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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전진>의 전술 제안


2005 당 대회에 즈음해 <전진>이 당원과 대의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

- 세 가지 투쟁제언과 한 가지 약속 -





2005년, 우리가 놓여있는 정세


원내진출의 감동, 의회 제3당 지위확보, 국민 지지 15%를 받고 있는 명실상부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한 2004년은 참으로 감동스런 한해였습니다. 그런 감동을 딛고 희망차게 맞이해야 할 2005년, 그러나 우리 민주노동당 앞에는 놓여있는 정세는 매우 준엄합니다.


그 첫째는 ‘사회 양극구조’의 고착화입니다. IMF사태 이후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빈부격차가 확대돼 더 이상 회복이 불능할 정도로 빈부의 양극구조가 고착되었습니다. 급기야 굶어죽는 아이가 나오고, 노인들은 자살하며,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청년들은 실업과 반실업을 오가며 하루에도 몇 번이나 까닭모를 분노와 우울증 사이를 헤매고 있습니다. 개혁을 자처하는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 지금 이 나라에는 ‘두 개의 국민’ 체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그 결과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극도의 한반도 긴장체제’입니다. 이 정세는 근본적으로 제국주의 미국의 대북 압박과 한국 정부의 대미 종속이 빚어낸 것이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북한 정부 역시 핵무기 보유라는 극단적 카드로 선택지를 좁혀나가고 있습니다. 이 긴장체제에서는 다른 누구보다 남북한 민중들이 희생양입니다. 전쟁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반도 민중의 고통은 배가되고 있는 것입니다.



2005년 당 대회, 다음 3대 투쟁을 결의합시다!


2005년 당 대회는 이와 같은 엄중한 정세에서 치러집니다. 당 대회는 이 두 가지 정세, ‘빈부양극화 구조의 고착화’와 ‘극도의 한반도 긴장체제’에 맞서는 민주노동당의 적극적인 실천을 결의하는 장이 돼야 합니다. 이에 <전진>은 당원과 대의원 동지들에게 다음 세 가지 실천투쟁을 제안합니다.


그 세 가지는 ‘비정규직 철폐투쟁’, ‘부유세 도입과 무상의료, 무상교육, 공공보육 쟁취투쟁’, ‘평화군축을 중심으로 하는 자주통일투쟁’ 등 3대 투쟁입니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민주노총이 조직하고, 당은 필요할 때 연대하는 그런 투쟁이 아닙니다. 비정규 노동자 조직은 민주노동당의 집권과제입니다. 즉,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투쟁이 난맥상에 빠져있을 때조차도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와 투쟁에 몸을 내던져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이 먼저 나서서 지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을 듣고, 그들의 계급적 각성을 촉구하며, 조직적 단결을 지원해야 합니다. 각 지역위원회는 지역의 민주노총과 함께 비정규직 투쟁의 주체로 우뚝 서야 할 것입니다. 올해 만들어지는 비정규직 철폐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전당적인 실천을 결의합시다.


<부유세 도입, 무상의료, 무상교육, 공공보육 쟁취투쟁>은 우리가 지난 총선에서 민중들에게 했던 가장 중요한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지난 수십년간 노동자․민중으로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입 밖에 낼 수조차 없었던 이 계급적 구호에, 우리 민중들은 몇 날 몇 일을 고민한 끝에 단 한 명의 의원도 없는 군소정치세력 민주노동당에 자신의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과연 그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입니까! 이제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부유세 도입과 무상의료, 무상교육, 공공보육 쟁취’를 하나로 묶는 전 당적 실천기구를 건설하고, 각 지역에서 민중들의 뜻을 모아나갑시다. 보수파가 장악한 시의회에 맞서, 민중들을 투쟁의 주체로 우뚝 세워 ‘참여예산제’를 관철시켰던 브라질 노동자당(PT) 당원들의 헌신을 우리 민주노동당원들도 이 땅 민중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민중들이 우리에게 듣고 싶은 것은 ‘299명중 10명’이라는 누구나 아는 변명이 아닐 것입니다.


<평화군축을 중심으로 하는 자주통일투쟁>을 벌여나가야 합니다. 그동안의 통일운동은 남북교류나 방북성사투쟁 등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의 원칙,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군축’은 얼마나 강조되었습니까. 물론, 평화군축 투쟁은 명백히 미국의 한반도 긴장책동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 합니다. 그러나,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남북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해야 합니다. 적극적인 평화군축투쟁이 오히려 미국의 대북위협을 완화, 종식시킬 수 있는 진정한 힘임을 민주노동당은 남과 북의 민중들에게 호소하고 참여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상의 세가지 과제를 당 대회에서 결의할 것을 동지들께 제언 드립니다. 그리고, 결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전진>이 드리는 한 가지 약속! 대중을 향한, 실천하는 당 대회를!


우리 민주노동당내에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당원들과 그룹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지난 한 해 이들 각 주체들은 대중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투쟁함으로써, 대중들의 지지를 당과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데 충실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당 내에만 머물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에만 매몰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느 정파, 어느 의견그룹을 막론하고 제3당으로서 변화된 위상에 걸맞는 당의 실천과제, 실천양태에 대한 모범을 제출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그러한 모범은 단순간에 제출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각 의견그룹들과 당원들이 서로의 한계를 인정한 채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실천과제를 도출할 때에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은 ‘당의 다수파가 돼 당권을 거머쥐는 데 집중하는 정파’가 아닐 것입니다. 변화된 정세, 변화된 환경에서 당을 살찌우고, 당이 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닦는 의견그룹이 필요할 것입니다. 당내 모든 의견그룹, 정치세력들이 이를 위해 경쟁할 것을 제안 드리며, <전진>도 당원과 대의원 동지들에게 실천하는 당 대회를 만들 것을 약속드립니다.




변화된 조건, 변화된 정세에 맞는 혁신적 투쟁으로 2006년을 맞이합시다!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참으로 많은 변화와 부침을 겪었습니다. 7만 당원, 전국 1백50개의 지역조직, 1천여 분회의 활성화, 시도당의 내실화, 10명의 국회의원과 전문 보좌관 및 정책연구원의 확충, 그리고 각 영역을 나눈 최고위원회와 중앙당 등 민주노동당은 이전까지 결코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조직이 되었습니다. 그런 만큼 각 영역의 활동에서 서로 긴장관계와 갈등이 나타났습니다. 최고위와 의원단 활동의 삐걱거림, 최고위와 정책연구원간의 갈등, 언론과의 긴장관계, 전문인력의 사퇴, 지역조직 재정비를 둘러싼 난맥상 등 많은 문제점들이 그것입니다. 이 많은 문제들은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지만, 한가지만큼은 모두가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둘러싼 정세와 조건이 변화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풀어야 할 과제는 새로운 것인데 그것을 풀 수단은 과거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늘 자신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그러나 당의 지도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과제를 명확히 제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당내 다양한 세력의 견해를 반영하지 못하는 지도부는 스스로 혁신해야 합니다. 지도부에 있는 동지들은 늘 자신의 견해가 당의 다양한 목소리를 옳게 반영하고 있는지, 과연 통합적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당의 지난 모습에서 이러한 통합적 지도력이 없었던 점은 반드시 평가되고, 혁신돼야 할 대목입니다.


둘째는, 당의 지도력의 이원화 현상을 극복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당은 최고위원회라는 ‘당 내부적, 조직적, 실질적 지도력’과 의원단이라는 ‘당 외부적, 국민적, 상징적 지도력’이 하나의 지도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회주의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도입했던 ‘당직-공직 분리’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통합적 지도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실질적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당원, 대의원 동지들의 헌신 없이는 결코 볼 수 없을 민주노동당의 승리!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실현하겠다고 나선 민주노동당이 믿는 유일한 힘의 원천은 바로 민중의 열망, 그리고 당원동지들의 땀과 눈물이었습니다. 그 결과 2004년의 성과가 있었지만, 빈부양극화와 한반도 긴장으로 인한 민중의 고통은 전혀 줄지 않았습니다. 아직 우리가 흘려야 할 땀과 눈물이 많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러한, 땀과 눈물 없는 민주노동당의 승리는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2005년 당 대회에 참여하는 모든 대의원 동지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다시 전하며, <전진>도 당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2005.2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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