지의 사실이다. 혁신을 꾀하는 움직임도 일부 포착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MBA 출신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경우가 흔하다. 이 책은 MBA 만능주의, MBA 엘리트주의가 넘치는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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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4 16:56 2010/08/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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