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부유세랑 용어는 <사회기여세>로 바꾸어야 한다


부유세란 용어는 '사회 기여세'로 바꾸어야 한다

진정으로 민주 노동당이 몇몇 고위 당직자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집권에 성공하려면 부유세 법안은 손질을 많이 해야 한다. 일전에 나는 부유한 사람에게 대한 증오심을 연상시키는 듯한 부유세란 명칭부터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내가 그때 주장한 용어는 '사회 기여세'였는데 프랑스 식의 '연대세'란 명칭도 그리 나쁘지 않다. 사회 기여세는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어서 사회에 기여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연대세'란 명칭은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 많이 가진 사람들이 좀 덜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내는 세금' 이란 어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유세란 말은 '부자들이 내는 세금' '부자이기에 내어야 하는 세금'이란 의미를 담고 있어서 그 세금을 내는 사람도 하등의 기쁨이나 보람이 없고 그 세금으로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전혀 감사한 마음을 갖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부유세라는 명칭이 주는 이미지에서 굳이 장점을 찾으라면 "내가 올해 부유세를 이렇게 많이 내었으니 남들이 날 부자라고 인정해 주겠지" 정도다. 그런데 부유세란 용어가 주는 이미지에서 애써 찾아 낸 이런 장점은 부유세를 많이 내기보다 요즘 흔히 졸부들의 형태라고 말하는 '벤츠를 몰고 다니는 행위'로 더 강력하게 부각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장점마저도 부유세보다는 '사회 기여세'나 '연대세'라는 용어가 더 많이 줄 수 있다.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을 갖기는 참 힘들 것이다. 하지만 교회에서 내는 10일조 헌금조차도 '그 헌금을 냄으로써 사후에 구원받고 천국을 가는 데 도움이 되는 행위'라는 명분이나 댓가를 은연중 암시해 주고 있다.

만일 부유세 대신에 프랑스에서 쓰는 '연대세'란 명칭을 쓰게 되면 정책 토론회나 설명시에 '연대세'가 사회 일반에 파고들기 쉬운 장점도 있다. 프랑스에서도 도입해서 별 문제가 없고 선진국이라고 불리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도입해도 별로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단 한국의 독특한 이념 투쟁의 역사때문에 레드 컴플렉스처럼 '연대(Federation)'란 말에 대한 묘한 거부감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사회 기여세'란 용어를 생각해 냈던 것이다. '내가 부유층이므로 그만큼 사회에 기여한다'라는 의미를 가진 '사회 기여세'는 오랜 유교 전통으로 명분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한국의 일반 유권자를 파고드는 데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여러모로 보아 같은 세금이라도 부자들을 죄악시하여 그 책임을 많이 물려야 한다는 뉘앙스를 주는 용어보다는 자발적인 기부문화의 성숙과 더불어 어린이들이 '나도 자라서 사회기여세를 많이 내어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질 수 있는 표현으로도 쓰일 수 있을 정도의 어감을 가진 '사회 기여세'란 용어가 훨씬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다.

정치라는 행위가 득표를 많이 해서 자신들의 이상이나 이념의 외연을 넓혀가야 하는 속성상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이런 마케팅에는 정책의 제시나 그 정책이 가진 이미지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아주 오래전에 내가 한국의 권력이나 문화의 흐름을 해석하기 위해 주장한 '호남 마케팅'이라는 프리즘이나 서영석이 말한 '개혁 마케팅'이나 공희준이 말한 '노빠 마케팅'이란 말에는 이런 현실적인 전략과 그 위력과 필요성을 함께 담고 있는 말일 것이다.

행여라도 '부자는 나쁘고 가난한 자는 선하다'는 이분적인 사고 방식이 조장되는 사회에는 발전보다는 갈등을 너무 많이 양산한다. 그 갈등으로 이익을 보는 일부의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퇴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청운의 꿈을 안고 민주 노동당에 입당한 윤종한 회계사가 "지금 민노당, 부유세 다룰 능력도, 의지도 없다" 면서 당에 사표를 제출한 사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느 정도 그럴 가능성을 예상은 했었지만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념이던지 간에 조직화되면 보수화되고 관료주의화 되는 등 새로운 원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조직을 운영하는 인간들이 가진 속성상 그건 필연이며 그 대표적인 조직의 예(例)가 북한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 등의 공산국가들이다.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의 순위를 매기면 어김없이 공산주의 국가들이 최고 상위그룹을 형성하는 있다는 사실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타락하고 자기 중심적인지를 다시 한번 절감케 한다.

민주 노동당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정책으로 주장하고 있는 부유세는 일단 그 명칭 부터 '사회 기여세'라고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점은 민주 노동당 지도부가 새겨 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부유세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민주 노동당의 향후 진로에 독약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의 부가 1 대에 걸친 것이 아니라 복수의 몇 세대를 걸쳐서 이룩된 것임을 감안할 때, 특정한 계급에 국한되는 특정한 세금을 거두어 들이려면 그만한 명분도 주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고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배려다. 이것을 하지 않는 것은 향후의 민주 노동당의 지지율 확산에도 장애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가난하게 태어났다는 사실이 권리가 될 수 없듯이 부자로 태어 났다는 사실이 죄악시되는 풍토는 없어져야 이 사회가 더 건강해지고 발전한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전 세계에서 혁명을 가장 먼저 했다고 의기 양양한 국가인 프랑스에서도 '부유세라고 하지 않고 연대세라고 하는 이유를 새기기 바란다. 끝으로 유시민이 민주 노동당 표를 줄이고 열린 우리당 표를 늘이기 위해서 '민노당 사표론'을 내걸었을 때 '진보 정당 씨앗론'을 설파하며 민주 노동당의 약진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던 평당원의 한 명으로서 민주 노동당의 무한한 발전을 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