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트 영역으로 건너뛰기

공지영 -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좋아한다. 참, 글을 잘쓴다는 건 이런거구나,라는 걸 다시 느낀다.

 

20회의 한 토막.

 

수경스님 曰

“문수 스님은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어, 보통 분신한 사람이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있다가 죽게 되는 것과 다르지. 그 이유는 그분이 내장까지 완전히 연소하도록 석유를 드셨기 때문이야. 그러면서도 가부좌를 틀고 입가에는 미소까지 지은 채로 돌아가셨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것은 생과 사가 이미 하나이고 중생과 내가 이미 하나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그분은 최근 3년 동안 벽만 보고 넣어주는 하루 한 끼 밥만 먹고도 그걸 깨달으신 거야. 이제 내가 죽어야 할 차례인 것 같은데 낙시인, 나는 아직도 죽음이 두렵다. 그러니 나는 신도들에게 절을 받을 자격이 없는 중인 거야.”

 

절뚝이며 그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선방에서 삼년 면벽한 스님을 불태우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사대강 개발을 즉각 중단하라. 소외된 사람을 배려하라”는 당연한 말을 제 몸에 불을 붙여 해야만 하는 이 나라는 대체 어떤 나라인가. 그러고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세상은. 40년을 선방에 있던 스님을 불러내 삼보일배를 하게 하고 결국 사라지게 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경향신문 2010.07.07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20.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중에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