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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뻬떼(PT)?

그저께 저녁에는 Danilo 아자씨가 PT 지역 행사에 데려갔다.

친구인 Riu가 이번 선거에 주 하원의원으로 출마하는데, 그 출정식이란다.  

 

우와.........

정신 없어 죽는 줄 알았다.

빨간 PT 셔츠를 입은 당원들을 비롯하야 사람이 월매나 복닥거리는지 ....

 

지지연설해줄 여러 사람들이 단상에 올랐는데 그 양반들 소개에만도 30분이 넘게 걸렸던거 같다. 서로 허그하고 뽀뽀하느라 시간이.... ㅜ.ㅜ

 

내용을 못 알아들어 무지 답답하기는 했는데 (데모끄라시, 쏘샬리스트, 싸웅 빠울루.... 뭐 이런 단어만 대략...ㅡ.ㅡ)

격정과 흥겨움이 함께 묻어나는 분위기는 정말 좋더라....

그리고 당가... 너무 신난다.

 

잠깐 딴 이야기...

예전에 대전시 지부 총회에 갔는데... 행사 준비하던 당원 동지가 "아직도 당가를 모르는 당원들이 있더라구요. 혹시 여기도 그런 분 있으면 열심히 배우세요" 하면서 행사 전에 녹음기를 틀어주던 기억이.....  나를 두고 한 이야기였는지....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못 외워  ㅡ.ㅡ

근데, 뻬떼 당가는 어찌나 신나던지 몇 마디 듣고나니까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흥얼....

 

 

 



연사들 등장할 때마다 환호하는 당원들 모습.

화면에 안 잡혔지만 춤추고 난리 났다. ㅎㅎㅎ


 

반면 또 연설 중에 집중해서 듣는 모습들.... 강당이 정말 발디딜 틈도 없이 꽉 찼었다.

 

지지연설 중 전직 상 파울루 시장이었다는 Marta 의 연설 모습. 등장하니까 사람들이 5분도 넘게 환호를 하고 난리를 쳐서 좀 어리둥절했는데.. 그녀가 시장으로 있을 때 상당히 많은 개혁 정책을 벌여서 인기가 대단하단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패했는데.. Danilo 아자씨도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자기가 그동안 보았던 최고의 시장이었다면서.....

그러면서 이런저런 정책들을 이야기해줬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공공교통 체계 개혁을 하면서 그 중 시내버스 환승제도를 마련했는데 지역 마피아들이 이들 운수회사를 장악하고 있었던지라 여기에 강력하게 반대했단다. 그래서 암살 위협을 했고,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방탄조끼 (ㅡ.ㅡ) 를 입고 살아야 했다고... 어쨌든 그런 추진력으로 정책은 성공을 거두었단다. 사회주의적 의제고 뭐고, 이런 작은 개혁 하나 하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다니.. ㅜ.ㅜ

 

 

이번에 출마하는 Danilo 아자씨의 친구 Riu 는 현직 변호사인데 Marta 가 시장을 할 때 함께 일했던 양반이고, Danilo 의 오랜 학생운동 동지란다. Danilo 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democratic communist 라고 정의하더군....


 

근데 선거기호를 보라...

무려 다섯자리 13156....

PT 의 당 고유번호가 13번이고 (그래서 룰라의 기호는 13), 연방 상원, 하원, 주 상원 하원 별로 자리 수가 늘어난단다..

헷갈려서 어찌 투표하냐고 했더니만 완전 전산화가 되어 있어 투표소에 가서 번호를 누르면 후보자의 얼굴이랑 신상이 화면이 뜨면서 확인을 하도록 되어 있다고...... 그래도 어쨌든 일단 저 번호를 외워야한다는 거잖아!!!!  선거 운동은 어찌 해.....OTL

 

저 모임에서 Danilo 아자씨의 다른 친구들도 여러 명 만났는데...

들었던 생각은..... 확실히 "저변이 넓다"는 것이었다.

당 활동을 하는게 별난 그 무엇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라는 생각도 들고...

이 양반들만 해도 전업 활동가들이 아니라 다를 자기 일터가 있고 (일부는 의사들) 지역 당행사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모여서 서로들 안부 확인하고 토론하고 연설 듣고...

참가한 사람들의 행색도 진짜 각양각색으로 보였다. 저 사람들은 활동가 아니고 "ordinary people" 이냐고 물어보니까 (질문도 황당하지 ㅎㅎㅎ) 진짜 평범한 민중들이지만, 이미 스스로를 조직화했기 때문에 지역 활동가라고 부르는게 맞을 거란다.

 

브라질 현대사는 한국과 진짜 비슷한 구석이 많은데,

여기도 워낙 중앙집권적인 군사독재가 오래 지속되면서 주민 자치나 지역 운동의 전통이

라고는 전무했단다. 지금처럼 되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 거지...

 

이런게 역사 혹은 저력이라는 건가 싶기도 했다.

 

부패하고 우경화된 지도부 vs. 건강한 민중성

이렇게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건 웃기는 일이지만 그래도 PT 가 살아 있는 건 저들 덕분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Radicals in power] 에도 거듭 강조하고는 있지만 PT 가 처한 조건도 정말 쉬운 건 아닌 거 같다. 반동의  공세나 프로퍼갠더는 상상초월이라고....

이를테면 몇 달 전 볼리비아의 모랄레스가 석유산업을 국유화시켰을 때 Petrobras 가 상당한 투자를 거기 하고 있었는데, 브라질 자본가들이 룰라한테 이념에 눈이 멀어 제대로 응징하지 못했다고 완전 난리를 피우면서 심지어 볼리비아를 쳐들어가자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해댔단다. 

 

Danilo 아자씨 왈... 룰라는 체 게바라가 아니라, 현실 정치에서 서바이벌한 정치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나 PT 의 행보들이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브라질 내부 반동의 공세나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상징성 때문에 PT를 지키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아무리 지금 뻬떼가 우경화되었다고 우리가 비판하지만, 이 큰 브라질이 다시 반동 정권의 손으로 넘어간다고 상상해보란다.... 그건 그래... ㅜ.ㅜ

 

언제까지 이렇게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옹호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흥. 하고 폄훼하기 어려운 진정성이 담긴 것 또한 사실이라....

어렵다 어려워....

 

어쨌든...

걸핏하면 암살 위협에, 우익의 폭력과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어려움과... 이들이라고 당 활동이 즐겁기만 하겠나.... 그래도 생활 속에서 정치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 하나만은 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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