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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인터넷 소통전략

ㆍ국민들의 정치참여 확대정부의 정보독점 완화등 정책결정과정 적극 활용

<황용석 |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과>
<황용석 |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과>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노이즈인가? 한국 정치권, 특히 정부나 여당이 바라보는 인터넷 여론에 대한 시각은 그러해 보인다. 정책결정자들은 이 공간이 권리 침해행위가 난무하고 부정확한 정보와 극단화된 여론이 지배하는 비합리적 공간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이러한 시각은 인터넷을 통제와 규율의 대상으로 보게 하는 ‘편견된 정책’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정부·여당이 인터넷을 통한 국민의 참여 에너지 활용 전략은 거의 없다. 오히려 사이버모욕죄나 제한적 본인확인제 확대 등 인터넷 이용자 및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큰 규제법안들만 만들어지는 실정이다. 이런 경향은 인터넷을 민주주의 힘으로 활용하려는 세계 보편적 정치흐름과는 상반된 것이다.

이미 오바마는 대선 캠페인 동안 인터넷을 활용해서 기부금을 모으고 강력한 지지자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등 웹2.0 선거전략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주 오바마 정권인수팀은 Change.gov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의 특징은 웹2.0의 기본 정신을 공유하며, 이를 통치철학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사이트의 핵심개념으로 첫 번째 ‘투명성’을 들 수 있다. 정권 인수팀의 대내외 공식 회의에서 다루어지는 정책문서를 “국민의 자리(your seat at the table)”라는 메뉴를 통해 pdf 파일로 모두 공개하고 있다. 이는 역대 정권의 인수팀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두 번째 개념은 ‘공유’이다. Change.gov는 유연한 저작권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이하 CCL)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스탠퍼드대학 레식 교수가 개발한 민간 저작권 코드로 콘텐츠 생성자와 소유자가 자신들의 콘텐츠의 사용 허용 범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표식을 다는 것이다. 현재 Change.gov를 방문하는 누구라도 이 사이트의 콘텐츠를 마음대로 재가공해서 사용할 수 있다. 단 자료의 출처만 밝혀주면 된다. 미국 정권인수팀이 민간의 저작권 공유 코드를 사용한 것은 혁신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세 번째는 정책개발에 있어 ‘외부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웹2.0 용어로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라고 한다. 이 개념은 ‘대중(crowd)’과 ‘외부자원활용(outsourcing)’의 결합어로 아마존이나 딕닷컴과 같이 이용자의 글과 아이디어를 서비스개발에 적극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이트는 네티즌이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다양한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정부의견의 공표에서 국민 의견의 초대로 소통의 방식이 전환된 것이다.

네 번째는 ‘정부와 민간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유연하게 교차시키는 전략’이다. 정권 인수팀은 유튜브에 오바마의 주간 정례연설 방송을 게시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상호작용과 반작용’이다. 국민과 토론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을 활성화한다. 국민의 의견에 개별적으로 e메일로 답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소재를 오바마의 연설자료로 활용한다.

여섯 번째는 ‘실용적 뒤섞기(mesh up)’이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다양한 요소들을 웹 사이트에 반영하고 있다. Change.gov는 비디오, 블로그, 댓글 게시판 등 온라인에서 이용 가능한 모든 요소들을 동원하고 있다.

일곱 번째는 ‘실수의 신속한 인정과 수정’이다. Change.gov를 처음 만들자 여러 기능이 빠져 있다는 블로그나 전문가들의 코멘트가 있자 바로 그 기능을 포함시키는 놀라운 순발력을 발휘했다.

Change.gov는 향후 오마바 정권의 정치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가늠케 한다. 그 핵심은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정부의 정보 독점을 풀고, 정책결정과정을 ‘통치에서 협치’로 전환하는 데 있다. 아울러 새로운 정치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이는 우리 정부가 고민해야 할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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