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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는 '낯선 땅 이방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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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A. 하인라인. 장호연 옮김. 2008. 『낯선 땅 이방인』. 서울: 마티.
Robert Anson Heinlein. Stranger in a Strange Land. 1961.
곤조(GONZO)시리즈 첫째권.
 
2010. 8. 12 완독하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오늘날 『낯선 땅 이방인』은 SF의 고전을 넘어 한 시대를 증거하는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으로 당당히 거론된다. (6-7쪽)
이야기의 큰 줄기로 보자면, 화성인들 손에서 자란 밸런타인 마이클 스미스라는 인물이 지구로 돌아와 겪는 모험을 다룬 일종의 지구정착기라 할 수 있다. (7쪽)
성장 소설과 모험물의 관습을 취하고 있는 이 소설은 방대한 인류학 보고서라 할 만하다. 낯선 세계에 떨어진 이방인의 모험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걸리버 여행기』를,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인생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를 생각나게 하지만, 사실 『낯선 땅 이방인』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책은 예수의 행적을 그린 복음서라 할 수 있다. 특히 세상의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제 몸을 바치는 마이클의 모습은 예수의 희생을 히피 버전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보이며, 그의 곁을 지키는 사원의 신도들은 명백히 예수의 열두 제자를 재현한 것이다. 소설의 제목 ‘낯선 땅 이방인’은 출애굽기 2장 22절에서 가져온 말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하는 것은 SF 소설 특유의 쾌감이다. … 이야기에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하는 요소는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쥬발 허쇼의 장광설이다. “법학학사이자 의학ㆍ과학박사이며 미식가, 포도주 전문가인 동시에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유명 대중 작가이자 염세주의 철학자이기도 한” 쥬발 허쇼는 SF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작가 하인라인의 분신이기도 하다. 그는 직접적으로는 소설에서 마이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신적 스승으로 등장하며, 간접적으로는 하인라인의 개인적 사상을 설파하는 대변인 역할을 한다. 하인라인은 『낯선 땅 이방인』에서 서구의 종교와 도덕 전반에 대해 맹렬한 비판을 쏟아낸다. 작품의 질을 떠나 작가 개인의 독특한 무정부주의 사상만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하인라인의 면모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더없이 흥미롭다. (8-9쪽)
 
○ 하인라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인지, 『낯선 땅 이방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하인라인의 아나키즘이 드러나 있고, 60년대 초반 미국의 기독교ㆍ중산층 이데올로기를 비판하였다고 하지만, 그래서? 소설은 그냥 소설 그 자체의 텍스트로만 읽어야 하는 걸까.
 
책 전반에 걸쳐서 예수의 가르침을 흉내낸 마이클 스미스의 메시지는 지금 나에게도 조금은 불편하다. 스미스의 출생, 엄청난 초능력, 순교, 그리고 종교의 창시 등이 예수의 삶을 본뜬 느낌이다. 하지만 예수가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던 것처럼, 그 사랑을 공감과 프리섹스로 풀어낸 스미스의 주장에 공감하기 어렵다면 내가 보수적인 것일까.
 
하인라인 주위에 제대로 된 사회주의자라도 있었으면 좀더 그럴싸한 인간상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그들이 공감하는 것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여기서 드러나는 혁명적인 행동이나 사고라는 게 상당히 낡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게 시대적 한계 때문일지, 책의 내용상 한계 때문일지는 분명치 않다. 당시에는 과연 참신하고 혁명적이었을까? 마지막에 가서는 쥬발 허쇼마저 공감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런 과정들이 갈수록 공감을 획득하기 어렵더라. 그 이유가 뭘까. 나는 벤 캑스턴에 호감이 갔는데, 그는 한 순간에 마이크에 ‘공감’해버리고, 주연의 지위로 떨어져버렸다.
 
‘물 형제(water brother)’, ‘그대는 신입니다(Thou art God)’ 같은 마이크의 말은 유행어가 되었다는데, 그게 사용되는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리... 소설의 초반에 나오는 공증인의 개념도 많이 생소하다. 객관적으로 보고 듣고 기억한다고? 그런 게 가능할까? 사랑과 평화(Love and Peace)! 이 단어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스타십 트루퍼스』를 썼던 이가 사랑과 평화를 설파하는 게 형용모순이라는 생각이...
 
나에게 750쪽 짜리 분량은 버거웠다. 마지막 50여페이지를 남겨두고는 그냥 던져두었다가 오늘에야 마무리 독서를 하였다. 역시 예상대로 애매한 결말.
 
재미가 그리 있었던 것도 아니고, (현재의 나에게는) 뭔가 교훈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하인라인은 이 소설을 통해서 뭔가를 말하고 싶었고, 60년대 초반 당시에는 통했나 보다. 그래서 SF 고전은 이런 느낌인가? 고전 중에서도 공부하는 느낌은 나지 않으면서 재미난 것이 있는데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나름 뭔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 있다. 여기서도 몇 군데 발췌.

 

이곳은 시간과 형태가 기묘하게 뒤틀려 있어서 소리와 광경을 아직 제대로 공감할 수 없을뿐더러 시간을 대하는 문화 자체가 자신의 고향과 달랐다. 지구 생명체가 더 오래 살기도 했지만 기본 태도부터 차이가 있었다. 이를테면 화성인들은 ‘가능하면 서둘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는 표현 역시 이유는 다르지만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표현은 아예 이해 자체가 어려웠고, 두 번째 표현은 마치 물고기한테 헤엄치라고 말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화성인들한테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었던 것이다. (104-105쪽)
 
쥬발은 포스터교가 말하는 진리가 엄정하면서 유일한 진리일 수 있음을 인정했다. 우주는 아무리 잘 봐줘도 어리석은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위의 우연을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추상적인 뭔가가 ‘우연히’ 원자가 되었고, 그것이 ‘우연히’ 함께 어울려 일관된 법칙을 이루게 되었고, 또 ‘우연히’ 배치되어 자의식을 가진 존재가 되었고, 그렇게 해서 ‘우연히’ 화성에서 온 사람과 머리가 벗겨진 고집쟁이 쥬발이 되었다는 이론 말이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쥬발은 그와 같은 ‘우연의 이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이 과학자라 자칭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리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더라도. 무작위의 우연은 우주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무작위의 우연은 무작위의 우연을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 항아리는 스스로를 담지 못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241-242쪽)
 
그나저나 화성인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다른 동물과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 공중부양을 할 수 있는 종족이라면 인간의 공학 기술에 깊은 인상을 받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아스완 댐이나 수천 마일 뻗어 있는 산호초가 일순위가 되겠지. 인간의 자의식은? 그건 지나친 자만이다. 향유고래나 세쿼이아 거목이 인간을 능가하는 뛰어난 철학자와 시인이 아님을 누가 입증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이 독보적인 분야가 하나 있기는 하다. 상대편을 죽이고 노예로 삼고 괴롭히기 위해 더 규모가 크고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내는 데 무한한 재능을 보이며, 그 과정에서 인간은 인간에게 참을 수 없는 골칫거리가 되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가장 소름끼치는 농담이야. 유머의 기본은―
“인간은 소리 내어 웃는 동물이네.” 쥬발이 대답했다.
마이크는 이 말을 찬찬히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인간이 아닙니다.” (248-249쪽)
 
“특수조사국도 도구일 뿐이네. 추잡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늘 필요하니까. … 싫은 소리는 필요하네. 다만 내 말은 현재의 악당을 몰아내기 전에 다음에 들어설 악당이 어떤 자인지 살펴보라는 거야. 민주주의는 어설픈 제도네. 그렇더라도 다른 제도에 비해서는 훨씬 낫지. 민주주의의 최대 과실은 지도자가 유권자들의 수준을 반영한다는 사실이네. 낮은 수준이지. 하지만 뭘 기대하겠나? … 그의 정부가 무너졌을 때 총장 자리에 들어서게 될 사람을 생각해보게.”
“별 차이 없습니다.”
“차이는 언제나 난다네! ‘나쁜 것’과 ‘더 나쁜 것’의 차이 말일세. 그리고 이것은 ‘좋은 것’과 ‘더 좋은 것’의 차이보다 훨씬 더 뚜렷하지.” (320쪽)
→ 쥬발 허쇼가 더글러스 총장을 물러나게 하려는 캑스턴에게 하는 이러한 말에서 하인라인이 민주주의에 대해 가진 사고를 파악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그럴싸한 정의라고 생각되는 한편으로, 그의 상상력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공감’은 이 모든 것을 뜻합니다. 그것은 ‘두려움’을 뜻하고 ‘사랑’을 뜻하고 ‘증오’를 뜻합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화성인들의 ‘지도’에 따르면, 여러분이 무엇을 공감하지 않고서는 증오도 할 수 없으니까요. 철저하게 이해해서 여러분과 그 대상이 하나가 되어야 증오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스스로를 증오함으로써 말이죠. 하지만 이것은 그것을 사랑하고 소중히 아낀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내 생각에) 화성인의 증오에 가장 가까운 인간의 감정이라면 온화한 혐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흐무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공감’은 ‘완전히 동등하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상투적인 표현을 사용하자면 그렇습니다. 화성어의 뉘앙스를 살리자면 ‘이것 때문에 당신보다 내가 마음이 더 아파’ 정도가 될까요. 화성인들은 우리가 현대 물리학을 통해 어렵사리 배운, 관찰자가 관찰의 과정에서 관찰 대상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습니다. ‘공감’은 관찰자가 대상을 속속들이 다 이해해서 그 대상의 일부가 된다는 뜻입니다. 완전히 하나가 되어 집단의 경험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는 뜻이죠. 우리가 종교니 철학이니 과학이니 하는 말로 의미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의미합니다. 결국 앞을 못 보는 사람한테 색깔이 무의미하듯 우리한테 공감이라는 말도 그렇게 무의미합니다.” (368-269쪽)
→ 여기에 등장하는 ‘공감(grok)’이라는 단어는 영어사전에도 올라 일반명사가 되었다는데, 그 영향력은 인식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를 사용할 이는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마흐무드의 설명에 따르면 변증법을 체화한 단어로 보이는데, 그 공감에 공감하기 어렵다.
 
마흐무드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여자들이 수다스럽지도 않고 남자들의 진지한 대화에 끼어들지도 않으면서 음식과 술을 친절하고 신속하게 내왔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미리엄이 주인(쥬발)한테 무례하게 구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곧 그것이 고양이와 사랑하는 아이들을 가정에 마음껏 풀어놓듯 그렇게 허용된 자유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370-371쪽)
→ 마흐무드와 미리엄은 나중에 결혼하는 것으로 나온다. 여기에서의 여성에 대한 묘사가 옮긴이의 글에서 언급된 페미니스트들을 영원히 분개하게 만든 문장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여성에 대해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마이크의 종교에서 여성에게만 여사제 운운하는 것도 그렇고, 마이크를 쥬발과 연결시켜 주는 스토리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 여성 질의 다음과 같은 말 또한 그러하다.
“만약 당신이 내 비명소리를 듣고 내 마음속에 들어와 내가 정말로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안다면, 그때는 다른 문제겠죠. 하지만 나는 당신이 화성에 있을 때 엉큼한 늑대들을 많이 상대해봤어요. 여자가 강간을 당하면 십중팔구는 여자한테도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어요. 그러니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말아요.” (525쪽)
 
“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지혜가 생기지는 않네. 대신 두루 돌아볼 수 있는 시야는 넓어지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게 뭔지 아나? 자신이 거부했던 유혹들이 저 멀리 흘러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거네. 나라고 해서 그렇게 후회하는 일이 없겠나.” (633쪽)
→ 결국 벤은 쥬발의 말을 듣고 마이크의 둥지로 다시 간 후에 물 형제가 된다.
 
“고백은 참으로 필요해요. 가톨릭교가 그 점을 잘 알죠. 그래서 고백을 받아줄 수 있는 강한 사람들이 가톨릭 교회에 포진해 있어요. 포스터교는 신도들끼리 서로 고백을 주고받음으로써 고민을 희석시키죠. 나는 처음에 죄를 씻어낼 때 고백을 하게끔 합니다. 아, 물론 우리가 고백을 받아줍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하죠. 우리는 고백을 받아줄 수 있는 강한 사람들이 필요해요. 사실 ‘죄’는 진짜 잘못됨과 별로 관계가 없어요. 죄인이 죄라고 공감하면 그게 죄이죠. 그리고 당신이 그런 그와 함께 공감하면 당신도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는 진지하게 말을 계속했다. “올바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결코 충분하지 않죠. 화성인들에게는 올바름과 지혜가 똑같은 것이거든요. 하지만 우리들은 그렇지 않죠. … 질의 한없는 인내심이 우리를 구한 겁니다. 그동안 내가 인간이 되는 법을 배웠고,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올바름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아요. 올바름이 선을 이루려면 냉혹하고 차가운 지혜가 거기에 더해져야 합니다. 지혜 없는 올바름은 항상 악으로 빠지게 마련이죠. 그래서 내가 당신의 도움을 절실히 원하는 거랍니다. 물론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죠. 당신의 지혜,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그래야 내가 당신한테 고백할 수 있으니까.”(716-717쪽)
 
“내가 풀어줄 수 없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어요. 아주 나쁜 사람들이었죠. 그래서 나는 철창과 문을 날려버리기 전에 그들부터 제거했죠. … 나의 이런 행위에 대해 질이 까다롭게 굴다가 마음을 바꿔서 애정 어린 지지를 보내게 된 계기는 그녀의 공감이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불가능하며, 우리가 하는 일은 ‘불필요하게 거친 플레이’를 한 선수를 경기장에서 퇴장시키는 심판과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을 그녀가 마침내 충만하게 공감하게 된 겁니다.”
“자네는 신의 노릇을 하는 게 두렵지 않나?”
마이크는 노골적으로 즐거워하며 씩 웃었다. “나는 신입니다. 그대는 신입니다. 그리고 내가 제거한 얼간이들도 모두 신입니다.” (727-728쪽)
→ 이 대목도 공감하기 어렵다. 자신이 탈옥을 하면서 자신의 기준으로 아주 나쁜 사람들은 제거한다?
 
“핵심적인 한 가지 사항을 놓치고 있었어요. 인간은 화성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스스로 잘못을 교정해가면서도 실수는 계속되었죠. 화성인한테 통한다고 해서 그게 꼭 인간한테도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화성어로만 포착되는 개념적 논리는 두 종족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논리는 변하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자료는 달라요. 따라서 결과도 당연히 다르죠.
나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왜 사람들이 배가 고플 때, 나머지 사람들이 자신을 먹을 수 있게 제 몸을 희생하는 자원자가 나오지 않는지. 화성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하고, 그건 명예로운 일이거든요. 또 아기들이 왜 그렇게 소중한 보살핌을 받는지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화성에서는 아기들이 죽든 살든 그냥 집밖에 내다버려요. 그리고 애벌레의 십중팔구는 첫 번째 계절을 넘기지 못하고 죽죠. 문제는 그거였어요. 나는 논리는 맞지만 자료를 잘못 읽은 겁니다. 여기서는 아기들이 경쟁하지 않고 어른들이 경쟁을 합니다. 화성에서는 반대죠. 어른들은 아기 시절에 솎음질을 거쳐 선택된 자들이니까요. 아무튼 경쟁과 솎음질이 일어나는 건 어디서나 마찬가지예요. 그렇지 않다면 그 종족은 내리막길을 걸을 테니까. 내가 너무 무리해서 경쟁을 배제하려고 한 게 잘못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7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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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2 18:50 2010/08/1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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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책 몇 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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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스텝파더 스텝』을 읽고 몇 개의 글귀를 발췌하다가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책들도 함께 올려놓는다. 당분간은 소설 보는 거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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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권일영 옮김, 2007, 『누군가』, 북스피어.
2003년 출간
 
2010. 2. 11 독서 완료
 
주인공은 재벌가의 딸과 결혼한 서른 다섯 살의 아저씨로, 결혼의 조건으로 들어간 장인의 회사 이마다 콘체른에서 사내보를 만드는 출판 편집자 스기무라 사부로다. 소심하고 겁 많은 이 남자가 탐정 역할까지 하는데, 나와 비슷한 것 같아서 감정이입이 되었다. 즉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미스터리 소설의 명석한 머리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가 아니라서 더 친근감이 있었던 것이다.
나오는 인물들: 아내 이마다 나호코, 딸 모모코, 장인, 가지타 씨 부부와 그 두 딸 가지타 사토미, 가지타 리코, 하마다, 그리고 노세 유코.

 
美空ひばり-車屋さん 미소라 히바리의 운전기사 양반이라는 노래를 찾아봤다. 내 입장에서는 그저 그런... 
http://www.youtube.com/watch?v=_JnjbWJ14to
  

믿어지지 않는 행운을 누리면서도 그걸 언제 빼앗길지 몰라 조마조마해하지 않으려면 배짱이 얼마나 필요한 걸까. 만약에 그게 양동이 하나만큼이라면 내가 갖고 있는 것은 한 컵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컵이 양동이만큼 커질 가능성도 없다.
결혼한 지 칠 년. 나는 늘 내 컵을 소중하게 다루어 왔다. 작기는 하지만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낫다. 자주 뒤집어 안에 든 것을 쏟아 버리는 컵이라도 손바닥으로 긷는 것보다는 낫다. (13쪽)
 
‘이마다 그린 가든’의 서무과장의 말 (120쪽)
“여사원의 경우 서무과장이나 총무 쪽의 차장이 되면 상당히 출세한 걸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남자 사원의 경우에 그런 포지션들은 출세 코스에서 벗어나 있는 걸로 생각합니다. 결국 총무나 서무는 남자가 평생 할 일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여자에게 맡겨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일 겁니다. 그런 시각부터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회사는 더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회사 안살림은 중요합니다. 소규모 회사라면 이 분야에 힘을 기울여 일이 잘 돌아가게 하기만 해도 대폭적인 경비 절감이 되어 무턱대고 하는 구조조정보다 효과가 더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내 재량이라거나 내 분수라는 소리는 꺼내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느낌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그건 내가 나 자신의 문제로 혼자서 처리하면 되니까. (200쪽)
 
어린아이는 모든 어둠에서 괴물의 모습을 찾아낸다. 그리고 천에 하나, 만에 하나는 그 어둠 속에 진짜 괴물이 숨어 있을 수가 있다. 한번 진짜 괴물을 본 사토미는 모든 어둠에 숨어 있는 괴물이 실체가 있는 것이 되고 말았다. (361쪽)
 
내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독이 있는 입으로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셨다. 그 중 ‘미결’인 가르침 가운데 하나가 지금 이 미즈초라는, 태어나 처음 찾아온 곳의 휑한 논밭 한복판에 있는 주차장에서 ‘기결’ 상자 한으로 옮겨졌다.
“사내와 계집은 말이야, 붙어 있다 보면 품성까지 닮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사귀는 상대를 잘 골라야만 해.”
“인간이란 누구나 상대가 제일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하는 주둥이를 갖고 있지. 아무리 바보라도 듣기 싫은 소리는 아주 정확하게 한다니까.” (389쪽)
 
조명이 그리는 그림자가 맹금 같은 장인의 얼굴을 더욱 날카롭게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장인은 무척 느긋해 보였다. 아주 친근하게 느껴졌다.
순간, 나는 오싹 소름이 끼쳤다.
장인의 표정이 이야기하고 있다. 법에 저촉되지는 않았지만 난 훨씬 더 무서운 일을 몇 번이나 했지. 배신도, 음모도, 흥정이나 암투도, 수탈, 은닉도.
인간이란 원래 그렇다. 필요하면 뭐든 한다. 장인은 눈곱만큼의 꾸밈도 없이 내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짊어지고 갈 수 있느냐 없느냐 뿐이다, 라고.
나는 그 이야기를 알아들었고, 그리고 그걸 친밀하게 느꼈다.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미소를 띠는 것이다.
 
소노다 편집장이 한 말도 기억에 남는다. “결혼식은 함부로 연기하지 않는 게 좋아.” 연기하면 숨어 있던 문제가 표면화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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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미유키 단편집. 한희선 옮김. 북스피어. 2006.

 
2010. 2. 12 독서 완료

대답은 필요 없어미야베 미유키가 그리는 인물들은 어떤 역경에 빠져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으며 언제나 밝게 열심히 살아가려는 긍정적인 사람들이다. 그녀가 그리는 주인공들은 미야베 미유키 본인의 분신이며, 그녀의 사람됨이나 인생관을 솔직하게 투영하고 있기 때문에 세세한 표현이 두드러지게 독자에게 전달된다.
미야베 미유키는 속기 전문학교에 다녀 속기사가 되었고,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한편, 테이프 녹취 아르바이트도 하였다. 그때 ‘강연회 등의 테이프를 글로 옮기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하는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던 도중에 좋아하는 추리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였단다. 이런 경험을 글로 옮겼다는 것이 이 소설에 묻어난다.
 
○ 「대답은 필요 없어」
어디에 이렇게 쓰여있던데, 이에 공감. “표제작 「대답은 필요 없어」는 주인공인 치카코의 실연에서부터 어떤 범죄에 협력하는 데 이르기까지 미묘한 여성 심리의 움직임, 신용사기로서 잘 다듬어진(즉, 실현 가능한) 플롯, 설득력 있는 스토리 전개, 달콤하고 서글픈 연애 묘사 등이 완성도 면에서는 최고일지도 모른다.”
 
“시류에 민감한 신문기자군.” 히사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왕 기댈 바엔 큰 나무 밑이 안전하다는 태도 가지고는 사회의 목탁이 못 되지.”
“목탄?”
“목탁. 당신 같은 젊은 아가씨들은 우리말도 제대로 모른다니까.” “그런 식이니까 반한 남자의 눈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게 된 거야.”
치카코는 무릎 위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히사코의 말이 맞는 걸까. 간자키와 교제했던 이 년간 언제나 그의 뒤에 숨어서 그의 어깨 너머로 그가 가리키는 방향만 보아 온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치카코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간자키는 그게 짐이 되었다고 했죠.”
히사코는 코웃음을 쳤다. “그야 나중에 붙여 넣은 변명이지. ‘안녕’ 뒤에는 시시한 말이 잔뜩 따라오거든. 그래도 ‘안녕’이라는 말이 제대로 들렸다면 변명 따윈 무시해.” (25쪽)
 
→ 모리나가 부부의 기상천외한 은행털이 묘사도 흥미롭다.
 
“노인들 중에는 은행에 나가는 것도 힘들고, 막상 가 봐도 기계를 조작할 줄 모르는 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한 고객들에게 소이치와 같은 외근 사원은 귀중한 존재다. 하지만 은행에게 그는 단지 실적이 신통치 않은 한 사람의 은행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이치가 컴퓨터에 밝고 흥미를 가지고 정보를 계속 모아 왔는데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 조직이란 어떤 인간의 능력을 인정해서 배치하는 것이 아니야. 먼저 그 인간을 배치하고 나서 거기에 맞는 능력을 개발하든지 틀에 맞추는 거야.
간자키가 자주 했던 말이다. 그래서 우선 자신이 희망하는 위치에 확실히 들어갈 좋은 요령이 필요한 거야, 라고도. (40쪽)
 
“당신들과 만나서 다행이었습니다. 이걸로 만족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이렇게 해서 형사라는 직업에 안녕이라고 말하려 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이서 마주 보며 웃음을 교환했다. 다키구치가 말했다. “그리고, ‘안녕’에는 대답이 필요 없습니다.”
치카코의 어깨를 가볍게 툭 하고 두드린다.
“그러니까 하다 씨도 아무 말 할 것 없습니다.” (52쪽)
 
○ 「말없이 있어 줘」
사토미는 일부러 샌들 뒤축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생각했다.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걷는 것은 앞뒤 분간 못하고 일을 저지르고 난 뒤 ‘왜 그런 짓을 했을까?’ 후회할 때뿐이다, 라고.
 
아파트로 얼른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발길이 돌려지지 않는다. 애당초 이런 늦은 밤에 볼일도 없이 편의점에 간 것은, 딱히 컵라면이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던 게 아니라 좁은 방에 혼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탓이다. (57쪽)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여섯 개의 찻잔을 올린 쟁반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이나 그렇겠죠.”
귓불이 엄청 뜨거웠던 것이 기억난다.
“당신은 좋겠어요. 하루 종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주는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남이 끓여다 주는 뜨거운 차를 마실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저는 어때요. 반나절이나 밖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저는 어떻게 되는 거냐구요.”
보면 볼수록 과장의 눈썹과 눈 사이가 점점 새하얗게 질려간다. 아, 핏기가 가신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하고 사토미는 어렴풋이 느꼈다. (59쪽)
→ 주인공 사토미가 상사와 충돌하는 장면 묘사가 일품이다.
 
심부름만 하면서 나이를 먹어 간다. 그런 생각에 더욱 지쳐 있었다. 그래서 과장의 말을 농담으로 되받아칠 수 없었다.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발끈 화를 낸 것은 제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회사에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미 그런 시기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았습니다. 저…… 지금 같은 회사에서 그런 일을 하기에는 나이를 너무 먹었어요.”
… 결국 여성 일반직 따위는 그런 것이다. 젊음이 곧 최고의 능력이므로 그것을 잃는다면 탈락할 수밖에 없다. (77쪽)
 
→ 미즈타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나가사키 사토미에게 보낸 아시하라 쇼지의 편지.
어떤 우연의 장난으로 다른 기회에 만나더라도, 그것은 운명일 겁니다. 결과도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들의 죽음을, 죽을 당시에 내던진 말을 분명 당신은 수상하게 여길 겁니다. 조사해 주시겠지요. 그것을 기대하고 이 편지를 썼습니다. (89쪽)
 
→ “스산한 거리에 유월의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는 마지막 줄의 글. 번역이 잘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제목이 ‘말없이 있어 줘’인가 보다.
 
○ 「들리세요」
전화를 걸어 누군가와 이야기한다. 그래도 정말로 알고 싶은 건 아무리 이야기해도 알 수가 없다. 전화를 끊은 후, 상대방이 전하가 놓여 있는 곳에서 옆에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은 정말로 무서운 일이다. 진실이 있으니까. 본심이 있으니까. 자칫하면 잔인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169쪽)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은 있어.
태어났을 때부터 따라붙어 다니는 읽기 힘든 희귀한 성(姓)처럼.
아무리 연습해도 극복할 수 없는 서투름과 같이.
어쩔 수가 없는 것은 있어.
그래도 알아 줬으면 좋겠어. 같은 정원에 심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쓸쓸해한다는 것을. 전화를 끊은 뒤 더는 그것을 알아들었을까?
그것을 알고 싶어. 하지만 아는 것은 무서워.
츠토무는 일어나 지금은 이미 장식품이 되어 버린 검은 전화기의 무거운 수화기를 들었다.
헬로, 헬로.
―들리세요? (170쪽)
 
○ 「나는 운이 없어」
이건 약혼반지, 부모님의 결혼 십오 주년 기념 반지 등 반지를 둘러싼 사연이다.
이쓰미 누나, 이구치 씨, 이미테이션. 나름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고 있는데, 그냥 그저 그런 느낌. 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된 것, 바람을 피우다 켕기면 반지를 사오는구나.
 
디제이의 목소리에 이어 린다 론스태드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운이 없어 Poor poor pitiful me>였다. 지금 기분에 딱이다. 너무나 딱 들어맞는다! (112쪽)
→ 내가 알지 못하는 노래인데. http://www.youtube.com/watch?v=KKv_vJks2gM 들어봤는데, 별로다.
 
○ 「배신하지 마」
→ 「배신하지 마」는 『화차』의 원형으로 추측된단다. 『화차』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과연 도쿄라는 곳은 실재하는 걸까. 그런 것은 이런 종류의 잡지나 텔레비전에서 만들어낸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젊은이들이 ‘그곳에 가면 누구든 행복해질 수 있다’고 꿈꾸는, 꿈 속에서만 존재하는 도시가 아닐까. …
나가사키도 후쿠오카도 오사카도 고베도 실체가 있다. 그것은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도쿄에는 아무것도 없다. 무엇 하나도.
지도상의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도 사정은 전혀 다르지 않다. 도쿄 사람에게도 ‘도쿄’는 보이지 않는다. 있는 것은 그저 기타센주나, 다바타나, 세타가야나 스기나미나 아라카와나 에도가와. 자신을 키워 준 동네뿐이다. 그곳에서는 보통의 동네와 보통의 삶이 있다.
하지만 ‘도쿄’는 환상이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환상이다.
밖에서 보면, 국제도시, 정보 도시 TOKYO가 있다. 무한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도시, 엘도라도 도쿄가 있다. 지방에서 보면 꿈이 이루어지고 부가 기다리는 화려한 삶이 약속된 도쿄가 있다.
그것은 어차피 허상이다. 밖에서만 볼 수 있는 움켜잡을 수 없는 도시. 처음부터 어디에도 없는 도시.
잠깐 동안이라도 그곳의 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젊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이를 먹으면 이 도시에 있을 수 없어진다.
미치에도 요코도, ‘도쿄’에 속았는지도 모른다. ‘도쿄’에서 ‘행복 사기’에 걸렸던 것이다.
‘도쿄’는 무한정 돈을 공급해 준다. 즐거움을 공급해 준다.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얼굴로.
요코가 육교에서 밀어 떨어뜨린 것은 그녀를 배신한 ‘도쿄’였다. (209-210쪽)
→ 여기에서 묘사되는 대도시 도쿄를 서울에 대입해도 그럴싸해 보일 듯하다.
 
아내에게 등을 돌린 채 가가미는 가냘픈 목소리로 말했다.
“저어, 미치코.”
“왜요.”
“도쿄 타워의 정면이 어딘지 알아?”
미치코는 가만히 있었다.
“나는 어디서 봐도, 언제 봐도 도쿄 타워는 나한테서 등을 돌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미치코는 조용한 걸음으로 나와 가스레인지에 주전자를 올렸다.
“상관없잖아요. 어느 쪽이든 우리 집 창문에서 도쿄 타워는 보이지 않으니까.” (210쪽)
 
○ 「둘시네아에 어서 오세요」
→ 이 책에 실린 단편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주인공 시노하라 신지는 미유키의 분신인 것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고, 속기공부를 한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그는 ‘둘시네아’ 앞에 실제로 가 본 적도 없다. 미와 속기는 역을 끼고 ‘둘시네아’와는 백팔십도 반대 방향에 있어서, 금요일 밤마다 롯폰기에 와도 신지는 ‘둘시네아’에서 등을 돌려 걸어가고, 돌아갈 때는 ‘둘시네아’에 닿기도 전에 역의 지하로 내려간다.
그런데도 ‘둘시네아에서 기다릴게’라는 메시지를 적는다.
그가 쓴 메시지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역에 돌아왔을 때에도 그대로 그를 맞이한다. 그리고 몇 시간쯤 후에는 역무원의 손에 지워진다.
그걸로 끝이다. 신지의 메시지를 읽는 상대는 없다.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신지는 매주 똑같은 메시지를 쓴다. 실재하지 않는 상대를 향한 존재하지 않는 약속.
그렇게 해 두면 화려한 주말의 롯폰기에서 원고를 손에 들고 닳고 해진 운동화 차림으로 홀로 걷는 자신을 조금은 참아낼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218-219쪽)
 
요시코는 진지했다.
“‘둘시네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같은 가게가 아니야. 오히려 당신 같은 사람이 가끔 기분 전환하러 와서 즐기는 가게야. 나는 그럴 마음으로 해 왔어. 가게가 손님을 고르다니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야. 난 어떻게 해서든 마음대로 생겨버린 그 벽을 부수고 싶었어.”
나를 봐, 하고 요시코는 가볍게 양손을 펼쳤다.
“일하는 것에 푹 빠져서, 내 몸에 신경 쓸 여유 따위 없어. 그래도 나는 좋아. 다만 나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호화로운 기분을 맛볼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
미안해, 하고 요시코는 다시 한번 말했다.
“‘둘시네아’가 『돈키호테』에 나오는 공주님 이름이라고 했지? 둘시네아는 주인공의 망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공주야. 현실에서 그녀는 알돈사라는 술집여자일 뿐이지. 그래도 주인공은 그녀 안에 숨겨진 진짜 공주를 찾아내는 거야.”
둘시네아는 그저 환상인 것이다. 그래도― (242쪽)
 
개찰구를 빠져나온다. 그곳의 메시지 보드 가득 친근한 둥근 글씨로 커다랗게 메시지가 씌어 있었다. <둘시네아에 어서 와>라고.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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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미유키 연작소설 |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1993).

2010. 5. 7 독서 완료
 
‘다나베서점’이라는 헌책방이 주 무대이고, 헌책방 할아버지 이와 씨와 손자 미노루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탐정 역할을 한다.
당연히 언제나 책을 계기로 일어나는 사건들.
각 단편의 마무리는 할아버지 이와(나가 고키치) 씨와 손자 미노루 사이의 잡담으로. 둘 사이의 감정대립,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나름 유쾌. 그 과정에서 커나가는 손자. 일종의 성장소설?

 
○ 「유월은 이름뿐인 달」
→ 후반부가 봉인되어 있는 「이와 손톱」을 둘러싼 에피소드.
 
“비는 계속 잘도 내리네.”
“유월은 이름뿐인 달이라잖니. 유월은 다른 말로 미나즈키(水無月 물이 없는 달)라고 한단다.”
“마리코 씨 씨의 유월의 신부도 이름뿐이었네.”
“영어로 ‘이와 손톱’이란 말에는 이런 뜻도 있대. 우리말로 이야기하자면 ‘필사적으로’라는 정도의 의미지.”
“그다지 좋지 않구나.”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필사적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라는 기분도 들고. 그런데, 할아버지는 필사적으로 오래 살려고 하잖아.”
 
○ 「말없이 죽다」
“청년은 큰 뜻을 품는다. 하지만 노인은 비밀을 안고 죽어간다.” - 미노루
 
○ 「무정한 세월」
→ 할아버지 이와 씨에게 관심이 있는 듯한 헬퍼 도시에 씨의 등장.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다. 여기에만 나온다.
 
○ 「거짓말쟁이 나팔」
→ 「장서 5만 권」이라는, 미노루가 쓴 액자에서부터 얘기를 풀어나간다. 과장 또는 거짓말을 둘러싼 에피소드.
 
동화책이나, 겉보기와는 달리 「거짓말쟁이 나팔」의 스토리는 너무 우울해서 차라리 ‘어둡고 참혹하다’고 할 만큼 희망 없는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정도였다.
“거짓말쟁이 나팔은 거짓말을 워낙 잘하기 때문에 대장님의 뒤를 따라 전쟁에 나가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이 세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인지,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지, 큰 소리로 떠들고 돌아다녔습니다. 워낙 거짓말을 잘해, 계속해서 사람들이 모여들 정도였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고물상에서 나팔은 오케스트라의 동료 가운데 딱 하나 남은 피콜로와 다시 만난다. 다른 동료들은 전쟁 때문에 망가지거나 어디론가 팔려가 버렸다. 전쟁은 좋은 거라고 한 것은 바로 너였다―피콜로는 나팔에게 말했다. 그 비난이 완전히 파괴된 마을에서 전쟁을 한탄하고 있던 사람들의 귀에 들어갈까 봐 두려웠던 나팔은 피콜로의 가느다란 소리를 없애 버릴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나팔은 하루 종일 계속해서 노래를 했습니다. ‘전쟁은 끝났다. 새로운 마을, 즐거운 마을, 평화로운 마을을 만들자……’ 나팔의 밝은 노랫소리에 마을을 다시 세우려는 사람들은 힘을 얻었습니다. 그 소리에 피콜로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하소연하는 말은 아무도 듣지 못했습니다.”
“… 완전히 고물상의 명물이 되어 있던 거짓말쟁이 나팔은 다시 오케스트라에 들어오라는 권유를 거절했습니다. ‘나는 전쟁에 나가 많은 고생을 했으니 이제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마을사람들은 나팔의 말에 감동해 거짓말쟁이 나팔을 마을 박물관에 걸어두게 된다.
 
→ 이와 씨는 하필이면 이 책을 골라 훔쳐 주위에 SOS를 보낸 아타카란 소년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아이 주위에, 바로 가까이에, 그 아이를 그렇게 학대하는 「거짓말쟁이 나팔」이 있다. 그 정체를 아무도 깨닫지 못하고, 큰 소리로 밝게 노래하기 때문에 유타카라는 피콜로의 도움을 청하는 절규를 지워 버리고 있다. 거짓말쟁이 나팔이. 그 아이는 그걸 고발하고 싶었던 것이다.
 
○ 「일그러진 거울」
→ 『붉은 수염 진료담』의 제일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얼음 아래서 돋아나는 새싹」의 주인공 오에이는 이렇게 말한다. “남자란 언젠가 망가져 버릴 수레 같은 겁니다. 망가져 버린 뒤에 등짐을 져 나르기보다는 차라리 처음부터 스스로 지는 게 낫죠.” 이 말에 혼자 살아가는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유키코.
 
옛날처럼 변변치 못한 남자는 얼마 없다. 그만큼 세상 전체가 풍요로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신에 누구나 늘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자기 얼굴 하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내내 거울을 찾고 있다. 거울을 찾아 연애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헌책방에 있는 헌책에 명함을 끼워넣는 새로운 홍보 방법, 이런 것도 있었나.
 
○ 「쓸쓸한 사냥꾼」
「쓸쓸한 사냥꾼」은 아다치 아키코라는 아가씨의 아버지가 쓴 책 제목이다.
“『쓸쓸한 사냥꾼』은 실패작이었습니다. 그건 미완성 작품이 아니라 실패작이기 때문에 완결시킬 수 없었던 소설입니다. 따라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다섯 차례의 살인도 정합성이 있는 스토리라거나 동기로 연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닙니다. 바꿔 말하면 저는 그것을 마무리 지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없었기 때문에 도망갔던 거니까요.” 아다치 가즈오는 도중에 좌절한 작가지만 가짜는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쓸쓸한 사냥꾼이다. 돌아갈 집도 없이, 거친 들판에 내던져진 외톨이다. 이따끔 휘파람을 불어도 대답하는 것은 바람소리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사람의 따스한 온기를 그리워한다.’
 
→ 고등학생 미노루와 연애하는 연상의 연극배우 도시미의 등장. 그러나 이와 씨가 불을 끈다. 며느리 대신 도시미를 만난 이와 씨와 도시미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아가씨는 미노루와 달라 순수하다면 뭐든 옳고 불순하면 뭐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어린애는 아니잖아요?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도 그런 부분이에요.”
“저는 지금까지 미노루 씨만큼 저를 좋아해 준 사람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기쁜 일은 한 번도 없었죠. 그래서 제게는 너무 소중합니다.”
이와 씨는 도시미 속에 겁먹은 어린애 같은 존재가 숨어 있는 걸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린애 같은 존재’다. 사실은 어린애가 아니다.
“분명히 그렇겠죠. 미노루는 아가씨에게 그만한 의미가 있는 남자일 겁니다. 한데 말이죠, 아기씨는 어른이에요. 어른이 애를 도피처로 삼으면 안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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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상, 하
미야베 미유키 장편소설 |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8(1990).

2010. 5. 12 완료
 
‘레벨7’이라고 하는 수수께끼의 키워드를 둘러싼 두 개의 스릴 넘치는 추적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이야기는 프롤로그 후, 도쿄의 극동 지구에 있는 맨션의 한 방에서 두 사람의 젊은 남녀가 눈을 뜨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웬 일인지 둘 다 기억을 잃고 있었고 사에구사 다카오라는 옆집 사람의 협력을 얻어 자신들의 신원 조사에 착수한다. 한편 같은 도쿄의 반대쪽, 기치조지에 사는 미망인 신교지 에쓰코는 일을 통해 알게 된 후 돌연 실종된 여고생 가이바라 미사오의 행방을 쫓기 시작했다……. 아 두 추적 모두 ‘레벨7’에 관련되었다는 것은 처음에 밝혀졌지만, 전반부에는 접점을 갖지 않은 채 거의 병행해서 진전되어간다.
 
‘그때 봉인되어 있던 시간이 최후의 일 초까지 전부 되감기는 소리를 유지는 분명히 들은 것 같았다.’
흐트러진 질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건 정리 못했다. 정리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그래도 끝까지 결론이 어떻게 날지, 각 인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진 채 등장하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첨에는 SF인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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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양억관 옮김. 2006. 『스텝파더 스텝』. 서울: 작가정신.
宮部みゆき. 『ステップパㅡザㅡ ステップ』. 1993.

2010. 7. 28 하루만에 완독하다.
 
스텝파더 스텝1.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소설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재미있다. 가볍고 경쾌하게 코메디성 짙은 얘기를 담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글 전반적으로 유머와 낙관적인 시선이 흐른다. YES24의 책소개가 이를 말해준다.
 
미야베 미유키가 이런 소설도 썼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불륜의 상대와 각각 사랑의 도피를 한 부모 때문에 유기 아동으로 시설에 수용될 위기에 처한 쌍둥이 형제. 둘은 자신들을 돌봐줄 부모 대용 어른을 원하게 되고, 마침 벼락을 맞아 지붕에서 떨어져내린 서른다섯 살 남자 도둑과 만나게 된다. 자, 이 도둑 아저씨를 협박해서 아버지로 만들어 볼까? 여차저차 얼렁뚱땅 ‘아버지와 두 아들’의 관계가 된 그들 앞에 잇달아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
서른다섯 살 프로 도둑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스텝파더로 만들어가는 열세 살 쌍둥이들의 활약과 그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경쾌하게 펼쳐진다. 나오키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 다양한 수상경력으로 입증된 뛰어난 구성과 문체는 여전하며,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의 유쾌한 농담이 시종 웃음을 짓게 한다. 일본 내 설문에서 미야베 미유키 소설 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 1위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2. 주인공 4명 모두 괴짜다. 전직변호사로서 프로도둑들의 매니저인 아버지와 그 밑에서 일하는 귀여운 도둑인 나, 그리고 서로 바람이 나서 가출해버린 부모님을 둔 영악한 쌍둥이, 이 넷이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특히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기 위해 도둑질을 한다는, 아버지의 자본주의에 대한 개똥철학이 빛난다. 아들이 아버지를 묘사한 대목이 정곡을 찌른다. “아버지는 우유 같은 전직 변호사야. 썩어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야.” (156쪽) 이 우유에 대한 비유, 참 유용한 표현 같다.
 
3. 내가 이 책을 재미있다고 느낀 건 아마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주인공 도둑넘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런 쌍둥이를 받아들이고 싶진 않다. 마지막 즈음에 쌍둥이의 학교 샘과의 썸씽이 이루어졌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스텝파더 스텝 2』가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15년도 넘은 지금 시점에서 후속편을 쓸리 만무하지만... 너무 에피소드가 짧아서 아쉽다는 얘기.
 
4. 7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단편이고, 각각이 연결은 되지 않지만, 옴니버스식이라고 해야 하나.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미야베 미유키의 연작소설 『쓸쓸한 사냥꾼』과 비슷한 형식을 띠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5. 한페이지에 20줄도 안되면서 한두 단어짜리 대화가 이어지는데, 이건 좀 짜증난다. 미야베 미유키도 이렇게 썼나? 물론 쌍둥이가 말을 연속해서 이어가면서 말하는 습관이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는 거 같기는 하지만,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6. 어느 리뷰에 각 에피소드를 정리해놓았다.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옆집 여자의 집에는 왜 그렇게 많은 거울이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스텝파더 스텝>을 비롯해, 진품 명화 도난 사건을 다룬 <트러블 트래블러>, 쌍둥이는 왜 학교에 협박장을 보내고, 학교를 바꿔 출석하게 된 건지를 다룬 <원나이트 스탠드>, 쌍둥이가 사는 마을 근처 호수에서 발견된 백골의 사체 2구에 대한 미스터리 <헬터 스켈터>, 펜팔을 하던 유부녀가 협박을 받게 된 사건을 의뢰받은 <론리 하트>, 다른 지역 신문이 며칠마다 배달되는 집의 비밀을 다룬 <핸드 쿨러>, 쌍둥이 유괴 사건 <밀키 웨이>까지 이들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고, 이들은 자연스레 그 사건에 관련이 된다.”
 
[인상적인 구절들]
○ 스텝파더 스텝
벽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 뒤통수 쪽에서 두 차례 번개가 쳤다. 지붕에 발을 디뎠을 때 볼 위로 첫번째 빗방울이 떨어졌다. 아이쿠, 오셨습니까, 하고 작업을 서둘렀지만 이구치의 집 지붕에 로프를 걸었을 때는 벌써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분명히 밝혀두지만 작업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은 아니다. 뇌우의 스피드에 추월당했을 뿐이다.
비에 젖거나 머리 위에서 천둥번개가 요란을 떨어대는 걸 싫어해서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없으므로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악천후일 때 더 느긋하게 일할 수 있다. 아예 어딘가에 벼락이라도 떨어져 이 일대가 정전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어딘가에 떨어지라고 했지, 내 머리 위에 떨어져달라고 부탁한 기억은 없다.
그것이 떨어져버렸다. 친절하기도 하시지. (19-20쪽)
 
“다만…….”
드디어 왔다. 이 ‘다만’이란 놈이 무서운 법이다. ‘다만’으로 지금까지의 분위기가 송두리째 뒤바뀐다.
“뭔데?”
“돈이 없어.” …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데,” “아저씨는 프로 도둑이잖아?”
“장비가 굉장했거든.” “아마추어 같지 않아.”
“돈 엄청 잘 벌지?” “우리, 보살펴주지 않을래?”
이게 다 그 벼락 탓이다.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미친 술병 콤비를 잠시 노려본 다음 물어보았다.
“싫다면?”
둘은 능글맞게 웃었다. “우리, 아저씨 지문을 채취해뒀어.” “아저씨 전과 있지? 곤란한 텐데?” “또 감옥에 들어가는 거, 싫지 않아?”
차라리 죽는 게 낫다. (26-28쪽)
→ 화자인 도둑넘과 쌍둥이들은 이렇게 인연을 맺는다.
 
먼저 ‘father-in-law’라는 단어가 나왔다. 법률 따윈 재수 없다. 그 아래 ‘stepfather’가 있고, ‘(계부)’라고 적혀 있다. 스텝파더. 왠지 춤만 추고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아버지 같잖아. 하지만 ‘계부(繼父)’란 ‘잇는 아버지’라는 의미지……. 역시 열이 있었던 거다. 단연코. (35쪽)
→ 스텝파더가 뭔 뜻인지 여기를 보고 알았다. 이 알량한 영어단어실력.
 
무릉도원처럼 신록이 가득한 이 동네는 분명 도쿄에서 멀다.
“엄마, 아빠의 무릉도원은 아마 도쿄가 아니었을까?” 타다시가 말했다.
아이들이 똑똑하면 부모가 빗나간다. (40-40쪽)
→ 명언이다.
 
“그 여자가 완전히 이구치 씨가 된다는 건 가족과 친구를 버린다는 뜻이잖아. 용케도 그런 결심을 했네.”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사토시가 대신 대답해주었다. “정말 갖고 싶은 게 있다면, 그런 거, 간단히 버릴 수 있는 거야. 아마도.”
쌍둥이는 살짝 시선을 맞추고는 쓸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건 아주 소중한 뭔가가 빠져 있는 사람이야” 하고 타다시가 말했다. (62쪽)
 
○ 트러블 트래블러
도둑이지만 난 절대로 ‘없는 곳’에서는 훔치지 않는다. ‘있는 곳’에서만 가져온다. 그 ‘있는 곳’이 어딘지를 찾아내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이다. …
아버지는 자신의 몫에서 정보를 흘려준 거래처에 배당을 지급한다. 거래처는 현재 열세 곳. … 돈은 안 되지만 세상과 사람을 위한 일에 열정을 쏟는 곳들이다. …
나도 아버지에게 얼마간의 고문료를 지불한다. 내가 아버지를 그냥 이용하는 것도, 아버지가 나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도 아닌 대등한 관계라는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다. 하기야 겉으로만 그럴 뿐이지만.
그런 시스템이니, 내가 하는 일도 돌고 돌아 조금은 세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의적’을 자처할 생각은 없다. 남아도는 곳에서 부족해서 곤란을 겪는 곳으로 돈을 이동시키고 수수료를 좀 챙기는 것뿐이다. 택배업자나 마찬가지다. (68-69쪽)
 
내 이름을 듣고 난 쌍둥이는 이렇게 말했다.
“별로 범죄자 같지 않은 이름이네.” “건전한 이름이야.”
“하지만 이름 따윈 상관없어.” “그래 맞아. 아버지니까.”
나는 삼십오 년을 살고서야 겨우 깨달았다. ‘여자가 무서워’, 그 따위 말을 하는 자는 아직 수행이 부족한 것이다. 진짜 무서운 건 오로지 하나. 자식뿐. (71쪽)
 
너희들은 진짜 부모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는구나.
왜 나를 ‘아버지’라 부르는 걸까.
의외로 깊은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18쪽)
 
○ 원나이트 스탠드
법에 걸리는 위험한 일을 생업으로 하다보면, ‘귀를 의심하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게 되다’와 같은 관용어에는 도저히 고개를 끄덕일 수 없게 된다. 범죄라는 외줄타기를 할 때 의지할 것이라고는 오로지 자신의 오감밖에 없다. (119쪽)
 
“아, 너, 그 아이들의 글씨를 구분할 수 있는 거냐?” 아버지가 물었다. “내 눈에는 똑같은 글씨로 보이는데.”
“돋보기 도수 안 맞는 거 아냐? 타다시 쪽이 각이 지고 삐침도 정확한 글씨를 써. 사토시는 대충 쓰지만. 봐, 바로 알 수 있잖아.” …
“역시 아버지는 대단하군,”
“농담하지 마.”
“부모가 없어도 아이들은 자라지만, 아이가 없으면 부모는 자라지 않아. 넌 훌륭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구나.”
나는 아버지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웠다. … 나를 제쳐두고 쌍둥이와 점점 친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126-127쪽)
 
시간을 죽이기 위해 가끔 미스터리를 읽는 정도로 문학과는 인연이 없는 인간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이상할지 모르지만, 어쩐지 현대국어라는 과목이 좀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시나 소설을 들어 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정말이지 이상하다. 제정신이 아니다.
나다오 선생이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그 독특한 필체로 쓴 질문 내용을 보면, ‘다음 부분에서 오츠벨의 기분을 설명해보자.’ ‘이 말에는 어떤 감정이 포함되어 있는지 생각해보자’ 등이 있다. 정말 웃긴다.
본래 문학작품이나 소설, 이야기는 생각하거나 설명하려고 음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즐기고 그 다음에 해석, 그것도 자유로운 해석이야말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가 학교에 다닐 무렵의 교과서에도 ‘설명하시오’, ‘생각하시오’라고 되어 있었다. 요즘 교과서는 좀 간사해져서, ‘함께 생각해보자’고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마지막에 ‘시험’이 기다리고 있으니 출구는 하나, 결과는 마찬가지다. 자유롭게 해석하고 자유롭게 감동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모두 시험에서 동그라미를 받을 만한 대답을 찾는다. 그리고 당연히 책 읽기가 싫어진다. 그런 의미에서는 어설프게 친절한 ‘생각해보자’라는 제안 투의 교과서가 훨씬 더 죄가 많은지도 모른다. 이런 걸 교육망국이라고 한다. (144-145쪽)
→ 이 소설은 이처럼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개똥철학도 들어있다. 그런데 상당부분 수긍이 간다는 거, 그게 오묘하다.
 
○ 헬터 스켈터
각자 애인이 도망치면서 쌍둥이의 부모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살기 위해서’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들은 사랑을 위해서 가정을 버렸다.
그러나 이렇게 열세 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버린 나는 절절히 생각해본다. 인생이란 결코 드라마틱한 연애나 격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인생은, 기한이 지나지 않은 건강보험증이나 주택융자금 상환이 이 달에 무사히 지불되었다는 은행의 통지서 같은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184쪽)
→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런 것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하면 넘 슬프지 않나.
 
“정말로 좋아지면 상대가 결혼을 했건, 아이가 있건 관계없잖아?” …
“관계없는 게 아냐. 적어도 나는,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은 싫어해.” (187-188쪽)
 
“엄마가,” “소포를 보내왔어.”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라고.” “편지도 들어 있었어.”
부모란 나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존재인 모양이다. 너무 복잡하다. 도대체가 불가사의한 존재다. (216쪽)
 
○ 론리 하트
남자도 여자도, 누구든 반드시 한 번은 어린애였던 시절이 있으므로, 절대로 어린애에게는 잔혹한 행동을 할 수 없다. … 쌍둥이에게 상처를 주면, 내 과거 속 어린이 시절이 동시에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나는 각오를 하고 신중하게 말을 가렸다. (227쪽)
 
“편지란 나중에 후회하기 위해 쓰는 거니까.”
“나중에 공개할 생각으로 쓴 것이라면 문제가 없을 테지. 비공개라 생각하고 쓰니까 곤란해지는 거야.”
공개와 후회의 차이. 아버지도 나도 하는 말은 똑같다. (235-236쪽)
→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비공개라 생각하고 쓰면 곤란해질 수 있다.
 
“감기란,” “빨리 안나아.” “걱정하게 만들려고,” “오래 끄는 게 아닐까?”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코감기에 걸리는 것도 즐겁다. (260쪽)
→ 하지만 걱정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아프지 말아야 한다. 쩝...
 
○ 핸드 쿨러
○ 밀키 웨이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순간 다시 주위를 둘러보면, 가슴 뛰는 보너스의 계절인데도 별로 밝은 표정들이 안 보이는 건 또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다. 은행 로비에서도 그렇다. 콧노래는 나 말고는 아무도 안 부른다. 쓸쓸한 세상이다.
생각해보니, 이건 모두 은행 입금이란 놈 때문이다. 꽤 많은 보너스를 받지만 그게 통장에 숫자로 나열되어 있을 뿐이니 실감이 안 나는 거 아닌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원래 콧노래라는 놈은 ‘기쁨’과 ‘행복’이라는 복잡한 인간기계의 옵션이라 가만있어서는 따라붙지 않는다. 그리고 숫자의 나열만으로는 옵션을 확보할 수 없다. (310쪽)
 
저렇게 문을 열어두다니,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그것도 반이나.
무슨 일이든 어중간한 것은 기분이 산뜻하지 않다. 예를 들어 싸움도 그렇다. 도중에 말리면,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어 팔이 안 올라갈 정도로 싸웠을 때보다 뒤끝이 별로다. 옷이 젖을 때도 그렇다. 인간의 감각이란 참으로 불가사의한 것이라, 흠뻑 젖으면 상쾌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어중간하게 젖으면 오히려 기분이 찜찜하다. 눅눅한 셔츠는 기분 나빠서 입을 수도 없다.
어중간하게 열려 있고, 어중간하게 닫혀 있는 현관문은 나에게 십 분 빨리 건조기에서 꺼낸 팬티를 입은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314-315쪽)
 
→ 자세한 인용은 하기 어렵지만, 쌍둥이의 아버지가 돌아와서 더 이상 쌍둥이와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 뒤부터 화자인 도둑넘이 술집을 전전하다가 쫓겨나면서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어오르면 위장 속의 그 덩어리가 ‘미련미련미련’ 하고 노래라도 부를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청승을 떠는 대목은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감동적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인생공부를 했다고 투덜거리며 밤길을 걸었다. 교훈. 어린아이가 뚫은 구멍은 술로도 여자로도 메울 수 없다. 어디에 뚫린 구멍? 심장에.
미련. 내게는 인연이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27쪽)
→ 어느새 스텝파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거기에 몰입해버린 주인공 도둑넘의 인간적인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이상의 잘잘한 에피소드가 있다 하여 과연 스텝파더가 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나는 어려울 것 같은데...
 
쌍둥이의 아버지는 언젠가는 반드시 집에 들를 것이다.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어머니도 그렇게 돌아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언제일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하늘을 흐르는 강이 어디서 끝나는지 누가 알까. 운명도 미래의 일도 그와 같은 것이다. 가야 할 곳으로 갈 따름이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흘러가면서 즐겁게 살자.
그것으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니까. (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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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2 18:44 2010/08/1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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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대세…서울·경기·대구 '왕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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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 중에서 다른 것보다도 16개 시도교육감들이 무상급식 정부 지원을 법제화하자는 의견을 모아 건의하기로 했다는 데 눈길이 간다. 현행 학교급식법에 '의무교육 대상자에는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국가의 책임으로 법제화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의회 및 단체장의 반대로, 또는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실시하지 못했던 지역에도 무상급식이 가능해진다. 물론 당연히 정부예산의 부족이나 우선순위 문제를 가지고 딴지를 거는 목소리가 나오겠지만, 현재의 기세로는 막기 어려울 듯 싶다. 보수적인 성향의 교육감도 나선다고 했으니...
 
대구의 우동기 교육감은 지방행정, 지방경영을 전공한 교수 출신으로 당선이 되었다. 신공공관리(NPM)가 널리 확산되기 전이었던 시절에도 지방공기업 민영화, 민간경영기법의 도입 등을 말씀하셨던 분이다. 저런 분들이 지방행정을 강의하고 지방자치에 대해 설파하고 다녔으니 지방자치가 잘 될리 만무하다. 그런 분을 교육감으로 뽑은 대구시민들도 참 위대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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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대세…서울·경기·대구 '왕따' 되나 (프레시안, 김하영 기자, 2010-08-11 오전 11:51:25)
기초단체들 각개약진, 16개 시도교육감은 정부 지원 건의
 
6.2 지방선거 야권 최대 공약이었던 '무상급식'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 일부 기초단체들이 당장 2010학년도 2학기부터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 전체를 대상으로 무상급식 시범실시를 통해 '각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국 16개 시도교육감들도 '무상급식 법제화'를 통한 정부 지원을 건의키로 합의했다.
 
고양시(시장 최성)는 11일 "2학기부터 관내 초등학교 77개교 5~6학년 2만5693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비 46억 원은 고양시와 교육청이 23억 원씩 대응투자(매칭펀드) 방식으로 확보할 계획이며, 이와 같은 내용을 시의회에 제출해 추경예산 편성에 반영할 방침이다. 당초 고양시는 초·중학생 차상위계층 131~15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선별 지원'을 할 방침이었으나, 6월 지방선거에서 '야5당 연합 후보'로 당선된 최성 시장이 전면 무상급식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무상급식을 2010년 2학기 초등학교 5~6학년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초등학교 3~6학년, 2012년에는 초등학교 전체로 확대한 뒤, 2013년에는 중학교 3학년, 2014년에는 중학교 전체가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서울 성북구(구청장 김영배)도 올해 10월부터 관내 24개 공립 초등학교 6학년생 3945명 전원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우선 시범실시키로 했고, 경기도 부천시(시장 김만수) 역시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를 구성해 2011년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4년에는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예산 확보. 무상급식 예산은 보통 시도 교육청, 시도 광역단체, 시군구 기초단체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3개 주체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경기도 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 신청 '4수'의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김상곤 교육감은 취임 이후 줄곧 '전면 무상급식'을 위한 예산 편성을 경기도의회에 요구해왔으나, 2009년 7월, 12월, 2010년 3월 모두 삭감됐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이었으나 이번에는 여소야대의 구조여서 예산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번에 신청한 예산은 무상급식이 실시되지 않는 도시지역 초등학교 5~6학년의 무상급식비의 절반인 195억 원으로, 나머지 절반은 자치단체가 부담한다. 무상급식 미시행 22개 시·군 중 15곳이 동참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에서는 광주광역시와 경상남도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오는 11월부터 광주 시내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산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무상급식 실시비율이 높은 경남도 김두관 경남지사와 고영진 경남교육감도 지난 9일 만나 2014년까지 도내 모든 초등학교에 무상급식을 적용키로 하는 한편, 도시지역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에 합의했다. 이밖에 서울시의회도 시내 구청장들과 공동으로 무상급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자치단체별로 각개 약진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16개 시도교육감들이 무상급식 정부 지원을 법제화하자는 의견을 모아 건의하기로 함에 따라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교육감들은 10일 대전에서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를 열고 "현행 학교급식법에 '의무교육 대상자에는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국가의 책임으로 법제화 해달라는 내용을 교과부에 건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무상급식은 법적 근거가 없어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한 자체 예산 조달로 실시해왔다. 특히 보수 성향이지만 무상급식을 하고 싶어도 재정자립도가 낮아 곤란을 겪어 왔던 부산이 이번 건의에 앞장 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현재 무상급식을 '저소득층 선별급식'으로 한정시킨 광역단체는 부산을 비롯해 서울, 경기, 대구, 울산이다. 마침 이주호 차관의 신임 교과부 장관 내정과 맞물려 9월 정기국회 개회와 함께 무상급식이 또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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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의 법제화는 가능할까? 여기에도 정치가 작용하는 게 분명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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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 무상급식’ 교과부 “국가 예산지원은 무리” (한겨레, 정인환 진명선 기자, 2010-08-11 오후 08:28:30)
16개 시도 교육감 ‘초·중 무상급식’ 법제화 요구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들이 초·중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국가가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회장 나근형 인천시교육감)는 지난 10일 대전에서 두 번째 월례회의를 열어,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생에 대한 무상급식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쪽으로 학교급식법을 개정해달라고 교육과학기술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11일 “현행 학교급식법에 ‘의무교육 대상자에게는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국가가 책임지는 쪽으로 법제화해달라고 교과부에 건의하기로 했다”며 “이른바 ‘진보’와 ‘보수’를 넘어, 시·도 교육감들이 큰 이견 없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현행 학교급식법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등에 대해서만 급식비 지원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무상급식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지면서 최근 국회 차원에서도 의무교육 대상자에 대한 무상급식을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시종 충북지사(민주당)가 의원 시절이던 지난 3월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계류중인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의무교육을 받는 자에 대해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급식운영비·식품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 당국자는 “교육감협의회의 건의에 대해선 검토를 하겠지만, 지난 2005년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높이면서 급식사업비도 시·도 교육감 재량으로 넘겼다”며 “시·도 교육감이 알아서 해야 할 사안인데 국가에 예산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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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진보·보수 구분없이 합의 이룬 무상급식 (경향, 2010-08-11 22:54:18)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들이 초·중학교의 무상급식을 국가차원에서 실시할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엊그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학교급식법을 고쳐 급식비 지원대상을 현행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및 도서·벽지학교의 학생에서 의무교육 대상자인 초·중학생 전체로 확대해줄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에 건의키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요컨대 의무교육의 구현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민선 교육감 시대의 본격적인 막을 올린 이번 교육감협의회에서 두드러지는 대목은 무상급식에 관한 한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무색해졌다는 점이다. 지방정부에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무상급식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은 ‘보수 성향’이라는 부산교육감이 했고, 6명의 ‘진보 성향’ 교육감 말고도 10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그간 무상급식을 향해 ‘좌파’니 ‘부자 급식’이니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니 하며 괴이쩍은 낙인을 찍으려던 헛된 시도들에 대해 민선 교육감들이 한목소리로 퇴짜를 놓은 셈이다.

 
무상급식에 관한 이 같은 공감대 형성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무상급식이 사회적 의제로 된 것이 불과 1년 전의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난해 7월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요구한 초등학교 무상급식비를 전액삭감한 것이 불씨였다. 진보 교육감의 발목을 잡겠다는 어설픈 공작이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가 삶의 질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눈칫밥을 먹일 수 없다는 정서적 교감이 넓어졌고, 4대강 삽질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 무상급식에는 예산타령만 하는 정부의 토건 집착에 시민은 등을 돌렸다.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소극적 복지에서 이젠 보편적이고 적극적인 복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런 민심이 드러난 게 6·2 지방선거이고 이번 교육감협의회의 무상급식 합의라 할 수 있다.

 
민선 교육감들은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건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중앙정부는 예산타령을 접고 교육감들의 무상급식 지원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당장 전액지원이 힘들다면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하되 지방정부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협의하는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무상급식을 국가 차원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공짜 점심을 주라는 차원을 넘어, 세금을 강 파내고 건물 짓는 데가 아니라 삶의 질 개선에 우선 쓰라는 시민의 요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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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상급식 법제화, 정부가 앞장서라 (한겨레, 2010-08-12 오후 11:16:55)
 
이 결정을 주도한 나근형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어제 한 신문과 회견에서 교육감들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어떤 형태로든 무상급식이 이뤄지게 돼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고, 그렇다면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난색을 나타냈다. 또 일부 보수언론들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말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의무교육 기간 중 급식은 국가의 교육 의무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그동안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선별급식이 대상 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등 부작용을 낳아왔음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구분에 관계없이 모든 교육감들은 선별적 급식비 지원을 비교육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교육감들이 이념이 아닌 아이들을 판단의 중심에 두고 내린 결정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마땅하다.
 
더군다나 무상급식은 대다수 지자체의 공약 사안인 까닭에 사실상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실시돼야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 지금으로선 지자체별로 조례를 제정해 자체 예산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과 지역간 차이를 줄이려면 이를 법제화해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런 사정을 두루 고려한다면,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나서기에 앞서 교과부가 먼저 이 문제를 풀 방안을 검토했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났듯이 무상급식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하는 사안이며,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학교급식법 개정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미 국회 차원에서도 이를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차례 있었고, 계류중인 법안도 있다. 더는 예산부족 타령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을 파헤치는 데 수십조원을 쏟아부으면서 우리 2세들에게 차별없는 밥 한끼를 줄 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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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1 18:34 2010/08/1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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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단체교섭, 잘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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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무원노조 관련기사는 매일노동뉴스 말고는 접하기 어렵다. 공무원노조 관련기사가 일간신문에 나온다면 대부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봐도 좋다. 아니면 안양시 인사파문처럼 억지로 관련짓든가...
 
2. 김태호 총리 내정자를 중심으로 국무위원들의 나이가 낮아졌다고 하여 세대교체 운운하면서 젊은 감각으로 일을 잘 할 수 있으리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김태호 총리 내정자만 보더라도 MB가 얼마 전에 말했던 대표적인 '젊은 늙은이'가 아닌가. MB가 그 부분만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더라. 공무원 사이에 사고가 구태의연한 넘들이 많다는 것. 물론 핀트는 내가 말하려는 것과는 달랐지만...
 
공무원노조 얘기를 하면서 뜬금없이 김태호 총리 내정자을 왜 언급했냐하면,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어떤 인물인지를 잘 말해주는 게 바로 그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대응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겨레기사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지난해 9월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했을 때는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동당의 최대 주주이며 반정부 투쟁에 나서고 있는 민주노총에 가입한다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비판에 나섰다. 이에 앞선 지난해 3월에는 “공무원이 불법단체로 남아 사회 근본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흔드는 모습을 좌시할 수 없다”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간부 3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도청 내 전공노 사무실을 폐쇄했다."
 
과거 법외조직이었을 때 전국공무원노조 중에서 가장 조직화가 잘 되어있고, 쪽수도 많으며, 영향력이나 세력이 가장 컸던 곳이 바로 경남이었다. 김태호 총리 내정자는 위의 사례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공무원노조와 대결을 펼쳐왔고, 지금은 경남에서 노조 같지 않은 공무원노조들만 판치게 만들었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협력하기로 했다는 곳도 전국공무원노조의 지부가 아니라 경남도 공무원노조다. 전국공무원노조가 지금과 같이 현안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걸 보면 많이 아쉽다. 역시 일단 합법으로 갔다가 다시 법외조직으로 활동하기는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아마 진보정당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3. 공무원노조와 행안부와의 단체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참 흥미롭다. 주장 자체만으로 보면 실체도 없는 민공노나 법원공무원노조를 교섭위원으로 하는 건 문제라는 노동부나 행안부의 주장이 타당하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조 자체를 법외노조로 묶어놓은 상태에서 말 잘 듣는 공무원조직하고만 단체교섭하겠다는 자세 자체가 정당성 결여를 보여준다. 고용노동부가 하는 짓을 보면 과거에 노동부에 들어가서 뭔가 해보겠다고 했던 이들이 다들 지금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행안부 공무원들이야 출세에 눈먼 이들이 많고... 
 
4.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이 어떻게 풀릴지, 그리고 공무원노총, 광역연맹, 교육청노조가 과연 통합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꼭 제3자처럼 말한다고 할지 모르는데, 나 제3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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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공무원노조들 노조규약 또 문제삼아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 2010-08-05 오전 9:32:34)
행정부노조·공무원노총 등 9개 노조에 시정명령 … 정치적 지위향상·조합원 자격 등 지목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공무원노조들에게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과 관련된 규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노동부의 시정명령은 옛 전국공무원노조의 노조지위 취소의 근거가 되는 내용과 유사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4일 노동부와 행정부공무원노조(위원장 오성택)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달 21일 행정부노조에 공문을 보내 규약의 노조 설립 목적에서 “조합원의 정치적 지위를 향상시켜”라는 부분을 변경하라고 명령했다. 이 조항이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에 위반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또 조합원이 부당하게 해고돼 그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하도록 한 규약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노동부는 “징계·파면 등으로 공무원 신분을 상실한 자의 경우에도 조합원 신분을 보장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임원인 사무총장을 운영위원회에서 임명하도록 한 것은 노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노동부는 행정부노조 외에도 공무원노총, 공무원노총을 상급단체에 두고 있는 전남연맹, 전국통합기능직노조·한국공무원노조 등 총 9개 공무원노조에 시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노총의 경우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 문제를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노동부는 시정명령에 앞서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을 위한 의결을 요청했다. 오성택 위원장은 “노동부가 사전에 노조와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시정을 통보했다”며 “의사소통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행정부노조는 법률 자문결과에 따라 공무원노총 등과 공동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노동부의 일괄적인 시정명령은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설립신고 반려 조치 이후 진행된 것이다. 노동부는 전국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과정에서 규약상 ‘공무원의 정치적 지위향상’ 부분과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 등에 대해 문제 삼은 바 있다. 지난해 노동부는 옛 전국공무원노조가 해직자의 노조 가입·활동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설립신고를 취소했다. 당시 시정명령을 받은 옛 전공노는 일부 해직자의 조합원 탈퇴서까지 노동부에 제출했으나 일부 해직자 간부가 계속 활동했다는 이유로 설립신고가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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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공무원노조와 교섭할 의지 있나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 2010-08-05 오전 9:32:10)
예비교섭에서 교착 상태…일부 교섭위원 배제 요구 논란 
  
4일 노동계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달 노조측 공동교섭대표단에 공문을 보내 2008년 정부교섭 교섭위원을 재통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행안부는 법령에 따라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교섭위원, 해산된 노조 소속으로 표시된 교섭위원, 고용노동부에 노조로 신고돼 있으나 노조 지도부 부존재 등으로 인해 그 실체가 없다고 판단되는 노조에 속한 교섭위원 등을 배제하고 교섭위원을 다시 통보해줄 것을 요구했다.
 
행안부는 공문에서 ‘노동부에 신고돼 있으나 노조 지도부 부존재 등으로 인해 실체가 없다는 판단되는 노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는 민주공무원노조와 법원노조를 가리키는 것이다. 민공노와 법원노조는 지난해 옛 전국공무원노조와 통합했지만 통합노조의 설립신고가 반려됨에 따라 법적 지위는 살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안부는 지난 4월부터 예비교섭관련 간사협의회에서 두 노조에 배정된 교섭위원을 배제할 것을 요구해왔다. 두 노조에 배정된 교섭위원이 배제되지 않는 한 교섭을 재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노동계에서는 행안부가 교섭위원 자격을 문제삼아 대정부교섭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먼저 공무원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히고 단체협약 요구안을 반영해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했다”며 “공무원노조와 단협 없이도 공무원의 근로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정부 단체교섭 참여노조들은 이날 영등포 전국공무원노조에서 대표자회의를 열고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노조들은 민공노와 법원노조의 법적 지위가 살아있는 한 교섭위원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향후 대정부교섭을 촉구하는 공동대응에도 나설 예정이다. 한편 노조측 공동교섭대표단 본교섭 위원은 총 10명으로 이 가운데 전국공무원노조 몫은 5명이다. 옛 전공노 2명, 민공노 2명, 법원노조 1명이 포함된 것이다. 지난해 옛 전공노는 설립신고가 취소됨에 따라 교섭위원 자격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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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대정부 단체교섭노조,  행안부에 대정부교섭 즉각 재개 촉구 (2010년 8월 6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08 대정부 단체교섭 교섭참여노조 대표자회의가 8월 4일(수) 14:00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행정안전부의 2008 대정부 교섭단 교섭위원 배제요구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행안부는 지난 4월부터 간사 협의를 통해 2008 대정부 교섭을 재개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2008 대정부 교섭단 교섭위원인 민주공무원노조, 법원노조의 교섭위원 배제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2008 대정부 교섭단은 ‘민주공무원노조, 법원노조는 전국공무원노조로 통합하여 설립을 준비 중인 노조이며 합법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상 교섭위원 제외는 안 된다. 다만, 교섭진행 중 노조 측 교섭위원의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확실한 결론이 지어지면 교체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또한 맹형규 행안부장관도 전국단위 공무원노조와 오찬 간담회(2010. 7. 5)에서 ‘민주공무원노조, 법원노조의 법적인 하자는 없음’을 확인하고 해직자인 양성윤 교섭위원 명단을 교체하면 예비교섭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행안부(노사협력관실)는 ‘2008정부교섭 교섭위원 재통보 요청’ 공문(2010. 7. 14)을 통해 교섭위원 배제, 직위명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한 후 명단을 제출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해왔다. 공문에 따르면 행안부는 △법령에 따라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교섭위원, △기 해산된 노동조합 소속으로 표시된 교섭위원 △기 통보된 직위와 다르게 직위가 변경된 교섭위원 △기타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으로 신고되어 있으나 노조 지도부 부존재 등으로 인하여 그 실체가 없다고 판단되는 노동조합에 속한 교섭위원 등을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즉 2008 대정부 단체교섭단이 행안부가 요구하고 있는 민주공무원노조와 법원노조를 자체적으로 제외하고 2008 대정부 교섭위원을 재통보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안부는 이 공문에서 교섭위원 배제를 요구하는 어떠한 법률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2008 대정부 교섭단은 ‘교섭단 중 법률적 흠결이 없는 한 교섭위원 배제는 안된다’는 입장을 유지하되, 교섭진행 중 노조 측 교섭위원의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법률적 결론이 지어지면 교체하기로 했다. 또한 2008 대정부교섭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고 이를 위한 2008 대정부 공동교섭단의 공동투쟁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2008 대정부 교섭단은 행안부의 교섭위원 재 통보 요청 중 적법한 요구에 대해서는 수정, 보완하기로 하되, 법률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요구에 대해서는 노조측의 입장을 담은 공문을 8월 10일 예비교섭위원단이 직접 행안부에 전달하기로 하기로 했다. 또한 이날 대표자회의에서는 특별결의도 채택됐다. 참가자들은 “모든 공무원 단체 및 개인은 대정부 교섭단의 단결을 저해하는 언행을 하지 않는다”는 특별결의 내용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교섭단의 단결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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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공무원노조와 월 1∼2차례 간담회" (창원=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2010/08/09 09:11)
 
김두관 경남지사가 소통 활성화의 하나로 이달부터 매달 1∼2차례 공무원 노조와 간담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 공무원노동조합 김용덕(43) 위원장은 9일 "지난달 김 지사와의 상견례 면담에서 정기적인 간담회를 요청했는데, 김 지사가 흔쾌히 수용하면서 월 2회 간담회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김 지사의 바쁜 일정을 고려할 때 적어도 1차례 이상 노조와 간담회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도청 내부 조합원의 여론을 전달하고, 바람직한 공직사회의 조성을 위해 제도 개선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노조의 의견을 경청하고서 내부 현안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으로 김 위원장은 내다봤다. 그는 "간담회를 통해 양측간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져 상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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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위원 자격' 놓고 공무원 노사 줄다리기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 2010-08-11 오전 9:49:20)
노조측, 2008년 단체교섭 재개 촉구
 
공무원 노사의 2008년 단체교섭이 지난해 한 차례 예비교섭 이후 중단된 가운데 노조측 예비교섭위원들이 10일 행정안전부를 방문해 교섭재개를 촉구했다. 반면 행안부는 “교섭위원이 정리되지 않으면 교섭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노조측 예비교섭위원 6명은 이날 서울 세종로 행안부를 방문해 ‘2008 정부교섭 교섭위원 재통보 요청’과 관련해 답변 공문을 전달했다. 행안부는 지난달 대정부 공동교섭단에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교섭위원 △고용노동부에 노조로 신고돼 있으나 노조 지도부 부존재 등으로 인해 실체가 없다고 판단되는 노조에 속한 교섭위원 등을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노조측 공동교섭단은 “실체가 없다고 판단되는 노조에 속한 교섭위원은 없다”고 답했다. 행안부는 이날 면담에서 "늦어도 오는 20일까지 노조측 공동교섭단에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노조측 공동교섭단은 옛 민주공무원노조와 옛 법원공무원노조의 법적 지위가 살아 있으므로 교섭위원을 맡는 것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행안부는 “실체가 없는 노조와는 교섭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공노와 법원노조 교섭위원만 빠지면 교섭은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지훈 행안부 노사협력담당관은 “민공노와 법원노조는 스스로 해산을 결의했고 지도부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활동을 전국공무원노조 이름으로 하고 있다”며 “정부가 실체가 없는 노조와 교섭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행안부는 올해 3월 고용노동부에 전국공무원노조 출범식 이후 민공노와 법원노조의 법적지위, 민공노와 법원노조 조합원이 교섭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질의했으나 노동부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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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규모 거대 공무원노조 또 나오나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 2010-08-11 오전 9:34:08)
공무원노총·광역연맹·교육청노조 통합 논의 가속화
 
10만명 규모의 공무원노조 조직들이 통합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통합한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양성윤)에 이어 거대 공무원노조 단체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공무원노총(위원장 김찬균)과 전국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조연맹(위원장 박상조),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위원장 김종기) 등 3개 단체 위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공무원노총에서 만남을 갖고 대통합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공무원노총과 광역연맹, 교육청노조는 이날 기초·광역·교육·중앙 등 5개 조직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는 조만간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세부적인 추진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3개 단체의 통합논의는 지난 2월 시작됐다. 당시 각 조직 위원장들은 울산시청공무원노조에서 모임을 갖고 총연합회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최근에는 교육청노조 소속 서울시교육청노조와 대구시교육청노조가 상급단체를 공무원노총으로 바꾸면서 통합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공무원노총과 광역연맹, 교육청노조가 원칙적으로 통합에 합의하긴 했지만 통합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 조직 내부에 통합에 부정적인 단위노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합 공무원노조 단체가 출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체별로 통합에 대한 추인 과정도 거쳐야 한다.
 
한편 3개 조직에 속한 조합원은 10만여명을 웃돈다. 공무원노총 조합원수는 올해 7월 기준으로 7만7천여명이다. 공무원노총에는 행정부공무원노조 등 55개 노조가 가입돼 있다. 13개 시·도교육청노조가 속해 있는 교육청노조 조합원은 2만3천여명이다. 올해 3월 공무원노조만의 독자노선을 표방하며 출범한 광역연맹에는 서울·울산·경기 등 8개 광역자치단체 노조들이 가입돼 있다. 조합원은 1만3천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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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동계 조직 이원화 … 공조 불가피할 듯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 2010-08-11 오전 9:34:48)
 
통합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공무원노총과 전국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조연맹,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의 공통점은 공무원 중심의 노동운동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이들 단체는 민간노조와의 공조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해 통합해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선택한 전국공무원노조와 다른 행보다.
 
현재 전국공무원노조의 조합원은 13만여명이다. 공무원노총·광역연맹·교육청노조가 통합하면 10만명을 웃도는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노동계는 크게 전국공무원노조와 3개 단체 통합조직으로 양분된다. 마치 노동계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나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이에 따라 현재 상급단체가 없는 단위 공무원노조들의 이합집산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 확대를 둘러싸고 두 통합조직의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전국공무원노조 중앙행정기관본부 소속이었던 농림수산식품부지부가 민주노총 탈퇴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였다가 부결되자 지난 5월 지부의 일부가 공무원노총 산하 행정부공무원노조에 가입한 바 있다. 올해 4월에는 공무원노총 소속인 광주광역시노조가 전국공무원노조로 소속을 전환하는 조직형태변경 조합원 총투표를 예정했다가 취소했다.
 
공무원노조들의 현안은 비슷하다. 임금협상 과정에 노조 참여 보장, 기능직공무원제도 개선, 5·6급 근속승진제 도입, 대정부 교섭,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 등이다. 지난해 옛 전국공무원노조가 해직자 조합원 자격 문제를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았다가 설립신고가 취소된 적이 있는데, 최근에는 행정부공무원노조를 비롯한 9개 공무원노조도 비슷한 이유로 규약 시정명령을 받았다. 조직은 달라도 공무원노조 간 공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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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중립’ 거대 공무원노조 연내 출범 (서울, 유대근기자, 2010-08-13  4면)
7만 5000명 공노총·전국광역연맹·교육청노조 통합 합의 
 
12일 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과 전국광역자치단체 공무원노조연맹(전국광역연맹), 전국시도교육청 공무원노조(교육청노조) 등에 따르면 이들 세 개 노조 위원장들은 지난 10일 회동을 하고 연말까지 단체를 통합하기로 원칙적으로 뜻을 모았다. 이들 단체는 지난 2월부터 통합을 추진해 왔으나 통합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지금까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공노총 조합원은 4만 1700명, 교육청노조는 2만 3400명, 전국광역연맹은 1만 600명으로 합하면 7만 5700명이 된다. 전공노는 옛 전공노와 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 법원노조가 합해진 조직으로 정부는 조합원이 8만명가량일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정부 통계와 달리 공노총과 교육청노조, 전국광역연맹은 세 노조가 통합할 경우 조합원이 11만명이 되고 전공노는 전체 조합원이 13만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3개 노조 위원장은 통합노조를 기초·광역·교육·중앙 등 4개 조직으로 재편하고 세부적인 통합방식과 절차는 조만간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정하기로 했다. 통합노조는 민주노총에 가입한 전공노와 달리 별도의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합법적인 노동운동을 할 계획이다. 특히 노동운동 과정에서 해직자가 발생하면 현행법에 따라 이들을 노조에서 배제하고 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장윤 공노총 정책국장은 “10일 회동에서 올해 안에 세 단체가 통합하는 내용으로 큰 틀의 합의를 봤으며 앞으로 통합추진위원회 등을 구성해 구체적인 통합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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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1 15:29 2010/08/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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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 결국 사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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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가 언젠가는 사고칠 줄 알았는데, 결국 상지대에서 터졌다. 
 
8월 9일 오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학내분규를 겪어온 상지대 구재단측이 추천한 인사 4명을 정이사로 선임키로 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상지대 정이사 8명 가운데 4명은 구 재단 측이 추천한 인사, 2명은 현재 학교 구성원들이 추천한 인사, 2명은 관할청인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천한 인사로 선임키로 사분위가 결정함으로써 비리혐의로 구속된 바 있는 김문기의 상지대 재단 복귀가 사실상 가능해진 셈이다. 김문기가 빠지더라도 비리재단의 복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사분위가 저런 결정을 한 걸 보면 사분위 자체에 대해서부터 정당성 문제를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학교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들과 함께 연대하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분위에 대해 좀더 검토를 해보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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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사분위 ‘비리사학 도우미’ 노릇 (한겨레, 진명선 기자, 2010-07-26 오후 10:04:07)
김문기 전 이사장 강력한 복귀의사도 걸림돌 지적
정점 치닫는 ‘상지대 사태’

 
■ 보수화한 사분위의 대법원 판례 해석 지난 2월 출범한 사분위 2기가 보수 성향 인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사학의 공공성보다 사유재산권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결정이 잇따를 것이란 우려가 컸다. 실제로 2기 사분위는 출범하자마자 세종대 정이사 7명을 모두 비리로 물러난 옛 재단이 추천한 인물로 채웠다.
 
상지대와 관련해서도 사분위원들이 2007년의 대법원 판례를 보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종전 이사가 정이사 선임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나와 있다”며 “11명의 사분위원 가운데 6명이 법률가여서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결정을 하기가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명연 상지대 학생처장(법학과 교수)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정이사의 과반수를 추천할 권한으로 해석하는 것은 억지”라며 “게다가 김문기씨는 옛 교육부(교과부)에 의해 1993년 정이사 선임이 취소된 사람이어서 종전 이사로 볼 수 없는데 사분위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완강한 김문기 전 이사장 상지대를 둘러싼 갈등이 커진 것은 비리로 물러난 옛 재단의 복귀 의사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교과부와 사분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전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사분위가 상지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내가 나서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분위의 지난 4월 결정을 사실상 김 전 이사장의 복귀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웅 전국교수노동조합 교권국장은 “조선대는 정이사 추천권을 지닌 옛 이사들끼리도 입장이 달라 교과부가 중립적인 인사를 선임하는 게 가능했지만 김 전 이사장이 있는 상지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 쪽은 30일 사분위 회의 때 논의할 정이사 후보 명단을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분위 결정 무효’를 주장하는 상지대 비대위 역시 학내구성원 추천 몫 2명의 정이사 후보 명단을 제출하지 않기로 해, 정이사 선임 관련 최종 결정이 연기될 가능성도 크다.
 
■ 힘받는 사분위 해체론 상지대 비대위는 교과부의 재심 청구를 요구하고 있지만, 재심이 이뤄질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사분위원은 “현재의 사분위 구성으로 봐서는 재심이 이뤄질 경우 그나마 학내구성원 몫으로 주어졌던 2명의 추천권마저 박탈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분위가 갈등 해결 능력을 상실하면서 사분위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 등은 28일 ‘사분위 폐지’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안 의원은 “사분위는 교과부 장관 소관으로 돼 있는데도, 사분위 결정에 대해 교과부 장관이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건 행정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며 “사학 분쟁과 관련된 모든 결정과 책임을 교과부 장관이 지도록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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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식민지가 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프레시안, 한상희 법과사회이론학회장, 2010-07-29 오전 11:09:53)
[기고] 상지대 사태와 법치라는 환상-사분위 해체를 향해
 
상지대의 현재가 현 정권 하에서 교과부와 사립학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라는 이상한 기구에 의해 그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2003년 상지대의 임시이사들은 과도체제를 마감하고 정규적인 대학 운영체제를 확보하기 위해 정이사를 선임하였다. 그러나 2007년 대법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논거를 대며 임시이사에 의한 정이사 선임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사립학교를 지역과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교육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는 교육관계법의 취지는 아랑곳 않고 대학을 민사법의 틀 속에서만 파악하는 그릇된 판단을 내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비리와 부정으로 점철된 구재단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고만 하였을 뿐, 상지대를 구재단에 넘겨주라는 판단은 회피하였다. 오히려 대법원은 어중간한 태도로 이 상황을 피해 나가면서 그 해결을 교육과학기술부에 떠 넘겼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해석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고 그 정권이 겉으로는 보수라는 이념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수구의 정책으로 뒷걸음질 하면서부터 시작한다. 패악과 타락을 일삼다 민주화과정에서 단죄되었던 세력들이 이 정권의 지지기반임을 자처하면서 이 반동의 국면을 타고 다시금 거리를 활보하고 나선 것이다.
 
상지대 사건의 핵심은 간단하다. 비리와 부정으로 학교를 망쳐 놓은 장본인에게 대학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그 대학의 운영을 맡겨 놓을 것인가이다. 물론 여기에는 구재단 측이 충분히 회개하였다는 증거도 뼈 깎는 반성을 하였다는 징표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구재단'이라는 것이 1972년 임시이사들에 의해 선출된 이사들로 그 존재조차 무효인 상태이다. 2007년의 대법원판결에 의하면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는 법인데, 이 '구재단'은 임시이사들에 의해 선임된 것인 만큼 그 자체가 무효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 점에 대하여 철저하게 눈을 감아버린다. 오히려 사분위라는, 존재이유조차 흐릿한 예외기구의 심의에 일임한 채 모든 판단을 회피해 버린다. 사립학교의 운영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감독과 통제의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오직 사분위의 심의결과에만 따르겠다는 직무유기성 발언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사분위는 또 사분위대로 적법성과 타당성을 상실한다. 실제 사립학교에 대한 감독과 통제는 대통령과 총리의 통할 하에 교과부장관이 종국적인 책임을 지고 수행하여야 할 주요한 행정업무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 입법과정상의 타협으로 통과된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개정법률은 이 행정권을 사법부가 추천한 위원이 주축이 된 사분위에게 일임하는 무리를 범하고 있다. 이 사분위는 총 11명의 위원 중 5명을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위원이 겸하게끔 되어 있다. 사분위의 운영 자체가 실질적으로 대법원장의 의중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구성방식은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정면에서 침범한다. 행정부의 업무에 사법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또 간섭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사학분쟁을 조정'하는 일은 사법적 성격이 강하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분위가 다루는 사건은 분쟁의 '조정'이 아니라 사립학교의 운영에 대한 감시와 감독의 업무다. 재단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구재단과 임시이사가 싸우는 상황이 아니라 구재단이 저질러 놓은 비리와 부정을 털어내고 도탄에 빠진 사립학교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이 사분위의 역할이다. 그래서 사립학교법은 재단 이사회의 결원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교과부가 이사승인을 취소한 때와 같이 예외적인 상황에만 사분위가 개입하도록 하고 있다. 요컨대, 그것은 '분쟁'이 아니라 '임시운영'이며 '조정'이 아니라 '감독과 통제'이다. 철저하게 행정의 업무이다. 여기에 사법부가 관여할 일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분위가 법과 정의의 원칙에 충실하게 운영되는 것도 아니다. 상지대 사건만 하더라도 지난 4월 29일 정이사 추천 비율을 5(종전 이사) : 2(교과부) : 2(학교구성원)로 하는 제1차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청문이나 당사자소환 등 헌법이 요구하는 적법절차를 거친 흔적이 없다. 그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상지대 측의 요구 또한 일언지하에 거절되고 있다. 국민의 말할 권리, 알 권리가 송두리째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지하벙커에 숨어든 듯한 이 밀실의 회의는 왜, 어떤 근거에서, 무엇을 참조하여 그러한 결정에 이르게 되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특히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하여 '종전이사가 정이사의 선임에 관여하여야 하며 그것도 정이사 정수의 과반수를 선임한다'라는 판단으로 비약될 수 있는지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겉보기로는 법률의 틀 혹은 사법부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하고 있으되, 실상은 아무런 설명도, 논거도 없이 자의적, 일방적인 판단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실되는 것은 법과 정의요,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들의 신뢰이다. 흘러나오는 이야기처럼 위원 중 대법원장이 추천한 현직판사 한 명이 법해석을 독점하면서 다른 위원들을 압도하고 나서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면 사분위의 회의 자체도 파행으로 이루어졌다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회의가 교육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대법원의 판결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수준에 머물게 되면서 사분위가 대법원장의 식민지로 전락해 버리는 양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의 운영에 대한 감시·감독이라는 교과부의 행정업무에 대해 교육의 당사자나 전문가들은 제쳐놓고 대법원장의 그 대리인인 위원이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모든 회의를 주도하여 일방적인 결론을 내리고도 그 회의의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반 법치, 반민주의 행태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과 속에서 상지대의 현재와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다.
 
상지대 사태는 이런 악몽의 전초를 이룬다. 여기서 이 유령은 대법원장의 식민지가 된 사분위가 만들어낸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따리를 싸들고 와도 쫓아낼 것"이라는 천박한 표현을 사용하면서까지 규탄하였던 구재단의 불법과 부정을 이제 사분위를 전초기지로 삼아 완전 복권시킬 것을 도모한다. 어렵고 힘겨운 투쟁을 거쳐 겨우 이루어놓았던 그 민주화의 꿈이 이들이 전유하는 법 권력에 의해 일거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어딘가 있을 것이라 믿었던 정의로운 법은 이들에 의해 완전한 허상으로 전락한다. 혹은 어떻게든 만들어 놓았다고 믿고 싶었던 그 민주주의의 성과들은 이들의 밀실담합 속에서 허무한 꿈으로 무화되어 버린다. 오로지 체념과 굴종을 강요하는 야만적 폭력만이 그 빈자리를 대체할 뿐이다.
 
그래서 이번의 상지대 사태는 우리 민주주의의 시금석이 된다. 법의 이름으로 정의를 유린하고, 민간위원회라는 명분으로 폭력이 정당화되는 이 사분위의 형태 속에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이 억장 무너지는 현실이 더 이상 우리의 운명으로 자리 잡기 전에 그것을 바로 잡아 내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물론 때늦은 조치이긴 하지만 사분위를 폐지하는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는 점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성난 얼굴로 사분위와 교과부, 나아가 현 정권의 행태들을 지켜보는 것이다. 분노야말로 현상의 질곡을 깨는 저항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분노가 있을 때 사분위와 이를 매개로 다시금 복권을 도모하는 지난날의 폭력들을 분쇄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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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상지대 정이사 추천 안하기로 (한겨레, 진명선 기자, 2010-07-30 오전 08:25:53)
심의연기 나서…사분위와 특별소위 열기로
추천권 지닌 세 주체중 옛재단만 명단 제출

 
교육과학기술부는 상지대 정이사 선임 문제를 최종 결정하는 30일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본회의에 교과부가 추천권을 지닌 2명의 정이사 후보 명단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날 “교과부 추천 몫의 후보 명단은 일단 30일 열리는 사분위에는 제출하지 않고 검토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사분위 논의가 학교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행되면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와 함께 정이사 2명의 추천권을 갖고 있는 상지대 쪽도 후보 명단을 제출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사분위에는 옛 재단 쪽이 추천한 5명의 정이사 후보 명단만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사분위는 지난 4월29일 정원이 9명인 상지대의 정이사를 옛 재단(5명), 상지대 학내 구성원(2명), 교과부(2명)가 각각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30일 열리는 사분위 본회의에서 상지대 정이사 선임과 관련된 안건이 제대로 논의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사분위원은 “추천권을 지닌 세 주체 가운데 옛 재단 쪽만 후보 명단을 제출한 상황에서 이 안건을 심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교과부는 30일 본회의에 앞서, 상지대 관련 안건을 다뤄온 특별소위원회를 다시 한 번 열기로 사분위와 협의를 마쳤다. 특별소위에 참여하는 한 사분위원은 “여러 문제가 있으므로 상지대 관련 심의를 연기하는 것으로 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분위원도 “특별소위의 결정을 본회의에서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교과부가 상지대 문제 해결을 위해 조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상용 상지대 교수협의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사분위의 결정이 교과부의 뜻이 아님을 명확히하려면 교과부 몫뿐만 아니라 옛 재단 쪽 추천 명단도 제출하지 않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분위원들 사이에선 옛 재단 쪽이 5명의 정이사 후보를 단수 추천한 데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분위원은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는 게 관례인데, 5명의 추천권을 지닌 옛 재단 쪽이 딱 5명만 추천한 것은 사분위의 심의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사분위원이 있을 경우 30일에는 결정이 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사분위원도 “단수 추천을 한 것은 큰 문제로, 후보 명단을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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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정이사 재추천하라” 사분위, 김문기씨에 요청 (경향, 김보미 기자, 2010-07-30 18:32:43)
ㆍ내달 9일로 선임 연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소속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30일 논란이 일고 있는 상지대 정이사 선임과 관련,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 등 구재단 측에 정이사 후보를 다시 추천하라고 했다. 사분위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상지대 정이사 선임 건을 논의한 뒤 최종 선임 결정을 다음달 9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또 다음주까지 정이사 후보를 추천해야 하는 구재단과 학교 구성원, 교과부를 상대로 다시 후보군을 내라고 요청했다. 특히 사분위는 후보 추천수를 명시, 각각 배정된 추천인의 2배수를 후보로 제출하라고 밝혔다.
 
구재단 측이 1.5~2배수로 추천하는 관례를 깨고 이처럼 단수로 후보를 추천하자 보수적인 사분위원들 사이에서조차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이와 함께 2명을 추천하게 돼 있는 상지대 구성원 측은 구재단 측에 유리하게 돼 있는 사분위의 정이사 배분 비율 결정과 구재단 추천인에 김 전 이사장이 포함된 것 등에 반발해 후보 추천을 하지 않았다. 교과부도 구재단과 학교 측의 추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절한 인사를 선정할 수 없다고 판단, 후보자를 내지 않았다. 이우근 사분위원장은 “구재단 측이 단수로 추천하는 등 심의할 근거가 부족해 재추천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로 했다”며 “다음 회의에서는 정이사를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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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사태 어디로… ‘비리재단 복귀’ 불씨 놔둔 채 ‘시간 벌기’ (경향, 김보미 기자, 2010-07-30 18:31:54)
ㆍ사분위, 입장 안밝히고 “재추천” 어물쩍
ㆍ김문기 전 이사장 재추천 뻔해 충돌 불가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30일 상지대 정이사 후보를 다시 추천받기로 하고 선임을 연기하면서 상지대 구성원 측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잠시 피했다. 그러나 ‘상지대 사태’의 발단이 된 구재단 인사들의 복귀를 막을 방침은 내놓지 않아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지대 구성원 측은 “사분위가 후보만 재추천받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본질을 호도한다”며 반발했다.
 
사분위가 이날 전체회의에서 정이사 선임을 연기, 구재단과 학교 구성원, 교육과학기술부 측의 후보를 재추천받기로 결정한 데는 최근 여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보수 성향의 사분위원들은 구재단이 제출한 후보들로 정이사 선임을 강행할 뜻을 비쳐왔다. 하지만 구재단 측 추천 후보에 비리로 물러난 김문기 전 이사장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커졌다. 사학분쟁을 조정해야 할 사분위가 문제를 키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급기야 야당 의원들과 면담한 안병만 교과부 장관도 “구재단 측 추천 5인이 그대로 선임되지는 않게 하겠다”며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이날 사분위 결정은 문제를 일단 덮어놓은 것일 뿐 진전은 아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위원들이 후보 재추천이라는 방침을 지지해 결론이 내려졌지만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유일하게 제출된 구재단 측 정이사 후보(5명)만이라도 심의·의결하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날 사분위의 결정에 대해 상지대 구성원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분위가 김 전 이사장이 후보 자격이 있는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도 향후 쟁점이다. 구재단 측이 김 전 이사를 재추천하면 논쟁은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상지대 구성원 측은 김 전 이사가 정이사가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박병섭 상지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청문 절차에서 김 전 이사장이 종전이사 자격이 없어 배제돼야 한다는 원칙이 나왔다”며 “그럼에도 사분위는 김 전 이사장의 추천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적으로 검증돼야 할 사실관계는 방치한 채 명단 재추천으로 결정을 연기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사분위가 스스로 공적기구 지위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김 전 이사장을 추천한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이라며 “교과부와 사분위가 추천 자격 자체가 안되는 인사를 후보 명단으로 받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사분위는 다음주까지 구재단 5명, 상지대 구성원·교과부에서 각각 2명씩 이사 추천을 받아 다음달 9일 전체회의에서 이사 선임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사분위는 지난 4월 구재단과 학내 구성원, 교과부에 5 대 2 대 2 비율로 정이사 추천권을 배정했으나 이 비율로 나눈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비대위는 국회청문회와 언론계·학계·시민사회 토론을 요구하고, 사분위가 다음달 9일 정이사를 추천하면 무기한 동맹휴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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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분위, 옛 비리재단 의견 안따라도 된다” (경향, 장은교·김보미 기자, 2010-08-09 01:19:52)
ㆍ상지대 사태 해결 영향주나
ㆍ비리재단 복귀반대 힘 실릴지 주목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학교 정상화를 위해 신임이사를 선임할 때 비리를 저지른 전 재단 인사들의 의견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구 재단 인사들의 복귀를 둘러싸고 파행을 겪고 있는 상지대 사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8일 ㅅ학원의 전 이사 정모씨(89)가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낸 이사선임처분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1969년 설립된 ㅅ학원은 2004년 경기도교육청의 감사 결과 이사장이 학원의 재산을 횡령하고, 이사장을 비롯한 모든 이사와 감사가 이사회 개최도 없이 허위로 작성된 이사회 회의록을 근거로 임원취임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산을 횡령한 이사장은 소송을 낸 정 전 이사의 아들로, 그가 취임한 1991년부터 2004년까지 이사회가 제대로 개최된 적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교육청이 이사장과 해당 이사 및 감사들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모두 취소하자, 정 전 이사장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임시이사를 선임해 달라고 청구했고 교육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임시이사들은 2004년 7월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9명의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결의를 하고 교육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그후 임시이사들에 의해 결의된 이사 선임이 모두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자 교육청은 사분위 심의를 거쳐 2008년 정식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구 재단 인사들은 “임시이사들의 임기도 끝나지 않았는데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1·2·3심 모두 구 재단 인사들의 완패로 끝났다. 1·2심은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임시이사를 선임해야 하나 임시이사의 선임사유가 해소됐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정식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정 전 이사장은 학원의 운영을 전횡하면서 기본재산을 횡령했고 구 이사들은 정 전 이사장의 전횡을 방치해 온 점 등을 볼 때 사분위가 학원의 정상화 방안을 심의·의결함에 있어서 종전 이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무슨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사분위의 이사 선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구 재단 측 인사들의 복귀를 반대하는 상지대 구성원들의 주장에 정당성을 더해 준 것으로 평가된다. 비리를 저지른 구 재단 측 의견을 사분위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대법원이 판시했기 때문이다. 사분위 관계자는 “학교 정상화 방안을 심의할 때는 이번 판결과 같이 비리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종전 이사의 의견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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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후폭풍, 교육 부패세력이 몰려온다 (미디어오늘, 2010년 08월 09일 (월) 16:37:19 류정민 기자)
비리재단 복귀 길 터준 사학분쟁'조장'위원회…교육계 핵심 쟁점 급부상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인사들이 장악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비리 사학재단 복귀의 길을 열었다. 상지대 문제와 관련한 9일 사분위 결정은 특정 대학의 개별 사안으로 보기 어려운 중대한 갈림길이었다. 상지대 정이사 선임 문제의 방향에 따라 '교육 부패'로 사회적 지탄을 받으며 물러났던 세력들이 다시 학교를 장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사분위는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불렸던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 쪽 인사들의 상지대 정이사 입성의 길을 터줬다.
  
사분위는 김문기 전 이사장을 정이사로 복귀시키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모습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문기 전 이사장 아들을 상지대 정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입시 부정 등 각종 비리로 물의를 일으키며 상지대를 떠났던 김문기 전 이사장 쪽은 17년 만에 학교를 다시 장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9일 성명에서 "오늘의 결정은 김문기 전 이사장의 복귀를 위해 사분위와 교과부가 들러리를 서준 것이며, 상지학원의 정상화는커녕 학교를 부패와 농단, 보복의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최악의 결과이다. 그러기에 앞으로 발생하는 상지대학의 모든 갈등과 대립은 그 원인 제공이 교과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학비리 대명사인 상지대까지 부패재단 복귀가 허용되는 의미는 전국의 부패재단들이 다시 학교로 복귀할 수 있는 상징적인 결과라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김문기 전 이사장 쪽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줄기차게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상지대 복귀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성공하게 된 셈이다.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교육 부패세력이 속속 학교를 재장악할 경우 사학분규의 소용돌이가 전국을 흔들 수도 있다. 교육계가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다. 상지대 학생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은 이번 결정을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이번 결정에 따라 다시 사학분쟁'조장'위원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인사들이 장악한 그곳의 결정은 사학분쟁조정이 아닌 사학분쟁조장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비리 문제 등으로 사학분규에 휘말린 대학들의 정상화를 책임지는 사분위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오히려 비리 재단의 복귀를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것은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비리재단 복귀 저지와 상지대 지키기 긴급행동'은 9일 성명에서 "정부는 교육비리 척결을 누차 공언했던 것과 달리 '교육비리의 온상'인 상지대 구재단 복귀를 방조함으로써 사학의 투명성을 거꾸로 돌린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상지대긴급행동은 "사학을 개인의 소유물로 환원시키고 다시 부패와 비리의 굴레로 몰아넣은 반역사적인 결정을 내린 사분위 위원들과 이를 방조한 교과부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묻는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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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재단 복귀의 해결사 사분위, 존재 이유 없다 (한겨레, 2010-08-09 오후 10:36:05)
 
사분위 결정은 매우 위험하다. 상지대는 김씨의 비리재단이 물러난 뒤 17년간 학생·교수·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의 각별한 노력으로 지역에 터잡은 건전사학의 모습을 갖췄다. 이렇게 키운 학교를 비리와 분규의 당사자인 옛 재단 손에 통째로 안겨주겠다니 평지풍파가 아닐 수 없다. 이미 학교 구성원들은 강력 저지를 다짐하고 있고, 지역사회도 지금보다 더한 분규와 갈등을 걱정하고 있다. 사분위가 대학을 정상화하기는커녕 학내분규에 불을 붙이고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이런 사태는 사학에 대한 사분위의 잘못된 인식 탓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 2월 구성된 제2기 사분위는 사학의 공공성보다 사학재단의 사유재산권 보호를 지나치게 앞세웠다. ‘학교는 설립자의 것’이라는 경직된 주장 탓에 괜한 갈등을 빚는 결정을 내리기 일쑤였다. 세종대와 조선대에서 옛 재단 쪽 인사들을 대거 정이사로 선임한 것이 그런 예다. 그런 사학마다 정상화 대신 소송 따위 분규가 재현됐다.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교육환경의 조속한 안정’이라는 사분위의 설립 목적이 무색하다.
 
사분위 결정은 법률적 정당성마저 의심된다. 최근 대법원은 사분위가 정이사 선임 등 사학의 정상화 방안을 심의·의결할 때는 비리로 물러난 옛 재단 쪽 의견을 무시해도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사분위 스스로도 지난해 ‘종전이사에게 정이사의 과반 추천권을 주되, 비리·도덕성·학교경영역량 등 사회 상규와 국민 법감정에 비춰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때는 예외로 한다’는 원칙을 정한 바 있다. 이번처럼 굳이 옛 비리재단에 학교를 넘길 필요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하는 게 결코 옳지도 않은 것이다. 사분위는 이미 사학 정상화의 걸림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결정의 옳고 그름도 다시 따져야 하겠거니와 이번 기회에 사분위를 이대로 둘 것인지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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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학분쟁, ‘이사제도 본질’ 판례 좇아 해결해나가야 (문화, 2010-08-10 13:36)
 
우리는 상지대로 상징되다시피 한 사학 현장의 대립·갈등 그 순조로운 해소를 기대하며, 사학 분규의 연원과 해법 및 사학 미래를 위해 세 측면을 유의하고 특히 대법원 판례의 기속력을 각별히 강조한다. 첫째, 분쟁의 심연은 비리에 닿아 있다. 그 ‘죄와 벌’은 형사사법 본령이며 교육법령 소관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지적이다. 그 본령·소관을 그르친 사학법 개악 시리즈가 외부 세력의 학사 틈입을 조장해 분쟁 화력을 더해온 전비(前非)를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영속성있게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이사제도의 본질”이라는 2007년 5월17일 대법원 판례가 해법 기준선이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설립자 → 최초 이사 → 후임 이사의 순차 궤도를 벗어난 ‘임시이사회의 정이사 선임’이 무효임을 명확히했으며, 종전 이사에게 정이사 과반 추천권을 부여하기로 한 사분위 법률특위의 지난해 9월 원칙도 그 판례를 좇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분위가 대법원 판례를 왜곡했다고 비판하지만 우리는 ‘학교법인 설립목적의 영속성’ 그 본지(本旨) 자체를 달리 해석할 이유는 없다고 믿는다. 셋째, 근원적으로 현행 사학법의 위헌소지를 소거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학법=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법’이라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 지명자의 오랜 주장을 새삼 유의한다. 이 지명자의 교육개혁 드라이브에서 사학 정상화의 몫 작을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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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교과위 “반교육적 사분위에 대해 청문회 추진” (한겨레, 정인환 송호진 기자, 2010-08-10 오후 09:56:57)
 
안민석(민주)·권영길(민주노동) 의원 등 국회 교과위 소속 야당 의원 8명은 10일 성명을 내어 “사분위의 이번 결정은 분쟁조정이 아니라 분규의 장으로 학내 구성원들을 내모는 반교육적 행위”라며 “사분위원장을 출석시킨 긴급 교과위 전체회의를 열 것이며, 사분위원장이 출석을 거부하면 사분위 청문회 개최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사분위 결정에 대한 교과부의 즉각적인 재심을 촉구하는 한편, 사분위의 역할 및 위상 재정립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이날 성명을 내어 비리재단 복귀의 길을 터준 사분위를 비판했다. 민변은 “사분위는 형식논리에 빠져 사학 문제를 소유권의 문제로 전락시키고, 교과부의 통제도 받지 않으며, 국회의 정보공개 요구 등에 대해서도 나몰라라 하는 등 무소불위의 기구가 돼 오히려 사학분쟁을 촉발하고 있다”며 “교과부는 재심 등의 책임 있는 조처를 취하고, 국회는 청문회 등을 열어 사분위의 기준과 결정 과정, 유착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상지대 학생·교수·교직원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비리재단 복귀를 막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심상용 교수협의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사분위 결정에 대해 교과부가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곧바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에 들어가겠다”며 “이와 별도로 이번 결정과 관련해 감사원에 사분위와 교과부에 대한 직무감찰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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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 울트라 보수위원들 때문에 분쟁만 커져” (참세상, 윤지연 기자 2010.08.11 10:29)
이장희 교수, “사분위가 사학법을 왜곡하고 있다”
 
지난 8일 사분위를 사퇴한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가 사분위의 ‘이념 편향적인 보수화’를 지적하고 나섰다. 사분위가 분쟁 해결을 위한 판단보다는 ‘좌익 대 우익’, ‘진보 대 보수’라는 이념에 초점을 맞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장희 교수는 10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상지대를 비롯해 조선대, 세종대 등에도 과거 문제를 일으켰던 구재단 관계자를 이사로 선임했다고 설명하며 “1기 말 때 교체된 임원들의 성향이 이념적으로 보수성향중에서 울트라에 가깝고,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보수 성향의 교체된 임원들은 사학분쟁을 이념분쟁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분위 전반의 논의과정에서 사학분쟁이라는 것은 결국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들이 학내를 차지하고 있다, 이분들을 솎아내는 것이 학원 정상화다, 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사분위의 성향에 따라 구재단 이사들이 협조와 비협조의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상지대, 세종대, 광운대, 조선대를 ‘특별소위’에서 다루며 1기 사분위가 끝나기 전에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 교수는 “4개 대학에 대한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에 대해 구재단 이사들이 일체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면서 “때문에 이해관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듣기 위해 요청을 여러 번 했는데 전혀 나타나지 않아 심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분들이 협력을 하지 않는 이유는 1기가 주로 구성이 이념적으로 편향된 분들이기 때문에 1기가 끝나고 정권이 바뀌게 되면 분위기가 달라져 자기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사법기구로서의 위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분위에대해 야당에서는 사분위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현행 사립학교법을 비롯한 사분위 도입에 가장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에 이 교수는 “사분위가 정상화 심의에 있어 정상 기준에 따라야 하는데, 사학법이나 현행 법령들을 왜곡, 확대 해석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사분위 폐지를 주장하는 역설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교수는 사학 분규의 해결책으로, 학내구성원들간의 소통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대학평의원회와 개방 이사회 제도 등의 활발한 운영, 그리고 사분위의 독립성 확보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 사분위 위원들이 사분위의 원래 정신을 따라 제대로 운영하고, 현행 사학법과 대법원 판결 등의 취지를 제대로 잘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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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분쟁조정위의 상지대 결정, 법적 하자 있어” (미디어스, 2010년 08월 11일 (수) 11:41:23  송선영 기자)
상지대 결정 반발해 위원 사임한 이장희 교수, 평화방송 출연
 
사분위는 지난 9일 오전 학교법원 상지학원의 정이사 선임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어 김문기 전 이사장(옛 재단) 쪽 4명, 상지대 구성원들이 추천한 인사 2명, 교육과학기술부 추천 2명 등 정이사 8명과 임시 이사 1명을 선임하는 등 이사 파견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사분위의 이러한 결정에 반발해 사학분쟁조정위원을 사임하고 퇴장한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11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분위의 결정이 지닌 문제점 등을 요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분위의 결정에 대해 “법적인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분위 1기까지는 명백하게 종전 이사의 법적 지위에 대해 정이사 채택에 있어 과반수 추천권 자체가 없었다”며 “현재 2기 사분위가 법률 해석을 ‘종전 이사가 최소한 과반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지만, 최근 ‘학원 붕괴 원인이 된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행정법원의 여러 판례 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분위가 법대로 하고, 사분위의 취지 설립 정신대로 하면 문제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사분위의 정체성에 어긋나게 사학 분쟁을 이념적 갈등으로 보려는 현재의 사분위의 전체 분위기는 굉장히 잘못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사분위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명박 정권 들어서 바뀐 위원들의 ‘보수적 성향’을 꼽았다. 그는 “제 1기 사분위 경우는, 김문기씨가 종전 이사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상지대를) 정상화 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추천권이나 권리를 주지 않았다”며 “단지 종전 이사는 이해관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분위가 원하면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 사분위 2기가 되고, 구성원들이 보수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학법을 확대 왜곡 해석해서, 종전 이사에게도 마치 (대학) 정상화 심의 추천권이 있는 것처럼 사분위 법률특위가 유권해석을 하고, 그것이 전체 사분위의 이름으로 나가게 되니까 전국의 비리를 저지른 재단들이 ‘모두 자기 대학을 찾겠다’ 지금 현재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그 가운데 가장 힘을 받은 것이 4대 대학, 조선, 상지, 광운”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학분쟁위원을 사임한 배경에 대해서는 “더 이상 그 안에서 내 자신의 힘으로 개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그간의 사정을 밝혔다. 그는 “수적으로도 그렇고, 사분위 내의 분위기가 어떤 결론을 딱 내놓고 글로 숫자로 밀어붙이면 도저히 해결책이 없었다”며 “(상지대 결정이 있던) 그 날에도 이런 결정이 학원 현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사학 분쟁에도 아주 나쁜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안건을 제시했는데 투표 결과 채택이 되지 않았고 위원으로서 일을 하는 데 한계를 느껴 사임했다”고 밝혔다. 
 
17년 동안 이어진 상지태 정상화 논란과 관련해서는 “우선 사분위가 재심을 받아들여 (김문기) 종전 이사에게 다수를 주는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사학법의 전신에 따라 종전 이사에게 많은 추천권을 주는 것을 시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상지대 교수협의회·직원노동조합·총학생회·총동문회 등으로 구성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2일 오전 11시 교육과학기술부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문기 비리 구재단 학원탈취 허용 행정처분 저지를 위한 불복종운동’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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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상지대 재심 요청하라” (한겨레, 황춘화 기자, 2010-08-16 오후 07:49:00)
상지대비대위·야당, 정부에 ‘사분위 결정 거부’ 촉구  
 
'비리재단 복귀 저지와 상지대 지키기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은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학분쟁위원회(사분위)의 결정을 거부하고 재심을 요청할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촉구했다. 긴급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사분위가 김문기 비리재단에 상지대 경영권을 넘겨주기로 결정한 뒤 분노한 상지대 구성원들과 원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불복종을 선언하는 등 사태가 더욱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상지대 사태는 부패척결과 비리추방이라는 중대한 과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며, 비리재단이 쫓겨난 바 있는 다른 수십여 대학에도 비리재단이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잘못된 길을 터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분위는 지난 9일 김문기 옛 상지대 재단 이사장의 둘째아들이 포함된 상지대 정이사 8명과 임시이사 1명을 선임했다.
 
긴급행동은 또 “중대한 과오를 저지른 사분위가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에 최우선을 두고 사학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 결정’이라며 불만이 있더라도 승복해야 한다고 구성원을 협박하고 있다”며 “2기 사분위는 즉시 해체되고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긴급행동은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 이주호 교과부 장관 후보자는 교육시민단체들과의 면담에 응할 것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태도를 밝힐 것 등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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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9 18:59 2010/08/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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