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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득 인왕산 숲속쉼터에 가서 책이나 읽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비얍게 산행...
하지만 세상에 가벼운 산행은 없음 ㅋㅋ 기차바위 지나 잠시 계단 오르면서 갑자기 윤선도 영감님의 동천석실이 떠오름. 노인네 진짜 유난 떨면서 공부했다고 욕했던 게 지난 봄 ㅋㅋㅋㅋ 지금 내가 인왕산 올라가는 건 아무 것도 아님. 그래도 지금 시절에는 등산로 잘 닦아놓고 계단도 촘촘하고, 심지어 나는 트래킹 신발도 신고 가는 건데, 대체 그 시절에 그 산에 어찌 올라가서 글공부 한 거냐고.....
하여간.. 그래서 생각난 김에 지난 보길도 여행기 업로드함 ㅋ 메모를 남겨두면 이럴 때 쓸모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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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보니 무려 30년 전의 여행...
돈도 없고 ktx도 없고 당연히 렌트카는 생각도 못했고, 무엇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어떻게 이리 멀리까지 떠났을까 새삼 신기했음. 숙소 예약도 안 하고, 이 먼 곳에 배낭, 코펠 싸짊어지고 ㅋㅋ
낭만과 야생은 그야말로 한 끝 차이 아닐까 싶음.
2회차 방문에서 가장 놀라운 포인트는 뭐가 이렇게 새롭냐는 것 ㅋㅋㅋㅋ 어떻게 이렇게 기억이 없을 수가 있냐고. 그때도 너무 좋다고 날뛰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좋았으면 기억을 해야하는 거 아닌가??? 좋았다는 희미한 감정만 남아 있다는 게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음.
당시에 세연정에 왔던 거 맞지? 동천석실, 낙서재 곡수사는 예전에 안 와본 거 맞겠지? 따로 교통편이 없었으니 아마 이렇게 구석구석 돌아보지는 못했던 거 같음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측 ㅋㅋㅋ) 섬 내 관광택시인 2번 택시 아저씨의 무상 라이드 사연이 얽힌 글씐바위 밖에 밖에 기억이 안나고 그나마 오가는 길도 처음 보는 느낌적 느낌. 동백이 그 때도 이렇게 풍성했었나? 동백기름을 조선왕실에 진상했던 곳이라니 물론 그 때도 풍성했겠지, 다만 그 때는 여름에 왔으니까 꽃이 없어서 못 알아봤으려나? 앞으로 동백 보려면 제주도 말고 차라리 여기를 와야 할 것 같음.
섬 자체가 전반적으로 너무 멀끔해진 인상. 우리가 그때 묶었던 거랑 너무 비슷한 폐가 민박집도 빌견하기는 했는데, 하여간 뭔나 처음 와보는 곳 같다 ㅋㅋ
서울에서 새벽에 기차타고 목포 도착해서 렌트카 픽업해서 완도 화흥포항. 여기에서 배타고 이동하여 노화도 하선하여 차로 보길도 입도. 너무 꼭두새벽부터 일정 시작이라 숙소에 얼른 들어가 쉬려고 했는데 아직 체크인 안 된다고 해서 슬슬 세연정이나 돌아보자고 했다가 바로 낙서재, 동천석실까지 한 달음에...
세연정에서 판소리 연습하시는 소리꾼도 만났는데, 기예가 엄청남... 남도는 원래 이런 곳인가.. 구경꾼들 진심으로 박수침....
그리고 윤선도 유적을 둘러본 후 나랑 주먹도끼는 깊이 깨달음. 우리가 그동안 공부 깨나 한다고 집안에서 유난 떨었지만 고산 윤선도 발끝도 못 쫓아간다 ㅋㅋㅋ 뭔 글공부하겠다고 인공 연못에 정자, 게다가 책 좀 읽겠다고 노인네가 산 중턱에 석실이 웬말이야. 달 구경한다고 낙서재 마당에 바위 끌어다 놓은 거에 고개를 절레절레 ㅋㅋㅋㅋ 이야 진짜 요란뻑적지근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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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길도 여행을 다시 떠올린 것은 최근에 읽은 당신 곁의 한국 정원 때문이었음. 보길도는 너무 흐릿한 기억이라 꼭 다시 가보고 싶었고, 그냥 대감님 윤선도가 아니라 부동산 귀재 ㅋㅋ 윤선도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었는지라....
그런데... 이번 여행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을 들고가서 다시 읽었는데 의외로 이런 이야기들이 모두 나와있었네 ㅋㅋㅋ 처가 덕분에 해남 부동산 재벌 된 이야기... 그리고 옛날책답게 종이는 다 변색하고 글씨 빡빡하고 중간에 줄긋고 메모도 남겨져 있어서 아, 추억돋는구나... 이 책 들고 여행하던 그 시절이라니 ㅋㅋㅋㅋ
저녁 느즈막히 숙소 돌아오는 길에 보름달에 깜놀!!! 꼬불꼬불 산길에서 미리 살짝 보고 처음에는 네온사인이 켜진 줄 알았음.. 어둡고 일렁이는 바다에 길게 드리운 달빛에 감성 폭발.....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 ㅋㅋㅋ
전복 비빔밥 먹고 와인 각1병. 나는 이 와인 가져오려고 트래킹화도 놓고 왔다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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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히 일어나 예작도까지 산책하고 글씐바위 방문. 바위까지 가는 길이 좋아져서 옛날의 고난이 전혀 떠오르지 않음. 그리고 글씨는 너무 풍화가 심해서 당최 알아볼 수가 없음...
그때도 웃긴다고 생각했지만 송시열 여기 왜 힘들게 글자 새긴 거여... 임금한테 투정부리고 나 좀 봐달라고 맨날 한양 쪽만 바라보는 조선시대 사대부들 진짜 성정이 안 맞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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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전복죽 먹고 공룡알해변 산책하고 노화도 전통시장에 들러 갑오징어랑 광어회 포장해서 숙소에서 맥주 일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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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배타고 완도에 돌아옴. 네이버밴드에서 매일 배뜨는 일정을 확인해야 하는 쫄깃함이 있음 ㅋ
해남에 와서 보리쌈밥 먹고 대흥사, 녹우당 방문. 대흥사에서는 진희 초도 하나 올려드림. 우리가 함께 했던 30년 전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신비로운 운무와 신록 원없이 감상. 저녁 느즈막히 목포로 돌아와 오랜만에 명인집에서 갈치조림과 막걸리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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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남 땅끝 마을 가서 전망대 구경하고 맛난 해초전복비빔밥. 그리고 두륜산 케이블카 드디어 타보고 고계봉 산책… 날씨와 풍광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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