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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살아남은 자를 위한 변명>-3.조지연

3. 조지연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테고
대포도 안 만들테고
탱크도 안 만들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


아침부터 시어머니는 콩을 볶는다. 이제 지치실만도 하신데. 일어나 아랫배가 싸해서 화장실에 갔다가 하혈이 있었다. 작년 수술 이후 벌써 세번째이다. 코끝이 찡하다. 시어머니 앞에선 눈물은 보이지 않을테야. 엄마... 세계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은 생활이 나에게 가르쳐준 교시이다.

엊저녁 금양분회 모임이 늦어져 뒷풀이가 끝났을때 새벽 2시였다. 강현종위원장은 분회 모임에 까지 와서 6.15 남북정상회담 5주년 맞이 행사의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려 했다. 좌파, PD라고 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이제 진저리가 친다. 대중적인 사업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이빨로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서로 불필요한 설전은 피하고 각자 자기자신의 일만 하고있다. 지난 전국연합의 민주노동당 참여 결정 이후 우리 조직은 당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다. 새삼스레 잘도 버텨왔구나 싶다. 박종화동지의 노래 '바쳐야 한다'가 생각난다.

사랑을 하려거든 목숨바쳐라
사랑은 그럴 때 아름다워라
술 마시고 싶을 때 한 번쯤은 목숨을 내걸고 마셔 보거라
전선에서 맺어진 동지가 있다면
바쳐야 한다 죽는 날까지 아낌없이 바쳐라
번쩍이는 칼창 움켜쥐고 나서라 전사여
그날을 위해
이 한 목숨 걸고 나서라

구차한 목숨으로 사랑을 못해
사랑은 그렇게 쉽지 않아라
두려움에 떨면은 술도 못마셔
그렇게 마신 술에 내가 죽는다
붉은 맹세 붉은 피로 맺어진 동지여
죽어도 온다 그날은 온다 민족의 해방이여
번쩍이는 칼창 움켜쥐고 지켜라 전사여
우리의 깃발
이 한 목숨 걸고 나서라


요사이 우리조직 내에서 '노동계급성'이란 말을 쓰면 아직도 잘난체하고 이빨까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 같다. '노동자의 영도성'도 마찬가지다. 그것에 대해서 오로지 '생활력', '힘찬 투쟁'이란 말로 대응하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 아닐까?(힘찬 투쟁이 핵심이 아니다라는 말은 아니다)

예를들어 "조국통일투쟁이 노동자적 입장에 서지 못하고 몰계급적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주력군으로 뛰어야할 그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없었고 따라서 소수지식인, 학생 등 '양심적 운동세력'에 국한되었다"라는 문제제기를 한다면, 조국통일투쟁은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한 오류와 성과들을 남겼고 이러이러한 식으로 노동계급성을 견지 하였으며 이러이러한 전망과 발전방향성으로 갖는다는 식의 답변이 올바른 것이다. 아니면 "통일문제의 관점에서 남한 변혁을 논하는 것이라면 노동계급성의 견지는 이러이러한 식으로 이해되어져야 한다"는 식일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생활력'의 문제가 거론되면서 '짱구를 굴린다'든지, '어디서 듣고 온 소리냐'라든지 하는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 자세는 일말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선배의 경우 후배가 가려워하는 곳을 정확히 긁어주지 못한다면 그 후배의 가려움증은 악화될 것이다.

드높은 생활력의 고양은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눈에 띄게 전진하는 근로대중의 계급의식의 현실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과학적 이론학습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치열한 사상투쟁이 쉽게 감정적 대립을 야기하거나 아니면 그 자체를 '탁상공론'으로 매도하는 식의 풍조는 과학적 사상이론으로 무장하고 가열차게 투쟁하고자하는 많은 동지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조지연 분회장님, 뭔 사진이예요? 숨겨논 애인? ㅋㅋ"
김 혁씨도 참. 한번더 그런 농담하면 붙잡아 놓고 비판하겠어요,ㅎㅎ.
긂주림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북조선아이들의 송아지같은 큰 눈망울을 들여다 보노라면 목까지 뜨거운 그무언가가 밀쳐온다. 아이들아 이 엄마가 너희들을 지켜주마..

문자왔네. 누구지?

<서울역 철도매점 농성장 공안
침탈, 현재 공안분실 내 점거농
성 중. 지역위원회 연락바람★
평당원운동자 한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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